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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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는 마녀사냥을 SF로 그려낸 소설이다.

이야기가 꽤 괜찮다. 뜻밖의 병자성사를 해줘버리고 만 신부와 천국을 찾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를 쫒는 사냥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냥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만큼 일종의 탐정물같은 성격을 띄고있어서 안드로이드의 행동이나 사고를 하나씩 추리해나가는 것이라든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교 철학적인 부분에 접근하는 것, 그리고 감춰져있는 사냥꾼 자신의 뒷 이야기 같은 게 적절하게 잘 위치해있어서 지루해지는 일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과연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무언인가,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는 과연 또 다른 인류라 할 수 있는가 같은 전통적인 SF적 물음들도 기독교와 그들에 의한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는 중세적 가치관이 다시금 되풀이되는 것을 통해 조금 색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한 것도 괜찮았다.

이들이 결국 다다르게 되는 결론이나 결말 등은 뻔하다면 뻔하고, 다소 허무하기도 하며,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도 한다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나쁘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볼만하다.

소위 ‘신념’에 진배되는 인간들의 행태는 딱히 중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가 대중적이 되었다는 현대에도 여전하기에 소설이 그리는 미래가 낯설지 않다. 그래서 좀 씁쓸함을 느끼게도 한다.

‘작가의 말’에는 좀 동의할 수 없었으나, 소설 자체는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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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호수의 마녀 1 판타지 시리즈 일라 이야기
사트 지음 / 요가와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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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호수의 마녀 1’는 마녀를 새롭게 그려낸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이 좀 묘하다. 기본적으로는 동양풍으로 그려진 듯하나, 마법이라든가 마녀, 캐릭터들은 서양풍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위 판무 소설에서 흔한 회귀물스런 분위기를 풍긴다든가, ‘마야’라는 유례를 짐작하기 어려운 새로운 용어까지 들고 나온 것들까지 더해서 나쁘게말하면 뭔가 적당히 조작해서 짬뽕해낸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이라면 그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거다. 서로 조금씩 튀게 만드는 동서양이 섞인 분위기도, 완전히 새로운 신화와 역사를 가진 세계를 배경으로 전혀 다른 마녀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도 꽤 볼만하다. 설정이 복잡하지 않고 이야기가 무난해서 쉽게 따라갈 수 있기도 하다.

덕분에 잘 읽히기는 하지만, 다르게보면 캐릭터는 익숙하고 전개는 전형적이어서 설정 외에는 큰 개성이 잘 안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 전개 중 몇몇 부분은 좀 갑작스럽거나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어떤 점에서는 주인공인 ‘일라’가 기억상실이라는 점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주인공을 중심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분산시키거나 하지는 않고, 아직 초반부라 그렇지 앞으로 캐릭터와 이야기가 더 풀리다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도 있는 것들이기도 해서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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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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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은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그린 역사 소설이다.



소설을 원작으로한 동명의 드라마를 보면, 소설과의 온도차를 좀 크게 느끼게 된다. 드라마가 중점으로 부각하는 것은 소설이 그리고 있는 것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강감찬같은 장군이라든가, 전쟁 이전에 있었던 궁궐 내의 정치적 암투처럼 좀 더 위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지만, 소설은 그보다는 실제로 성을 오가며 전장을 누비는 아래 장수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생기는 장점은 보다 실감나는 전쟁 묘사가 가능했다는 거다. 거란군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했고, 그것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으며, 무슨 실수와 실패를 동반하며 행해졌는지를 잘 그려냈기 때문에 현장감있게 몰입하며 보게한다. 이는 물론 부연설명 등을 하며 천천히 전개해나갈 수 있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단지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정도의 짧은 사실로만 알던 것을, ‘귀주대첩’이나 ‘강감찬’ 정도밖에 몰랐던 것을, 사실은 ‘양규’나 ‘김숙흥’같은 인물들이 이런 활약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좋다.

다만, 이렇게 역사소설로서의 의미를 갖추고 읽는 재미도 있는데도 좀 아쉬운데, 거란의 2차 침공이 일단락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뚝 끊기다보니 소설로서는 좀 미완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없는 얘기를 지어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역사소설의 한계같기도 하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만한 소식은, 고려거란전쟁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는 거다. 소설에서 이어지는 거란의 3차 침공과 귀주대첩을 담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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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길 시골하우스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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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인간 드라마다.

어떻게 보면 전작 ‘그 모퉁이 집’의 후속작같은 느낌도 든다. 꽃과 꽃말을 각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요소로 사용한 것이 ‘플라워 판타지’였던 전작의 그것을 좀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꽃과 꽃말이라는 요소가 덧붙이는 정도로만 사용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자가 제시했던 플라워 판타지가 다소 낯설었던 사람이라면 소설이 좀 더 읽기 좋고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볼만도 하다. 세세한 건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뜻밖에 당도하게 된 한 농장에서 머물게 되고, 거기에서 여러 인연들이 풀리게 된다는 것은 좀 우연이 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다소 과해보이는 관계와 감정같은 것들이 겹쳐서 마치 누군가가 처음부터 잘 짜놓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고 그게 소설을 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그건 일상적인 일들과 인연이 겹침으로써 마치 판타지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초에 동화같은 이야기를 의도해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다소 과장되거나 심지어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등장인물의 행동과 생각도 감안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만남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나 서로 얽힌 감정과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그려나가는 것이 볼만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순정만화같다고 할 수 있는 감성이 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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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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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거마인하트(Dan Gemeinhart)’의 ‘미드나잇 칠드런(The Midnight Children)’은 외톨이 소년과 기묘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살짝 로맨스물같은 느낌도 있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해나가는 것이 꽤나 그렇게 보이게 한다.

당연히 성장물이기도 하다. 외톨이며 자기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얘기하지도 못하던 소심하고 나약한 소년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위해 저항하고 용기를 내며,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일종의 뿌듯함도 느끼게 한다.

조금은 사회적인 이야기처럼도 보인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폭력 문제라든가, 그것을 은근히 방치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이고,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곘지만)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처우 문제도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다. 아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든가, 그들이 가진 능력, 마치 빌런처럼 등장하는 ‘사냥꾼’도 어떻게 보면 좀 그렇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가족 소설이다. 소년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을때도 사실은 소년을 생각하고 걱적하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그것은 소년에게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할 자신감과 만족감을 준다.

뭔가 이것 저것들이 잔뜩 섞여있는 것 같은 소설은 이웃의 이사라는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부터, 친구 사귀기, 뗏목 경주, 사냥꾼과의 대결이라는 이야기들을 전개하며 각각을 꽤나 잘 풀어냈다. 엄청 부족하다거나 따로 놀지도 않아서 완성도도 양호하다.

물론 마무리 지점에서는 좀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다른 건 상관없다는 듯 대충 넘어가는가 하면, 너무 형편좋게 흘러간다든가, 다소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이라든가 해서다. 이렇게 해버리면 어쩌냐는, 쫌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얘기하려는지는 잘 전달되고, 따뜻함도 잘 느껴지기에, 그렇게 썩 나빠보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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