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멘 예똘이
김용삼 지음 / 아주좋은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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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을 멘 예똘이’는 아빠를 잃은 예똘이가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다.

예똘이는 하늘나라로 간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하지만, 엄마가 알면 슬퍼할까봐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고는 학교에 가려고 가방을 메고 나서는데, 이상하게 가방이 무겁다. 자기도 모르게 털썩 주저않아버릴 정도다. 그래서 봤더니 왠 덩치 큰 곰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곰은 이대로면 학교에 늦을거라며 놀리기만 할 뿐, 아무리 꺼내보려고 해도 꼼짝도 않는다.

예똘이는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메고 학교로 향하지만, 결국 얼마 못 가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않게 된다. 그 때, 가로수가 산들거리는 나뭇잎으로 예똘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사알 닦아준다. 거기서 예똘이는 아빠의 다정한 손길을 떠올린다.

그 후에도 멧돼지가 힘들게 할 때는 육교가, 여우가 그럴 때는 거울이 나타나 예똘이를 위로하고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아빠는 이제 비록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예똘이의 안에 함께 살아있음을 깨닫게 한다.

여기서 곰, 멧돼지, 여우는 예똘이의 괴로움과 슬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들이 책가방에 들어 앉아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가족의 죽음이라는 것이 그처럼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가로수와 육교처럼 아빠와 함께 했던 것에서 쉽게 추억을 떠올리고 그 날의 행복을 돌이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아빠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계속 아빠를 추억하고 기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되어줄 것이라고 얘기한다.

책은 마치 판타지 세계를 들렀다 오는 것 같은 이야기를 통해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기에 꽤 묵직한 느낌을 준다. 학교를 가는데 꼭 필요한 책가방과 거기에 들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예똘이의 슬픔과 그 무게, 그리고 이겨내는 과정을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표현한 것도 좋았다. 비유적인 표현이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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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Up -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
율리아 코르빅크 지음, 김태옥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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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코르비크(Julia Korbik)’의 ‘Stand Up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Stand Up. Feminismus für Anfänger und Fortgeschrittene)’은 페미니즘에 대한 기초부터 깊은 얘기까지 나누는 책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여러가지 표현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여성들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걸 요구하는거다. 즉, 동등권을 주장하는거다. 이제까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약한 권리를 가졌다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해서 이제는 여성들이 차별해야 한다며 남녀 권력 역전을 말하는게 아니라는 것, 책은 먼저 이 점을 확실히 한다.

당연하지만, 역사적으로도 또 현재도 성차별 문제는 주로 여성에게 불리한 게 많다. 그래서 애초에 페미니즘도 여성의 요구로부터 나왔던 것이고, 지금도 주로 여성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주장하는 식으로 운동이 일어나는 거다. 이 책에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다룰 때는 주로 여성의 입장에서 차별 받는 것들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하자는 주장은 아니라는 거다.

내가 페미니즘에 가장 궁금한게 그거였다. 갈수록 뭔가 아닌 것 같은 주장들, 특히 ‘성평등’ 대신 ‘여성우월’을 부르짓는 것들을 보면서 과연 그게 올바른가 의문이 들었던거다. 얼마나 그랬던지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주장도 나왔을 정도다.

페미니즘은 그 시작과 용어의 뉘앙스(번역하면 ‘여성주의’가 된다) 때문에 그 뜻을 오해하고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젠더 이퀄리즘’ 같은 게 이슈가 된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먼저 페미니즘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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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를 기억해 - 아빠는 육아육묘 중
우지욱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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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를 기억해’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우지욱의 육아육모 이야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다.

솔로이던 시절, 작가는 밥 먹으러 중국집에 갔다가 우연히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 그렇게 갑자기 어쩌다가 집사가 됐지만, 둘은 꽤 잘 맞았던 모양이다. 고양이가 마치 제 부모에게 하는 양 귀여운 짓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만큼 작가가 고양이를 키우기위해 노력을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정말이지 깜찍하고 귀여워서 넋놓고 보고있게 만든다.

그러다가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집사는 딸 바보 아빠가 된다. 아이와 고양이는 걱정과는 달리 함께 잘 지내며 자라는데, 고양이가 이렇게까지 친화적인 동물이었나 놀랄 정도다. 심지어 꼬리를 잡아당겨도 그러려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까지 하다. 이런 모습은 둘째인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어쩌면 자기가 첫째로서 동생들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에는 이렇게 고양이와 아이들의 귀엽고 예쁜 모습들, 때론 감동하게 만드는 대견한 행동들, 그리고 애들을 보면서 떠올렸던 생각들을 사랑스럽게 담았다. 힘든 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놓치고 싶지 않은 행복이 이 순간들에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육아육묘를 하며 그동안 개인 홈페이지와 SNS 등에 썼던 일기를 모은 것이라는 이 책은, 글도 좋고 사진도 좋아 보면 잔잔하게 미소짓게 만든다. 펼쳐보기 좋고 튼튼한 사철 방식으로 만든것도 좋다. 동물과의 교감, 가족(특히 아이들)과의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조금은 알게도 해주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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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쓰지무라 나나코 지음, 박수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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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무라 나나코(辻村 七子)’의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宝石商リチャード氏の謎鑑定)’은 그림같은 보석상 리처드씨와 보석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타 세기’가 우연히 눈에띄는 미모의 보석상 리처드씨를 도와주면서 시작된다. ‘리처드 라나싱해 드부르피앙’이라는 내뱉기도 어려운 발음을 한 이 보석상은 나가타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건 나가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둘이 함께 보석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고 그 안에 담겨있던 마음을 살펴본다.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어떤 큰 비밀이나 숨은 뜻 같은걸 다루는건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작고 심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나 등장인물들의 심적 변화, 그리고 그걸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도 다소 ‘만화적’이어서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소설 자체가 잘 짜여진 이야기 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 소설이라 더 그렇다.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작위적인 진행은 좀 그랬지만, 주요 캐릭터들의 캐미는 그것을 상쇄할만큼 좋아서 웃음지으며 보게 한다.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미묘한 느낌을 계속 남겨두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소설에선 나오지 않은 뒷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만약 이랬으면…‘하고 나만의 설정이나 이야기를 덧붙여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쩌면 일부러 팬픽을 노리고 이렇게 한 것 같기도 하다. 보석을 단지 소재로만 사용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깊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제대로 소개하는 것도 좋았다.

이야기는 다소 아쉽지만 이 캐릭터 들은 좀 더 보고 싶다. 후속 이야기나 만화판이 나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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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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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슈라이버(Daniel Schreiber)’의 ‘어느 애주가의 고백(Nüchtern: Über das Trinken und das Glück)’은 그렇게 사랑했던 술을 끊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무엇을 숨기랴. 나 역시 애주가다.

술을 좋아한다는 사람엔 여러가지 유형(또는 방식)이 있다. 혼자서 맛으로 술을 즐긴다는 사람, 같이 먹는 사람들과의 자리가 좋아 술을 마신다는 사람,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은근한 취기가 좋다는 사람 등. 이런 사람들 중엔 누구도 술을 끊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술을 완전히 끊으려 한 적도 없고, 그래야 할 정도로 술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으며, 그럴만큼 술을 자제하지 못하게 되리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때 애주가였다는 저자는 그런 생각이 잘못 됐다고 말한다. 양과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술은 결국 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말이다.

바로 죽음이다.

왜 그럴까. 정말로 그럴까. 안그런 사람도 있지 않을까. 저자는 그것들을 자신의 경험과 연구, 통계 등을 들어 차분히 설명한다. 예외는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벗어날 방법은 금주 뿐이라고 확고히 말한다.

거기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인간의 나약한 의지, 술의 강력한 의존력, 사회적인 문제. 하지만, 술에서 벗어났을 때 얼마나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잘 얘기한다.

한국 사람도 술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그리고 그 때문에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기도 한다. 술 먹는 사람 중 한번이라도 안그랬던 사람이 있을까.

작가는 자신이 빠져있던 것으로 술 뿐 아니라 담배와 마약도 언급하는데, 경험자로서 은연중에 이것들을 같은 선상에서 얘기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술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은 물론, 때때로 마시는 사람이나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사람, 심지어 건강을 위해 조금씩 마신다는 사람까지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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