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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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별사탕 내리는 밤(金米糖の降るところ)’는 불륜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있는 만큼 꽤나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두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만큼 등장인물도 여럿 나오고, 그들이 모두 각자 하나씩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만큼 다양한 형태의 잘못된 만남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꽤 볼만은 하다. 다만, 그게 개인에 따라 불편함을 일으킬만 하기도 하다.

가장 큰 줄기는 ‘사와코(카리나)’와 ‘미카엘라(도와코)’, 두 자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10대 초반, 아직 한참 어렸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누구를 만나든 서로의 남자를 공유하고 평가했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건 그들의 어렸을 적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쳐서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그게 꼭 그런 식의 행동으로 나타나야만 했느냐에는 솔직히 좀 의문이 남았다. 이성적으로 이해 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도 공감할만한 측면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자매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어느 시점에서 그를 그만 둔 것이고, 당시를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회상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입장에 서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넘어서지 못하는 어떤 한계점이랄까, 벽 같은 것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끝까지 긍정적으로만은 얘기하지는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게 이들의 끝이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예상케 한다. 본문에서도 그를 짐작케하는 얘기들을 꺼내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 그들 역시 그러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반대로 더 그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사랑은 모두 좀 기형적이다 누군가를 배신하거나 상처입히며, 이기적이고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 때의 흔들림’이라는 거다. 특히 1인칭으로 서술되는 ‘아젤렌’의 이야기는 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참, 논란을 일으킬만한 묘한 이야기를 했다 싶다.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롭게 잘 썼다. 일본과 아르헨티나를 오가고, 때때로 과거를 훑어보면서, 대체 무슨 약속을 한건지, 이들의 꼬인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게될지 계속 궁금하게 한다. 중간 중간 설명을 위한 문장이 끼어있는 게 흐름을 끊어 썩 읽기 좋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문장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짜임새 있는 것은 아니라 일부 소모되고 버려지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건 또한 약간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묘하게 의미심장한 표현이나 상징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떤것도 명확하게 그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도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에서 유례가 되었는데, 그런 자매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을 생각하면 조금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펼쳐서 보여줄 뿐 마침표를 찍지는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묘한 희망적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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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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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드 빌누아지(Sophie de Villenoisy)’의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Joyeux suicide et bonne année!)’는 자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자살은 꽤 민감한 문제다. 특히나 자살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마치 자살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이라니. 심지어 행복한 자살이라니, 대체 무슨 얘길까. 자살에 안어울리는 해피 뉴 이어는 대체 또 뭘까.

얼핏 주목을 끌려고 제목을 일부러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지은듯 하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외로 책 내용을 잘 요약한 것에 가깝다. 다만 실제로 전하려는 의미가 뭔지 알려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뿐이다.

소설은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죽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주인공이 적당한 시기에 자살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괜히 심리치료사도 찾아가 얘기 나누고 그가 내주는 당황스러운 숙제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점점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가 하면, 한편으론 그를 통해서 원래 의도대로 자살에 대한 생각에 더 확신도 갖게 된다. 그런데, 갑작스럽고 우연한 만남을 가지면서 그제까지에 반전을 맞게 된다.

자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리 이상하지도 않고 심지어 낯선 것도 아니다. 특수한 경우이긴 하겠지만, 안락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누구도 삶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대로 시작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끝이라도 원하는대로 맺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솔직히 앞으로의 삶에 고통과 괴로움밖에 남아있지 않다면, 그런 삶이라도 지속해야한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더 폭력적인 얘기니까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실비’의 결심도 어찌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하나 간과한게 있다면 죽음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거다. 그러니 시간을 갖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차분히 돌아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소설에서는 그 계기가 너무 순식간에 명확하게 드러나서 마치 단지 그 사건 때문에 실비가 급작스럽게 마음을 바꾸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게 그녀의 깨달음과 그 일을 겪으면서 그녀가 하게되는 행동들이 다소 충동적이고 뜬금없게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잘 보면 그건 그저 하나의 계기였을 뿐, 실제로는 그 전에 차곡차곡 쌓은 일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즉, 단순히 죽음을 직면한 후 느낀 공포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측면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통해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깨달아 가는 것을 보여주는 대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바뀌도록 그리면서 그녀가 갑작스레 행동 변화를 보이게 만든 것은 좀 마뜩잖았다.

그 후의 행동도 비교적 그렇다. 그 이전이야 죽음을 염두에 두었기에 넘어갈만 했다면, 그 다음 일들은 꼭 그렇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약간의 감동 뒤에 오는 껄끄러움도 남겼다.

메시지도 확실하고, 그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영화화되어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영화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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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게이츠와 개좀비 3 - 도그쇼와 쫄쫄이 스웨터 톰 게이츠와 개좀비 3
리즈 피숀 지음,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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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피숀(Liz Pichon)’의 ‘톰 게이츠와 개좀비 3: 도그쇼와 쫄쫄이 스웨터(Tom Gates: Everything’s Amazing (Sort Of))’는 유쾌한 말썽꾸러기 톰 게이츠 시리즈(Tom Gates Series) 3탄이다.

이 책은 일단은 소설이지만, 글과 그림이 섞여있는 독특한 편집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만화같기도 하고, 톰 게이츠의 시점으로 쓰였기 때문에 마치 그림일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글에서 그림으로, 그림에서 글로 톡톡 튀는 개성적인 모습이 단지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뿐 아니라 이야기를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대신 두가지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번역과 편집은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원본과 비교해보면 미묘하게 아쉬운 점들이 있다. 언어적인 차이 등으로 원작을 완전히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세부적인 곳에서 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한국어판만 놓고 봤을 때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다는 거다. 톰 게이츠 시리즈의 장난스런 맛도 나름 잘 살아있다. 그래서 책을 볼 때는 그렇게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 편이다.

이야기는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다. 이름에서부터 악동 톰 소여를 연상케하는 톰 게이츠의 장난은 다른 사람을 약올리거나 하는 부류가 많기 때문에 때론 불편한 면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너그러이 봐줄만 하다.

실제로 하는 장난들도 현실 남매를 연상케하는 누나 괴롭히기라던가, 선생님들에게 별명을 붙이고 놀리는 것, 그리고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며 재미를 찾는 것 등이라 아이들의 장난질을 연상케 해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장난을 하는 대상과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한쪽이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더 그렇고.

자잘한 장난들을 마치 기록처럼 보여주는 한편, 생일이라던가 댄스파티 같은 큰 이야기로 나름의 절정과 해소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

마지막엔 묘한 떡밥 같은 걸 뿌리기도 했는데, 그게 톰 게이츠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상의 한 장면일지 아니면 다은 권에서의 주요한 이야기로 이어질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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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어드벤처 : 노아의 방주 - 혼자서도 척척, 레고 가이드북 브릭 어드벤처
송형근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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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어드벤처: 노아의 방주’는 레고를 갖고노는 방법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 북이다.

레고는 서로 끼워 맞출 수 있게 만들어진 블럭 놀이기구다. 처음에는 레고도 간단한 것만 가능한 수중이었겠으나, 지금은 다양한 특수 부품들이 만들어져서 원한다면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이 됐다.

이 책은 그런 레고를 가지고 노는 방법을 담은 책으로, 다양한 블럭과 피규어를 이용한 역할 놀이나 레고 제품에는 없었던 새로운 모형을 만드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추가로 수록한 방주 인포그래픽이나 숨은그림찾기도 꽤 괜찮았다.

역할놀이로는 기독교 전설의 하나인 ‘노아와 홍수’를 표현했는데, 신화의 여러 장면들을 레고로 연출해 담은게 꽤 볼만하다. 모두 사진이지만 레고의 모습과 색감 때문에 마치 그림책을 같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내용덕에 조금은 The Brick Bible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는데, 같은 방식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홍수 이야기 뒤에는 작중에 나왔던 방주를 실제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무려 712개의 브릭을 이용해 문도 열 수 있게 방주를 꽤 그럴듯하게 잘 구현했다. 다만, 전용 부품이 아니어서 그런지 몇몇 부분이 좀 어색하다. 2층과 지붕이 제대로 맛물려 있지 않다던가, 바닥에 나무로 된 배 같지 않아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등이 그렇다.

만드는 방법도 레고 설명서처럼 개별 과정이 자세히 표현되어있지 않다. 각 부품의 완성 모습만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맨 마지막에 전체 조립 과정을 간략히 보이는 식으로만 나타내서 따라가기 썩 좋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브릭을 무려 712개나 쓰는데 겨우 6쪽에 담아내려 한 건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 어떻게 보면 모형도 애초에 이를 고려해 좀 단순화 시킨 것 같기도 한데, 그게 결국엔 모형과 충실한 설명서 양쪽 모두를 불만족스럽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추후 같은 시리즈를 낸다면, 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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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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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은 방화범과 그를 쫒는 한 알코올중독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간단하게 프롤로그, 스토리, 에필로그로 이뤄진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 꽤 눈길을 끈다. 각각을 조금씩 나누어 누구(또는 어디)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그 앞에 표기했는데, 이게 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볼지를 얘기해주는 한편 마치 영화에서 장면이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때로는 연속된 이야기인데도 묘하게 달라진 시점을 느끼게도 했는데, 이게 이 소설을 읽는 일종의 가이드처럼 느껴지게도 했다.

서술만이 그런게 아니라, 이야기도 한편의 영화 같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빠른 전개를 통해 풀어내서 더 그렇다. 방화범에게 당해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얼굴과 사회적인 위치까지 모든것을 잃어버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매력적이었고, 미스터리한 방화범이나, 주인공과 함께 그에게 맞서는 사람들의 사연도 흥미로웠다. 분량이나 세세한 묘사는 좀 부족했지만 화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나 불과의 싸움을 그린 장면도 좋았다.

처음엔 그저 방화범과의 싸움 같았던 이야기에 점점 살을 붙여 스케일을 키우는 것 역시 잘 했다. 단순히 사람을 늘리고 그에 따라 이야기 수만 늘린게 아니라 서로 연결시켜가면서 이야기 자체가 커지게 하는 것도 꽤 잘했기 때문에 더 끝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부와 그 끝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화범의 미스터리함을 판타지적인 요소로 풀어낸 것이나, 권력과 폭력에 맞서는 것을 비현실적으로 풀어낸 것도 그렇다. 왜 동참하는지 전혀 남득이 가지 않는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 전까지는 마치 범죄소설이나 사회소설 같아 보였다면, 여기에 달해서는 갑자기 히어로물이나 판타지물로 장르가 바뀐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였다.

사실, 애초에 그런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열혈 만화의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고, 방화범 역시 프롤로그에서부터 그런 낌세를 뿌리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적 재미를 위한 요소일 뿐 적절한 해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그냥 그렇게 풀어버릴 줄은 몰랐다. 꼭 그런 요소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어서 더 쫌 그랬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까지 커졌던 뒷세계의 이야기도 힘이 빠져 좀 허탈하고 급작스럽게 마무리 지은 감이 있다. 그게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어찌보면 판을 너무 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에서 시작해 사회문제까지 꽤나 여러가지를 다뤘는데, 한가지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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