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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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는 단풍동에 사는 어른이족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첫 인상은 좀 특이하다는 거였다.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이 가장 그렇다.

판타지는 보통 현실과의 접점이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사회의 건너편에 있다던가 또는 그 안에 교묘하게 숨어 있어서 대부분의 것은 일반 사회와 다를 게 없지만 작품만의 특별한 요소들이 등장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는 편이 친숙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래서 몰입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지금 판타지라고 하면 의례 떠올릴만큼 친숙한 ‘중세 판타지’도 그렇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판타지 요소를 첨가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와는 좀 다르다. 처음부터 전혀 다른 세상을 그리며, 심지어 이들의 생활과 문화도 우리네 것과 유사하지도 않다. 일부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반면에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생김새도 생활도 모두가 다른 어른이족이지만, 그런 그들이 하는 짓들은 어찌나 인간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지. 가끔은 판타지라는 걸 잊고 인간군상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도 다르다. 보통의 판타지가 일상을 기준으로 거기서 벗어나는 오락물에 가깝다면, 이 소설은 오락물의 형태로 인간을 깊게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도 하지만, 어른이족과 인간의 차이를 통해 은근히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름 재미도 챙겼다. 의외로 설정도 매력적이고 문장력이 좋아서 어른이족의 문화와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게 꽤 흥미로웠다.

몇가지 아쉽거나 무슨 의도였나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어른이족 설정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지 않고 소설 앞쪽에 ‘선행학습 할 것’이라는 양 적어둔 것이 그렇다.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과는 크게 다른 날짜 세는 법도, 비록 일부 에피소드에 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손가락이 10개니까 10진법’이라고 하는 것처럼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해서 굳이 그런 복잡한 방식이 필요했나 싶기도 했다. 단지 인간과의 차이점만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같아서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굳이 목차와 본문을 나눠 그렇게 적어둔 것도 굳이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

판타지라 하면 소위 ‘중세 판타지’라 하는 유럽식 판타지를 떠올리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와는 좀 다른 동양적인 냄새도 풍긴다. 그게 조금은 낯설고 판타지보다는 무속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흥미롭게 잘 풀어내서 나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가 앞으로도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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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잘하는 법 - 어린이를 위한 축구 기술 입문
호사카 노부유키 지음, 김연한 옮김 / 그리조아(GRIJOA) FC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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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노부유키(保坂 信之)’의 ‘축구 잘하는 법(「サッカー小僧」に読ませたい本)’은 어린이를 위한 기본적인 축구 기술을 담은 교본이다.

축구는 신기한 스포츠다. 발로 공을 찬다는 간단한 행위만으로 하는 경기이지만,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축구 기술들도 뜯어보면 의외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차기, 굴리기 등의 몇가지 기본적인 발 동작만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그것들 각각은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데, 그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면 보는 사람은 물론 집중하고있는 선수들까지 속이고 놀라게 하는 화려한 기술로 변신한다.

이 책은 그런 기술 중 기본적이라 할만한 것들을 모아 사진과 함께 설명해놓은 일종의 축구 기술 교본이다.

기술 교본으로서 이 책은 각 기술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잘 해논 편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구분 동작도 적절하고, 그 위에 몇가지로 구분지어 표시해놓은 화살표 등의 표시가 어떤 동작을 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쉽게 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동영상으로 보는 것에야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느냐만, 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이정도면 훌륭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내용은 입문자를 위한 책인만큼 기본 기술에 충실한데, 그래서인지 축구의 다양한 기술들이 얼마나 기본적인 동작들의 집합인지가 더 잘 보인다. 축구에 있어 기술이란 기본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린 것이란 얘기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기술들도 그렇게 했던 것들 중 효과를 봤고 그래서 많이 사용하는 조합을 정리한 것이니까. 그래서 기술 그 자체에 목을 매는 것보다는 기본 동작을 숙달하고 그것을 상상력을 발휘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그러한 점도 잘 얘기했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까지 했던 축구선수가 축구 기술을 가르치면서 기술 그 자체보다는 ‘재미’를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건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책이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축구를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왜 하는가’란 물음을 근본적으로 따져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기술이 필요하다는 연결도 좋았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아’다르고 ‘어’다른 얘기일 뿐이지만, 상당히 마음을 움직였다.

기술 자체 뿐 아니라 축구에 대한 생각도 배울게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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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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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는 사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실패한다. 그리고 그 실패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 경험’이란 것은, 모두 ‘실패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성공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사실 성공법에 대한 이야기는 있을 수도 없다. 사랑이란 모두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 경험들은 의외로 여러 공통점들을 갖고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실패담, 후회하는 일들, 아쉬웠던 것들을 들으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많이 공감을 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거기에서 씁쓸한 위로를 느끼기도 하다. 되돌릴 순 없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사랑의 실패들을 담고있다. 그런 점에서 조금은 도발적인 책 제목은 생각보다 적절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랑을 잘못 배웠을 뿐 아니라, 사랑을 못 배우기도 했다. 대체 누가 가르쳐 주던가.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란 가능하면 꺼내고 싶지 않은 법이다. 기껏 꺼냈다 하더라도 그게 많은 걸 알려줄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작은 한번의 경험일 뿐.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만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렇게 한문장 한문장에 공감하게 되는 책을 만나게 되면 새삼 놀랍다. 작가는 그걸 때론 시로, 때론 짧은 이야기로 공유했는데, 과거의 생각과 경험들을 끄집어 내는 것들과 마주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맞아, 나도 그때…‘라면서 옛 생각에 잠기며 한숨도 내쉬곤 했다. ‘만약 그때 그랬다면…‘하는 생각이 절로 나서다.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 뿐 아니라 사랑을 할 때나 또는 끝난 후에 지침이 될만한 얘기들도 담겨있는데,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고 고민을 많이 해서인지 그것들도 생각보다 공감 가는게 많았다. 이런 감정적인 것들은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게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걸 보면 인간이란 생각보다 별로 다르지도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알게됐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고민하는 이 문제는, 나도 여러번 생각해 봤는데, 결국 아직도 답은 얻지 못했다. 각각의 얘기들이 다 맞는 구석이 있으면서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진 않아서다.

‘노력’이라는 단 한가지만을 놓고 봐도 그렇다. 과연 사랑이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이어야 할까. 아니면, 서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모두 그럴듯한 논리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쪽도 정답이라는 확신은 주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란 정답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그에 대해 얘기하고, 어쩌는게 더 나았을지 고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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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와인 이야기
정하봉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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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는 2010년 세계소믈리에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던 국가대표 1호 ‘정하봉’이 와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와 경험들을 정리해 엮은 책이다.

와인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문화 중 하나다. 과장이 좀 있어 보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수많은 와이너리와 그걸 즐기는 사람이 있고, 소위 싸구려라는 저렴한 것에서 부터 입이 돌아갈만큼 비싼 것까지 가격도 다양하며, 종류나 지향하는 맛이 각양각색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알고 즐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와인은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용어만 봐도 그렇다. 와인의 종류도 여러개인데다, 맛을 표현하는 와인만의 고유한 용어도 여럿있고, 그것들은 모두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오묘한 글귀로 이뤄져 있다. 심지어, 신이 내려줬다고 할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만큼, 그런 지식의 수가 많기까지 하니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숨막혀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는 와인에 대한 책이 그런 여러 지식들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있어서이기도 하다. 이는 물론 지식서로서는 마땅한 것이기는 하나, 초보자들에겐 어렵고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좀 흥미롭게 시작한다. 소믈리에인 자신의 경험을 담아서 와인을 소재로 한 에세이같기 때문이다. 이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소믈리에에 대해 좀 더 알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와인 서적 특유의 버겁다는 느낌도 좀 가시게 해준다.

‘비지니스맨’을 위한 책을 목표로 한 것도 독특하다. 그런 지향점 때문에 셀링 포인트나 고객 접대같은 얘기도 하는데, 비록 나 자신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의 경험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그럴때의 에티켓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어 한번쯤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기도 했다.

와인책인만큼 와인에 대한 지식도 충실히 담았는데, 그걸 개인 경험과 함께 담아 부드럽게 읽을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중간중간 수록된 팁들도 유용해서 와인을 알고 내 기호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데도 도움이 됐다.

부담에서 벗어나 즐기는 와인은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 얻은 팁을 참고해 가볍고 부담없는 와인부터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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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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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의 마지막 소설로 유명한 ‘홀리데이 로맨스(Holiday Romance)’는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어른들에대한 풍자를 담은 동화같은 소설이다.

아이들이 화자로 등장해서 그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바램을 녹여냈기 때문에 책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꿈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책에선 그런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아이들의 발상과 행동들은 귀엽지만, 어른들에게 부딛혀 무참히 좌절되기도 하는데,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이해를 바라면서 또한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않는 그들의 성급함이나 자신들에 대한 구속같은 것에 불평하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이야기들은 겉으로는 ‘사랑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딱히 예쁘고 아릅답거나 하지만은 않다.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게 사랑이야기?’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목적이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야기도 그 자체로는 그렇게 재미가 없는 편이다.

이야기로서의 재미보다는, 그 이야기를 통해 꼬집는 어른들의 행위나 아이들의 바램같은 것들이 더 의미가 있다. 이것들은 소설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생각해볼만한 것들이라 읽은 사람을 고민하게 만든다. 짧은 이야기이니 부담없이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책에 수록된 삽화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흑백 그림은 그나마 좀 낫지만, 컬러 그림은 못봐주겠다 싶을 정도로 뭉개져있다.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에서 막 퍼와 붙이는 것도 아니고,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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