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틸리샌드 1 - 하늘을 나는 아이 틸리샌드 1
박상우 지음 / 키메이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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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샌드 1: 하늘을 나는 아이’는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한 소녀가 신기한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참 고민하게 된다. 이 걸 뭐라고 평 하면 좋을까.

보는 내내 ‘이게 대체 뭐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1권을 꿋꿋이 다 보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뭐라 해야할지 어려워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치 동화같은 이야기처럼 보였다. 꿈꾸는 소녀가 진짜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깊은 관계를 가지면서 점차 이야기가 커져가는 것도 일반적인 판타지 문학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하지만, 그 상세에서는 문제가 너무 많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상한 문장이다. 마치 퇴고를 거치지 않은 듯한, 그래서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 글들이 많다. 묘사가 부족하다거나 표현이 아쉽다거나 하는 식으로 수준을 따지는 게 아니다. 문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부정문과 이중부정문을 반대로 쓰는가 하면, 엉뚱한 부사를 써서 앞뒤가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는 것도 흔하다. ‘그러자’와 그 축약인 ‘~자’는 말버릇인 듯 걸핏하면 나와 지루할 정도다. 단어 선택이나 그 나열도 어색해서 마치 외국어를 번역기로 돌린 것 같은 문장도 많다.

내용도 이상하다. 조금 전에 그렇다고 해놓고는, 금세 아니라고 하는 등 앞뒤가 안맞는 것도 있고, 그 전까지의 대화나 행동에서 전혀 이어지지 않는 화제가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것도 잦다. 당연히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에 핍진성이 있긴 어렵다. 그러다가 심지어 보여주지 않은 상황과 설정으로 갑작스레 전환하여 난해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해서, 이에 이르러서는 (전자책)파일이 깨지기라도 한 건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라는 건 마치 건축물과 같다. 시대, 장소, 세계관 등의 배경 설정, 등장인물, 그들이 입때까지 살아온 삶 등이 단단한 지반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것과 연결성이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계기를 통해 사건이 촉발되어야 하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핍진성이 있는 흐름으로 다음 사건이나 이야기로 이어져, 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확고한 층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만 아랫층을 지지삼아 풍파에도 꿋꿋이 버텨낼 수 있으며, 꼭대기에 다다른 독자에게 일종의 희열감을 선사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반 공사를 좀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1층 터에 벽돌을 좀 놓고는(심지어 뭉쳐 쌓은 것도 아니다), 급작스럽게 2층을 올리려 한다.

무려 5부작으로 만들었으면서도, 그걸 막 시작한 1권에서 왜 이렇게 급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 구성을 좀 가다듬고, 퇴고를 거쳐 문장을 충분히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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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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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다. 그렇나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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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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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는 재난과 유가족의 이야기를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담아낸 SF 소설이다.


누구든 후회하는 과거가 있다. 그리고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다. 살다보면 ‘그것만 아니라면…’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꽈리를 틀 때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때론 당사자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시는 안 그런다거나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거나 하는 걸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그것은 결코 지울 수 없는 큰 상흔으로 뼈 속 깊이 남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흐려지지 않으면서 끝끝내 인생을 뒤틀어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후회가 곧바로 상실로 이어졌다면 특히 그렇다.

소설은 재난을 소재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만약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보편적인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주인공 자매의 행동과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설은 중후반까지도 꽤나 몰입감이 높은 편이다.



SF 소설로서 시간여행에 관한 이론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부분 오로지 상상의 산물임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도 있으나 적당하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던져놓고 때론 적절히 생략하기도 하면서 이야기에 대한 집중과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름 흥미롭게 그려냈다.

거기에 액션성을 잘 가미했다. 몇몇은 마치 영상물을 보듯 시각적으로 묘사를 잘해서 저절로 영상화된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애초에 주인공을 그에 적합하게 설정한 걸 보면 어느정도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이야기가 훨씬 동적이어서 보는 맛이 있다.

꼬아놓은 시간선과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꽤 재미있는 편이다.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서술을 여기 저기에 흩트려놓음으로써 더 복잡해졌는데, 그게 계속되는 시간여행과 그로인해 나타나는 영향 때문에 잘 꼬여있는 퍼즐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부수적으로 직접언급 대신 완전한 가상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현실의 사건 사고에 자극적으로 올라타지 않고 은근히 떠올리게 만든 것이라던가, 실제 부산 지역의 모습을 소설속에 녹여낸 것도 좋았다.

이러한 장점들이 모여서 중후반까지는 시간여행이라는 나름 어려운 소재를 잘 소화해서 짜임새 높은 소설을 만들어낸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무리가 썩 좋지는 않다. 엔딩 역시 다소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이는 퍼즐성을 높이려고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놓지 않고 일부를 생략하면서(또는 숨기면서) 독자에게 이야기의 완성을 일부 떠맡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크게 2가지로, 하나는 ‘그런게 가능한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떼어낼 수 없으며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더욱 이상해 보이게 한다는 말이다. 그게 이 두 문제를 좀 더 심각한 것으로 만든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저자는 일종의 만능 치트키처럼 사용되지 않도록, 또 이야기가 더욱 복잡성을 띨 수 있도록 시간여행에 몇가지 큰 제한을 두었다. 저자가 설정한 시간여행이 나름 괜찮아 보였던 것도 어느정도는 이런 제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뒤에 가서 그게 갑자기 깨진다. 어떻게 깰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일부를 그렇게 했던 것처럼 과감하게 생략했는데, 덕분에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가 아니라 ‘설정 구멍’으로 비쳐 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주인공과 독자가 몰랐던 진짜 시간여행의 비밀인데, 정작 그 가장 중요한 것을 제대로 해소시켜주지 않은 거다.

두번째 문제도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선택지였기에 전혀 공감 할 수가 없었다. 막말로 그 둘은 서로 전혀 다른 것이지 않은가. 그걸 그저 서로가 두어발짝 물러남으로써 마치 자위하듯 자기들끼리 납득해버린다고?

이들이 그런 사람(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째서 애초부터 그런 해결법을 도모하지 않았는가도 걸리게 된다. 그 전까지를 단지 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보려고 한번 해본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이들은 그 과정에서 이미 그보다 더 최악에 가까운 선택도 하려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수많은 시도들이 조금씩 쌓여 어떤 유의미를 만들어냈느냐. 그것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어째서 그게 그토록 쉽게 흐려지지 않는지를 본인들이 더 잘 알고있으면서 겨우 말 몇마디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니 누가 봐도 웃어버릴 행동이 아닌가.

이렇다보니 저자가 의도했던 다양한 해석과 빈 공간 채우의 재미로 다가오기보다는, 그저 완결성 있는 하나의 결말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더 크다. 시간여행도 잘 짜여진 퍼즐 규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작품 내에 일부러 비워둔 것들을 만들고 그것을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두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세의 영역에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열림이 아니라 미완에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미완의 것들까지를 독자에게 상상으로 채워넣고 합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소설로서 썩 바람직한 게 아니다.

물론 나름 뒷 이야기를 어느정도는 생각해두고 던져 놓은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결국엔 미묘한 경계에서 읽는 재미를 주는 소설로서의 완성보다는 이런 방식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저자로서의 욕심이 조금 더 강했던 게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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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네 집으로 놀러 와! - 둘에서 셋으로, 초보 엄마 육아 일기
박로토 지음 / 루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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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네 집으로 놀러와!’는 임신부터 육아까지 약 22개월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연재하던 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만화는 거의 연재하던 것을 그대로 실었고, 거기에 당시에 대한 에세이를 추가하여 만화 반 에세이 반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졌다.

책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덤덤한 편이다. 딱히 엄청 밝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하지도 않다. 당연히 임신과 육아라는 게 여러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다보니 그런 내용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만 어디까지나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 담백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큰 굴곡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게 아니라, 임신을 확인하고 임신 기간을 보낸 후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날때 까지를 시간 순으로 나열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런 점 때문에 조금은 일기같은 임시 육아 일상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는 ‘코코네 tip’을 수록했는데, 알아두면 좋은 소소한 정보가 담겨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첫 경험인 사람들에겐 유익하므로 봐두면 좋을 듯하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그림 크기가 좀 작다는 거다. 그림과 그림 사이, 그리고 좌우 위아래에 여백을 많이 뒀는데 차라리 여백을 좀 줄이고 그림을 더 키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글자 크기는 에세이 쪽의 것과 차이가 없도록 크기를 맞추긴 했지만 조막만한 그림들은 보는데 조금 답답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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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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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William Wymark Jacobs)’의 ‘원숭이의 손(The Monkey’s Paw)’은 원숭이 손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그린 단편 소설이다.

3부로 나뉜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소설은 공포소설의 핵심을 정말 잘 담고있다.

‘원숭이의 손’이라는 기묘한 물건 부터를 정말 잘 설정했는데,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 역시 혹하면서도 미묘하게 좋지만은 않은 인상을 남겨서 묘한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현실화가 되는가도 정말 잘 그려냈다.

어떻게 보면 이들 가족에겐 원숭이의 손 따위는 전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이야기를 듣고나니 왠지 시험해보고 싶어지고 딱히 꼭 원하던 바는 아니었지만 적당한 소원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에 소원을 빌지만, 그게 어떤 일을 가져올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

이미 그를 위한 복선들이 꽤 깔려있었기 때문에 뻔히 안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게 예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빠져들게 되는 인간의 심리나 그 과정을 꽤 잘 그렸다.

소설은 단편이기에 어떻게 보면 더 큰 일로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을 조기에 진압한 감이 있다. 덕분이 더 큰 화는 면했다는 것에 안도하게도 되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그건 과연 뭐였을까를 더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월간내로라’라는 영한대역 고전 단편 구독 서비스로 나온 첫번째 책이다. 한쪽엔 원문이, 한쪽엔 번역본이 있어 고전 단편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영어 공부를 하는데도 이용할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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