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 - 30개의 두뇌 게임 햇살그림책 (봄볕) 27
발터 벤야민 지음, 마르타 몬테이로 그림, 박나경 옮김 / 봄볕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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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쓰고 ‘마르타 몬테이로(Marta Monteiro)’이 그린 ‘발터 벤야민의 수수께끼 라디오(Um Dia de Loucos)’는 라디오 방송 대본을 재구성해 만든 수수께끼가 담긴 그림책이다.

책에는 모두 15개의 수수께끼가 나온다. 여기에는 넌센스 퀴즈 같은 것도 있고, 수학이나 논리 문제도 있으며,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면 틀리기 쉬운 단순한 문제도 있다.

거기에 더해 이야기 자체에도 15개의 오류가 있다. 이것들은 수수께끼처럼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기 때문에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이야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찾아야 한다.

이야기는 이 두가지를 담기 위해 쓰였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단순하고, 썩 좋지도 않지만 수수께끼가 가득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굉장히 독특한데, 원래 라디오 방송으로 했던 것이라서 그런지 내용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조미료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수수께끼는 꽤 흥미롭고 재미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풀기엔 좀 거시기한 것들도 있었다. 거기에는, 독일의 고전 문답이나 독일어의 특징을 문제로 만든 것도 있고, 일부 문제나 답이 잘못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오류’로도 이어진다. 작가는 맞는 얘기라고 썼던게 후에 틀린걸로 밝혀져 오류도 실제로는 15개가 아니라 16개로 늘어났는데, 해답에는 여전히 15개만 있는 걸로 나온다.

두뇌 게임을 표방하는 책인 것인 걸 생각하면 이런 오류는 좀 치명적이다. 굳이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 담기보다는, 한국 문화에 맞게 바꾸고, 실수도 좀 더 꼼꼼하게 검증해 수정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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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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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토미히코(森見 登美彦)’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聖なる怠け者の冒險)’은 착한일을 하는 괴인과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모험 소설이다.

이 소설은 굉장히 특이하다. 등장인물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대놓고 주인공이라는 ‘고와다’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으름뱅이이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폼포코 가면’은 너구리 가면에 보기만해도 더워보이는 망토를 걸친 수상한 괴인이다. 거기에 쉽사리 길을 잃어버리는 탐정 조수 ‘다마가와’에, 사건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면 풀린다는 과와다에 버금가는 게으름뱅이 탐정 ‘우라모토’, 악당같은 외모에 미묘한 거짓말을 하는 수수께기의 ‘고토 소장’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다.

소설은 그런 그들이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며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케릭터들의 설정이 그렇다보니 매 사건 하나하나가 나도모르게 웃음이 터질 정도로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소설을 보는 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소설은 하치베묘진과 야나기코지 등 실존하는 교토 지명과 축제 등을 사용했는데, 그게 조금은 일본 문화를 알려주는 소설같은 느낌도 들게한다. 그만큼 작가가 얼마나 교토 지역과 그 지방의 문화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교토에 대해 전혀 모르면 그런 부분은 대충 읽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실제로도 있을법한 사건을 그리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게 조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느낌도 들게했다. 하지만, 인물의 특징과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나, 그게 조금은 복선처럼 짜여져 있는 것도 꽤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은 분명 주인공이라 할만한 중요한 활약을 하긴 하나, 워낙에 게으름뱅이라, 고작 그정도 활약으로 주인공으로 해되 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작가식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이면 그래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려나.

판타지라 그런지 묘사나 표현등이 다분히 만화적이어서, 마치 글로 쓴 만화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침 딱 어울리겠다 싶은 만화 작가가 있어, 읽다가 가끔씩 그 작가의 스타일로 장면을 다시 그려보기도 했다. 실제로 만화화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보는 내내 유쾌해서 좋았다. 재미도 있고, 마치 휴가처럼 가볍게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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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르프로마진 - 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
김세홍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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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르프로마진’은 김세홍의 단편 4개와 중편 1개를 엮을 소설집이다.

각 소설은 모두가 인간의 어떤 우울한 감정을 담고있다. 쓸쓸함, 오해, 불필요한 기싸움이나 찌들어버린 일상에 대한 갑갑함 같은 것 말이다.

심지어 작가는 그것들을 굳이 해소시켜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작은 위로도, 소심한 응원도 없다. 대부분이 그저 한껏 드러내어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또 그것들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는 모두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썩 좋지 않은 감정들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불편하다. 누구든 한번쯤은 빠져봤을 법한 나름 익숙한 감정을, 많이 보아온 상황과 이야기로 다루기에 더 그렇다. 부정적인 감정에 이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로르프로마진’이란 책 제목과, ‘당신의 클로르프로마진(CPZ, 최초의 신경안정체)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라는 책소개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 때문에, 뭔가 클로르프로마진이 될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것이든, 신나는 음악이든, 또는 시원한 맥주나 따뜻한 소주든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나빴다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는 불쾌한 잔여감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우울증 등 감정에 기복이 있는 사람에겐 별로 권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행복해서 날아가버릴 것 같다면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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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보이스 키싱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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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바이선(David Levithan)’의 ‘투 보이스 키싱(Two Boys Kissing)’은 게이 소년들의 최장 키스 기네스북 도전을 주요 소재로, 다양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에는 다양한 소년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한데 아우르는 특징을 꼽자면, 그들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거다. 그렇다, 그들은 게이다.

대표적인 성소수자의 하나로 알려진 게이(Gay)는 남자면서도 남자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는데, 사회 분위기에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채 살아가기도 했고, 먼 곳으로 떠나 자유롭게 살기를 꿈꾸기도 했으며, 때론 다른 사람에게 들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묻는다. 소년들이 키스하는게 왜 안되느냐고.

그래서 그들은 기네스북에 도전한다. 모두에게 당당히 나섬으로서 우리는 이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소설은 거기까지 이르게 된 이유와 그 과정, 그것을 행하는 두 소년들의 어려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응원, 긍정하는 사람들과 부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커플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게다가 과거의 존재들이 현재와 미래의 존재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소설을 썼는데, 이게 초반에 소설에 잘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러 인물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데다, 갑작스레 ‘우리’라는 화자가 나오고는 뜬금없는 얘기를 해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큰 줄기와 그를 보충하는 곁가지가 있는 형태라서 곧 이야기의 가닥이 잡힌다는 거다. 그래도 문장 등은 썩 읽기 좋은 편이 아니었다.

소설은 사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서 보다는 게이들의 삶이나 그들의 심정, 그리고 주변과의 갈등 등을 보여준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 여러 게이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다양한 그들과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꽤 괜찮았다. 일부는 게이들의 특정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굳이 덧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그들의 생각을 좀 더 따라가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았다.

‘우리’라는 화자를 내세운 방식은, 작가의 말을 보면 나름 의미는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소설을 볼 때는 그런게 별로 와닿지 않아서 좋게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일반적인 소설 형식을 택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야기도 끝내 풀리지 않은게 남은 게 있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게이들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있었다.

아직도 사회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남아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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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
황선미 지음, 조미자 그림 / 이마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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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은 일기 쓰기에 대한 아이들의 심정을 잘 담은 책이다.

일기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다. 보통은 중요한 일을 떠올리고, 그것을 단순히 기록할 뿐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에겐 일기 쓰기를 의무적으로 시키고, 그것을 검사하는 것 뿐 아니라, 심지어 그 내용을 평가하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딱히 쓸 것도 없어 괴롭기만 한 일기 쓰기에, 더욱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일기를 왜 써야 하는가.

이러면 이래서 안된다, 저러면 저래서 안된다, 내 일기인데 솔직히 쓰지도 못하고, 심지어 내 비밀스런 이야기가 남에게 드러나버리는 이 아이러니함.

누구든 일기 검사를 받았던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을 안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를만큼 아이들의 이야기와 일기에 얽힌 사연을 잘 풀어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가 할법한 고민에 대해서도 잘 다뤘다. 잘 다뤘다고 해도, 딱히 답은 없는 문제이기에, ‘그것에 대한 답은 이거다!’라고 얘기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정도로만 얘기할 뿐이다. 이것도 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그렇기에 결말이 좀 아쉬웠다.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의 생각이 통하고, 껄끄러워하던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마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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