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자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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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자’는 시대와 국가에 치여 사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960년대 부터의 역사와 함께 당시에 치여 살아가는 부모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기나 파독 등을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조금은 영화 ‘국제시장(2014)’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가족 판타지와 같았던 국제시장과는 달리, 무국적자의 인물들은 지독히 한국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그래서 시대에 절망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분노를 담아 욕지기를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들은 그저 연약한 일개 시민일 뿐이다.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나 활약은 없지만, 반대로 그래서 더 그들의 분노와 한숨에 공감이 가고, 그들의 이야기에도 안타까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은 2부에서도 비슷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다가오는 것은 시련과 절망 뿐이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프랑스로 건너가 10여년을 살고 시민권을 얻지만, 도저히 프랑스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한국 사람일까. 이에대해 ‘무국적자’라고 하련다는 작가의 대답이 재밌다. 자신을 나타내는데 있어 국적이란 큰 의미가 없기에 무국적자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국가에 대한 어떤 불만 같은 것을 느꼈다. 외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나, 오랫동안 국가 소속으로 봉사했어도 단지 행정 처리가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아니라는 것 같은 거에 대해서 말이다. 한마디로 굳이 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가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러고보면 얼만 전 부르짓던 ‘이게 나라냐’도 비슷한 맥락같다.

책에는 그렇게 국적을 버린 다양한 무국적자들이 나온다. 그 중 일부는 삶을 위해서 직접 선택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작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게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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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 상상 고래 4
차율이 지음, 전명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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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는 제주도의 혼혈 인어 소녀 규리의 모험을 그린 해양 판타지다.

‘인어공주’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인어’라고 하면 의례 서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인어는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각지에 여러가지 인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거문도의 신지께 전설을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단순히 그건 뿐 만 아니라, 거기에 인간과 인어의 혼혈을 내세워서 그를 통해 은근슬쩍 다문화가정 문제 같은걸 내비치기도 하고,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과 해양오염 문제라던가, 그 때문에 발생하는 기형생물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생각할 거리와 만나게 된다.

이야기도 굉장히 잘 썼다. 전통적인 동화의 형식을 하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소재를 잘 버무려 넣었다. 앞서 말한 소재들은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단지 그것들을 얘기하려는 목적만을 충족하기 위한 어거지 사용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꽤 조절을 잘 해서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있다.

곁들인 삽화도 좋다. 예쁜 그림에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인어의 세계를 더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일러스트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전형적인 동화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어찌보면 뻔한 줄거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야기와 결말도 나름 잘 지은 편이다.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불행하게도,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게도 맺지 않은 결말은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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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하세국 - 광해군의 첩보전쟁
박준수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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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 하세국’은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외교 첩보 전쟁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첩보는 중요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했던 광해군 시대는 더 그렇다. 그렇다면, 당시 그 안에서 첩보의 주역이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어쩌면 역관(譯官)이 첩보역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가상역사 소설이다.

저자의 생각은 꽤 그럴 듯하다. 첩보가 가능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왔다갔다해도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하니, 서로 왕래가 있을 때 반드시 함께하기 마련인 역관은 첩보 역을 하기에 제격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아이디어만 그럴듯 한게 아니다. 비록 여러가지 술수나 책략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서 딱히 첩보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나, 삼국이 서로 정보를 조작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도 나름 잘 표현했다. 역관들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꽤 볼만하다.

그에비해 광해군 측에서는 답없는 싸움만 계속하는게 그려지는데, 정세를 전혀 읽질 못하고 명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참 답답하고, 그러니 망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신하들 목을 다 쳐버리게 낫지 않았을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역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것도 괜찮았지만, 소설책으로는 특이하게 게임이론으로 당시의 정세를 분석한 부록을 실은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역사를 다른 방법으로 살펴보는 건 재미있었다. 소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나름 깨알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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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의 블랙 스웨그 - 한현민 이 사람 시리즈
김민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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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시리즈의 하나인 ‘한현민의 블랙 스웨그’는 나이지리아 한국 혼혈인 한현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린 나이에 독특한 외모와 매력으로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모델이 된 한현민. 아직 18세인 어린 나이지만, 그는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대중의 시선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피부색 때문이다. 지금에와서 그가 흑인 모델이라서 특별하고 매력적이라고 본다는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땐 그랬다. 외국인 혼혈아는 그 다름으로 인한 묘한 차별이 있었고, 그게 만약 흑인이라면 더 그랬다. 그래서 그것에 상처받았을 걸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그런 차별이 단지 아이들끼리만 일어난 것이었다면 그래도 나았을 지도 모른다. 왜, 아이들이란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고 뭔가 다른걸 발견하면 의례 놀리는 걸로 연결짓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설사 놀리더라도, 땡볕에 탄 피부를 놀리는 것과 별 다를바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른이다. 꼭 쓸데없이 이유를 붙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편견에서 비롯된 그 이유들은 제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것이더라도 아이들의 뇌리에 박히고 사실로 각인된다. 편견이 되물림되는 이유다.

그나마 부유했더라면, 무시하고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할 정도라면? 좌절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탓할지도 모른다. 그런 피부색을 가진 것에 대해서. 자기를 그렇게 낳은 것에 대해서.

하지만 한현민은 그렇게 모든것을 부정하고 밑바닥으로 꺼지지 않았다. 학교 공부를 포기하는 등 방황을 하긴 했지만, 또 다른 좋아하던 것을 깨닫고 그쪽 분야로 가기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그리고 그게 결실을 맺었을 때, 부모님이 해주던 말처럼 그의 피부색은 그저 다른게 아니라 특별한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건 일부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를 포장한, 흔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이다. 또 그의 성공 요인이 타고난 외모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될놈될’ 이야기 같기도 하다. 컨셉은 책으로 보는 ‘인간극장’ 같은데, 좀 ‘위인전’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들은 조금 거부감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야기를 잘 써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의 성공은 단순한 한 개인만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도 시사하는 것이라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실존인물을 다룬 책으로서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간인가를 잘 담았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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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인간의 모험 - 1평 칸막이 안에서 벌어진 1천 년의 역사
이종서 지음 / 웨일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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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인간의 모험’은 사무직의 발전과 역사를 담은 책이다.

현대 사회의 자발적 노예라고도 하는 사무직. 사무직의 시작은 어디에서부터 였을까. 저자는 ‘문자’에서부터라고 얘기한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며 일을 하는 직업을 사무직이라 하니 꽤나 납득이 가는 얘기다.

그렇다면 최초의 사무직은? 당연히 말을 문자로 기록하던 ‘필경사’인게 된다. 그래서 자연히 문자 문화의 발전과 함께 사무직도 그 형태를 바꾸게 된다. 필기는 인쇄술이 발전하며 출판으로 변화하게 되고, 필사가 주를 이뤘던 것도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면서 작문에 바톤을 넘겨주게 된다. 글쓰는 작가가 그런식으로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니.

그 밖에도 책은 인류사를 따라가면서 거기에 얽혀있는 다양한 사무직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중에는 꽤 재미있는 관점이 많았는데, 인쇄술이 사무직을 바꿨다고 하는 것이라던가, 그저 오래된 재미를 위한 것으로만 보드게임 모노폴리가 대공황 상황에서 갑갑한 현실을 잊고 부동산 부자가 되는 대리만족으로 주는 것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파티션이 개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한게 아니라 감옥처럼 묶어두는 것이었다는 것도 그렇다. 이것들은 꽤 신선하기도 하여 나름 보는 맛이 있었다. 다양한 발명품들이 사무직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책은 사무직의 역사 즉 과거를 다루고 있으나,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도 생각해보게 된다. 평생직업이 없어지고 ‘번아웃’을 얘기하는 시대라 더 그렇다. 애초에 사무직의 시작이 노예의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 미래도 그렇게 좋을 것 같지만은 않은데, 그렇기에 더욱 일에 얽매이기보다 삶과 조화를 이루는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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