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고발’은 북한의 실상을 다룬 북한의 작가 반디의 단편집이다. 2014년에 한 번 출간했다가 최근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하면서 다시 나온 건데, 지금도 북한에 있는 작가가 원고만을 몰래 빼돌려 세상에 나오게 했다는 배경부터가 흥미를 끈다.

책에는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심지어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기는 하나 책을 보면 새롭게 놀랍고 탄식이 나온다. 서로를 감시하고, 당국에 고발하고, 있지도 않은 별의별 이유를 붙여 핍박하고 쫓아내는 장면을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나 군사 독재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이게 정말 현대 사회의 모습이란 말인가.

굳이 따지자면 역사적 사실은 아닐 거다. 이 책은 소설이고, 그렇다면 수록된 것 역시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묘사와 사건의 진행 요소가 세세하고 구체적인 데다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단순히 상상만으로 쓴 것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단 수기 같고,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단 한없이 르포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를 위해 살을 덧붙여 상세를 만들어 냈겠으나, 큰 줄기는 사실에 기반을 둔듯하다는 거다. 각 단편의 끝에 날짜를 새겨넣은 것이 더욱 그러한 기분을 부추긴다.

책은 고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북한의 어두운 모습들은 담았는데, 마치 그런 것밖에 없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나하나가 배드 엔딩으로 치닫는다. 마치 현대판 디스토피아를 보는 것 같다.

이것들은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황당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묘한 기시감도 준다.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남한이라고 그런 황당한 일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체제와 사상 때문에 그렇다면, 남한은 권력 때문에 그러했고, 돈 때문에 그러하다. 이간질이나 멸시, 따돌림도 있다. 똑같은 인간이라 설까. 그래서 의외로 감정이입이 되는 면도 있었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비록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벌써 30년 가까이 지난 것이긴 하나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반디라는 필명을 쓰고 몰래 빼돌려 출간케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목숨까지 걸고 반출했겠다 싶은 현실의 일화가 이야기를 더욱 무겁게 다가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요일에 하자’는 생활을 위해 음악을 포기했으나 사회생활마저 실패해버린 40대 중년 중고 음악가들이 모여 만드는 밴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처음 볼 때는 아직 꿈꾸는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낙담하다 이럴 바엔 다시… 하며 꿈에 재도전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읽다 보면 그것보다 더 늙고 힘이 부치는 중년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외형에 대해서 상세한 묘사가 있지는 않으나, 문득 배 나오고 머리 벗어진, 그럼에도 제대로 먹질 못해 마른, 묘한 체형의 아저씨들이 기타와 드럼을 휘두르는 모습도 그려진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청년을 지난 중년이기에 더 처절하다. 사회에서 실패하고 모인 그들이 굳이 다시 잡은 음악이건만 그마저 시원찮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을 놓아왔던 탓이다.

그러니, 그들의 실패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역시 안돼’라며 포기하지 않고 부족한 게 뭔지 직시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소름 돋는 한 성공을 이룬다. 비록 현실은 여전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겉으로는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의 분투기인 이 책은 꿈과 행복에 대해 말하고 그것을 좇을 수 없는, 심지어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이상한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한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경제 구조, 무관심과 자해,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회에 대한 불만.

그러나 작은 그들의 분노와 외침은 마치 작은 그들처럼 남몰래 허공에 흩어진다. 그것은 자신들에게 닥친 일도 마찬가지여서, 화나고 답답하지만 결국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모습이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들이 음악을 하는 게 꿈을 좇는 것이고, 또 그 음악이 다소 환상적으로 그려지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더 어둡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삶은 찌들려도 그들은 계속 수요일이면 낙원에 모여 음악을 할 것이다. 무지개를 좇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거나, 대중 소설처럼 엄청 흥미롭지는 않았으나 꿈과 일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지금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박수진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투자 실패로 재산을 탕진한 후, 부동산 경매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박수진의 성공기와 사례를 통한 팁을 담은 책이다.

책은 성공기이기도 하면서 또한 투자 뽐뿌 책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 먼저 투자 실패로 재산을 탕진한 얘기를 풀어놓아 자산을 이용해 성공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자산이 많이 없어도 방법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자산이 전혀 없다면 사실상 경매는 불가능하다. 경매에는 보증금 등 반드시 써야 할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적게 가진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최소한 빌릴 수라도 있어야 한다. 저자 역시 다른 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있었고 지인을 통해 얼마 정도는 빌릴 수 있었기에 경매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서두를 마친 후엔 공부했던 경험에서부터, 어떻게 집을 보러 다녔는지, 경매 당시 중요한 이슈는 뭐였는지 등을 마치 활극처럼 얘기한다. 거기에 소소한 팁과 주의할 점들을 덧붙이고, 마지막은 해피엔딩을 맞는 주인공처럼 끝맺는다.

그래서 실제 경매를 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대단한 자극을 줄 것이다. 성공담이 이어지고, 안될 것 같은 경매도 어떻게든 방법이 있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거기서 얻은 이익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나 달콤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서 반대로 우려도 됐다. 어떤 투자든 분명 리스크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일부러 외면하는 것 같아서다. 마치 나는 성공 일변 가도만 달렸고, 이 길은 그런 길이며, 그러니 당신도 달리라고 하는 것 같다. 앞서 이 책을 ‘성공담’이며 또한 ‘뽐뿌’ 책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시작이 반이라고도 하지만, 투자는 반드시 밑바닥 지식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매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있다. 쓰고 받은 돈을 따지면 약 215만 원 만을 부동산에 묶여뒀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다. 그런데, 사실은 전세를 승계받았기에 전세금 3,000만 원도 묶여있는 것이고, 이는 전세금을 올려 추가로 받은 500만 원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가처분 및 가압류해뒀던 걸 지우기 위해 대부업체에 대납한 12,575,748원, 가처분을 지우는데 든 비용을 보내 달래서 지출한 5만 원, 낙찰가로 지출한 6,711,110원, 취득세 7만 원, 경비 약 20여만 원, 등기 등에 든 비용 10여만 원, 등기비용 약 1만 원을 더하면 최종적으로 이 부동산에 묶인 금액은 약 54,716,858원이 된다. 부동산을 팔 때 기존 전세 승계를 조건으로 한다고 보고 전세금은 뺀다고 하더라도 낙찰과 이후 정리를 위해 사용한 약 19,716,858원은 부동산에 묶인 거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왜 약 215만 원밖에 묶이지 않았다고 한 것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던 것을 적은 팁은 쓸만하고 그래서 더욱 혹한다. 경매에 필요한 지식을 충실하게 담은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경매에 뛰어들려면 반드시 따로 공부해야만 하겠으나, 경매 과정이나 주의점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지식은 담았으니 시작을 위한 물꼬도 틀어준 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경매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확실한 응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스의 여왕 1
이재익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주의 바란다.

‘키스의 여왕’은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했던 작품을 다듬어 책으로 낸 소설이다. 웹 연재를 했던 작품이라선지 쉽게 읽히며 진도가 빠른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이른 시간에 완독했으며, 읽는 내내도 대체로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로웠다.

처음에 나는 법과 미스터리라는 논리의 극을 달리는 두 분야의 만남이라는 것에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과 증거, 논리들은 빈약하기 그지없어 너무도 허무하게 뒤집히는 것들이었다. 왜 고민하고 당황하는지 또 왜 착각하거나 트릭에 걸려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소설의 등장인물 대다수를 굉장한 실력자인 것처럼 설명해서 더욱 그렇다. 그런 인간들이 겨우 그런 구멍을 놓친다고?

어쩌면 주인공인 키스의 여왕을 부각하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랬더라도 정도가 심했다. 대체 논리적 사고와 정확한 증거 수집, 과학 수사는 다 어디로 갔나.

‘더블 크라임(Double Jeopardy, 1999)’과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이라는 두 영화를 쓸데없이 부각하고 반전과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를 내지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소설이 너무 기존 작품과 유사해 표절 의혹을 비껴가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나는 이런 흐름을 의도하는 거니까 그렇게 해석해줘’라고 강요하는 것인지 작가의 진의를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별로였다. 불필요한 사족 같았달까. 잘 나가다가 뜬금없이 새 인물들이 등장했을 때는 대체 어떤 개연성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 황당했고, 앞으로도 과연 그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나마 이것도 기존 웹 소설을 단행본으로 내면서 정리한 결과라니, 원래의 연재본은 대체 얼마나 정신없었다는 얘긴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타지/SF에서나 나올법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웃겼다. 1권에서는 등장만 하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중2 냄새나는 이 캐릭터들이 2권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한 한편 꼭 ‘이런 캐릭터들’이어야만 했나 의구심도 들었다.

웹소설로 연재할 때는 있었을 삽화들을 모두 걷어낸 것도 아쉽다. 비록, 너무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인지라 조금 붕 뜬 느낌이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출판사도 이러한 점과 책값 상승 등을 고려해서 결국 뺀 게 아닐까 싶다.

1권에 법정물의 면모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고, 미스터리물로는 다소 맥빠지고 실망스러웠는데, 그런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로맨스물로는 꽤 매력적이었다. 성공을 위해 헤어졌던 과거의 연인이 다시 만난다는 설정은 다소 식상하지만, 그 계기와 흐름 속에 간간이 섞여 있는 법정 싸움과 미스터리 요소가 흥미롭고 사건을 따라가는데 몰입감을 줬기 때문이다. 검사와의 대결에서 논리적 공방이 오갈 때는 약간의 쾌감도 있었다. 이것들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로맨스를 흥미롭게 메꿔준다.

진도가 빠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이야깃거리로 1권이 끝나는데 이는 이 책이 법정 미스터리이면서 또한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이다. 각각에 분량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보니 자연스레 전체 진행은 더뎌진다. 작중 인물들의 심정을 표현하는 묘사가 많은 것도 다분히 로맨스 소설스럽다. 왜 이 책을 소개할 때 ‘로맨틱 법정 미스터리’가 아닌 ‘미스터리 법정 로맨스’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법정과 미스터리 요소가 있지만, 결국엔 로맨스 소설이라는 말이다.

1권을 막 읽은 참이고 이는 아직 반이라서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와 반전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점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스터리물로서의 기대감보다는 로맨스물로서의 기대감이 더 크다는 건 역시 좀 아쉽다. 과연 1권에서 느꼈던 부족함과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뛰어난 진행을 보여줄지, 아니면 1권과 같은 수준의 TV 일일연속극 같은 소설로 남을지 궁금하다.

2권, 2권을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16년 차 부장검사 안종오가 검사로서 생활해 오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을 함께 적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검사 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 대체로 영웅 혹은 부패한 악인이 아닐까.

전자라면 드라마 HERO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거기에서 검사는 외세에 흔들림 없이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최후의 최후에 이르렀을 때도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의지한다.

부패한 악인이라면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뉴스에서 자주 보지 않던가. 권력에 아첨하고 그 권력에 편승하며 자기들만의 세력을 만들어 잘못을 저지르고도 태평하고, 피의자가 되어서도 팔짱 끼고 웃으며 여유 부릴 수 있는 것들.

이렇게 극단적이며, 영웅으로서의 검찰은 현실에서 볼 수 없으므로 검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에 가깝다.

그런 검사를 하는 사람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까. 호쾌하게 진실을 파헤치며 악인에겐 벌을, 억울한 자에겐 빛을 보여주는 영웅담일까. 아니면, 자신의 행적을 합리화하는 기분 나쁜 변명서일까.

이 책은 둘 다 아니다. 경험을 이야기할 때도 그저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거기에 얻게 된 교훈이나 다짐 같은 것을 덧붙였다. 사건 이야기를 할 때도 사건의 흐름이나 수사 과정 같은 것보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 이야기를 한다. 마치 피해자도 사람이고 가해자도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검사도 사람이라고 드러낸다.

그래서 보다 보면 검사도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검사’라는 직업으로서의 경험이 있을 뿐인데, 그건 검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실수도 하고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새로운 걸 알고 깨닫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