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고구려 - 이정기와 제나라 60년사
지배선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3의 고구려’는 널리 알려지지않아 모르는 사람도 많은 제나라(濟)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제나라(濟)는 782년 고구려 유민 출신인 이납(李納)이 세운 왕국이다. 이 책은 시조로 추존되는 그의 아버지 이정기(李正己, 본명 이회옥(李懷玉)) 때부터 제나라 멸망까지의 60년 역사를 담은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제나라의 역사를 저자는 어떻게 썼을까. 정답은 기록이다. 저자는 구당서(舊唐書), 태평광기(太平廣記), 책부원구(册府元龜), 자치통감(資治通鑑) 등의 옛 문서를 통해 제나라의 역사를 정리했는데, 특히 당나라의 정사인 구당서를 많이 참고했다. 구당서 중 이정기 열전을 뼈대로 하고 다른 문서를 통해 살을 보탠 느낌이다.

기록 중에는 해석이 갈리는 것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당시의 상황 등을 따져서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중국의 역사가들과는 다른 시각을 보이는데, 그들의 시각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가를 나름 잘 반박하기도 했고, 저자의 생각도 억지스럽지 않고 그럴듯하여 받아들일만 했다.

물론, 제나라가 한국의 역사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이 전혀 들지 않는것은 아니다. 이정기가 당 치하에서 관직을 지내기도 했고, 또 황실에 호적을 올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록 고구려 유민 출신이라고는 하나, 당에 귀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왜 제나라는 중국의 일개 지방 군벌이 아닌걸까.

그것은 제나라가 사실상 독립국이었기 때문이다. 당에 세금도 바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령(政令)도 따르지 않았고, 신하도 스스로 임명했으며 번봉(藩封)을 세습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에서 독립성을 인정했다고도 한다. 제 멸망 후 다른 절도사들과 달리 유독 학살을 벌였던 것도, 제나라를 다른 절도사와 같은 일반적인 지방 군벌로 보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중국에는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끌어들이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게 있다. 고구려의 후예가 세운 제나라를 인정하지 않는건, 그런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그러한 것 중 하나인 리따룽(李大龍)의 주장을 반박했는데, 동북공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또 왜 잘못되었는지 볼 수 있다.

침략을 많이 당해서 그런지, 아니면 당장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한국은 역사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은 고구려도 발해도 제나라도 한국 역사의 한 측면으로 보지만, 이대로 잊어 가다간 결국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도록 동북공정에 지지않는 역사 연구가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김정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Around the World in 72 Days)’는 72일간의 세계 일주를 담은 일종의 여행기다.

‘넬리 블라이(Nellie Bly)’는 기자로서의 필명으로, 본명은 ‘엘리자베스 코크레인(Elizabeth Jane Cochran)’이다. 1880년 ‘피츠버그 디스패치’에 실린 성차별 성향의 칼럼을 반박하는 글을 쓰면서 기자가 된 그녀는 이후 정신병원에서의 학대를 잠입취재 한다던가 세계 일주를 하면서 유명인이 됐다.

세계 일주의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란 소설도 있는데, 이걸 실제로 해낸다면 기사 거리가 될거라고 생각했던거다. 지금으로선 ‘굳이?’싶은 이런 일이 소설로도 쓰이고 또 신문사 기획으로도 다뤄진 것은 그만큼 당시의 교통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돌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놀랍고 의미가 있었던 거다.

당시는 또한 ‘로망’이 있던 시대였던 것도 같다. 그래서 실제로 넬리 블라이 외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세계일주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일주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 소설에서처럼 짧은 시간동안 일주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넬리 블라이의 이 여행은 이론적으로만 생각하던 ‘짧은 여행’이 정말로 가능하다는것을 증명하는 의미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여행길에 오른 넬라 블라이가 각지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것들을 적은 일종의 여행기다. 한국어판 제목은 그녀의 의미를 생각해서인지 꽤 거창한데(그녀의 책 2권을 세트로 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딱히 그녀가 뭔가를 거대하게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미리 정해뒀던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어떤 사람들을 봤는지, 그 지역의 환경이나 문화는 어떤지 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그래서 각지와 그곳 사람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실제 경험담인만큼 소설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80일간의 세계 일주’같은 재미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므로 이는 생각해두는게 좋다.

무려 128년여나 지난 책이다보니 기록물로서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사람들의 사고, 행동 방식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뭐랄까, 한마디로 ‘완전 다르구나’ 싶달까.

넬리 블라이가 외국에서도 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좀 신기하긴 했는데, 심지어 현대에도 혼자서 여행하다 변을 당했다는 풍문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용한 교통편이나 그런데서 차이가 있는것이기도 하겠지만, 시대를 생각하면 참 용감하기도 했다는 생각도 든다.

좀 의외였던건, 그녀가 외국이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묘하게 편견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차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에 대한 얘기가 그런데, 차별과 편견에 맞선 것으로 유명한 그녀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라온 문화와 거기서 만들어진 사상이란게 있으니, 완전히 편견없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또 하나, 실제 여행을 기록한 여행기인데도 그 기록이 썩 정확하지는 않은것도 눈에 띈다. 특히 날짜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 그런데, 그녀가 기자라는걸 생각하면 좀 의외이기도 하다. 덕분에 덜 딱딱해진 것 같기도 하다만, 기록물로서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박혜성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는 하나에 5분이면 뚝딱 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술 이야기 41가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입문자를 위한 교양 미술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1가지 이야기를 길어도 5분이면 읽을 수 있게 분량을 조절했다. 이는 단순히 분량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다. 내용 면에서도 한번에 읽을만한 흥미로운 주제를 택했고, 그걸 너무 어렵지 않은 내용과 문제로 잘 담아냈다.

책에 사진으로 실린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5분이면 이야기 하나를 읽을 수 있다는건 꽤 큰 장점이다. 잠깐 시간이 날 때 또는 출퇴근 할 때도 잠깐씩 펼쳐서 읽어보기 좋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주제가 계속 바뀌므로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게도 해준다.

다루는 내용은 주로 미술작품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조금은 미술의 역사 조각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걸 작품과 함께 설명하면서 작가가 작품에 무엇을 담았는지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래서 작품만 볼 때는 알기 어려운것도 쉽게 이해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걸 제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때론 미술작품 그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때가 있다. 작품이 너무 훌륭하고 내 감성과 잘 맞을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미술, 특히 현대 미술들은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렵다. 얼핏 봤을땐 그저 낙서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그린 이유, 담은 메시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 이렇게 곁들인 설명이 있으면 보다 작품을 잘 이해하고 깊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아쉬운점은 책에 실린 미술 작품을 제대로 구경하기는 어렵다는거다. 사진 크기가 작아서 그렇기도 하고, 제책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화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중시한 책이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비게일 터커(Abigail Tucker)’의 ‘거실의 사자(The Lion in the Living Room: How House Cats Tamed Us and Took Over the World)’는 고양이에 과한 탐구를 담은 책이다.

고양이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오랫세월 인간과 함께 했으면서도 이제껏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애완돌물로 높은 인기를 얻는 것도 그렇다. 고양이는 사람과 묘하게 거리를 두고 때론 낮춰 보는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가축이나 애완돌물과 다른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고양이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야생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들과 어떻게 해서 같이 살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생각과 대접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하나씩 살펴본다.

게다가, 환경문제나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에 대한 가설과 연구 현황같은 다소 깊고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주제에 관해서도 다룬다. 그래서 이 책 한권만으로도 고양이에 관해 꽤 여러가지 것들을 알 수 있다.

아쉬운점은 저자가 예로 드는 행사나 사건같은 것이 다 외국의 사례다보니 그게 뭔지 잘 감이 안온다는거다. 상당수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기는 하다만, 일부는 찾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는 브리딩(breeding)에 관한 얘기를 할 때도 그러해서, 어떤 고양이를 두고 얘기하는지 좀 갑갑하기도 하다. 그래서 책과 인터넷 검색을 왔다 갔다 하느라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한국어로 번역된 고양이 품종으로 검색이 안되는 게 있는 것도 불편했다. 아예 책에 사진이나 삽화를 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데, 이건 기록을 쫒아 짐작 할 수밖에 없으므로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하다.

단순히 애완동물로서의 긍정적인 면 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포함해 다양한 관점을 다룬것은 좋았는데, 특히 톡소포자충 이야기는 동물 실험 얘기도 있고 해서 꽤 흥미로웠다. 아직은 딱히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온것은 아니나, 그래서 앞으로의 연구결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고양이를 탐구한 후속 책이 나와도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는 어린이 철학 교실
이나 슈미트 지음, 레나 엘레르만 그림,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나 슈미트(Ina Schmidt)’가 쓰고 ‘레나 엘레르만(Lena Ellermann)’가 그린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는 어린이 철학 교실(Kleine und große Fragen an die Welt)’은 필과 소피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는 철학책이다.

책에서는 총 12가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미 여러 철학자에 의해 다뤄지기도 한 이 주제들을, 책에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궁금증을 통해 소개한 후 필과 소피의 이야기를 통해 답을 찾아본다. 둘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깨닫기도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

‘철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소소한 둘의 대화를 통해 접하다 보면 철학이 얼마나 흔하고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인지 알게 된다. 게다가 그걸 필과 소피의 이야기를 통해 들으니 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론 ‘이게 철학?’이란 느낌도 있는데, 그걸 뒤에 나오는 ‘철학자의 지혜 한 스푼’이란 코너에서 잘 설명했다. 여기서는 이러한 주제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또 철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도 소개하는데 그것들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을 그들도 궁리했다는 게 멀게만 느껴지던 철학자와 철학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철학(哲學)이란 사전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곧 철학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철학을 하지 않는다는 건 기계처럼 사는 것과 같다. 그러니 문득 ‘왜일까’하는 의문과 호기심이 든다면, 그래서 그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면 기뻐할 일이다. 이미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럴 때는 책 속 필과 소피처럼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떠오르는 의문들을 생각해보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만의 정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철학에는 정해진 정답이란 없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