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관K : 미래범죄 수사일지
소현수 지음, 이미솔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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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분석관K: 미래범죄 수사일지’는 2094년 미래를 배경으로한 범죄 사건을 그린 SF 소설이다.

EBS 공상 토크쇼 ‘공상가들’을 원작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중 2021년 말에 인기리에 방영했던 3회분의 파일럿을 기본으로 그에 살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주인공을 일종의 형사라 할 수 있는 사건분석관으로 설정하고 여러 사건들을 돌아보게 하는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방송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회차마다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가져와야하는 토크쇼였기 때문에 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상상을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구성이기도 하다.

애당초 방송 원고를 쓸 때부터 소설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 말이 무색치않게, 방송을 원작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글의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는 처음부터 방송작가가 아닌 SF작가를 스토리 담당으로 하고, 그가 그대로 소설까지 담당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다.

미래 범죄들을 통해 보여주는 SF적인 상상력도 볼만하다. 비록 그 자체는 이미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지만, 마인드 업로딩과 안드로이드라는 주요 소재를 각 에피소드에서 잘 다루었고, 그를 통해 개별적이면서도 통일감있는 이야기를 만든데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해서 수준이 꽤 괜찮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라고 평하기는 좀 어렵다. 하려던 이야기를 채 다 풀어내지도 않은채 그저 다음을 위한 떡밥만을 뿌려두고는 불완전하게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으로 한 것이 3회짜리 파일럿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시범적인 것이었던만큼 이야기도 많이 풀리지 않았는데, 거기에 고작 살만 조금 덧붙인 정도로 단권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길 바란다는 건 애초에 어이가 없을 얘기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충분히 덧붙여 장편으로 내놓자니, 자칫 차기 방송의 스포일러가 되버릴 공산이 크다. 방송과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남은 건 시리즈로 낼 것을 확정해두고 그 1권으로 내는 것이었느나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이야기를 하다말고 갑작스레 끝내버린 최악의 형태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럴거면, 기왕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채택했겠다, 차라리 번외적인 이야기를 새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후속권 출간이 전혀 가망없는 일은 아니라고 위안해봐도, 도저히 잘 기획된 책이라고는 봐주기 어렵다.

그러니 후속권, 후속권을 내라!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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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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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프게 실감나게 다가오는 정치적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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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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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퓌 리바넬리(Zülfü Livaneli)’의 ‘마지막 섬​(Son Ada)’은 튀르키예(Türkiye)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우화다.



애초에 목적이 분명한 글인만큼 소설은 꽤나 노골적인 얘기를 담은 편이다. 대놓고 전 대통령이 등장하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물론 그가 어떤 짓들을 행해왔는지도 거의 직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설사 튀르키예의 정치 상황을 모르더라도 그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읽는 맛이 떨어지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일종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이룬 공통체가 무슨 완성을 이루었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져가는가를 실로 섬뜩할만큼 잘 그렸기 때문이다.

독재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소설 속 전 대통령은 무력을 앞세운 독재자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수 있지만, 그의 통치는 놀랍게도 전혀 일방적인 통보 같은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토론을 하며 회의를 통해 소위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렇게 결정된 것을 철저하게 따른다. 민주주의라는 껍질을 입고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의 허상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50% + 1명의 다수가 나머지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고작해야 조금 다를뿐인 또 하나의 독재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치 구조나 권력자 뿐 아니라, 책은 또한 무관심한 국민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선주민인 섬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힘이 있었고, 새주민인 전 대통령이 자기만의 주장으로 이상한 짓을 벌였을 때 얼마든지 항의하거나 협의하여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전 대통령의 행위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가 더한 것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

이런 비판은 한국이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또한 지금도 겪고있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에 민주적 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큰 분기를 만들어냈던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잊히고 잘못이 반복되는 꼴을 보고있자면, 쓴 웃음이 절로 아니일 수 없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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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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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은 인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려낸 사극 판타지 소설이다.

처음 저자의 소설을 손에 쥐었던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그의 여러 활동이나 생각을 들으면서 꽤 긍정적인 호감을 갖게 되었기에, 그런 그가 쓴 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담고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인상은 좀 아쉬웠었다. 의미있는 글이었다고는 하나 소설로서의 재미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글솜씨가 이제는 상당히 물이 오른 것 아닌가 싶다. 괜찮은 소재를 선정해서 흥미롭게 살렸을 뿐 아니라 그것 재미있는 이야기로 실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인어와 인어를 먹음으로써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오래되고 또한 많이 화자돼온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 작품 분위기에 맞게 살짝 뒤튼 것까지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아온 사람이라면 또 인어고기 이야기를 들고나왔다는 게 과연 어떨지 좀 우려스러울만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가 그린 인어와 그들과의 연을 담은 묘사는 꽤나 빛이난다. 현재와 과거를 그린 두개의 물줄기로 인어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심화되어가는지를 그린 이야기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도 또한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변형도 잘했다. 시각적인 표현도 좋아서 꽤 매력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그것이 저자의 인어 이야기를, 다분히 예상이 되는데도 흥미롭게 따라가게 한다.

살짝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끼얹은 것도 좋았는데, 그것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하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를 풍부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잘 하기 때문이다.

당초 말하려던바도 잘 담았다. 일관된 캐릭터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일차원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공감할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이 엮여 자아내는 이야기도 꽤나 괜찮은 몰입감을 준다.

똑같이 인어와의 연을 쌓았지만 서로 다른 결정을 하고 다른 결말을 맞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 각자의 사연과 주제를 강조하고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마무리도 나름 깔끔한 편이다.

이걸 전작들과 달리 몇개월만에 뚝딱 써냈다니. 이젠 유명인이 쓴 소설로서 화자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설가로서 얘기되도 충분한 정도에 이르른 게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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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이
제스민 지음, 윤경 그림 / 바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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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독특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가족이 갖고싶던 쓸쓸한 인어아이와 아이를 갖고싶어하던 부부가 서로 빈 소원이 그들을 가족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정작 인간으로서의 삶과 인간관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를 그리면서 자폐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레인맨(Rain Man, 1989)’을 통해 자폐는 소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 많이 알려졌는데, 자폐증을 지금에는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고쳐 부르는 것처럼 자폐의 외부적인 발현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이라 할만한 것도 있는데, 대게 일반적인 학습이나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거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흔하게 치부할 수 있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인어아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했다. 완전한 해설은 아닐지언정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기본 즉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서로를 알고 그에 맞추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한다.

장면 장면에 담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독특한 행동들과 그를 인어아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꽤나 감탄이 나올만큼 공감가게 잘 그려졌다.

다르다는 것은 때로 곤란한 심정이나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 이해해나갈 수 있고 또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담았다.

실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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