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7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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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은 꽤 분명한 주제의식을 담은 여섯 개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딱히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뤄보고 싶다,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제로 쓴 소설들을 모은 소설집인만큼 수록작들은 모두 서로 다른 청소년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중 어떤 것도 가벼운 것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그래도 경중이 있지 않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워낙에 해당 문제는 닥침 사람이나 상황에 따르는 것들이어서 어떻게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 그만큼 다뤄야 할 주제라는 점에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숏컷’은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인 페미니즘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 잊혀질 권리, SNS 폭력 등을 다루고 있어 과연 이것들을 어떻게 다뤄낼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다소 수동적이어 보이는 주인공이 좀 답답해 보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반응이랄수도 있기도 했고,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그를 위해 한걸음 내딛는 모습이나 그런 모습을 보이는 전개도 나름 자연스럽게 잘 이어서 꽤나 적절한 풀이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일종의 열린결말이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이후가 궁금한 작품이기도 했다.

‘폭력의 공식’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의 변명에 불과한 이야기의 나열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확고한 자기 주장이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쉽사리 악의에 떠밀릴 수 있는지나 그걸 얼마나 별 것 아닌것처럼 부추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폭력은 최종 가해 행위자만의 문제인지나 피해자에 대한 취급 등도 많은 생각이 들게한다.

다른 소설들도 각기의 주제를 잘 담아서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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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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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은 주변에 휩쓸리며 비극으로 치닫는 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민감한 형사사건으로 시작해,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박혜정’네 가정사를 거쳐, 이건 뭐하는 작자들인지 절로 뜨악하게 만드는 뒤틀린 여인들의 이상한 모임으로 이어지면서 대체 이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가를 심히 궁금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선천적인 다름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나 범상치않은 환경 등 민감하고도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한데다, 거기에 다분히 사이비스러운 종교색을 덮으며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이기도 하기에 뒤로 갈수록 은근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소설 속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쉽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초반부터 조금씩 작은 것들부터 그러한 면모를 쌓아가기는 한다만 그런다고 하더라도 막상 ‘나라도 그러겠다’는 심정까지는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설 속 모자의 상황은 너무 특수해서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세부에서 보이는 각 인물들의 행동 방식 같은것은 전체 그림과 달리 꽤나 현실적인 면모도 많이 담고있다. 그것이 이 소설을 비현실적이라는 비공감 너머로 ‘아, 이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소설의 제목인 ‘개 다섯 마리의 밤’은 호주 원주민들이 추운밤 개 다섯마리를 끌어 안아야만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데서 따온 것으로, 얼핏 서로 의지하면 그만큼의 추운 밤도 충분히 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처럼도 들린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깜빡 죽어버릴 정도로 지독히 추운 밤이라는 부정적인 말이기도 하다.

소설은 후자의 의미로 구원이란 없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완벽한 올가미 같은 건 아니라, 곳곳에 ‘이랬다면…‘하는 지점도 있는데, 그게 더욱 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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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악당 white wave 1
최재원 지음 / 백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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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악당’은 흥미로운 상상력을 담아낸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소설집에 수록한 여덟개의 단편들은 모두 작은 반전을 담고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중에는 끝까지 읽고나면 뒷통수를 가볍게 얻어맞은 듯 신선함을 느끼거나 웃음이 나는 것도 있고, 개중에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 그다지 반전처럼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중요한 건 반전이 크든 작든, 또 그게 이야기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든, 꽤나 흥미롭다는 거다.

단편은 짧은 이야기다. 그래서 상세한 묘사는 생략하고 주요 줄거리 위주로만 얘기하기도 하고, 전체 이야기 중 핵심부만 살려서 그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칫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대체로 완결성을 잘 갖춘 편이다.

어찌보면 각 단편의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는 사실 작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또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다가도 문득 ‘이런 건?’하고 스치듯 떠올릴법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저자는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잘 살렸다. 단편이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끝까지 다 봐야 전체가 보이도록 한 것도 좋았다.

개중에는 꽤나 진지한 물음, 그것도 나름 한번은 생각해볼만한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이야기를 통해 그런 주제나 생각거리가 잘 드러나게 그린 솜씨도 꽤 좋다.

소설 출간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이미 전문 분야에서 책을 여러권 낸 바 있는데 그러면서 아마도 문장을 짜내고 글을 구성하는 솜씨가 나름 다듬어진게 아닌가 싶다. 다음 소설도 기대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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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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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있고 유익한 역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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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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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는 중세 수녀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다.



중세 수녀들의 실상을 꼼꼼한 고증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냈길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별로 그런 쪽에 많은 신경을 쓴 만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가벼운 코미디물로 그리면서 사실적이기까지 한 것은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현대에나 통할법한 드립이라던가 개성적인 캐릭터 등은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신 보면서 좀 더 즐거울만한 만화로 만들었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막연히 철저한 규울과 절제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떨어진 공간에 종교적인, 그것도 평생 홀몸으로 신을 섬긴다는 특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그린 만화 속 수녀들은 마치 소녀학교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해나가듯이 가볍고 일탈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뻑적지근한 뭔가를 저지르거나 하는 건 아니나 소소한 일상의 비행이라 할만한 것들을 다름아닌 수녀들이 저지른다는 게 묘하게 더 재밌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묘사도 그에 맞게 잘해서 보다보면 절로 작은 웃음을 띄게 한다. 큰 한방 같은 것 없이 전체적으로 소소한 느낌이나 그런 일상물적인 느낌도 생각보다 좋다.

딱히 고증에 신경쓴 작품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단지 중세 수녀원이라는 식의 배경만 만들어놓고 아무 얘기나 하는 건 아니다. 만화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은 모두 실제 당시의 상황이나 기록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유쾌하게 그련진 작품 속의 그것과는 다소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당시 수녀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컬럼을 추가해 만화에서 다룬 것들에 대한 설명을 더하거나, 어떤 점이 고증에서 어긋난 것인지 다루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단지 코미디 만화로만 그치지 않고 나름 역사의 일면을 담아낸 책으로서의 정체성도 더 확실해지지 않았나 싶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다.

후속권을 내거나 다른 주제를 다뤄봐도 좋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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