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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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세 세이슈(馳 星周)’의 ‘소년과 개(少年と犬)’는 한 떠돌이 개의 여정과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보통 동물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면 마치 동물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동물의 생각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많다. 그러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선 같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오로지 인간의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이 좀 특이하다. 이는 어떻게보면 조금 저자가 모험(시험)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다행히 이것 때문에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던가 어색해진다던가 하는 점은 없었다.

개의 행동 묘사를 적절하게 잘 한데다, 개와 마주치는 인간들의 대사 등을 통해 어느정도 설명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정말로 개의 생각이나 의도와 맞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흐름에도 큰 무리가 없고 대중적인 감정과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자연스러웠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개가 여정의 끝에서 소년을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라던가, 거기에서 개가 큰 역할을 하는 것도 꽤나 심금을 울린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재해를 좀 편하게 갖다 쓴 느낌이 있다.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이야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 정도로 봐줄텐데, 제대로 된 설명없이 그저 감정에 호소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 게 문제다. 어째서 개와 소년이 그렇게까지 깊게 애정을 쌓을 수 있었는가도 그렇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대체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찾아갈 수 있었는가 하는 점도 그렇다. 제 아무리 까마득히 먼 곳도 찾아간 실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소설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가 여정중에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안좋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도 꺼림직하다. 구성상 그럴 필요가 보이기는 한다. 도저히 그 긴 거리를 혼자서 여행 할 수는 없으니 다른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의 사연을 모두 비중있게 다룰려면 개와 나름 연을 나누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정을 떠나는데 당위성이 있으려면 그들과의 이별이 피치못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에 휘말려 이별을 하게 된다는 것은 꽤나 쉽게 쓰기 좋은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이 개가 마치 불행을 불러오는 역병신처럼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잠시 머물며 도움을 받고 다시 여정을 떠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잠시라도 개가 곁에 있음으로 위로를 받거나 오해를 풀어 감사하게 되는 정도였어도 충분했을텐데, 너무 모두를 개와 긴밀하게 엮으려다보니 뜻밖에 사신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좀 그렇다.

덕분에 이야기가 극적이고 꽤나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나 정작 중요한 개와 사람간의 애정은 좀 빛이 바래지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사회상이나 대지진 같은 요소는 일본인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줄 것 같긴 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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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오싹오싹 몬스터 배틀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9
이리사와 마코토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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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시리즈 19번째 책인 ‘이리사와 마코토(イリサワ マコト)’의 ‘최강왕 오싹오싹 몬스터배틀(頂上決戦! 世界のモンスター最強王決定戦)’은 최간의 몬스터가 누구인지 가리는 배틀을 담은 책이다.

솔직히 이제까지의 최강왕 시리즈는 엄밀히 말해 최강왕이라는 이름과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들끼리의 가상 전투를 통해 누가 더 강한가를 가늠해보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일부 몬스터들끼리의 싸움을 다뤘을 뿐 최강자를 꼽는 것과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야흐로 ‘최강왕’이라는 시리즈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다. 처음부터 최강의 1인을 가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요괴, 정령, 악마를 포함한 총 32종의 몬스터들이 일정한 규칙하에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르는 경기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담고있다. 모두와의 싸움을 통해 높은 승점을 얻어 토너먼트에 올라가는 조별 예선에서부터 본선이라할 수 있는 단판 승부의 토너먼트, 그리고 최종 4인으로 진행하는 3/4위 결정전과 결승전은 마치 실제 대회 실황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뗴지 못하게 한다.

단지 상상에 의해서만 강함을 가름한 것이 아니라 나름 각 몬스터들의 개성을 싸움에 녹여내려 한 것도 좋았다. 그게 승패에 대한 설득력도 더해주는데다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싸움 결과가 모두 마땅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신화 등에서 인간이 그들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꼼수 같은 것을 이용한다거나, 의미없거나 오히려 자기에게 불리해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등 싸움이 좀 짜여진 각본대로 작위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틀을 통해 몬스터의 특징까지 보여주려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가 완전히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웠는데, 이는 책 일러스트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생긴 문제인 듯하다. 어떤 건 만화같고, 어떤 건 실사같은 식으로 다를 뿐 아니라 개중에는 조잡한 합성물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서 보기에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그래도 최강왕을 가린다는 컨셉을 잘 지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움을 잃지 않기 때문에 몬스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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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피곤한 나! 무엇이 문제일까?
미카와 야스히토 지음, 임순모 옮김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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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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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피곤한 나! 무엇이 문제일까?
미카와 야스히토 지음, 임순모 옮김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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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와 야스히토(御川 安仁)’의 ‘늘 피곤한 나! 무엇이 문제일까?(疲れがとれない原因は副腎が9割)’는 현대인들의 피곤 원인과 그 예방법을 담은 책이다.



피곤은 현대인들의 고질병 중 하나다.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증상인데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나 해결법을 딱히 똑부러지게 확인하거나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피곤하다해도 대게의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보이기 쉽고, 그렇다보니 더욱 해결하지 못하여(개선할 게 없는 줄 알고는 조치를 안하여) 그 문제점이 더 짙어질게까지 방치하게 되어버리는 질 나쁜 문제이기도 하다.

대게의 검진에서는 이상을 보이지 않는 피곤, 대체 무엇이 문제이기 때문일까.

저자는 그 가능성으로 부신 피로를 얘기한다. 부신은 워낙에 강하고 증상이 없어 혹사하기 쉬운데, 그게 몇년이상 쌓이다보면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피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거다. 부신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 상당히 그럴듯 하다.

이어지는 부신피로가 쌓이게 되는 이유들도 대체로 그렇다. 물론 그 중에는 현대 의학으로 명확하게 그러한 증상과 현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어 저자의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가설의 범주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만, 유사 증상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렇게 허황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의학적으로 분명히 확인된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마냥 유사과학으로 치부해버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부신피로를 개선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이 누구든 인정할만한 것들이라서 더 그렇다. 저자가 꼽은 장기들은 부신피로 때문이 아니더라도 관리가 필요한 주요 장기들이고, 영양에 관한 이야기 역시 부신피로를 빼고 보더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을 실천한다면, 실제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확실한 건강 개선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피로라는 게 단순히 한가지 원인만으로 생길거라고 여겼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피로는 몸의 건강이 무너져서 나타나는 것이지, 바이러스 따위로 인해 생기는 병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이란 제아무리 마음대로 몸을 놀리고 나서도 약이나 단순한 시술만으로 손쉽게 되찾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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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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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게 숄(Inge Scholl)’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Die Weiße Rose)’은 나치에 저항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소설이다.

실화소설이란 말 그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말한다. 보통의 소설 중에서도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모티브를 따온 것이야 많기는 하다만, 그런 것들과 달리 실화소설은 서술 방식이나 서술자의 첨언이 들어갈지언정 사실을 그대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기에 더 그렇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담담하게 사실 위주로 기록했으며, 상상으로 덧붙인 부분은 가능한 최소화한 느낌이다. 그래서 소설을 보기보다는 일종의 역사 기록을 훑어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독일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것이지만 보다보면 의외로 기시감이 드는 부분이 많다. 비록 그 상세는 조금 다를지언정 책 속에서 얘기하는 하나 하나의 사건이나 흐름 등은 한국 역사에서도 익숙하게 보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국가에 차이가 있는데도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역사를 선례로서 답습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독재정권과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안타까운 희생 등은 그래서 쉽게 공감이 간다.

백장미로서 활동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간략한 활동 내용, 그리고 최후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만큼 이 책에서 소설로서의 재미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사상적인 부분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지금은 비록 전시이거나 무력을 이용한 전제정치가 횡행하는 시대는 아니나, 자유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것이라던가 국가나 국민으로서의 정치 같은 것들은 지금도 유효한 내용이 많아 볼만하다.

나름 유명한 책으로, 이 번역판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2차례에 걸쳐 번역서가 출간됐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 번역된 부분이나 누락된 곳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들을 최대한 바로잡았다고 하니 이미 읽어본 사람도 다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잘 되어있어 읽는데 걸림이 없다. 다만, 소설로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경어체를 사용한 점이 좀 특이하다. 처음엔 회고록같은 느낌을 살리려 한 것인가 싶기도 했으나, 딱히 그렇게 쓰인 것도 아니어서 굳이 필요했나 싶다. 제목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던) 기존 번역본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좀 의문이다. 가져온 제목이 딱히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라서 더 그렇다. 이 역시 원제를 살려 그냥 ‘백장미’라 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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