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솔져 영단어를 쏴라 1 스페셜솔져 영단어를 쏴라 1
송도수 지음, 차현진 그림, 주선이 콘텐츠 / 서울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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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페셜솔져를 원작으로 한 ‘스페셜솔져 영단어를 쏴라 1’은 만화를 보면서 영단어를 익힐 수 있게 구성한 저학년용 영어 학습만화다.

모바일 FPS 게임 ‘스페셜솔져’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당 게임의 이야기나 설정 등을 가져와 사용한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 가져온 것은 게임 캐릭터의 디자인과 이름, 아이템 정도 뿐이다.

실제로 이야기 자체는 게임 스페셜솔져와는 전혀 접점이 없다. 심지어 마법협회와 마법사가 나고 마법을 쓰며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굳이 왜 스페셜솔져에서 캐릭터를 가져와야 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을 테마로 사용한 것이나 스페셜솔져 코믹스도 이다는 걸 생각하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다 싶긴 하다.

책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기캐’, ‘폭캐’ 같은 게임 관련 은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도 그 하나다. 아무리 게임 팬들이 공공연히 그런 약어를 쓴다지만 그걸 책에서까지 대놓고 쓰는 건 거부감이 있다. 심지어 학습만화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을 조장하는 듯 보여서 더 그렇다. ‘기본캐릭터’를 줄인 ‘기캐’도 ‘기상캐스터’의 준말로 변형해서 사용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져와야 했나 싶다.

‘슬애기’를 ‘쓰레기’로 부르는 드립도 거북하다. 별 것 아닌, 흔하고 어찌보면 천대까지 당하는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한 모양인데, 굳이 그걸 쓰레기란 자극적이고 비하하는 걸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를 위해 이름을 ‘슬애기’로 만든 것도 억지스럽고, 심지어 이 드립은 재미도 없다.

외치기만 하면 읽어버린 영단어를 수집할 수 있는데, 잃어버린 영단어를 모두 수집하는게 목표라면서도 왜 모두 외쳐댐으로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지 않는지, 또 굳이 영단어를 훔치는 엄청난 일까지 벌인 이 일의 배후가 정작 되찾는 것은 왜 그렇게 쉽게 하도록 방치하는지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단어를 외침으로서 모든걸 뒤집는 마법을 부리면서도 왜 ‘귀환’ 같은 단어로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보다보면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보다보면 꽤 볼만하다. 각 캐릭터의 특성도 나름 잘 이용했으며, 계속해서 다른 영단어를 보여주기 위해 한번 쓴 단어는 더 마법 효과를 볼 수 없게 설정한 것도 똑똑하며, 영단어를 언령으로써 마법을 부린다는 것도 꽤 괜찮았다. 마치, 영단어판 마법 천자문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게 더욱 FPS인 게임과의 거리감이 생기게는 하지만 말이다.

각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해 적절한 영단어를 떠올린다는 것은 해당 영단어에 대한 설명을 겸하기도 하기에 만화와 영단어 학습의 접점을 꽤 잘 찾았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단점이 있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의외로 보는 재미도 있다.

책 뒤편에 찾은 단어들을 정리해둔 것이나 퀴즈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게 한 것도 좋고, 수도쿠도 꽤 멋진 요소다. 얼핏보면 단순히 숫자만 영단어로 바꾼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보고 찾으면서 단어를 익히고 되뇔수도 있다는게 좋고, 응모하면 선물을 준다는 것도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해줄 듯하다.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스페셜포스’를 굳이 가져다 쓴 것은 반쯤 광고를 겸한 책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허술한 점도 꽤 많았으나, 구성은 생각보다 괜찮은 학습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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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 육아 일기 탐 청소년 문학 21
세오 마이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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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 마이코(瀨尾 まいこ)’의 ‘불량소년 육아일기(君が夏を走らせる)’는 지인의 부탁으로 갑자기 2살배기 아이의 육아를 맡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것들을 그린 소설이다.

아이란 참 까탈스런 존재다. 안그래도 될 것 같은데도 그러고,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며 자기 안에서 크게 부풀리고, 그 감정에 취하면 심할 경우 몇시간이고 거기에 절어있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꾸밈이란 없는, 솔직하고 거짓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속으로 딴 마음을 품지도 않으며,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확실히 반응한다. 심지어 다른 감정에 빠져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 떠나갈 듯 서럽게 울다가도,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보면 갑자기 뚝 그치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게 웃기도 한다.

작은 것에도 까탈스럽게 굴지만, 그보다 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함빡 웃음을 짓는 존재. 18세 날라리 오타(大田)가 맡은 2살배기 아이 스즈카(鈴香)도 그렇다. 그래서 처음엔 도저히 무리 아니냐 싶을만큼 힘들어하지만, 점차 그런 아이만의 매력에 듬뿍 빠져들게 된다.

소설은 그걸 굉장히 잘 묘사했다. 그래서 금세 전에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만든다. 아이의 행동이나 말 같은것도 사실감이 있어서, 자연스레 ‘맞아! 맞아!’ 하게 된다. 소설에서 아이와의 일들은 그저 그러한 일상적인 면들을 나열한 것 뿐이기는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읽는 것 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짓게 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통해 전에는 미처 겪지 못했던 일들도 겪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면서, 오타는 무기력하게 이도 저도 아닌 삶에서 벗어나 자기가 뛸 수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이야기적으로만 따지자면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주요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갑작스레 찾아온 잠깐 동안의 육아를 중심으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받았던 인상과 볼 때, 그리고 보고난 후의 느낌이 꽤 달랐다. 첫 인상은 불량과 까탈을 대변하는 두 아이의 만남이 일으키는 일종의 코미디 같은게 아닐까 했다. 한국어판의 제목이나 표지도 좀 그래 보였고.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의외로 잔잔한 내용이었고, 게다가 꽤 현실적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냉혹한 현실 그대로 담은 건 아니고, 내내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현실의 어긋남과 가혹함을 생각하면 몇몇에선 ‘안돼! 그러지 마!!’라고 외칠법한 장면도 있긴 했는데, 작가는 그런것들 마저도 그저 희망적인 것으로 남겨둔채 마무리를 짓는다.

그래서 조금은 너무 동화같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은 그 후가 더 문제인데 그걸 애써 감추며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고 끝내버리는 것을 떠올리게 해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덧붙였다면, 주제와도 어긋나고 불피요한 첨부가 됐을 것 같기도 하다.

번역은 좀 아쉬웠다. 스즈카의 대사가 그 하나다. ‘이 발음은 되는데, 저건 안된다고?’, ‘이걸 말할때는 그게 되는데, 저걸 말할때는 그게 안된다고?’ 같은 의문을 남기기 떄문이다.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 때문에 원어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차라리 의역을 하더라도 좀 더 자연스럽게 바꾸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그렇게 한거였다면, 미안하다만;)

사소하지만 오역도 있었다. 예를 들면, ‘레아’가 그렇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앞뒤 상황을 보면 ‘레어(Rare)’를 말하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고 그냥 독음을 해논건가 싶어 좀 황당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고, 아이의 사랑스러움도 나름 잘 담아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진로’처럼 ‘앞으로’에 대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그런 것과 전혀 상관 없더라도, 그저 이 나이대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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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혹은 괴물 이마주 창작동화
밥 발라반 지음, 앤디 래쉬 그림, 김자람 옮김 / 이마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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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발라반(Bob Balaban)’이 쓰고 ‘앤디 래쉬(Andy Rash)’이 그린 ‘소년 혹은 괴물(The Creature from the Seventh Grade: Boy or Beast)’은 어느 날 거대한 변종 공룡이 되버린 사춘기 소년 ‘찰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라는데서 벌써 눈치 챘을지 모르겠다만, 이 소설은 청소년기의 급격한 육체적, 정신적 변화와 그런 변화를 겪는 중에 주변인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묘한 감정의 오고감, 그리고 아직 미숙했던 소년이 자기 자신과 자신에게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들을 그리고 있다. 일종의 성장 소설인 셈이다.

그걸 이제는 흔해진 반항이나 방황 대신 공룡으로의 변신으로 표현해낸 것이 꽤 재미 있는데, 그게 단지 흥미로움을 줄 뿐 아니라 의외로 현실적인 사정을 꽤 많이 반영한 비유적인 묘사여서 보다보면 꽤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사춘기를 기점으로 갑자기 변종 공룡으로 변한다는 것은 얼핏보면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그를 통해 갑작스레 깨닫게 된 육제적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나,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마음이 엇나가는 것들을 꽤 현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사춘기라는 것은 의외로, 냉정히 살펴보면, 크게 변한 것 같아도 막상 별로 변한 게 없는, 그렇다고 전과 같다고도 할 수는 없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이 느끼는 혼란스러움과는 달리 실제로는 딱히 재밌거나 극적인 일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건 소설 속 주인공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변신이라는 것 때문에 얼핏 극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어디까지나 일상의 연장에 있는 것이기 떄문이다.

이 점은 작가가 꽤 자제를 잘 했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소재가 흥미롭다고 그걸 우려먹으려 하지 않고 당초 하려던 이야기를 위한 정도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야기의 완성도는 더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조금 딴죽을 걸자면, 찰리는 조금 너무 예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극적인 변화에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 거기에 때론 어려움을 겪는 그를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제대로 된 어른들까지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의심의 늪에 빠져있을 때 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갈등 해소를 너무 이상적으로만 풀어낸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변신이란 점을 제외하더라도,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없게 미리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방관하지도 않는 그런 위치에 서있는 것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 들’ 대다수가 그러지 못하기에, 작중 어른들의 모습은 대다수의 어른들에게 뼈저린 비판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은 커다래진 몸과 달리 아직 어린 마음을 갖고있는 특별한 존재다. 사춘기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그 간극이 클 때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게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걸 깨닫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찰리의 이야기는 그 모범적인 한 예라고도 할 수 있어서 꽤 교훈감을 남긴다.

마지막에 괴물과 생물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도 꽤 의미가 있었는데, 돌아보면 그 뿐 아니라 사춘기의 변화, 학교, 친구, 자기 자신, 그리고 다름 등 짧지만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이 담겨있는 이야기 였던 것 같다. 소설적으로도 꽤 재미있게 볼 수는 있지만, 단지 그에 그치지 않고 한번씩 곱씩어보면 더 좋겠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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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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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프루(Annie Proulx)’의 ‘브로크백 마운틴(Close Range: Wyoming Stories)’은 미국 서부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을 엮은 단편집이다.

소설집의 제목 ‘브로크백 마운틴’은 영화화되어 유명해졌으며 책에도 수록되어있는 동명의 단편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국의 경우 단편집의 제목을 수록작 중 하나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고, 워낙 이 작품이 유명하다보니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사실 소설집의 제목으로는 원제가 훨씬 적절하다.

‘와이오밍 이야기’라는 원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소설은 와이오밍이란 곳의 배경과 그 거칠고 힘겨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실제로 와이오밍에 거주하며 살기도 했어서 그런지 여러가지 면모들을 잘 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참 어둡고 칙칙하며 미래따윈 없다는 그런 느낌을 남긴다.

그건 단순히 와이오밍의 거친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곳에서 거칠게 살며, 때로는 서로에게마저 모질게 대하는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작중에 나오는 몇몇 일면들은 한국 사람에겐 꽤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도 그런데, 작가는 거기에 글 마저도 좀처럼 쉽게 쓰지 않았다. 안그래도 그리 친숙하지 않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데, 심지어 일부 단편에서는 화자와 이야기, 장소가 불친절하게 오가기도 하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그래서 이야기가 쉽게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번역을 의심했을까.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곳에 남는 어떤 묵직함이 있는데, 재차 보고 천천히 곱씹어 보며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피엔딩이 없는 묵직한 이야기들은 묘한 불쾌감을 남기기도 하는데, 그건 한편으로 실제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잘 담아냈구나 싶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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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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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를로르(François Lelord)’의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Hector et les lunettes roses)’은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등으로 유명한 꾸뻬 씨 시리즈의 최신간이다.

어찌보면 참 특이한 책이다.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읽다보면 때때로 자기계발서 같다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그리 틀린 생각이 아니다.

실제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뻬 씨 시리즈는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들을 정신의학적인 예시나 이론을 통해서 얘기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대중의학서라고도 할 수 있고, 스스로 더 나은 상태로 이르는 방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독특한 점이라면, 그걸 일반적인 지식서의 문법 대신 ‘소설’이란 형태로 담아냈다는 거다. 학습적인 내용을 만화로 담아낸 걸 ‘학습만화’라고 하니,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학습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몇몇 부분에서 조금은 튄다 싶게 학습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게 단점이라 느껴질만큼 어색하지도 않고, 소설적인 재미도 꽤 잘 살렸다.

주인공인 꾸뻬(Hector) 씨가 여러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경험하고 생각하는 일들을 담은 이 소설은, 조금은 여행 소설같은 측면도 있어서 각지의 모습이나 그곳에서의 사회적인 이슈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이야기를 위해서만 덧붙인게 아니라, 꾸뻬 씨가 말하는 ‘깨달음’의 실제 사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와 거기에 녹아있는 개별 사례, 그리고 그로부터 끌어낸 깨달음도 꽤 잘 풀어냈다. 그래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면서 각각의 경우와 그에 따른 지침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핑크색 안경’에 관한 책을 (책 속에서도) 저술한다는 식으로 설정한 것도 꽤 좋았다. 그 덕에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더 자연스러웠으며, 여행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정신의학 관련 내용도 저서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보충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 쪽 경험이 없으며, 자신도 관련 사례를 겪고있는 기자가 함께 한다는 것도 좋았는데, 꾸뻬 씨의 깨달음과 그 적용 예를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핑크색 안경’이라는 것도 참 멋졌는데, 비록 전문 용어 등에 비하면 좀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아는 안경으로 비유해 얘기함으로써 슬쩍 듣기만 해도 어떤 느낌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꾸뻬 씨의 ‘가르침’들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대게 납득이 가고, 심지어 몇몇은 나 자신이 생각해본 적도 있는 것이라서 더 그렇다. 일부는 현재의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들도 있었다.

나는 현재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가. 또, 나의 핑크색 안경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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