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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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구로이와 루이코(黑岩 淚香)’, ‘아에바 고손(饗庭篁村)’, ‘모리타 시켄(森田 思軒)’ 세 작가의 일본 고전 단편 추리소설 6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일본 추리물은 나름 알아주는 편이다.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유명하고 또 사랑받는 시리즈도 여럿 있고, 작품 자체로도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 못지않은 작품도 여럿 있다.

이 책은 그런 일본 추리 소설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해볼 수 있도록, 1880년대부터 1945년까지의 주요 추리소설을 엄선해 연대순으로 담아내는 걸 목표로 시작한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1편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시작점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는 눈이 높아진 요즘 독자들이 보기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일본 추리물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발하고 잘 짜여진 트릭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당시 서양에서 들여오던 추리물과 유사해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초기에 번역을 통해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전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를 닮은 이야기가 쓰여졌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수록된 작품도 6개 중 무려 4개가 외국 원작이다. 사실상 번역 작품이라는 말이다. 이게 조금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라는 것에 물음표가 떠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초기 일본 추리소설은 외국에서 들어온 추리소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추리소설을 기대하며 펼쳤었던 만큼 역시 아쉬움이 남는 구성이기도 하다.

옛 소설들은 담은 것이니 만큼 세련된 맛도 좀 떨어지나, 문장에서부터 풍겨오는 옛스런 냄새가 의외로 나쁘진 않다. 사건이나 추리도 좀 우연성에 기대거나 가능성을 크게 부풀리는 점 등이 보이나,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로워서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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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 - 홀로, 그리고 함께 그려가는 특별한 하루
로사(김소은)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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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는 잔잔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삽화가 함께 어우러진 그림 에세이집이다.

어떻게 보면 시화집 같기도 한 이 책은 주로 아이가 자라면서 함께 겪은 일들과 그것들을 통해 깨닫고 떠올린 생각들을 담고있다. 그것을 1년이란 시간동안 바뀌어가는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풍경과 함께 담아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조금은 일기같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아이의 성장 기록 같기도 하다는 느낌도 준다.

에세이는 대체로 잔잔한 편이다. 딱히 특별한 경험이나 이야기가 담겼다기 보다는, 때론 일상을 그대로 적기도 하는 등 부담없이 볼 만하다. 그림과도 잘 어우러졌다.

그림은 역시 이 책은 가장 돋보이게 해준다고 할 만한데,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의 그림체도 좋지만 요즘에 그리 흔치않은 수채 일러스트라는 점도 끌리게 한다.

수록작들은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그런 날’이라는 테마로 연재된 그림 중에서 138편을 고른 것이라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워서 무엇 하나 손쉽게 스쳐 지나가지 않게 만든다. 마치 순정 만화속에서나 나올법한,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모습은 묘하게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며, 꽃이나 나뭇잎 등의 패턴들도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다만, 이것은 이 책의 장점일 뿐 아니라 단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 등 일부를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구석의 자잘한 것까지도 꽤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면 일단 감탄하며 보다가, 에세이집으로 내기보다는 판형이 큰 화보로 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이 그림을 담아내기에는 좀 작기 때문이다. 그게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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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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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데 다카시(平出 隆)’의 ‘고양이 손님(猫の客)’은 어느날 찾아온 고양이와의 만남을 차분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시작은 우연히 옆집이 고양이를 주운 것이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고양이를 직접 들이지 않은 것은 순전히 타이밍이 어긋나서일 뿐만 아니라 집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를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고양이가 담을 지나 이쪽으로 건너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면서 점점 그 때의 순간이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이 소설은 그렇게 함께했던 고양이와의 순간들을, 때론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인 주변 이야기들을 섞어가며, 29개에 걸쳐 나누어 엮어냈다.

거기에서 실제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화는 그리 많지 않고, 나오더라도 차지하는 분량은 제목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으나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가 참 요물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개인 경험도 담겨있는 듯, 픽션과 현실이 묘하게 섞여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 책은 언뜻 에세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저 작가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담은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시기에 고양이와 마음을 나눴기에 그저 그런 이유로 ‘고양이 손님’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달까.

그래서 딱 짜여진 소설이라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웃과의 관계라던가, 고양이 치비와의 마지막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이는 작가가 애초에 소설 자체를 애매하게 쓴 것처럼, 끝까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진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에 상당히 담았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특징들도 다분히 나온다. 언어적인 묘사들 같은게 그렇다. 이 소설을 ‘일종의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라고 소개하는 것도 왠지 납득이 간다. 다만 좀 어려운 것도 닮은 것은 조금 아쉽다.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이 책이 자신의 다른 책과 이어지는 글이라고 하는 만큼 그 중 일부만 보기보다는 이어서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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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서 색칠하고 찾아보기
이소벨 룬디 지음 / 국민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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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벨 룬디(Isobel Lundie)’의 ‘정글에서 색칠하고 찾아보기(Colour By Numbers: Jungle)’는 컬러링과 퀴즈를 결합한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숫자 표기가 있다는 거다. 보통 컬러링 책이라하면 자유롭게 색을 칠할 수 있는 도안만이 수록되어있는데, 이 책은 거기에 0에서 9까지 총 10개 숫자가 추가로 더 표시되어 있다.

나는 이걸 보면서 만화가가 어시스턴트에게 후속 작업을 맡기기 위해 어떤 식으로 작업해달라는 표시를 남기는 걸 떠올렸는데, 실제로 이 책의 숫자 표기는 딱 그런 용도다. 미리 준비되어있는 색깔 차트에 따라서 각 부분을 어떤 색으로 칠하면 좋을지를 표기한 것이라 컬러링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것 덕분에 바탕 그림만 보고 적절한 색을 떠올리거나, 연하고 진한 색들을 적절히 나누고 할당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그럴듯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색을 칠한 부분의 구분이 확실하도록 도안을 만들었고, 개별 부분에 가능한 충실하게 숫자를 달아 어떤 색을 칠할지 막히는 일도 거의 없다.

다만 색을 10가지만 쓰기 때문에 색을 칠하지 않고 흰 바탕으로 두는 부분도 있고, 또 일부는 다른 색이었으면 더 나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쉬운 컬러링을 위한 제한이 조금은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10색만으로 무려 9가지 그림을 모두 칠할 수 있게 한 것이나, 그러면서도 크게 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조합한 점은 꽤 칭찬할 만하다.

색을 칠하는게 그림과 관련된 퀴즈의 답으로 이어지기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질문은 색을 칠하기 전에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데, 색을 다 칠하고 나면 금세 눈에 띌 정도로 쉬워서 색을 칠하는게 감춰진 요소들을 드러낸다는 느낌도 준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복잡한 그림이 아닌데도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을 이끌어 내는게 꽤 재미있다.

단점이라면 모두 2쪽에 걸친 그림인데도 완전히 펼 수 없으며 반 접는 방식으로 제책을 해서 가운데가 일부 짤리고 그 부분은 색을 칠하기도 번거롭다는 거다. 차라리 그림을 나누지 않고 1쪽에 모두 담을 수 있게 판형을 키우는건 어땠을까. 만약 그림과 퀴즈를 나눠 앞장과 뒷장으로 따로 배치했다면 책 자체는 그리 커지지 않으면서도 보기도 나쁘지 않고 색을 칠할때도 편했을텐데 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컬러링 자체는 꽤 만족스러웠으며, 거기에 버무려진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퀴즈들도 꽤 괜찮았다. 다른 시리즈가 있다면 더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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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Novel Engine POP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
이카다 가쓰라 지음, U35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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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다 가쓰라(筏田 かつら)’의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君に恋をするなんて、ありえないはずだった)’는 서로 접점이 없는 것 같던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끌리면서도 엇갈리는 이야기를 그린 연애 소설이다.

책을 다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딱 이거였다:

"뭐야, 이게!!!"

그만큼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이야기였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개연성이 없다거나 쓰레기 같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여지도 많았고, 현실적이라는 측면에서는 꽤 공감할만한 점도 있었다. 비인기인의 갑작스런 고교 연애라는 조금 비현실적인 소재를 나름 현실적인 전개로 풀어낸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감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인데, 때론 식빵같은 등장인물이나 상황들이 나와 고구마라도 급하게 삼킨 듯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주저하는 마음 같은 것도 공감이 가게 잘 표현한 편이다.

이 현실과 비현실, 공감과 비공감이 섞인 비율도 나쁘지 않다. 이게 가벼우면서도 무겁기도 하고, 밝으면서도 칙칙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 연애물이 비해 특별하게 좋으냐 하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나, 작가의 문장력도 좋은 편이며 번역도 나쁘지 않아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볼 만하다.

그러나, ‘일단 문고 한권 분량’이라는 출판사의 얘기를 멋대로 받아들여 ‘그럼 전체 이야기의 앞부분만 책으로 내볼까’라고 해버린 것은 결코 칭찬해줄 수가 없다. 언제 뒷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아니 볼 수나 있을지도 모르는 걸 독자에게 던져주는 건, 자는데 뒷통수 갈기는 것이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그건 (미처 하지 않은 이야기가 여럿 빠졌기 때문에) 이야기의 완성도도 크게 떨어뜨린다. 예를들면, 두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이 그렇게까지 적극적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걸 유도하는 일종의 장치로만 소모되고 사라져버리는 점이 그렇다. 이게 이 소설을 뜬금없고 마뜩잖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이 한권만 놓고 봤을때는 ‘한번 보라’고 가볍게 얘기해 보기도 좀 뭣하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소설이 인기를 끌었는지 후속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졸업’이 나왔다는 거다. 흔한 시리즈물의 제목처럼 1권, 2권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이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단권인줄 알고 펼쳤다가 너무 충격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권짜리라고 생각하면 참 적절한데서 잘도 끊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마음과 오해를 또 어떻게 풀어냈을지 나름 기대도 된다.

그러니, 나는 일단 후속권을 읽어봐야 겠다. 얘기는 그 다음에 해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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