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길고 길고 긴 수염아저씨
박산샘 / 솔앤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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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고 긴 수염 아저씨’는 수염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수염을 길렀는지 몸을 전부 다 가릴 정도로 길고 풍성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는 어느 날 여행을 떠났다가 곤경에 처한 여러 동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위해 자신의 가장 멋진 수염을 사용하기로 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 수염을 활용한 장면들은, 실제로는 조금 어렵겠다 싶은 동화스러운 것들이다. 하지만 아저씨가 가진 수염의 특징을 잘 담아서 나름 그럴듯 하다. 수염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참 잘 그려낸 듯하다.

곤경에 처한 동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 장면들에서는 다른 동화 등에서 익숙히 봤던 장면이 연상되는데, 예를들어 밧줄처럼 사용하는 장면은 ‘라푼젤’을, 얼룩말을 숨겨주는 장면은 ‘선녀와 나무꾼’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듯 다른 이 장면들은 조금은 장난스러운 수염 때문에 재미있게도 보인다.

동물들을 도와주고 결국 모든 수염을 다 써버리는 장면은 ‘행복한 왕자’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런 것은 아니기에 그것들 보다는 좀 더 가볍고 유쾌하게 다가온다.

다만 그 끝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그 전까지의 장면들이 모두 수염을 소비하는 형태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수염을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텐데 아쉽다.

PDF로 만들어진 전자책은 편집이 별로였는데, 가로로 긴 형태의 그림책을 세로로 담아 위아래 빈공간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그게 어떻게 보아도 본문을 작게 보이게 만들어서 독서 경험을 해친다. PC 모니터도 가로로 길고, 타블렛도 가로로 돌려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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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 고대 초등 인문학 첫걸음
신현배 지음, 김규준 그림 / 뭉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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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1: 고대’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을 통해 세계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비록 세계사를 다룬 것이기는 하나, 시간 순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나 흐름 같은 것을 담고 있지는 않다. 세계사 그 자체를 다뤘다기 보다는 세계사 속에서 동물이 연관된 특정 에피소드만을 골라내어 소개하는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아는데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역사란 개별 사건 못지않게 전후의 연관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과 함께 한 동물들, 또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 등 역사 속에서 동물들이 어떤 현태로 살아갔으며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를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고 또한 재미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특징이 어려운 세계사를 가볍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나, 역사의 주요 이야기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지식적으로도 유익하다. 각각은 짧은 이야기이나 보다 정확한 사실을 싣기 위해 여러 역사서를 참고한 것도 높게 살만하다.

시대에 따라 각 동물들의 지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때로는 신처럼 받들여지기도 했다가 그 지위를 잃고 가축으로 전락하는가 하면, 반대로 노동력이나 고기로서 편리한 가축 취급을 받다가 신에 버금가는 지위로 격상한 경우도 있어서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간략하기는 하지만 책에서는 그런 사실 뿐 아니라 그렇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잘 정리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가볍게 보고 세계사의 더 많은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므로 세계사에 흥미를 갖게 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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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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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무동이라는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인간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 독특한 소설이다. 특히 서술 방식이 그렇다. 이야기는 대략 경수네 식구에서 시작해 그로 끝을 맺으며 세부적인 것들도 그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내내 그 이야기만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여러 가게를 해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이나 정착해 살게된 무동이라는 곳에 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두를 비슷한 무게로 다루기 때문에 이야기는 점점 커지고 길어지며 또한 복잡해진다. 그게 때로는 이야기가 줄기에서 새어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며, 그래서 전개가 좀 두서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도 좀 미묘하다. 나름 현실적인 공간과 인물 설정을 했나 싶은데 막상 그들의 이야기 자체는 썩 현실적이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사는 물론 입을 열어 뱉어내는 이야기까지 모두 어딘가에 거짓이 숨어있는 느낌이다. 당장 책의 제목인 마리의 낙타의 돼지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이것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작고 사소한 거짓말을 문득 뱉었다가 그 거짓말에 이런 저런 살을 덧붙이면서 이야기 자체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를 띈다. 마치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달까.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종잡을 수 없고 한편으론 황당하기도 하면서도, 흥미롭고 또한 재미있기도 하다. 그 거짓말같은 이야기에는 진실이 구분할 수 없게 섞여있기도 한데, 그것이 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들은 작가가 끝까지 어떤 설명같은걸 내놓지 않고 모호하게 놔두기도 하는데, 애초에 동네 이름부터가 없다고 해서 무동(無洞)인 것도 그렇고, 작가가 어느 정도는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경수네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도 뛰어다니는 소설은 마치 소위말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마구잡이로 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는 한편 그렇게 넓게 퍼져나간 모든 사람들의 사연들이 중심인 경수네 이야기와 연관을 보이기 때문에 묘하게 잘 짜여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결국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모든 사건들이 너무 많은 우연이나 사소한 행동들이 겹침으로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들은 그 이전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던 걸 어느정도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너무 맞아 떨어져서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두서가 없어 보이는 것은, 때로 이야기의 전후가 뒤섞여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제의 가족관계나 과거 인연의 등장 등이 그렇다. 이게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 내가 뭘 놓쳤나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이와 연관된 이야기는 뒤에 프리퀄처럼 나와 앞에서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소해주는 역할도 하고, 그렇기에 더 흩어졌던 퍼즐 조작이 맞춰지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구성에는 조금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글 자체는 흥미롭게 잘 써서 보는 내내는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기존에는 잘 보지 못했던 방식이라 보는 내내 소설을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쉽게도 어떤 의미나 의도를 위해 이런 전개 방식과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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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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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은 일본 사람들안에 부리깊게 박혀있는 제국주의의 흔적과 그들의 성향을 만화 ‘드래곤 볼’을 통해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이 처음 내 관심을 끈 것은 물론 드래곤 볼이라는 희대의 작품 때문이었다. 청소년용 배틀물의 하나로 재미있게 봤던 만화였는데, 거기에 대체 어떤 제국주의적인 사상이 담겨있는 것인지도 궁금했고, 그걸 얼마나 그럴듯하게 풀어냈을지도 기대도 되었다.

그리고 그런 점은 꽤 만족스러웠다 일본이나 일본인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섣불리 이 책의 내용을 긍정하거나 또는 부정할 수야 없었지만, 많은 부분이 충분히 그렇게 볼 만큼 납득가는 분석이 많았다. 가까운 나라고 그래서인지 문화적으로 (특히 일제 이후엔) 비슷한 점이 많은 듯 하면서도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반응을 하는게 기묘하게 느껴지곤 했었는데, 책에서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그럴듯한 답을 주었다. 그걸 원작 만화의 내용을 인용해가면 잘 풀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논문과 같은 내용과 형식을 띈 것 치고는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결론에 맞게 끼워맞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있기는 했다. 그건 이러한 이야기 자체가 원래 담길 수 있는 그릇이 많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가능한 얘기였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단지 자신들의 생각만을 펼친것이 아니라 관련 분석 같은것을 참고한 건 좋았는데, 그게 단지 작가들 뿐 아니라 그 외 일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 하다는 걸 보여주어서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런게 만화에 담기지 않았을 거라고 하는 게 더 무리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만드는, 특히 대중을 위해 만드는 작품에는 그 사회가 갖고있는 공통적인 경험과 사상이 녹아들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 개인이 아니라 편집자 등 여러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일본의 만화 제작 방식이기에 더 그렇다. 이런 점은 책에서도 잘 지적하기도 했다.

드래곤 볼을 소재로 삼고 그걸 전면에 내세웠으면서도 후반부에 다른 만화인 지팡구를 언급하는 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드래곤 볼의 장면과 비교되는 장면이 꽤 있다는 점, 그리고 지팡구가 좀 더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들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드래곤 볼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보고 나서는 꽤 적절한 인용 같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나름 만족스러웠는데, 그에반해 책의 질은 좀 떨어져 아쉬웠다. 오타나 탈자 뿐 아니라 문법에 안맞는 이상한 문장도 많고, 인용한 만화 장면들은 무슨 폰카로 찍어 붙인건지 질이 아주 조악했기 때문이다. 정식 출판물인데 이건 좀 너무 무신경했던 것 아닌가. 기껏 오랫동안 묵혔다 이제야 발행한 것인데 조금만 더 꼼꼼히 확인하고 퇴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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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에 눈이 내리면
릴리리 지음 / 인디펍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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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에 눈이 내리면’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총 4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서로 다른 인물을 화자로 내세워 서로 걸쳐진 이야기를 함으로써 전체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어 보여주는 모습을 띄고있다.

이런 전개 방식은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기도 하다. 전체를 두고 보면 그리 특이하지는 않은데도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를 돋구기도 하지만, 그 대신에 일부 인물은 그저 전개를 위해 이용되고 버려지는 듯한 인상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첫장인 현주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존재감마저 희미해져 없어도 상관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후반 인물을 기준으로 두고 보면 더 그래서, 결국 그럴거면 대체 왜 그랬냐는 황당함이 들게 한다. 이 소설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만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묘한 찜찜함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이 끝나고 난 이후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래봐야 일방에서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이지 않은가. 어쩜 공허한 일인 것 아닐까.

하지만, 내가 만약 주인공같은 입장이었다면 과연 어땠을지 생각해보면, 나도 별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그리운 사람,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을 것 같아서다.

짧은 단편극같은 이야기였는데,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각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잘 와닿지 않고, 각 부 이야기간의 얕은 연관성이나 갑작스레 나와 뿌리를 내리는 판타지 요소 등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전체적으로 좀 아쉬웠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생각을 그린 것이기에 마음속에 넣어둔 그리움, ‘만약…‘이라는 생각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그게 묘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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