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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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이철 조이스(Rachel Joyce)’의 ‘뮤직숍(The Music Shop)’은 음악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영국의 유니티스트리트라는 다 저물어가는 동네 한쪽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뮤직숍을 하고 있는 프랭크에게는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다. 손님들에게 지금 필요한 음악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능력이다.

처음엔 모두 그의 추천을 의심한다. 개인마다 생각과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는셈 치고 청음을 해보고나면 왜 그가 그것을 추천했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의 가게는 그렇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데, 그건 그가 고집스럽게 LP 음반만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테이프가 유행했을때도 그랬고, 또한 CD가 나온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을 들여놓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찾는 손님들에게 다른 가게를 소개해주는 그의 가게가 손님이 뜸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낡은 뮤직숍과 유니티스트리트는 얼핏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그래서 차츰 도태되어가는 것 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그곳에는 현대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이 있다.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잘 버무려냈다.

거리에 남아있는 가게 주인들과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연이나 그들이 갖고있는 일종의 트라우마같은 것들을 음악을 통해 어떻게 벗어나거나 극복해내는지도 잘 그렸다. 어떻게보면 딱히 대단한 설득력이 있거나 한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고민했던 걸 그렇게 쉽게 변하게 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게 음악이라는 것 때문에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번쯤은 실제로 그처럼 크게 움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가볍게 다가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묵직하게 울려 감동을 안기거나 마음 한켠에 있는 상처를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어떨땐 가사가 와닿아 그렇기도 하고, 또 어떨땐 보컬이나 연주가 그렇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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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 32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문화예술 법 이야기
백세희 지음 / 호밀밭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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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은 생활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법 조항과 해석을 살펴보는 책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역시나 ‘chapter 1’이다. 우리가 단순히 이야기로만 소비하고 상황을 단순화해서 형편좋게 받아들여왔던 것들이 실제 상황과 법리라는 것을 만났을 떄는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분을 꽤 잘 만족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하여 이후 챕터들에도 흥미를 갖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워낙에 인상이 강하고 특별한 주제였던지라 그 이후 챕터부터는 흥미도 조금 덜하고 느낌도 꽤 달라 다른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예 이 주제 하나만으로 책을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이유다.

그러나 반대로, 다양한 상황을 다룸으로써 여러 경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개중에는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거나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던 주제도 있었는데, 그것을 법리로는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다.

이 책은 본디 ‘올댓아트’의 인터넷 칼럼 중 하나인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Art Law)’란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태생적인 한계도 엿보인다. 각 주제마다 어느정도 분량이 정해져어 더 궁금해 할만한 또 충분히 파고들어볼만한 것들을 지나치기도 하고, 긍정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을 모두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쪽 편에서만 얘기하기 때문에 입장에 따라 다른 법 해석(정확하게는 양측에서 적용받으려고 주장하는 법)의 차이까지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이어지는 주제를 나눠서 연재했던 것도 그냥 그대로 실었기 때문에 중간에 어색하게 끊어지기도 한다.

단행본에서는 당초 연재본에서 이해를 돕기위해 사용했던 삽화들을 (아마도 저작권 문제로) 모두 제거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없더라도 본문을 보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 것들이긴 하나 아무래도 문화예술을 다루는 것이다보니 삽화가 있었다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

어려운 법을 비교적 쉽게 썼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그런 지향에 인터넷 칼럼이었다는 것이 더해져 때로는 본문과 별 상관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나 말투가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다.

칼럼 연재 당시에 화재가 되었던 것을 언급하는 것도 그대로 놔두었는데 연재본일때는 어땠을지 몰라도 책으로 보면 확실히 어색하다. 단행본을 낼 때는 그에 맞게 다듬는 작업을 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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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믿어줘 - 따돌림 없는 교실을 향해,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1년 신학기 추천도서, 2021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파랑새 사과문고 94
우미옥 지음, 국민지 그림 / 파랑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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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믿어줘’는 여러 아이들이 겪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옴니버스로 담아낸 소설이다.

책에 수록된 5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반짝인다. 작고 간단한 동화적인 상상력에서 시작한 것들을 모두 동화적인 이야기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사용한 소재가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전래동화 등에서 익숙히 보았던 것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책 속 이야기로 잘 각색을 해서 나름의 보는 맛이 있게 만든 것도 좋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신기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흥미롭고 또 재미도 있는 편이다.

다섯개의 이야기는 각각이 온전하게 개별적으로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 반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인만큼 은근히 연결점을 보이기도 하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그것들을 감싸 각각이 모두 큰 이야기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다만, 그런 연결은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동굴을 믿어줘’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옅은 것이라서 딱히 개별 에피소드들이 서로를 알게하고 친해지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에필로그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변화는 사실 조금 뜬금없기도 하다.

에피소드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전과 달라지면서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걸 그저 짐작해보게 하는 것보다 각각에서 서로를 좀 더 확실하게 등장시키거나 이들이 한데 모이는 에피소드를 마지막에 넣어 정리를 하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 마침 기묘한 사건을 일으켜 줄 것 같은 신비한 나침반도 있었는데 뭔가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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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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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Going Home)’은 타임슬립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우리는 으레 독립운동은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과정과 결과가 제 아무리 괴롭고 험난한 것이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그처럼 실행한 사람들을 위인으로 우러르는 거다.

그런데 이건 사실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상당거리 떨어져 있으면서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나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 때를 살았던 당사자였다면, 과연 독립운동을 마땅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굳이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면서까치 친일과 매국을 멀리하고 지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이기에 과연 주인공들의 행보는 어떻게 나아갈지, 그를 통해 무슨 질문을 던지고,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런 점에서는 좀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기대하던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던데다가,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쉬웠다는 정도로 얘기하기에는 앞뒤가 안맞거나 이상한 것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그 중에는 소설 전체를 가르는 것도 있었는데, 대체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독립운동에 몰입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그렇다.

시작할 때 그러한 사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상을 보였기에 제 아무리 타임슬립으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주인공들이 그렇게까지 의사로서의 활동을 하는데는 마땅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생략된채 ‘어?’하는 새에 인간이 말 그대로 바뀌어 있어 당황하게 만든다. 이는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이 지극히 애국적인 의사로서의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소설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로맨스 부분도 그렇다. 이 두 사람이 꽤 깊은 인연이 있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왜 또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지는 다른 얘기인데 그걸 전혀 풀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어?’하고 그런 상태에 빠져있다.

독립운동가와 친일매국노, 그리고 밀정 사이의 복잡하고 난해한 정체성 문제도 나름 흥미롭게 만지려는가 싶더니 그냥 좀 건드리고 마는 정도라 거품처럼 느껴진다.

타임슬립 설정과 그를 이용한 전개도 좀 이상해서 중대한 의문을 남긴다. 소설에서는 이를 나름 퍼즐같은 요소로 사용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조금씩 계속 쌓이다보니, 결국 다 보고 나서는 완성도가 아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물론, 좋은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꽤 현장감있게 보여준다는 게 그렇다.

소설 속 이야기는 대부분 순국선열 의사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그걸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오필립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대리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그 덕분에 역사왜곡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소설적 상상력으로 상세를 채워 그럴듯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는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만큼 소설 역시 그것에 준하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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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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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게펜(Iddo Gefen)’의 ‘예루살렘 해변(Jerusalem Beach)’은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예루살렘은 사막 위에 있는 것 아니었나? 왠 해변? 싶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루살렘 해변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는 거다. 그것도 호숫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해변, 즉 바닷가다. 다만, 예루살렘에 있는 게 아닐 뿐이다. ‘예루살렘 해변’이라는 곳은 지중해 주변에 있는 해변 중 하나로, 텔아비브에 있다.

소설 제목인 예루살렘 해변은 그처럼 이름뿐인 게 아닌 진짜 예루살렘에 있는 해변을 일컫는 것이다. 심지어 눈이 내리는 해변. 그러니 소설 속 인물들도 대부분 그것을 황당한 소리로 여기며, 그것은 그곳을 갈구하는 그녀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노인에게도 곤란으로 다가온다. 결코 찾을 수 없는 곳, 그런데도 찾아 해메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쩐지 안타까워 보인다.

‘태양 근처 행성에 사는 여자’나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은 꽤 흥미로운 SF다. 세부 묘사도 꽤 잘해서 의외로 현장감도 좋다. ‘101.3FM’이나 ‘데비의 드림 하우스’의 경우 얼핏 SF 같지만 그보다는 공포 문학같은 일종의 판타지에 가깝다. 굉장히 일상스러운 공간에 유독 튀어나온 소재를 하나 꽂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일을 그려 일상감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를 사건에 흥미를 갖게 한다.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이슈나 소재도 잘 이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너무 철학적인 것에 비중을 두는가 하면, 잘 나가다가 느닷없이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실험적인 느낌도 든다. 개중엔 영화 판권이 팔린 것도 있다는데, 대중성이나 오락성을 갖추려면 꽤 각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미묘한 감상이 남는 것은 수록작 대부분이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그려낸 인간에 관한 것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면이나 관계, 때론 사회나 시스템에 대해서 다루면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데, 그런 것들을 짧은 글 안에 담아서 그런지 몇몇은 좀 난해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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