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2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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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킹(Emily R. King)’의 ‘불의 여왕(The Fire Queen)’은 소설 백 번째 여왕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서양과 중동을 섞어논 것 같은 왕국을 배경으로 제국의 왕 라자 타렉의 백번째 부인을 꼽는 토너먼트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1편처럼, 2편도 어떻게 보면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또 다시 주인공 칼린다는 대결의 흐름속에 떠밀려 가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과 거기에 낀 다른 한명이 삼각관계같은 구도를 만들어 내기에 인물 관계도 전편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심지어 그 관계자가 전작의 왕 라자 타렉과 꼭 닮은 그의 아들이 아닌가. 그래서 더욱 비록 이야기는 다르지만 꽤 전작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그게 이런 삼각관계를 잘 이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왜 꼭 라자의 아들이어야 했는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는지, 왜 칼린다는 왕자와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 같은 것 말이다. 1편을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흐름이 많이 다르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제국에 집착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 3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소설 진행 방식을 바꾼 것은 꽤 괜찮았다. 시리즈물의 경우 유사한 형식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불의 여왕은 전편이, 비록 때론 3인칭 시점 같은 면도 보기긴 했지만, 계속해서 칼린다를 중점으로 한 1인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에 반해, 처음부터 칼린다와 데븐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게 서로의 행동이나 생각 들을 보여주면서, 한쪽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좀 더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건 또한 이야기를 좀 더 신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어 새로운 느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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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심장
진주현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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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심장’은 강박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하나씩 이상한 사람들이다. 불필요하게 힘든 수업을 강요하며 학생들이 떠나가게 만들지를 않나, 쓸데없는 연관성에 집착하기도 하고,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 들거나, 경계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건지 불필요한 일을 벌이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무엇하나 제대로 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짧은 글 안에 담아내서 그런지, 아니면 갑작스레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는 이니셜로만 된 낯선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들의 행동과 심정에 잘 공감이 가지 않아서인지 이 소설은 물위에 뜬 기름처럼 묘하고 마뜩잖은 감정을 남기다.

비록 극 진행에 도움은 되는 것이긴 했지만, 각자가 갖고있는 강박증들과 강박증에 대한 신화같은 얘기를 하는 것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이게 꼭 필요했어?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불현듯 등장하는 메시지 같은 것도 이게 여기서 나올 것이었나 하는 갑작스러움이 있다. 이런 붕 뜬 느낌은 이 소설을 있게 했다는 페스소나라는 주제의식도 그랬다. 소설과 소재, 그리고 그를 통해 담아낸 메시지가 서로 잘 섞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체 이야기 구성 자체는 만났다 오해하고 헤어지고 정리하는 흔한 연애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만 보자면 그냥저냥 볼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세부적인 것들이 좀 낯설고 그렇다고 공감이 가게 그려진 것도 아니어서 다 보고나서는 이게 무슨 이야기였지 싶은 묘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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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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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한국인 이주민의 삶을 담아낸 단편 소설집이다.

한국인은 크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태어나서부터 한국에서 사는 사람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으로 나간 사람, 그리고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이 소설집은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과는 전혀 무관한 외국인도 아닌 묘한 경계에 선 사람들의 심정과 이야기를 잘 담고있다. 그래서 딱히 그런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은 없지만, 그들이 겪는 경험이나 이야기, 생각들이 의외로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건 어쩌면 그들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인이라고하면 의례 생각할 수 있는 ‘정’은 물론 도무지 정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냉혹함과 이기적인 모습들도 함께 비추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꼭 외국인,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한국인으로서도 볼 수 있고 그렇기에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마치 이민자이기에 한국에서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속하지도 못한 애매한 입장인 것처럼 그렸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의 그런 감정이 어떠한 부류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만한, 또 공감할만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서, 한국에서만 생활했으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것일 내가 이민자들의 그 묘한 ‘경계에 섬’에 공감하는게 새삼 묘하다.

어쩌면 현대 한국인들인 소위 ‘정’이나 ‘이웃사촌’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게 우리를 못내 고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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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 따뜻한책 8
마일두 지음, 이양구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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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는 어느 날 문득 길가 바위에 쓰인 문구를 본 동물들이 서로 가장 강하다며 주장하다 벌어지는 일을 다룬 그림책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왜, 돌고 돌아 자기가 가장 하찮게 여겼던 바로 옆에 있던자로 결국 되돌아오던 이야기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 익숙함으로 시작한 이 책은, 그러나 갑작스런 사건을 맞으며 알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간다.

여러 동물들 각각이 서로 왜 자기가 강한지 말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위험한 지진이 닥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도 서로 자기가 강하다면 싸웠던 동물들은 함께 도망치면서 각자가 스스로의 약한 점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때 서로 도와주며 지진이 가라앉을 때까지 안전한 곳까지 함께한다.

그렇게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을 함께 했기때문에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을 보면서 곧 자신들이 집착했던 ‘강함’이라는 자존심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지를 깨닫는다. 원숭이가 그들에게 다시금 ‘그래서 누가 제일 강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 ‘우리가 강하다’고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여러가지를 생각케 한다. 협력하면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보편적인 얘기는 물론, 그게 이기적인 경쟁보다 더 낫고 지향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무한 경쟁주의를 생각하면 꽤 뼈저리다.

이야기와 함께 한 그림도 좋다. 마치 판화로 찍어낸 듯한 그림 하며, 원색적이면서 파스텔톤을 한 색감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혼자만 튀는 것도 아니라 이야기와도 잘 어울려 보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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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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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들린 밴 드라닌(Wendelin Van Draanen)’의 ‘플립(Flipped)’은 두 소년, 소녀의 첫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한마디로는 부족할 것 같다. 반짝이는, 미소짓게 만드는, 귀여운, 인생의 지혜를 담겨있어 깊은 여운도 남기는 그런 책이다.

초반은 다분히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1936 발표작)을 떠올리게 한다. 두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그렇고, 풋내나는 첫사랑을 그렸다는 것도 그러하며, 브라이스가 줄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나 태도하며, 줄리의 (브라이스 입장에서 보기엔) 츤데레같은 면들도 그러하다. 소설 속에서 주요 장치 중 하나로 사용하는 ‘달걀’도 다분히 동백꽃의 ‘감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은 동백꽃을 장편으로 쓴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 한편, 단편이라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했던 동백꽃과는 달리, 이 소설은 ‘콩깍지’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의 진중함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나아가 삶에 모습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걸 아직은 어린 두 아이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성장 소설의 모양새도 띈다.

동백꽃이 두 사람의 관계를 한쪽(남자)의 입장에서만 기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줄리와 브라이스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도 다른 점이다. 또래에 비해 (정확하게는 브라이스에 비해) 훨씬 조숙하고 생각이 깊은 줄리와 그에 비하면 유치한 아이같은 브라이스를 대비해서 보여주는 것은 마치 서로 다른 두 장르를 넘나다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하기도 한다. 둘이 서로 다른 면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데, 그게 둘 사이에 어떤 오해나 착각을 남기기 때문이다. 착각물의 성격도 띄고있는 셈이다.

그래서 각자의 입장을 기술하며 전에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새로 얘기하기도 하고, 또 둘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서로 얼마나 다른 것을 보고 받아들이며 생각하는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둘의 이 간극은 꽤 큰데, 새삼 사람이란 얼마나 편협하고 또 다른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두 가족(엄밀히 말하면 세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나 감정의 흐름을 통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좋았다. 특히 쳇 할아버지의 말들은 하나 하나가 묵직해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만들었다.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라 여러 면들이 한데 섞여있으면서, 그 중 어느 하나가 특별히 튀지않고 잘 어우러진 것도 좋았다. 그래서 초반엔 그저 두 아이들의 얘기를 보면서 잔잔히 미소짓다가, 다 읽고나서는 묵직한 여운이 남기도 했다. 참 잘 만든 작품이다.

아쉬운 것은 ‘플립(Flipped)’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거다. 단어가 여러 의미가 있고, 실제로 작품 내에서도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냥 독음으로 써버리니 소설을 보면서는 전혀 그 뜻이나 의미가 와닿지가 않았다. 사전도 뒤져보고, 후기도 보고, 해설도 읽어야 비로소 느낌이 오는 번역이라니, 그걸 과연 번역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번역이 되었다면 소설을 볼 때 더 그 느낌이 살았을 것을, 부담스럽다고 그냥 던져버리다니 못내 아쉽다.

작품이 좋아서인지 동명의 영화(Flipped, 2010)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엄청까진 아니어도 나름 괜찮은 평을 받은바 있다. 영화는 소설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는데, 서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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