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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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타 다다시(太田 忠司)’, ‘기타노 유사쿠(北野 勇作)’, ‘고기쓰네 유스케(小狐 裕介)’, ‘다마루 마사토모(田丸 雅智)’, ‘마쓰자키 유리(松崎 有理)’가 참여한 ‘미래제작소(未来製作所)’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상을 그린 SF 단편 소설집이다.

근미래 이동과 모빌리티를 테마로 한 이 SF 앤솔로지는 크게 두가지를 전제하고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실현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 상업성이 있는가 하는 식으로 따지고 든다면 태클 걸 구석도 있겠지만, 시장성을 떠나서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는 가능한 일정 선을 지키려고 한 듯하다.

즉, 충분히 현재 개발중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 듯 하거나 또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좀 더 심화발전시킨다면 구현할 수 있을, 현재의 기술을 통해 상상 가능한 것을 그렸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가까운 근미래를 다룬 이야기가 되었고, 덕분에 생각보다 피부에 잘 와닿는 SF가 되었다. 그 중에는 당연히 평소 희망하던 것도 있었는데, 이야기로 보니 새삼 더욱 갖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효과다. 결코 기술발전이 암울한 효과나 미래를 가져오는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마냥 꽃밭에 있는 것같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진행 과정중에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은 결국 해피엔딩인데, 애초에 이 소설집이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부터 나온 것이란 걸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인지 이 엔솔로지에는 SF와는 잘 안붙는 ‘장인정신’이 들어있기도 한데, 오히려 이게 삭막한 기술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고 발전시킨 기술이라는 면모를 엿보이게도 해서 의외로 소설집과 잘 어울리는 요소였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밝고 가볍다. 이는 이 소설이 보통의 단편보다 훨씬 더 짧은 ‘쇼트 쇼트’로 쓰여져서 더 그렇다.

독서 경험도 그러해서, 마치 지인들끼리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 미래를 얘기하는 것처럼 가볍게 읽기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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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3 : 피와 뼈 용기의 땅 1부 3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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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Erin Hunter)’의 ‘용기의 땅 3: 피와 뼈(Bravelands #3: Blood and Bone)’는 용기의 땅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번째 책이다.

3권에서는 이제까지 각자만의 사정과 목적으로 여정을 해왔던 동물들이 일종의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전 권들에서 비밀로 남겨뒀던 것들도 해소를 하는데, 결말과 더불어 이들에게 감춰져있던 비밀은 사실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거였다. 그럴만큼 그런 뉘앙스를 은근히 계속 풍겨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그간 보여줬던 캐릭터의 변화 등에 비하면 딱히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서 다룬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는데, 3권쯤 오니 이제는 캐릭터가 쌓여서 그런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두드러진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더 큰 스케일과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그렇게 보여주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전권에서 보여주었던 것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마무리를 잘 지은 것 같다.

3권을 보고 나서 나는 새삼 이 시리즈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때, 또 보면서도 계속 어느정도 기대하는 전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작가들은 그런 나의 기대를 (말하자면) 배신한 것이고, 그랬기에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신선했다고 할 수 있다. 마냥 예상 가능한, 많이 봐왔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게 좋았다.

중간 결말에 이르른 만큼 주요 캐릭터 일부는 어쩔 수 없이 하차하게됐는데,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지, 주인공들은 어떤 갈등과 성장을 겪을지 기대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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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7 세트 - 전7권 -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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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에 걸친 일제 강점의 역사를 그린 만화다.



소위 일제강점기라고도 칭하는 35년의 역사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낯선 역사다.

친숙한 것은 아직 친일매국노 청산이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 그것이 남겨놓은 상처와 잔재가 아직까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뿐더러 역사 교과서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에서 이를 주제로한 이야기를 다룬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낯선 역사라고도 하는 것은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분위기 등은 알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 기간동안 있었던 일들을 제대로 짚어 다룬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당시를 꼼꼼하게 조사하고 정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꽤 가치가 있다.

그걸 만화로 그려내 접하기 쉽게 한 것도 좋은데, 그렇다고 만화적인 재미를 강조한 것은 아니라서 책 자체가 재미있거나 하지는 않다.



이는 35년 역사 속에 주인공이라 할만큼 유독 두드러지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재미있게 보는 역사들은 대부분 인물 중심으로 정리된 게 많다. 삼국지도 그렇고, 조선왕조실록 역시 그렇다. 대부분 뛰어났던 장수나 왕처럼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일종의 전기처럼 그리기 때문에 서사가 일관되고 그래서 재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35년에는 그런 중심인물이 없고, 이야기 역시 큰 줄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요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해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집고 넘어가는 식이다. 대신 각각에 대해서는 가능한 충실하게 다루려고 한게 눈에 띈다.

참고문헌의 수만 봐도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 알것 같다. 보다 꼼꼼히 일제강점기에 대해 알고싶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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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 김경연 옮김 / 삐삐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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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알렉시스(André Alexis)’의 ‘열다섯 마리 개(Fifteen Dogs)’는 지성을 갖게 된 개를 소재로 한 감탄이 나오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신들이 심심풀이 내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막강한 권능을 가진 신들 중 하나이며 형제이기도 한 아폴론고 헤르메스는 인간에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그것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불행을 가져다줄지 의문을 표하고 그것을 직접 실험해보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선택된 것이 마침 근처에 있던 열다섯 마리의 개들이다. 선택될 동물은 꼭 개가 아니어도 됐다. 꼭 그들이 아니어도 됐다. 그것은 순전히 가벼운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능이 주어진 그들에게는 전혀 가볍지 않은 변화였다.

소설은 몇몇 장면에서 신들의 대화나 시점을 보여주기도 한다만, 대부분을 그들의 유희에 희생된 개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런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 동물들의 행동과 생각을 실제 동물의 것처럼 실감나게 그리느냐 하는 것과 얼마나 독자들이 공감하게 만드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모순적이다. 하나는 인간적이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감탄이 나온다. 양쪽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개들만의 시각이나 행동, 문화(또는 인생) 같은 것들도 잘 보여주는데다, 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공감점이 있어 몰입하고 볼 수 있게 한다. 그만큼 작가가 개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썼다는 얘기다.

개들에게 ‘인간의 지능’이 주어졌다는 점도 주요한데, 이것이 개와 인간이라는 동떨어진 존재를 하나로 섞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열다섯 마리 개들의 이야기는 개의 이야기이기도 한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현대 인간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도 같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한발물러나서 관찰하듯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지능이나 그것이 가져오는 불화 등을 다루는 점이 그렇다.

한편으로 소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꽤 깊게 하기도 한다. 몇몇 동물들은 인간들과 정을 나누고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물론 동물들의 행복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다분히 인간적인 상상력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뜬금없이 들이민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과정을 통해 받아들일만하게 잘 그려냈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수 있는 것들이라 묵직한 울림 같은 걸 느끼게도 한다.

신들을 등장시켜 일을 벌이는 고전적인 상상력도 좋았고, 개들에 대한 묘사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장, 그것들로 펼쳐낸 이야기가 모두 좋은 수작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첫번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장 최근의 책도 아니다. 심지어 5부작(Quincunx Series) 중에서도 두번째 책인데, 이런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을 첫번째 한국 출간 책으로 고른 것은 어쩌면 이런 완성도가 있어서 그랬던 건가 싶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은 어떨지, 새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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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
오기노 히로유키 지음, 황혜숙 옮김, 가오리.유카리 만화 / 삼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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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노 히로유키(荻野 弘之)’가 쓰고 ‘카오리&유카리(かおり&ゆかり)’가 만화를 덧붙인 ‘에픽테토스의 인생수업(奴隷の哲学者エピクテトス 人生の授業)’은 에픽테토스의 철학사상을 만화와 쉬운 글로 쉽게 풀어 담은 책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Ἐπίκτητος)’는 꽤 독특한 사람이다. 단지 다리가 불편해 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노예출신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출생이 노예였던데다가, 해방이 될 수 있었던 시기에 좌절된 적도 있다고 하고, 심지어 그가 절름발이가 된 것도 주인의 학대로 인해서였다는 설도 있으니 세상을 원망했을 수도 있으련만 오히려 이런 사상을 전파했다는게 참 대단하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사상이 이러한 형태가 된 것도 같다. 제한이 많은 노예였기에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니 어쩔 수도 없는 것에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정신을 괴롭히지 말자고 했을법 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사상은 어느정도 자연과 사회에 순응해 묻어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시의 시대상이 그러했기에 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과거와 같은 굴레가 사라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욱 옥죄어져있는 현대인들의 뼈를 때리는 내용이 많으며, 얼핏 오해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심오한 진의와 심리학적인 고찰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사상이 담긴 책 ‘엥케이리디온(Ἐγχειρίδιον)’의 일부 내용을 담고있다. 아마도 주요 내용과 현대인들에게 유익할 부분만을 선별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얘기하는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으며, 그 내용들 역시 대부분 잘 공감이 가는 편이다.

물론, 개중에는 너무 고고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 싶은 것도 있으며, 그가 살던 시기가 신의 존재를 별로 의심하지 않던 때라서 그런지 좀 쉽게 신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것들 역시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가는 잘 알 수 있기에 딱히 무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에픽테토스의 사상은 어떻게 보면 사고의 경로를 살짝만 비틀어주는 작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로인해 생겨나는 생각의 차이가 놀라울만큼 차이가 나서 새삼 감탄을 하게 된다. 작은 차이라는 것은 실천도 그만큼 쉽다는 것이며, 그것이 가져오는 차이는 그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일들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꽤 유익한 변화를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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