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지도 - 마음의 우물을 들여다보는 10편의 심리에세이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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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간지(泉谷 閑示)’의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지도(「普通がいい」という病)’는, ‘뿔을 가지고 살 권리’의 리뉴얼 에디션으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심리 에세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다. 그래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여럿 만나봤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사람들이 묘하게 어긋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다. 그 중 상당수는 사회가 주는 편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정상이 아니라고 해보자. 그런데, 그건 대체 어떻게 판달할 수 있는걸까. 대게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어떤 정확한 경계가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사회에 뿌리내린 편견일 뿐, 사실은 전혀 그런 건 없다. 모두가 조금씩 일반적인 부분과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섞여있을 뿐이다. 그걸 편의상 구분하면서 ‘무슨 환자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어느 순간 흑백의 경계가 있는 것처럼 퍼진거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이제까지 병이란 걸리거나 걸리지 않거나, 늘 흑백으로 나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게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거다. 인간의 심리 상태는 애초에 고정적이지 않다. 때에 따라서 즐거울 수도 있고, 때로는 우울할 수도 있다. 어떤때는 특별히 더 우울해지기도 한다. 원래 그렇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일시적인 우울함에 빠졌을 때도 ‘우을증’을 앓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되면 그게 자신을 더욱 몰아부쳐 안좋은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것들은 대게 우리가 ‘보통’이라고 말하는, 정상적인 모습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조금 다른 길을 가거나,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생각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다 다르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고, 이런 길을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찾는게 중요하다.

책에있는 10가지 얘기는 그를 위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똑부러지는 해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고, 그런게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러기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많이 실려있다.

일부는 잘 와닿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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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자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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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자’는 시대와 국가에 치여 사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960년대 부터의 역사와 함께 당시에 치여 살아가는 부모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기나 파독 등을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조금은 영화 ‘국제시장(2014)’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가족 판타지와 같았던 국제시장과는 달리, 무국적자의 인물들은 지독히 한국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그래서 시대에 절망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분노를 담아 욕지기를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들은 그저 연약한 일개 시민일 뿐이다.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나 활약은 없지만, 반대로 그래서 더 그들의 분노와 한숨에 공감이 가고, 그들의 이야기에도 안타까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은 2부에서도 비슷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다가오는 것은 시련과 절망 뿐이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프랑스로 건너가 10여년을 살고 시민권을 얻지만, 도저히 프랑스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한국 사람일까. 이에대해 ‘무국적자’라고 하련다는 작가의 대답이 재밌다. 자신을 나타내는데 있어 국적이란 큰 의미가 없기에 무국적자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국가에 대한 어떤 불만 같은 것을 느꼈다. 외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나, 오랫동안 국가 소속으로 봉사했어도 단지 행정 처리가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아니라는 것 같은 거에 대해서 말이다. 한마디로 굳이 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가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러고보면 얼만 전 부르짓던 ‘이게 나라냐’도 비슷한 맥락같다.

책에는 그렇게 국적을 버린 다양한 무국적자들이 나온다. 그 중 일부는 삶을 위해서 직접 선택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작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게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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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 상상 고래 4
차율이 지음, 전명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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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는 제주도의 혼혈 인어 소녀 규리의 모험을 그린 해양 판타지다.

‘인어공주’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인어’라고 하면 의례 서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인어는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각지에 여러가지 인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거문도의 신지께 전설을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단순히 그건 뿐 만 아니라, 거기에 인간과 인어의 혼혈을 내세워서 그를 통해 은근슬쩍 다문화가정 문제 같은걸 내비치기도 하고,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과 해양오염 문제라던가, 그 때문에 발생하는 기형생물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생각할 거리와 만나게 된다.

이야기도 굉장히 잘 썼다. 전통적인 동화의 형식을 하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소재를 잘 버무려 넣었다. 앞서 말한 소재들은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단지 그것들을 얘기하려는 목적만을 충족하기 위한 어거지 사용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꽤 조절을 잘 해서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있다.

곁들인 삽화도 좋다. 예쁜 그림에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인어의 세계를 더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일러스트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전형적인 동화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어찌보면 뻔한 줄거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야기와 결말도 나름 잘 지은 편이다.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불행하게도,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게도 맺지 않은 결말은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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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하세국 - 광해군의 첩보전쟁
박준수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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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하세국’은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외교 첩보 전쟁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첩보는 중요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했던 광해군 시대는 더 그렇다. 그렇다면, 당시 그 안에서 첩보의 주역이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어쩌면 역관(譯官)이 첩보역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가상역사 소설이다.

저자의 생각은 꽤 그럴 듯하다. 첩보가 가능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왔다갔다해도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하니, 서로 왕래가 있을 때 반드시 함께하기 마련인 역관은 첩보 역을 하기에 제격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아이디어만 그럴듯 한게 아니다. 비록 여러가지 술수나 책략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서 딱히 첩보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나, 삼국이 서로 정보를 조작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도 나름 잘 표현했다. 역관들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꽤 볼만하다.

그에비해 광해군 측에서는 답없는 싸움만 계속하는게 그려지는데, 정세를 전혀 읽질 못하고 명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참 답답하고, 그러니 망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신하들 목을 다 쳐버리게 낫지 않았을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역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것도 괜찮았지만, 소설책으로는 특이하게 게임이론으로 당시의 정세를 분석한 부록을 실은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역사를 다른 방법으로 살펴보는 건 재미있었다. 소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나름 깨알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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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의 블랙 스웨그 - 한현민 이 사람 시리즈
김민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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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시리즈의 하나인 ‘한현민의 블랙 스웨그’는 나이지리아 한국 혼혈인 한현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린 나이에 독특한 외모와 매력으로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모델이 된 한현민. 아직 18세인 어린 나이지만, 그는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대중의 시선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피부색 때문이다. 지금에와서 그가 흑인 모델이라서 특별하고 매력적이라고 본다는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땐 그랬다. 외국인 혼혈아는 그 다름으로 인한 묘한 차별이 있었고, 그게 만약 흑인이라면 더 그랬다. 그래서 그것에 상처받았을 걸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그런 차별이 단지 아이들끼리만 일어난 것이었다면 그래도 나았을 지도 모른다. 왜, 아이들이란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고 뭔가 다른걸 발견하면 의례 놀리는 걸로 연결짓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설사 놀리더라도, 땡볕에 탄 피부를 놀리는 것과 별 다를바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른이다. 꼭 쓸데없이 이유를 붙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편견에서 비롯된 그 이유들은 제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것이더라도 아이들의 뇌리에 박히고 사실로 각인된다. 편견이 되물림되는 이유다.

그나마 부유했더라면, 무시하고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할 정도라면? 좌절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탓할지도 모른다. 그런 피부색을 가진 것에 대해서. 자기를 그렇게 낳은 것에 대해서.

하지만 한현민은 그렇게 모든것을 부정하고 밑바닥으로 꺼지지 않았다. 학교 공부를 포기하는 등 방황을 하긴 했지만, 또 다른 좋아하던 것을 깨닫고 그쪽 분야로 가기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그리고 그게 결실을 맺었을 때, 부모님이 해주던 말처럼 그의 피부색은 그저 다른게 아니라 특별한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건 일부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를 포장한, 흔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이다. 또 그의 성공 요인이 타고난 외모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될놈될’ 이야기 같기도 하다. 컨셉은 책으로 보는 ‘인간극장’ 같은데, 좀 ‘위인전’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들은 조금 거부감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야기를 잘 써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의 성공은 단순한 한 개인만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도 시사하는 것이라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실존인물을 다룬 책으로서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간인가를 잘 담았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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