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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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Delia Owens)‘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은 습지에 버려져 힘겨운 인생을 살아내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족의 흥망성쇄, 버려진 아이의 생존, 어려서부터 인연을 쌓아온 두 사람의 현실적이면서도 쓰린 로맨스,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법정 공방도 있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성공 스토리라던가,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는 소녀가 개인의 보금자리와 사회 그 중간에 자리잡는 것도 모두 제대로 보여준다. 거기에 습지 생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빠뜨릴 수 없다.

저자 자신이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여서 일까. 책에서 간간이 보이는 생태 탐구 모습이라던가, 그를 통해 알게 되는 사실, 그걸 기록하고 정리하는 방법 등이 모두 세밀해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건 단지 기왕의 지식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녀가 살아가는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제대로 보여주기에 의미가 있기도 했다. 이런 배경이 다시 소녀의 생존이나 의문의 죽음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이 행해지는 열악한 가정 환경으로 부터 시작해,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라던가,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티고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도 잘 그렸다. 그러면서 소녀의 좁지만 긴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그들을 통해 1952~70년대 사람들의 모습이라던가 그 안에 팽배한 차별과 편견 가득한 삶을 나타내는 한편, 그들 중 하나와 함께하며 커가는 로맨스 역시 잘 그려냈다. 그것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그들이 왜 그런 감정을 품고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지도 충분히 공감할만했다.

과거(1952~) 이야기로 소녀의 성장 과정을 그리는 한편, 현재(1969~)에 벌어진 의문의 죽음을 통해 미스터리를 던지고, 후반에 법정 소설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모두 재미있었다. 얼핏 무난한 법정 싸움을 해나가는 것 같지만 각자기 미묘하게 뭔가를 감추는 듯한 기색을 내비치기 때문에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어떤 판결을 맞을지 궁금하게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둘로 나눠 동시에 진행한 것도 참 현명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미국 남부의 삶을 그려냈다고 할만큼 여러 이야기들을 서로 조금씩 다른 색깔로 담아냈는데도 그것들이 모두 충돌하지않고 하나로 잘 아우러져 있다는 거다. 그게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다 읽고나서는 상당한 만족감도 준다.

그렇기에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한마디로 굉장한 작품이랄까. 첫 작품으로 이만한 걸 써내다니,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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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만날 수 있었던 4%의 기적 - JM북스 히로세 미이 교토 3부작
히로세 미이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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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세 미이’의 ‘너와 만날 수 있었던 4%의 기적’는 교토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로맨스를 그린 소설이다.

결혼을 앞두고 고향인 교토에 돌아온 아카리는 문득 어린시절 일기를 보다가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한 소년과 당시 친하게 알고 지냈다는 것을 알게된다. 심지어 일기에서마저 이름이 지워진 그 묘한 소년에 대해서 어렴풋이 기억하는 아카리는 교토의 풍경과 문화, 그리고 블루문(Blue Moon)이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기억과 과거를 되찾게 된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 심지어 기록에서까지 깨끗하게 지워진 존재를 찾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작가 또한 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완전히 잊혀진 소년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이라던가 그의 정체를 추리해는 등에는 전혀 힘을 쓰지 않는다.

잃어버린 기억도 아카리가 부던한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우연에 가까운 일을 통해 이뤄진다. 선택지가 없는 단일 노선의 강제 이벤트인 셈이다. 이게 이 둘의 만남을 운명과 같은 것으로 보이게도 하는데, 안타까운 만남 뒤의 미래가 더욱 그러한 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로맨스 면이 딱히 특출한 개성이나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 식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의 만남도 짧아서 특별한 이야기가 벌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로맨스만 떼어놓고 보면 조금 빈약하다는 느낌도 든다.

대신 그 부족함을 교토로 채워넣었다. 주인공인 아카리가 오랫만에 고향이 교토에 왔다는 것과, 소년이 교토 경험이 없다는 것을 살려서 교토의 여러 볼거리와 자연, 그리고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 등을 제대로 실었는데 단지 문장 만으로도 그걸 아름답게 그려내서 이들 사이의 모자란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준다.

이런 지역적이고 시각적인 묘사는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기도 하다. 다르게 보면 이게 로맨스인지 관광 안내문인지 헷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은 교토의 여러 풍경들을 굉장히 세밀하고 시각적으로 묘사했다. 교토에서만 볼 수 있는 거리, 건물, 하늘, 심지어 빙수나 떡 같은 먹거리까지. 심지어 그 분량도 꽤나 많다. 오죽하면 책을 보고나서 교토를 간접체험한 느낌마저 들까.

그래도 사람의 마음, 감정이라는게 말이나 행동으로는 도통 표현하기 어렵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묘사가 그들이 나눴을 경험과 마음을 짐작케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짧았지만 강렬했던 둘의 로맨스에 조금 공감을 가게 만들기도 한다.

설정 면에서는 조금 판타지나 SF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서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을 강조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썩 좋지는 않았다. 막말로 ‘그거랑 그건 다르지’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소설에서도 언급했던 다른 방식의 인연으로 그렸다면 훨씬 나았으련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소년이 교토로 오게 된 이유도 좀 황당했다.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지역 감정이 지나치게 묻어난게 보여서 더 그렇다. 최소한 소년이 이곳 교토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게됐고, 그래서 오고 싶었다고 했다면 좀 나았으련만 세세함이 부족했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교토 사투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아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사투리 관련 대화가 대체 뭐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한국에도 사투리가 있으니 그를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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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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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은 십대 청소년들의 글쓰기를 통한 상처 치유를 그린 소설이다.

고등학교 문예반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사춘기, 소녀, 불우한 가정환경, 빡빡한 현실, 어찌해야할지 알 수 없는 미래 등을 고루 담아냈다. 그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한 현실과 미래를 살펴보고, 그것들을 겪어나가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작은 위로, 작은 희망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문제는 그런 주제의식의 표현과 소설의 완성도가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문예반에서 굳이 자신의 솔직한 상처와 속내를 드러내라고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물론 그게 글을 쓰는 한가지 방법이기도 하고, 특히나 고민많은 아이들에겐 속풀이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교육적으로는 여러모로 유용하리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그건 좀 뜬금없이 등장하여 노골적으로 배설을 요구한다. 청소년 상담실도 아닌데 그걸 그렇게까지 강조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는 얘기다. 그것 아니어도 아이들은 그 힘들다는 과제를 잘만 해오지 않았던가.

문예반 활동은 저자의 경험이 반영된 것일테고, 실제로 시행했던 또는 시행할법한 활동을 다룬 것일터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이유가 보이지 않아 어거지로 밀어 붙이는 것으로밖엔 안보인다. 그러니 거기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실제로 소설적으로도 기껏해야 그저 아이들이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고, 그래서 모두 힘들어 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외엔 별 용도도 없었다. 그걸 굳이 그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여야 했을까.

이런 생각은 당연히 소설이 아이들의 사연과 심정 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서 드는 것이다. 당장, 주인공인 고선우만 봐도 그렇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만큼 불우한 과거, 그로 인해 틀어진 마음, 그게 세상의 시류에서 엇나간 듯한 다른 아이들과는 색다른 시선을 가지게 했다는 걸 나름 그럴듯하게 뱉어내기는 하지만 그로인한 갈등이나 해소를, 그리고 그를 통한 성장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각각이 좀 따로 논다는 얘기다. 그건 주인공 대비되는 입장에 있는 오미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상한 결말은 대체 뭔가.

많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가진 속사정이나 이야기 자체는 열심히 적어냈으나, 막상 중요한 곳에서는 중간을 생략한 듯 갑작스레 전개되며 그들이 하는 선택들도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캐릭터가 급작스레 바뀐 느낌도 준다.

소설이 어떤 희망이나 위로 같은 걸 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끝이 마뜩잖아서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잘 짜여진 소설이라기 보다는 마치 픽션을 섞어 뱉어낸 일종의 수기처럼 보이게도 했다.

어쩌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너무 여러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고선우면 고선우, 오미수면 오미수, 가정 문제면 가정 문제, 입시면 입시, 꿈이면 꿈, 어느 하나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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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지음, 정유광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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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푼북에서 나온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동명의 저서를 축약하여 담은 책이다.

실제 저자가 쓴 원작은 약 8~900여쪽에 이르는 장편이다. 이 책은 그걸 짧게 축약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표현 수위 등을 낮춘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간 중간 빠진 곳도 꽤 보인다.

등장인물들이 이전에 다른 사건을 등장을 했었는데 그게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게 그 하나다. 그래서 몇몇 인물은 갑작스레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험난한 인생과 여러 사건을 거친 후 행복을 찾는 이야기도 조금 평이해졌다. 무엇보다 올리버 자신의 이야기가 거의 없어서다. 태어나서 구빈원으로 가고, 소매치기 일당으로서 사는 것이나, 그러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역시 그렇다. 모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올리버는 마치 물건처럼 그들 사이에서 왔다갔다만 할 뿐이다. 올리버가 왜 그들과 함께 지낼 수 밖에 없었는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함께 해야만 했던 이유라던가, 그게 그 시대의 어떠한 면 때문이었는지 등이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쁜 측에 있다가 올리버를 도와주게 되는 사람들의 행동도 역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워낙에 짧기 때문이다. 축약판이라서 갖는 한계다. 원작은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낼 수 있었겠지만, 짧은 이야기에서는 아무래도 그것들을 제대로 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서 더 그렇다. 그래도 최소한 희망을 놓지 않는 올리버의 삶 정도는 표현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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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해피엔딩
크리스틴 해밀 지음, 윤영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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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해밀(Christine Hamill)’의 ‘누가 뭐래도 해피엔딩(The Best Medicine)’은 열두 살 필립의 성장과 긍정의 힘을 그린 소설이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어린이 필립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농담을 즐기는 아이다. 자신이 혼날 때나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평소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거기에 은근 자부심도 있다. 그런데 늘 웃어주던 엄마가 어느날 자신의 농담에 웃지 않는 것을 본 후,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때론 갈등도 겪고, 그를 통해 자신이나 주변사람을 돌아보기도 하는 이 책은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일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그건 특히 일상적이지 않은, 가족에게 닥친 큰 일을 겪으면서 더 두드러지는데 코미디언이라는, 웃기려는 일을 하려는 아이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는 묵직한 슬픔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그건 그 상황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잊어버리려 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걸 그저 그렇게만 다루지 않고, (코미디언을 꿈구는 아이답게) 긍정적으로 풀이한게 눈에 띈다. 소위 ‘PMA(Positive Mental Attitude)’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다. 필립은 그렇게 하면서 어두움을 자신에게 드리운 어두움은 조금씩 걷어나간다.


긍정의 힘, 웃음의 효과 등을 전파하는 듯한 이 책은 어쩌면 흔한 소재, 너무 뻔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작가가 필립의 이야기를 세밀하고 공감가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건 쉬운게 아니다. 게다가 그게 책에서처럼 늘 좋은 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차피 다를게 없을 거라면 무엇이 더 나을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즐거운 것을 찾고, 재미있는 것을 보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더 빡빡한 세상, 웃음이 필요한 세상이라는 요즘이기에 더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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