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 1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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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의 반야는 총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로, 1부 1~2권, 2부 3~6권, 3부 7~10권으로 이뤄져 있다.

이 소설은 조선 중기 영,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나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을 크게 언급하거나 또 왕과 노론, 소론의 다툼을 중점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녀인 반야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보다 서민적인 삶과 애환, 그리고 꿈을 얘기한다.

주인공인 반야가 무녀라서 판타지적인 면모도 보인다. 무녀로서의 신기가 높아 많은 것을 보고 미리 알 수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너무 능력이 출중한 면이 있어 다소 비현실적인 점도 있긴 하지만, 기존에도 나름 관심이 있던 터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와 문체를 썼음에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작가의 역량 덕분이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육체적으로 착취당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그렸다는 거다. 인물의 됨됨이나 악독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는지는 몰라도 꼭 그런 방식이어야 했나 싶은 의문이 있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이 점은 조금 반야에게서도 느껴서, 무녀라는 사회적 지위로 인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얘가 희대의 요물인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녀의 능력이 출중해 충분히 그런 상황을 예감하고 벗어날 수 있었기에 더 그렇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결국 발을 들이게 되는 ‘사신계’도 대의와 충돌하는 여러 강령이 있어 모순적인데, 이에 대해서도 마땅히 해명치 못하는 것 역시 집단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또 왜 칠성이라는 존재가 필요한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과연 이후 이야기를 통해 이것들이 어떻게 설명될지 궁금하다.

1권에서는 반야 개인의 이야기와 그의 무녀로서의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왔는데, 이후에는 그보다 비밀결사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아질 듯하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와 어떻게 맞물릴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거기서 무녀와 사신계의 활약, 만단사의 부정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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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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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영의 소설집 ‘모두의 내력’은 그의 암울한 현실 같은 단편 8개를 수록한 단편집이다.

8개의 단편은 모두 각각의 이야기와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서 같은 감성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건 현실의 어둡고 더러운 일면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일상과 함께하지만, 결코 마주 보고 싶지 않아 짐짓 감춰두고 있는 그것들을 작가는 굳이 끄집어내어 소설로 박제해 보여준다 우리네 삶의 단면 같은 이 이야기들은 그만큼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해서 더 기분 나쁘게 다가온다.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쓴 걸까.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래야 쓰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일부에선 그런 면모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마치 감정 없는 제3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건조하고 덤덤하게 사건들을 담아냈다. 그래서 그저 사실을 적시하고 전달하는 느낌도 받는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있다고, 그러니 몰래 지나치려 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 ‘이래야 쓰겠냐’는 것은 작가가 아닌 내 느낌이 아닐까. ‘헐’ 하는 신음과 함께 찾아온 온갖 생각들은 작가가 내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 속에서 나온 생각인 거다. 어쩌면 이게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번쯤 보고, 생각해 보는 것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맨 처음 본 ‘해바라기 벽’이었는데, 나와도 접점이 있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아서 몇 번 깊은 생각에 빠져보게도 했다.

수록작들은 모두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행히 이야기는 꽤 재미도 있고 흡입력도 있다. 몇몇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지루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짧아도 강렬하게 왔다가 가는 것도 좋다. 단편의 매력을 잘 살린 것 같다. 암울한 것을 꺼리지만 않는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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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
린웨이윈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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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我媽媽的寄生蟲)’은 대만의 주목받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린웨이윈(林蔚昀)’이 자신의 가족사와 심리적 문제들을 기생충에 빗대어 쓴 자전 에세이다.

시작은 ‘엄마의 기생충’이라는 독특한 얘기로 시작한다. 기생충학자인 저자의 엄마는 기생충을 사랑하기도 해서, 자기 몸속에 기생충을 키우기까지 한다. 그걸 소중히 하는 엄마를 보면서, 저자는 조금 질투도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자기보다 더 중요하냐고 물어봤을까. 어떤 얘길 해도 엄마는 왜 기생충을 없애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딸의 행복을 위해 4년도 넘게 기른 기생충을 포기한다. 왠지 모를 승리감을 느낀 딸과 달리,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관심과 사랑을 요구한다.

얼핏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고 외국 유학까지 간 저자는 꽤 남 부러울 것 없이 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속은 그렇지 않다.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그런 저자의 눈에만 그렇게 비친 것인지 몰라도) 자식을 묘한 자세로 대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자주 이상한 선택을 하고, 또 자해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안정하고 자신을 어찌할 수 없게 되면, 엄마를 찾아 도망치고 달라붙어 의지한다. 말하자면 자식인 저자 역시 일종의 ‘엄마의 기생충’인 셈이다.

그렇다고 계속 싫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기생 상태에만 계속 머무르지는 않는다. 병원 치료를 받고 상담을 하며 거부해오던 자신을 인정하고, 자식도 가지면서 이 누구보다 귀찮고 성가시고 신경 쓰이게 하는 기생충은 점차 성장하고 자립해 나간다.

이 책은 그러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과 변화가 있었는지를 쓴 것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독특한 책 구성이 눈에 띈다. 각 에피소드 제목을 기생충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고, 그것을 또 기생충의 성장 단계로 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에피소드는 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그것들이 자신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며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놓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을 일종의 기생충처럼 비유한 것을 생각하며 꽤 의미 있다.

각각에서 풀어내는 지식과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심한 정신증세는 잘 이해가 안 되긴 했다. ‘선천적인 정신적 결함’이라는데 딱히 유전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대나 그럴만한 궁핍한 상황에 놓였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뜬금없는 행동들은 이상해 보이고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름 성공해서 잘 사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생각도 든다. 그건 중요한 시점마다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엄마가, 아빠가, 애인이, 남편이, 그리고 자식이 있어서, 때론 그들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엔 문제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저자는 꽤 축복받은게 아닐까.

나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기생충이었고,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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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네 가마솥 이마주 창작동화
김기정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마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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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이 쓰고 우지현이 그린 ‘마고할미네 가마솥’은 아동학대와 한국의 자연신 중 하나인 마고할미를 소재로 한 동화다.

마고할미는 한국 고대 신화의 창세신으로 하늘과 땅은 물론 해와 달, 산과 강까지 온 세상을 모두 만든 엄청난 신이다.



* 책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동화의 주인공인 유진이는 어렸을 때 들었던 그 마고할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교진이와 둘만 남겨진 후 자선사업가로 알려진 도기 씨 부부에게 맡겨지면서 자연히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겉으론 자선사업가였던 이 도기 씨 부부는 사실 아이들에게 남겨진 유산과 아이들을 이용한 입양거래로 이득을 취하는 악당이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입양 보내기 전까지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거칠고 형편없기 그지없다. 게다가 겉으로는 처신도 잘해놔서 다른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절망을 알아버린 남매에게 어느 날 마고할미가 찾아오고, 비로소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을 품는다.

동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현실의 악독함과 절망을 얘기하는 앞부분과 마고할미가 나타나면서 거기에서 벗어나는 뒷부분으로다. 이 두 부분은 분위기도 내용도 완전히 달라서, 탈출을 기점으로 갑자기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현실 부분을 다룰 때는 좀 놀랐는데, 이 책이 동화인데도 불구하고 사회문제를 진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반의 해피엔딩이 조금 안 어울리고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쓴 것은 ‘현실은 다르다’고 하며 외면하지 말고 ‘그래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또 그걸 추구해야 함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권선징악은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다소 뻔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얘기 같지만,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게 꽤 울림이 있었다.

목차를 제목 대신 아이콘으로 만든 것도 재밌었는데, 각 챕터를 잘 표현하기도 해서 꽤 좋았다.

다만, 결말부의 ‘식인’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의도가 불분명하고, 마고할미의 이야기가 현실과 그닥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분량을 좀 더 쓰더라도 이야기를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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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10000 일러스트 10000 2
페이러냐오 회화 스튜디오 지음, 권소현 옮김 / 글송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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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러냐오 회화 스튜디오(飞乐鸟工作室)’의 ‘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10000(萌翻你的Q版简笔画10000例)’은 다양하게 많은 일러스트를 담은 그림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다양한 캐릭터다. 인물에서부터 물건, 문화나 장소를 나타내는 것까지 많은 수의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제목의 10000도 그런 의미에서 붙인 것으로, 약 10000여 가지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수록된 일러스트는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각각의 특징과 느낌을 잘 살렸기 때문에 하나씩 구경해보는 재미도 있다.

다른 하나는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것들을 어떻게 그리는지 소개하는데, 원이나 네모에서 시작하는 그림 법을 소개하므로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개수도 많아서 한 번씩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기 연습도 많이 할 수 있다.

책에는 다음 8가지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들이 수록되어 있다:

1. 깜찍한 캐릭터
2. 사계절 패션
3. 행복한 우리집
4. 귀여운 동물
5. 다양한 물건
6. 맛있는 음식
7. 즐거운 하루
8. 신나는 여행

그 밖에도 선이나 펜 종류, 프레임 꾸미기 같은 내용도 언급한다. 분량이 많진 않지만, 이것들도 한 번쯤 봐두면 좋다.

색칠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데, 수록된 일러스트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어떤 색 조합을 사용했는가 보는 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멋진 그림은 보기엔 좋지만, 대개 복잡하고 그래서 따라 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귀여운 그림은 비교적 간단해서 따라 하기 좋다. 보면 당장이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그 점이 좋다. 다이어리나 일기장, 또는 문구를 꾸미기에 적당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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