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이야 현대지성 클래식 16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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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의 ‘있을 수 없는 일이야(It Can’t Happen Here)’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모두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독재가 사실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책은 탄생부터가 재미있다. 1930년 당시 파시즘은 유럽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는데, 이를 보면서 미국인들에게도 자국 내에 파시즘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논란이 일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며 가능성을 부정했는데, 미국의 문화와 정치 역사가 유럽의 것과는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기에 반대하며 ‘이렇게 있을 수 있다’고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펼치면서 과연 어떻게 사람들이 독재자가 될 사람에게 빠져들고, 그를 투표를 통해 선출하며, 또 그가 정권을 잡은 후 어떤 과정을 거쳐 독재를 이룩하는지 보고 싶었다.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에서는 그 과정을 그렇게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마음을 주는 이유나 운동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군사 독재 정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간략하게 이야기하긴 하지만 중간을 들어낸 듯 급박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래서 ‘그게 갑자기 이렇게 될 거였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는데,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번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그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책에서 사람들을 혹하게 했던 공약은 근래 한국과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먹힌바 있는 것이었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1935년에 나온 이 책이 예언서와 같아 보일 줄 누가 알았겠나. 작가의 선견지명이 새삼 놀랍다.

책에서 더 중점을 둔 것은 독재자 탄생보다는 독재 정권이 들어서고 난 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것인데, 이는 애초에 미국에서 일었던 논란이 ‘파시즘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였기 때문인 듯하다. 그만큼 이 부분은 꽤 잘 묘사한 편이다. 나는 이걸 보면서 여러 번 히틀러를 떠올렸는데, 이 책이 히틀러가 집권한 1934년 다음 해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좀 오싹하다.

나라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잘 묘사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나라에 ‘익숙’해져 가는지도 잘 다뤘다. 이미 일제 강점기를 통해 어느 정도 배운 바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사람들의 변화와 변질이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어나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만, 그 끝이 과연 밝고 희망찰지는 알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작가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여러 번 놀라고 감탄하면서 본 책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기대했던 부분이 다소 소홀한 것도 있고, 단순한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못된 내용도 있으며, 일부 이야기는 허술하게 얼버무리듯 넘어가기도 한다. 번역도 썩 좋지 않은데, 문장이 한국어 같지 않은 게 많아서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미국의 정치와 역사, 인물이 긴밀하게 엮여있어서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가르침 만큼은 꽤 선명하다. 이런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건 바로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국민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많은 정치적 실패를 경험한 한국에 이 가르침은 뼈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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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상인
이인희 지음 / 북허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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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상인’은 조선 말 일본이 경제적으로 침략해오는 시대에 한국의 경제를 지키며 또한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보부상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제 강점기를 상인을 중심으로 풀어낸게 나름 흥미로운데, 조선의 보부상들이 어떤 역할과 활약을 했는지를 보는것도 꽤 볼만하다.

주인공으로 무술에 능한 백동수의 후예를 내세운것은 다소 뜬금없고 현실도 좀 떨어지긴 했는데, 한편으론 그게 주인공의 무력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도 하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사무라이에게 무력으로도 대항할 수 있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보부상이라서 전국적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그들을 썩 잘 다루지는 못했다. 많은 인물들이 특색이 없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알차거나 잘 연결되지도 않고, 심지어는 이름만 나오고 묻히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배경을 좁혀 적인 인물들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 짜임도 썩 좋진 않다. 너무 여러 이야기들을 다뤄서 그런지, 아니면 마땅히 설명을 하기 어려웠는지 생략된듯 한 장면도 보인다. 했던 얘기를 여러번 반복하기도 하고, 사건과 각 인물의 행동에 인과가 부족하기도 하다. 거기에 마무리도 다소 뜬금없다. 오죽하면 ‘1권인가’ 싶어 표지를 다시 훑어봤을 정도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룬것도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구의 묘사도 그렇고, ‘치하포 사건’도 그렇다. 그래도 작가가 제시하는 ‘가능성’ 만큼은 그럴듯 하긴 했다.

결론적으로, 보부상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를 그린것은 나름 볼만하긴 했으나, 소설로서의 재미는 떨어져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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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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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드 딜바르(Anand Dilvar)’의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The Slave: A Spiritual Manifesto for a Better Way of Life)’는 자유와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말하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거칠게 살던 한 남자가 병원에서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몸은 안 움직이고, 감기지 않는 눈에 고통스러움만 느낀다.

그러던 중 환청같은 소리가 들리고, 이 또 하나의 자신인 ‘깊은 내면’과 대화하면서 남자는 자유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까지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오겠지만, 이 책은 소설이라지만 실제로는 종교적 자기계발서에 가깝다.1 이야기도 거의 간증에 가까우며, 내용이나 가르침도 다분히 종교적이다. 간호사의 이름이 믿음(Faith)인 게 조금 재미있었는데, 이것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일부러 이렇게 지은 듯하다.

책에서 말하는 가르침은 간단하다. 삶은 오로지 자기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서니 스스로가 바뀌라는 거다. 외부의 환경이나 사람들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건 단지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거냐 하는 것일 뿐. 그러니 억울해하거나 바보 같은 논쟁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가진 걸 나누면 삶은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삶의 주도권을 잡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가르침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포장한 건 꽤 좋았는데, 만약 이걸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처럼 썼다면 이렇게 무난하게 읽을 수 없었을 것이라서다. 자기계발서도 그렇지만, 종교적인 내용은 더 호불호가 갈리지 않던가. 그래서 더욱 소설로 쓴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챕터 구성은 다소 특이해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얼핏 소설의 일부 같지만 사실은 각각 추천사와 작가 후기에 해당한다. 일부러 노리고 이렇게 한 건지 좀 궁금하다. 에필로그도 마치 지금 읽었던 얘기가 실제 경험을 쓴 것처럼 썼는데, 그게 소설의 간증을 더 크게 다가오게 한기도 한다.

짧은 이야기이므로 읽어보고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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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탄생 -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
알렉산더 데만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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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데만트(Alexander Demandt)’의 ‘시간의 탄생(Zeit: Eine Kulturgeschichte)’는 시간의 개념과 기원,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책 제목을 보면 ‘시간’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 그 기원을 좇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것, 문화사에서의 시간의 개념과 그것을 다루는 여러 가지 방법, 그리고 관점 등에 관해 얘기한다.

그래서 다소 (특히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 철할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많다. 또한, 실체가 없는 것을 다루는 특징 때문인지 여러 곳에서 언어학적인 연관성을 얘기하는데, 그게 독일어와 라틴어 등 서양 언어에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거나 와닿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런 내용은 병행 표기한 단어를 보면서 유사함을 느끼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어적인 얘기는 서로 달라 그리 와닿지 않는다.


시간의 개념을 살펴본 후엔 다양한 관점에서 시간을 살펴본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인간의 역사에 깊게 관여되어있는지 알 수 있는데, 신화에서부터 종교,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시간과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장치로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시간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시간에 매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와 일주일, 시대, 서력 등의 기원과 원형에 대해서도 살펴보는데, 현대의 시간 개념이 어디에서 왔는지 역사적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또 나름 재미도 있다. 다만, 명확한 기원까지는 알 수 없는 듯 보여 좀 아쉬웠다. 현존 기록을 근거로 좇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건 한편으로 인간과 시간의 관계가 그만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걸 짐작게 한다.

이 책이 시간을 대하는 여러 가지 관점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꽤 흥미롭고 유익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시간의 개념과 그것이 녹아있는 언어학적 관점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그 안에 그동안의 역사와 생각들이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알고 느낄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한국어에는 그러한 단어나 표현들이 없나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의 역사와 언어, 문화로 봤을 때 시간은 어떠한지도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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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고 싶은 남자 공감받고 싶은 여자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나지윤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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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토 요시히토(內藤 誼人)’의 ‘해결하고 싶은 남자 공감받고 싶은 여자(解決したがる男共感がほしい女)’는 남녀가 얼마나 다르고, 그건 무엇 때문인지, 그래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다르다. 겉모습이야 처음부터 눈에 띄지만, 자라면서는 보면 생각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모두 ‘인간’인 만큼 같은 점도 많다. 하지만, 몇 가지만 달라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해하기 마련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남자와 여자는 어찌 보면 서로 외계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먼 끝에 있다.

대체 이유가 뭘까. 남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여자는 어떻게 느낄까. 또 그 간극은 대체 어떻게 해야 좁힐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그 의문에 대한 답과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남녀 차이에 대한 연구’들을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한 총 46가지의 남녀 차이가 수록되어있다. 어떤 것은 행동에 관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생각하는 방식에 관한 것도 있으며, 그래서 각자는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연애하는지도 얘기한다. 이것들은 대부분 쉽게 이해가 되고 또 공감도 간다. 그래서 보면서 자연스레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쉬운 문장으로 설명도 잘 한데다, 한 주제에 대해 말하는 길이도 적당해서 읽기에도 좋다. 각 주제는 또한 흥미롭기도 해서 책을 들면 끝날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각 주제의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 각각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도 제안하는데, 막상 보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차이라 ‘겨우 이거야?’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남녀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는 그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 보인다.

세상의 반은 남자, 반은 여자라고 한다. 이성과의 관계를 피해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로를 대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혀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쁘던 시기가 지나, 사귐이 점차 깊어지다 보면 왠지 모르게 어긋나고 그래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는데, 왜 그렇게 어긋나는지 안다면 사소한 것에 흥분하거나 기분 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한번 읽어보고, 잊을 만하면 또 읽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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