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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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에 담겨있는 지역적, 역사적, 영양학적인 이야기들 풀어낸 책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되게 많이도 담아냈다. 그래서 음식 각각에 대한 얘기는 길지 않고, 몇몇은 스쳐지나간다 싶을만큼 짧은 것도 있다. 그래서 ‘벌써 끝인가’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그 덕에 계속해서 가볍게 읽어 나갈 수 있기도 했다.

책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모두 우리가 흔하게 접하거나 접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래서 그만큼 더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맛과 감성에 대한 표현들도 잘 와닿았다. 그러다보니 읽다보면 저절로 머릿속에 회로가 돌고 군침이 돌며 먹고싶게 만든다. 음식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점에서는 가히 푸드 포르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각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도 꽤 잘 풀어냈다. 음식 그 자체의 소재나 요리, 영양적인 이야기는 물론, 지역에 따른 특색과 역사적인 유례나 전례 등도 다룬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부가 설명이나 원어를 본문에 함께 표시한 것도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부가 설명은 본문을 흘러가듯 읽어가는 데 막힘을 만든다고 생각해 본문에 함께 표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소설처럼 호흡을 이어가는게 중요한 부류의 글이 아니라 그런지 딱히 그런 느낌도 아니었고, 오히려 생소한 용어 등도 있는 분야라 오히려 막힘없이 읽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해 좋았다.

아쉬운 점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삽화가 별로 없다는 거다. 어떤 삽화는 한쪽에 표시해야 될 것은 둘로 쪼개 두쪽에 나눠 싣기도 했다. 삽화가 너무 단순화한 형태라 지식적인 측면은 거의 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일부 저자의 자신의 생각을 너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좀 그랬다. 그만큼 강한 마음을 담은 것이기도 하겠다만, 한번만 해도 충분했을 것이라 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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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없는 삶 - 불안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필 주커먼 지음, 박윤정 옮김 / 판미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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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주커먼(Phil Zuckerman)’의 ‘종교 없는 삶(Living the Secular Life)’은 점차 늘어가고 있는 무종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8가지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다.

종교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해왔다. 인간은 종교를 가지며, 신을 믿고, 신은 인간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런데 왜 점점 종교에서 벗아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걸까. 그들은 마땅히 따라야 할 이치로부터 벗어난 사람일까. 그래서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이지도 않으며, 그런 것들로 인해 그 자신들도 취약하기 그지없는 정신적 박약상태에 놓여있는 걸까.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물음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따져나감으로써, 종교적인 삶에 익숙해져 막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해왔던 여러가지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오히려 무종교적인 삶이 왜 얼핏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더 나은 삶의 방식과 정신적 안정상태에 있을 수 있는지를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와 연구, 통계 등을 통해 보여준다.

무종교에 대한 기존의 여러 편견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반론하는 것과 함께, 무종교적인 삶이 종교적인 삶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것인가도 역설하는 셈이다. 저자는 그걸 논리적으로도 정말 잘 풀어냈지만, 또한 여러 자료들도 적절히 사용해서 객관성 또한 잘 갖추지 않았나 싶다.

한국사람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종교인에 대한 편견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무종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잘 와닿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건 나 자신이 무종교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반대로 저자의 얘기들은 굉장히 공감도 갔고, 어느정도 유쾌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무종교주의적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주는 장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 등. 그러나 종교단체 내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기면서 점차 그 장점은 퇴색되고 부정적인 측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교는 더 이상 앞으로의 인간과 사회를 지태해줄만한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종교를 떠난 인간으로서의 삶을 생각해보는 이 책은 의미도 있고 시류에도 걸맞다. 종교인도 앞으로 종교가 나아갈 길을 생각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현대에 와서 무종교가 유례없을 정도로 늘어난 이유를 정리한 것이었는데, 보면 인간이 종교에서 벗어나는 요인도 종교에 물들어갔던 것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종교 자체의 변화나, 신에 대한 증명 여부같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단지 인간들끼리의 부대낌에 따라서 종교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걸 보면 종교도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러니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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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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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北野 武)’의 ‘아날로그(アナログ)’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무색소 저염식”이라길래 엄청 평범하고 별 것 없는 것 같은 일상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는 그런 소설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생각보다 색채도 띄고 있고, 짠맛과 단맛도 느껴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잔잔한 편이다. 최근 추세와는 달리 크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엄청 급박하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토루 만큼이나 참 옛스러운 연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옛날 연애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게 조금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고루하다거나 지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야기의 진행 자체만 봐도 그렇게 느껴질 것을 의식했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생략해서 빠르게 당기기도 하고 말이다. 느릿하고 잔잔한 두 주인공을 대신해서 옆에서 만담처럼 서로 썰을 주고받는 두 친구들의 대화에는 웃음도 난다.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감정 과잉도 없어 차분한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공감할 수 없을만큼 기묘한 무덤덤함까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느릿함과 빠름, 감정과 절제를 나름 잘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장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뒤로 갈수록 허술한 면을 더 많이 보인다. 이야기를 위해 억지로 넣은 듯 어색한 점들도 있고, 그것들을 들이미는 방식도 너무 갑작스러운 면이 있어서 공감을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느끼는 감정을 묘사한 것도 좀 쌩뚱맞다.

풍속이나 음악 등 일본 문화의 일면들도 굳이 튀어나오는 감이 있다. 딱히 이야기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만담 이야기야 감초역할을 하는 친구들의 역할과 겹치므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것들은 굳이 필요했나 싶다.

많은 것을 생략해 진행을 빠르게 한 점도 후반에 갈 수록 소설로서는 아쉽다는 느낌을 더 많이 준다. 미처 각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에 공감하기도 전에 흘러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아니라 영화 요약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내용이라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압축한 영상물로 보는 것과 깊고 진득한 글로 보는 소설이 주는 감성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도 이렇게 한 것은 분명 실수가 아닐까. 영화화를 공언했다고도 하는데, 이럴거면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었어야지.

감독으로선 국내에 그리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저자는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쪽에서는 나름의 강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게 소설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영상화가 된다면, 그 쪽을 기대해 보는 것이 낫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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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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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Delphine Perret)’의 ‘연애의 기억(The Only Story)’은 한 사람의 ‘사랑의 기록’을 담은 소설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줄리언 반스’기 때문이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가라면 뭔가 다른게 있을 거라는 느낌이 컸다. 그리고 그건 꽤 잘 들어맞았다.

얼핏 보기엔 마치 흔한 연애 소설, 누구나 공감할만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것 같은 이 소설은, 막상 펼쳐보면 그런 이야기라고 하긴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야기가 안좋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만 표현하는 건 자칫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찝찝함을 준다는 얘기다.

주인공 폴의 관점에서 쓴 이 소설은 주로 그와 그가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있는데, 시작부터 평범한 로맨스는 아님을 드러낸다. 애초에 이 소설은 폴의 ‘기억’에 의존한 기록임을 전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비어있고, 그래서 설명되지 않는 점도 많으며, 그게 이 이야기를 미처 다 채워넣지 못한 미완의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긴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나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겠냐만은.

대신 소설은 기억과 감정, 사랑과 삶 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는 서사에 빈 곳이 있는 것과 함께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게 이 소설을 좀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는 번역도 한 몫 하는데, 마치 직역한 듯 불친절한 번역이 읽기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 그 자체도 그렇고, 문장의 배열도 그렇다. 작가가 언어 유희를 많이 사용했기에 더 그렇다. 역자는 그걸 일단 단어 그대로 번역한 후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그게 언어 유희적인 측면을 모두 죽여버려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유쾌한 대화’라는 측면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작가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방색도 접점이 없는 나로서는 낯설음을 느끼게 했다.

이야기 면에서 이 소설은 일반적인 연애 소설의 공식을 많이 벗어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파격적이다’고 할 것 까지는 아니나, 그래도 꽤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로서 봤을 때 그럴 뿐, 막상 따져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것이어서 묘하게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나도 결국엔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한다.

마치 자서전처럼 기록된 이 소설은 서술 시점도 1인칭에서 2인칭, 그리고 3인칭을 오가는데, 유독 2인칭 서술이 붕 뜬 느낌이 들어 어색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심정이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한 이런 서술 방식도 꽤 신선했다.

한국어판 제목 ‘연애의 기억’은 원제 ‘The Only Story’와는 의미나 뉘앙스가 꽤 다르다. 해석하자면 ‘유일한 이야기’ 정도다. 왜 이런 제목일지 의아하기도 하면서도, 사랑 이야기라는 것의 속성을 생각하며 곱씹어보면 조금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그것은 누구에게든 있으며 얼핏 유사해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같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각자에 있어서만 의미와 진실이 있는 하나뿐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 잘 지은 제목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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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5
델핀 페레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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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 페레(Delphine Perret)’의 ‘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Pedro crocodile et George Alligator)’는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이다.

얼핏 보기엔 똑같아 보이기도 하는 두 악어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는 차분히 따져보면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악어라고 하면 이름이 익숙한 ‘크로커다일’을 떠올린다. 앨리게이터는 그게 불만스럽다. 그래서 사촌인 크로커다일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자, 그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아이들이 헷갈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둘은 그런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한다. 기회가되면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잡아먹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둘이 지구 반대편 도시에 도착해 길을 묻고, 아이들을 찾아가 일을 벌이고, 그러다가 결국 친해지는 모습은 꽤 재미있다. 자기들을 구분할 줄 아는 아이가 등장해 다름을 설명해주자 아이들이 좀 더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모델처럼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을 웃음이 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아이들과 지내다 돌아온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 이제 아이들과도 친해졌으니 둘을 헷갈리지도 않고, 앨리게이터도 불만이 없을까. 작가는 끝도 이제까지처럼 유쾌하게 마무리한다.

이야기는 굉장히 유머러스하지만 서로 다름과 그걸 인정해주는 것을 담은 내용은 꽤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검정 펠트펜으로 단순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두 악어나 아이들의 얼굴 등 일부에만 색을 칠해 강조한 그림도 매력적이다. 배경의 문구 등에서도 작가의 유머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들도 나름 충실히 번역해서 좋다. 다만, 일부 폰트는 그림과 그렇게 딱 어울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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