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8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박영아 옮김 / 북극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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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마 미야코(森山 京)’가 쓰고 ‘타카하시 카즈에(高橋 和枝)’가 그린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だれかさんのかばん)’는 의인화한 동물들을 등장시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제목부터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이야기일 것이라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 책은 마치 원서를 그대로 한국어로 재현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책장도 오른쪽으로 넘기는 방식이고, 글도 세로 쓰기로 쓰여있다. 그래서 처음 잡았을 때는 조금 낯설기도 한데, 아마도 원작이 주는 느낌을 가능한 살리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모두 다섯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각각에는 서로 다른 동물 친구들이 등장해 서로 관계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담긴 이야기는 흔하다면 흔할법한 사소한 것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중하고 빛나던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는 귀여움이 있고, 편안함이 있으며, 말 그대로 ‘예쁘다’고 할만한 아기자기하고 빛나는 것들이 담겨있다.

그런점에서, 원제와는 다르지만, 한국어판 제목을 참 잘 정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라는 말은 마지막에 실린 이야기인 ‘발소리’에서 그날따라 늦게 목련꽃을 보러 나갔던 토끼 할아버지가 어느 한 가족을 보고는 뱉었던 대사인데, 이 그림책을 보는 마음이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이라면 수록된 그림 대다수가 흑백이라는 것인데, 원래는 컬러였을 그림을 흑백으로 수록한 듯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이는 한국어판의 문제가 아니다. 원서도 그러한데, 굳이 흑백으로 실을 이유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어판에서라도 컬러를 살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그건 과한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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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챈스의 외출
저지 코진스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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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코진스키(Jerzy Kosiński)’의 ‘정원사 챈스의 외출(Being There)’은 사회와 격리되어 아무것도 모르던 정원사 챈스가 사회로 나오면서 겪게되는 몇일간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의 원조라고도 불리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꽤 다르다. 지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일종의 인간승리를 바탕으로 했기에 보고나면 감동을 남기는 영화와는 달리, 이 소설은 오로지 사회풍자적인 면만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착각물’의 성격을 띈다. 누군가 챙스에게 뭔가를 묻거나 요구를 하면, 챈스는 별 생각이 없기에 짧은 대답을 하는데 놀랍게도 그걸 상대방이 제 멋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처음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 부터가 그렇다. 그가 사회에 나오자마자 마주친 유명인사는 그의 수려한 외모와 입은 옷, 여행가방을 보고는 틀림없이 사업가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첫 인상(일종의 편견)을 가진채로 대화를 하다보니 그가 정원 이야기를 한 것도 사업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이고, 그런 그의 이야기를 착각하여 높게 평가한 유명인사의 소개를 받았다보니 일국의 대통령도 그가 그런 사람일거라 생각하며, 이게 계속 이어져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결정 하나하나가 다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든다. 그렇게 일이 계속해서 커지는게 꽤나 우습게 그려져있어 그들을 비웃으며 유쾌하게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매스컴의 여론몰이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꼬집기도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이쪽에서는 이렇게, 저쪽에서는 또 저렇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포레스트 검프와는 달리 주인공이 전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는 것도 눈에 띄는데, 그와는 달리 일은 점점 커져만 가서 뒤로 갈수록 대체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떻게도 그럴듯한 결말을 지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결말은 그 전까지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조금 맥이 빠져 보이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어설픈 결말보다는 훨씬 적절해 보이기도 했다. 남이 만들어낸 이미지에서 빠져나와 전처럼 정원에 서서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챈스를 그린 것은, 그런 이미지만을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비꼬았던 것 만큼이나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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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
김준녕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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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은 6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엮은 김준녕의 두번째 단편 소설집이다.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느껴볼 수 있다는 이 소설집의 수록작들은,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건 작가가 써낸 문장과 이야기도 그렇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서 가볍고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다시 곱씹어봐야 했다.

각 단편에 녹아있는 이야기와 주제, 생각들도 꽤나 묵직하다. 대체로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것들이지 않나 싶다.

수록장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먹다’가 꽤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감상을 표현하자면 판타지와 철학의 어느 언저리에 있는 것 같았달까. 나무와 사람의 전쟁을 담은 이야기는 재미있게 봤던 몇몇 작품들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대게 자연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어떤 것이라거나, 혹은 어머니처럼 모든것을 품어주는 그런 존재로 그리기 마련인데, 별 다를 것 없다는 식으로 풀어낸 건 조금 독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맞는 말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일부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도 있고, 몇몇 이야기들은 대충 얼버무리고 간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꽤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얘기는 ‘나무가 쓰러진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 소설 역시 조금은 판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에는 공감할만한 요소도 많았는데, 이야기도 나름 잘 풀어냈고, 부모님에 대한 여운을 남겨 기억에 남았다. 이 소설집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무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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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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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김제동이 헌법을 보고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담은 일종의 헌법 독후감이다.

헌법의 독후감이라니 독특하다. 그건 내가 그동안 헌법을 책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법이라는 어감이 주는 딱딱함이 필요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면 딱히 읽고싶은 마음이 안들게 하기 때문이다.

통제하고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법, 그건 법관들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실제로 학교 등에서도 헌법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 왤까.

헌법은 나라의 기본이 되는 것, 말하자면 ‘나라 사용설명서’와 같은 것이다. 물건 사용설명서가 대게 그렇듯 이것 역시 읽어보지 않는다고 딱히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나, 제대로 사용기 위해서는 꼭 정독하고 또한 때때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그게 매일 사용해야만 하는 나라라면야.

그런 점에서 김제동의 이 헌법 에세이는 꽤 의미있다. 이 책은 단순히 헌법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는 독후감으로서 뿐 아니라, 헌법에 어떤 내용이 있고 또한 그것이 정말로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해설서의 역할도 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김제동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 처럼 쓰여있다. 보다보면 자연히 그의 목소리와 말투로 책이 읽힐 정도다. 이 말은 그의 그 훌륭한 언변이 책에도 녹아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술술 익히고, 공감도 가며, 내용도 쉽게 이해된다. ‘법’이라고 해서 어렵게만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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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나라, 파란 나라 담푸스 평화책 2
에릭 바튀 지음, 이주영 옮김 / 담푸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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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바튀(Éric Battut)’의 ‘빨간 나라, 파란 나라(À bas les murs!)’는 분단을 유쾌하게 날려버리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다.

이 나라의 분단엔 이유가 없다. 그저 단 한마디, 벽을 세우라는 두 왕자의 명령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음씩 좋았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떨어진 이 갑작스런 명령에 국민들은 분주했다. 빨갛고 파란것에 따라 나라를 둘로 나누고, 서로 오갈 수 없도록 벽을 세우고.

두 왕자의 명령에 백성들은 고분고분 따랐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런 분단에 서로 헤어져야만 했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그러다보니 쉽게 잠도 이룰 수 없다.

그런 어느 밤, 백성들은 나뉜 두 나라의 임금이 벽을 넘는것을 본다. 게다가 뭔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서 말이다. 백성들은 이 두 왕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야한다.

분단국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이 책은 그 해결법 역시 동화답게 유쾌하게 담았다. 벽을 넘고, 개선을 요구하고, 다시 평화로운 나라로 돌아가는 모습은 다분히 혁명을 떠오르게 한다. 백성들에겐 자유를 제한하고 자기들만이 권리를 누리는 두 왕에게서는 부패한 권력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군말없이 그런 그들의 명령에 따라 국가 분단에 일조했던 백성들의 행위로부터는 왜 시민들이 깨어있어야하고 권력의 횡포가 있을때는 그에 저항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판타지적으로 그린 그림책이기에 짧고 유쾌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담긴 가르침은 역사적으로도 꽤 뼈저리다.

한국 역시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 국가라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한국 사정에 맞게 생각해보게 된다. 언젠가 갈라진 선을 넘고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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