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아들
허성수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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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아들’은 흔하지않은 기독교적인 이야기들을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가 대학 시절부터 30여년간 쓴 중/단편소설 중 기독교적인 것 12편을 골라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뜻 봤을때는 간증집같기도 하다.

실제로 수록 소설 중 일부는 다분히 그런 느낌이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우연찮게 좋은 사람과 기회를 만나고, 그래서 나름 성공이라 할만한 일을 이뤄내는 이야기. 거기에서 신의 은혜를 느낀다는 것 말이다. 이런 점은 여타의 간증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집엔 그런 이야기들만이 있는게 아니다. 그런 것에서는 꽤 벗어나 있는, 신앙 생활에 의혹이나 염증을 느끼는 이야기 같은 것도 다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은 간증집으로서는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갖고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가치있어 보였다.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그만큼 허환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게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대신 때론 방황도 하고 의심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이나 또는 신앙생활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고, 나아가 현대인과 종교생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종교적인 색체를 띄는 것은 소설집의 특성상 어쩔 수 없으며, 오랜 세월이 담긴만큼 문장도 일부는 옛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기도 한다. 현대적이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문장이 나쁜 것은 아니며 이야기 역시 그래서 보기 괜찮았다.

현대 기독교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어 비기독교인이 읽기에도 나쁘지 않지만, 기독교인이 읽었을 때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소설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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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부서진 밤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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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부서진 밤’은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다.

좀비물에는 현대를 배경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더 역사 그것도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눈에 띈다. 역사 속에 좀비라는 실체하지 않는 소재를 끼워넣는 것은 좀 조심스러운데, 자칫하면 역사물로서도 부족할 수 있고 역사에 끼워맞추다보면 좀비물로서도 부족한 면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역사와 좀비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않으려 한 게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이 둘은 따로 놓아도 좋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을 보는 중에도 그런 생각도 얼핏 얼핏 들기도 한다. 하지만 따로 떼어냈다면 이런 이야기로 완성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좀비라는 호러 요소와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를 정말 잘 버무린 듯하다.

소설 속 좀비는 우리가 현대물로 익숙해진 ‘살아난 시체’보다는 과거 주술적인 요소가 강했던 원래 좀비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현대 좀비만 아는 사람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렇기에 더 복고적인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를 끌기도 한다.

기왕 역사물로 쓴만큼 단순히 호러 요소로만 쓰지 않고 당시 역사 속에서 백성들이 견뎌야 했던 고초 등과 결합한 것도 좋았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딱 와닿지 않고 걸리는 점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갑자기 그런 전개로?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하지 않고? 그런 생각을 당연하게 들게하기 때문이다. 그건 작가가 왜 그때가 되어서야 그게 가능했는지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설명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래서 좀 무리하게 끝낸 느낌도 남긴다. 괜찮게 봤다는 마음 한켠에 아쉬움도 느끼게 하는 이유다.

편집면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은 나쁘지 않았으나, 문장 중 일부가 누락된 부분도 있고, 오타도 의외로 많은 등 편집 마무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재미있었다. 한국 좀비물 전문가라더니, 과연 그럴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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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마야
멀린 페르손 지올리토 지음, 황소연 옮김 / 검은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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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멀린 페르손 지올리토(Malin Persson Giolito)’의 ‘나의 다정한 마야(Storst av allt)’는 총기사건의 공범으로 체포된 마야의 사건을 마야 자신의 수기 형식으로 그려낸 법정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은 총기난사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소재로 했다. 학교에서의 총기난사는 실제로 여러번 벌어지기도 했고, 그만큼 여러번 논란이 되기도 했던 문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걸 스릴러로 담아냈다고 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솔직히 이 이야기는 책의 첫 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스릴러’라 할만큼 쫄깃한 긴장감을 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총기난사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지도 않는다.

대신 마야의 이야기를 실제 10대 소녀가 쓴 것 같은 문체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런 과정에서 마야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를 차분히 그린 편이다.

마야의 수기 형태를 띈다는 것은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갖는다.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잘 담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그 덕에 문장이 썩 깔끔하지 않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 점은 특히 초반에 두드러지는데, 한국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 방식이 더해져 더 그렇다. 오타도 꽤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읽을 때 조금씩 걸리게 만들었다.

용의자 본인의 시점에서 그렸다는 점도 단점으로 볼 수 있는데, 진실을 찾는 스릴러로서는 이야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니 진실을 모르는데서 오는 긴장감은 만들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선지 작가도 일부러 핵심적인 내용은 피해서 기술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점은 조금 작위적인 느낌도 든다.

이야기도 전체적으로 스릴러라기보다는 마야를 변호하는 변호사 샌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휴먼 법정 드라마에 가까웠다.



* 소설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검사가 제시하는 마야에 대한 혐의들을 하나씩 부정하면서 마야의 정당성을 얘기해 나가는 것이나 과거를 회상하며 일이 그렇게 치닫게 된 과정을 그린 것은 나름 볼만하다. 하지만, 결말을 위해 좀 무리수를 둔 듯한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시작점인 검사의 혐의 제시와 그 근거가 너무 비약적이고 빈약하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검사가 마야를 일부러 그렇게 몰려고 하는 나쁜 놈처럼 보였을까. 하지만 실제론 전혀 뒷거래같은 구린 구석이 없는 검사였기에 왜 그런식으로 기소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걸 현직 변호사가 썼다니 의외일 정도다. 아니면 이런 황당한 사건이 그만큼 현실에 많다는 것인지.

변호사도 알아낼 수 있었던 걸 현장을 보존하고 살펴볼 수 있었던 검경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변호사의 반박에 굴복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마야에게 덮어씌운 혐의 중 일부만 덜어냈어도 충분히 의심할만하다고 했겠으나 좀 너무 나감 점이 있다. 마야가 몰아부쳐진 상태로 시작하기 위해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싶다.

전체 이야기나 결말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는데 이런 점들을 어떻게 보왔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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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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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는 우연히 고양이 두마리와 만나 지내는 이야기를 통해 고양이들과의 교감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양이 시점으로 써내려갔기에 반 이상은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게 얼핏 공감할 지점을 찾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고양이의 생각과 감정을 알기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점도 꽤 잘 담았고, 고양이들의 은밀한 생활도 나름 흥미롭게 그려냈기 때문에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게 한다.

거기엔 밝고 부드러운 톤으로 마무리한 일러스트도 한 몫 한다. 고양이의 사랑스러움도 잘 담았으며,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귀여운 이야기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쁘지는 않다. 소위 ‘도둑고양이(또는 길고양이)’라 하는 떠돌이들을 등장시켜 인간만이 아닌 고양이들만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는데, 그게 반려묘의 범위를 넘어선 이야기까지 하게 해주는 것도 괜찮았다.

다만, 문제는 그게 어디서 많이 봤던 전개라는 거다. 아동 애니메이션을 생각나게 하는 것도 더 기존 작품을 연상케 한다. 나면서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집고양이가 과연 야생으로의 회귀 본능이 그렇게까지 강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이런 점들은 책을 다 보고 나서도 옥의 티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의인화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처럼 그려낸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일종의 판타지 소설로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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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부검 -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서종한 지음 / 시간여행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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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부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는 자살의 원인을 파헤치는 심리부검과 그 사례를 실은 책이다.

이 책은 같은 주제로 쓴 저자의 두번째 책이다. 전작인 ‘심리부검: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은 주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데, 그러다보니 심리부검 자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연구나 접근법, 또 자살 예방 매뉴얼 등에 대해 아쉬워 하는 사람이 많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심리부검 사례 뿐 아니라 심리부검이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이나 방법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자살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자살자의 생각이나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자살에 긍정적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도 꽤 상세히 다룬다.

때때로 자세한 사례와 함께 심리부검이 어떤 것인지를 잘 설명한 것도 좋지만, 심리부검을 필요케하는 자살에 대해서 다루는 것도 꽤 좋다. 그래서, 비록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꼭 상담 관련한 사람들이 아니라도 모두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내용들이 많다.

한국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병으로 인한 사망 외에도 비교적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이지 않던가. 게다가 그 원인도 다양하다. 개인적인 우울함 뿐 아니라 외부에 의한 영향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사인을 미리 알아챌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돕고 자살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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