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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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자베스 노어백(Elisabeth Norebäck)’의 ‘마더 앤 마더(Tell Me You’re Mine)’는 아동 실종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이야기는 20년 전 죽었다는 딸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한 번도 죽음을 믿지 않았던, 그래서 고단한 과거를 겪기도 했던 자신의 눈앞에 문득 나타난 딸의 모습에 ‘스텔라(Stella)’는 놀랍고 반가운 한편 혼돈스럽기도 하다. 과연 한눈에 알아볼 만큼 닮은 ‘이사벨(Isabelle)’은 그녀가 그렇게 찾아 해메던 딸 ‘알리스(Alice)’일까. 아니면 그녀의 엄마 ‘셰르스틴(Kerstin)’과 주변 모두의 말처럼 그녀의 집착이 만들어낸 환영과 착각일 뿐일까.

두 엄마와 딸, 셋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특히 스텔라)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처음엔 뜬금없어 보이던 ‘쟨 내 딸이야’라는 것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를 (그게 타당한 이유였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공감가게 잘 풀어냈으며, 반대로 주변 인물들은 왜 그렇게까지 그녀를 믿지 못하는지 역시 잘 설명했다. 그를 위해 과거의 사건, 그녀의 병력, 자잘한 단서 들을 잘 배치했다. 게다가 그 중 몇몇은 후반을 위한 복선이기도 해서 이야기가 상당히 짜임새 있다는 걸 느끼게도 한다.

다만 문제는 이 이야기의 핵심 이슈인 ‘누구의 딸인가’가 현대에는 너무도 쉽게 풀릴 수 있는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라는 거다. 과학과 과학수사가 발달하면서, 일반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쳐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친자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심리와 추측에 의존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이 21세기에 왠 19세기 소설인가 싶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중반까지 쫄깃함을 느끼게 했던 심리 묘사도 후반에 가서는 느닷없이 풀리면서 김이 새기도 한다. 애초에 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심리적 긴박감이 그만큼 얕았던데다, 심지어 ‘범인’이 느닷없이 고백까지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쌓은 탑은 이렇게 쉽게 허물어뜨린 작가의 선택은 좀 실망스럽다. 그게 후반을 스릴없는 해설로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가 쌓아왔던 이야기들이 차례로 맞춰지는 모습을 보이기에 그런 해설편도 꽤 괜찮게 읽을 수 있었다. 공든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달까.

결말은 조금 뻔하기는 했으나 그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굳이 반전에 욕심 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느낌도 든다.

몇몇 아쉬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도 있다.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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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위의 신데렐라 - 달콤한 설레임
임상순 지음 / 아우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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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위의 신데렐라’는 국제 결혼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형태를 하고 동화처럼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저연령층을 위한 책은 아니다. 아이들도 알 수 있는 국제결혼의 상식 처럼 볼 여지도 있으나, 어른들이 주가되는 결혼을 소재로 하고, 국제결혼의 과정이나 그 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등을 다루기 때문에 그보다는 어른을 위한 것에 더 가깝다.

그런만큼 국제결혼의 주요 이슈들도 나름 제대로 담고있다. 결혼에 나름 거액의 돈이 필요하다는 게 ‘매매’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나, 시집온 상대 측에서 자신의 부모에게 돈을 부쳐주길 바란다는 것이 조건계약같이 보인다는 점, 겨우 몇번의 짧은 만남 후 바로 결혼해서 그런지 살다보니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많고, 결혼 후에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과, 단순히 문화차이 뿐 아니라 경제나 생활 관념, 더 나아가서는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가 어긋난 경우도 보여준다. 이것들이야 말로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국제결혼의 실제 일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국제결혼을 긍정적으로 그린 것이다보니 그런 문제들을 개인의 차이나 서로간의 오해 정도로 얼버무리고 깊게 다루지는 않으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너무 동화처럼 쓰여진 면이 있다. 제목부터가 왜 ‘레드카펫 위의 신데렐라’인지 알 것 같달까. 모든 것을 무한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존재는 더욱 그러해서, 이 책의 내용이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그림책 형식으로 담아낸 것 까지는 나쁘지 않으나, 어른을 위한 책인데도 “ㅠㅠ”나 “ㅎㅎ”, “ㅋㅋ”, “^^” 같은 인터넷 표현과 이모티콘을 쓴 것은 호불호가 갈리며, 기껏 대화에 초상화를 썼으면서도 대사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것을 단순히 붙여넣기만 한 것도 좀 별로다. 그런 가벼움을 더하느니, 차라리 국제결혼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싣는게 낫지 않았을까.


‘미래 지향적인 여성’이라는 표현도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오직 남편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수동적인 여성상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서 미래 지향적인 면모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팔려왔다’는 것을 부정하고 그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는 마음이야 이해하겠으나 이런 느닷없는 페미니즘은 뜬금없고 아쉽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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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5 - 1931-1935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5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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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5’는 1931~1935년에 있었던 일본의 만주침공과 중국과 한국인들이 행했던 무장투쟁을 다룬 책이다.

일제강점기를 그린 35년 시리즈, 그 5번째 책에는 1930년대 전반에 벌어졌던 일들을 담겨있다. 들어가기 전에는 먼저 그 시기 세계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그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이 어떤 정책 변화를 통해 세계의 흐름에 맞서려고 했는지 얘기한다. 그게 만주침공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중국과 조선 사람들이 핍박을 당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마치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면서 실제로는 등골을 뽑아먹으려 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행보가 잘 나타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거기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인데, 거기에 공산주의 이념과 공산당이 나름 큰 역할을 한 게 보였다. 그게 왜 해방 초기에 공산당이 우세했는지를 어느정도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산당은 왜 안되는가도 잘 보여줬다. 때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정책도 이상하거니와, 그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도 어이없고, 무엇보다도 이제껏 함께하던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의심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짓을 벌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본의 공작이 있었다고는 하나 애써 쌓은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듯한 모습에는 황당함마저 느껴졌다. 얼마나 그랬는지 일본 측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을 이해할 정도였다니까. 나라도 그따구 짓거리만 계속 되면 학을 떼고 배신자의 오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더라.

그런데도 단지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끝까지 죽음을 불사하는 모습엔 미련함 마저 느껴졌다. 순진한 사람들 같으니. 그건 반대로 중국인들의 개같음이 엿보이는 면이기도 했다. 애초에 그렇게 숙청된 건 단지 조선인들 뿐 아니던가. 처음부터 중국 휘하가 아니라 조선인들에 의한 별개의 조직이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도 남았다.

책에서는 만주에서의 일 외에도 임정이나 아나키스트 들의 활동도 담았는데, 이 부분은 전기처럼 개별 인물들의 생애와 활약을 위주로 그렸다. 각자 서로가 가진 의의와 방법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운동을 지속해 나가는 게 눈물겨운 한편,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 정치질을 하는 모습에서는 현대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아 더러운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간은 어리석고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쯧.) 그 뿐 아니라 민족끼리 배신하는 짓거리까지.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참 한스럽다.

어두운 역사를 담은만큼 35년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이는 이 책이 만화라는 형태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역사서에 가까워서 더 그렇다. 내용도 그림보다는 지문을 통해 꾹꾹 담아내었고,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장도 거의 보기 어렵다. 몇몇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묘사해서, 저자가 가능한 사실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게 눈에 보였다. 딱히 민족적인 감정이나 재미를 위한 이야기로 편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덕분에 흐름이 죽 이어지지는 않고 중간 중간 끊어지기도 하지만, 역사를 다룬 만화로서는 올바른 모양새를 띈게 아닌가 싶다.

단지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게 요즘의 학교라서 생각보다 일제강점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물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제대로 된 역사를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만화가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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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징비록 1218 보물창고 21
류성룡 지음, 박지숙 엮음 / 보물창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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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징비록’은 류성룡의 징비록을 쉽게 풀이하고 요약해 담은 책이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벼슬에서 물러난 후 회고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진왜란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잘못과 실책, 그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있다.

전쟁의 한쪽 당사자인 만큼 개인적인 감정도 있었을법 한데 애초에 정확히 알고 다시는 그런 수난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쓴 것인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기록하고 평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든다.

징비록은 여러번 간행되면서 몇가지 버전이 생겼는데, 이 책에는 그렇게 나온 것들 중 징비록 1, 2권과 녹후잡기를 담았다. 기본적으로는 징비록 원본을 따랐으나, 일부는 시간 순서나 주제에 따라서 다시 엮기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며 볼 수 있어 좋다.

징비록이 공식적인 역사서는 아니라서 그런지 실제로 알려진 역사 내용이 모두 담겨있지는 않다. 이 책은 그걸 한번 더 축약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좀 더 두드러진다. 그래도 원본이 워낙 임진왜란에 대해 잘 담고 있었고, 축약할 때도 그 핵심적인 내용은 빠지지 않도록 해서 그런지 딱히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현대어 번역은 이미 많이 나와서 얼마나 쉽게 풀어 썼는지는 비교하기 어려우나, 이 책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는 별다른 사전 등이 없어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번역이나 용어에 대한 주석 등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다만, 분량을 줄여서 담다보니 사진이나 지도 등이 거의 실려있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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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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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池井戶 潤)’의 ‘한자와 나오키 1: 당한 만큼 갚아준다(半沢直樹 1: オレたちバブル入行組)’은 은행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미스터리 활극이다.

은행원 같기도 하고 탐정 같기도 한 독특한 인물 ‘한자와 나오키’를 주인공으로 은행에서 벌어지는 비리나 정치 싸움등을 그린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운 일본 드라마로 더 유명하다. 짧은 드라마 방영을 위해 각색도 적절히 잘 했고, 무엇보다 그걸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하면 되갚아준다!’는 주인공의 대사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더욱 원작 소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었는데, 판권 문제로 그동안 출판이 어려워보여 아쉬웠었다. 그러던게 얼마 전 해결되었는지 이렇게 만나볼 수 있게 된거다.

국내에는 드라마가 먼저 알려졌고 또 그 이름으로 유명해져서 그런지, 서로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시리즈가 모두 드라마처럼 ‘한자와 나오키’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1권인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드라마의 1~5화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빠른 전개로 보여줬던 드라마와 달리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한게 소설만의 장점이다. 은행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던가, 거품 경제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출 문제, 거기서 나타난 비리 같은 것들도 모두 잘 그렸다. 저자는 실제로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작품에서도 잘 살아난게 아닌가 싶다.

문장력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도 좋다. 다만, 보다보면 유치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일복식의 과장된 묘사가 ‘그렇게까지?’ 싶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드라마를 볼 때도 느꼈던 것인데,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인 줄 알았더니 소설에서도 온도차는 있었으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건 저자가 이야기를 마치 탐정 소설처럼 써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험을 살렸다고는 하나, 그저 은행과 은행원 이야기를 써낸 것이었다면 자칫 지루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 뒤에 숨은 음모나 배신 같은 것들을 넣고 그것들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야기가 일종의 복수극이면서, 또한 정의 구현물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당한 만큼 갚아준다고 외치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다보면 끝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드라마와는 미묘하게 다른 점들도 꽤 있으니 드라마의 팬이었다면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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