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방 - 악마, 환생 그리고
유동민 지음 / 좋은친구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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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의 방’은 악마와 마녀를 소재로 한 호러 판타지 소설이다.

무려 15년만에 완성했다는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소재부터가 좀 독특하다. 악마와 마녀는 문화적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그리 연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이 없기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흉내만 내다 그친 애매한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점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면, 악마의 설정이나 범인의 뒷 이야기 등을 직접 그 당사자를 통해 뱉어내게 한게 그렇다. 램프의 지니도 아니고 별 친절한 악들도 다 있다 싶달까.

물론 그런 식으로 처리한 덕에 이야기의 진행을 빠르게 다음으로 이끌 수 있었고, 복잡하게 얽힌 반전 요소 등도 수월하게 설명 가능했던 건 사실이다. 다만, 그걸 이야기에 녹여내 독자가 하나씩 알아갈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설명하는 식으로 풀어낸 것은 분명 작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마치 악몽을 그대로 그려낸 듯한 이야기나 묘사는 꽤 나쁘지 않았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이나, 은근히 다른 작품을 연상케 요소들도 그렇다. 이게 작품의 호러 분위기를 더 살려주기도 한다. 다만, 이건 대중적인 것은 아니어서 나름 취향을 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이 작품 내에서도 부(部)에 따라 조금 다른데, 그게 부에 따른 호불호를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 외적으로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아쉬웠다. 캐릭터 구축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누군가가 갑자기 돌변한대도 그게 특별한 반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전 이전에 구축한 그 캐릭터의 인상이 옅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담다보니 단일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도가 옅어져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생소한 소재를 나름 잘 소화해 그려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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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3
레커사 엮음, 최기영 감수 / 글송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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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시리즈 13번째 책인 ‘최강왕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는 신비한 우주의 비밀 81가지를 정리해 담은 책이다.도감이다.

우주는 신비한 곳이다. 쉽게 갈 수 없기 떄문에 아직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우주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 태양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의 각 행성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신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하나씩 정리했다.

거기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별의 수명, 블랙홀의 정체나 우주 생물처럼 아직 거의 알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비교적 많이 연구된 것까지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정도를 ‘연구 성과’라는 것으로 간략화하여 표시했는데, 이게 해당 내용이 가설일 경우 얼마나 실제 사실에 근접한 것인지를 유추해 볼 수 있게도 해준다.

우주는 대부분의 사람에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보니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꽤 연구되어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된 것들은 어디까지나 우리 태양계의 것들 안에 있는 것이긴 하나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 짐작할 수 있으므로 이런 연구가 다른 우주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데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주여행과 우주 이민을 다룬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물론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나 비용 문제도 있어 실현도는 극히 낮긴 하지만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한다는 것 만으로도 꽤 매력적이었다. 언젠가 우주 엘리베이터로 고궤도 스테이션까지 올라간다던가, 거기로부터 손쉽게 달까지 가는 왕복선을 탄다던가, 자가발전하는 지하의 달기지로 가 휴가를 보낸다던가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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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화가 나 앵그리 리틀 걸스 1
릴라 리 지음, 노은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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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 리(Lela Lee)’의 ‘앵그리 리틀 걸스 1: 난 오늘도 화가 나(Angry Little Girls)’는 개성강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제목은 ‘앵그리 리틀 걸스’지만,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이 모두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화를 내는 것은 한국계 소녀인 ‘킴’으로, 다른 소녀들은 불만이 많거나, 우울하게 생각하거나 하는 등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만화는 그런 소녀들이 세상을 대하는 모습이나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을 담고있다. 같은 일을 접하면서도 이들은 서로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은근히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는 한편, 그들의 말이나 행동을 비꼬기도 하는데, 그게 인종처럼 꽤나 진중한 것을 다루기도 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이야기가 좀 난해하다는 거다. 여러 인종과 성격이 나오고 그걸 풍자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그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미국 문화나 미국인들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소를 타면서 ‘재수 없어!’라고 하는 것처럼 의미를 알 수 없고 난데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꽤 있다.

웹에 짧게 짧게 올리던 것이라서 그런지 이야기에 연속성도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했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런가 하면 갑자기 다시 전에 했던 얘기로 돌아오기도 한다.

특정 감정을 과장되게 그린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이들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도 볼만은 하지만 문화와 사회의 차이때문에 한국 사람이 공감할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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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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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이제야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은 새로운 소설은 아니다. 2007년 초판이 나와 이제 3쇄가 된 책이기 때문이다. 당시엔 나름 ‘새로운 가족’을 담은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건 지금 봐도 어느 정도는 그러해서 10여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소설은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가족을 이룬 구성원들 때문이다. 그 중심인 엄마라는 사람이 무려 3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덕이다. 그래서 편모 가정에 성이 다른 남매가 3명이나 있다.

이들은 아빠가 다른만큼 서로 다른 나름의 사연을 갖고있으며, 그것들은 이야기가 진해되면서 조금씩 꺼내지기도 한다. 그러나 딱히 그걸 면밀히 들여다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건 주인공인 큰 딸 ‘위녕’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시작하면서 부터 중후반까지 그녀가 왜 엄마에게로 왔는지 그 사연을 안개 속에 놓아둔다. 뒤에 엄마의 대사 등을 통해 조금 풀어내긴 하지만 그때조차 그냥 그랬다는 식으로만 던지고 넘어간다. 이런 묘사의 부족함은 그녀의 행동이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갈등의 해소는 더 그렇다. 작가는 책 속 이야기들의 갈등 해소를 썩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무려 십수년을 끌어온 것을 잘 담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이제까지는 왜 그랬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순식간에 이해한고 하질 않나, 어떤 건 그냥 ‘시간이 풀어줄 것’이라는 듯 방치하기도 한다.

메시지나 생각을 전하는 방식도 좀 단순하다. 대부분이 대사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담은 생각도 소설을 위해 정제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이 마치 날 것 그대로 드러난 것 같은 것들이 꽤 있다. 그것들 중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어 썩 좋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아무리 1인칭 시점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한쪽 편에서만 풀어가는 면이 있다. 엄마의 이혼에 대한 것도 그렇고, 아빠와의 갈등도 그렇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에서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게 그런 사건들을 통해 바뀌고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든다. 아이같은 유쾌한 엄마를 통해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게 진중하게 다뤄야 할 것들까지 가볍게 다뤄지게 만든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일상을 담은 것이다보니 때로는 붕 뜬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다른 내용들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딱히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잘 짜여지게 쓴 소설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일단 소설이고,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봐야하지만, 그 안에는 저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마치 일기라고 할만큼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게 결국 그런 제대로 짜여있지 않음을,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듯 하면서도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는 엄마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면서 하는 가족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름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서로 아빠와 성이 다른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주는 것은 무엇인지, 나아가 가족이라 하는 관계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특이한 엄마를 통해 나오는 행복에 대한 얘기들은 비록 조금은 교과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만,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것이라 책을 보면서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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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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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벌린(Lucia Berlin)’의 ‘청소부 매뉴얼(A Manual for Cleaning Women: Selected Stories)’은 그녀가 생전 발표했던 76편의 단편 중 43편을 선정해 엮은 소설집이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은 그 중 15편을 가제본으로 엮은 일종의 샘플북이다. 그래서 책 전체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으나, 읽으면서 받았던 공통된 느낌이 있어 그를 적어본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 수에서도 어느정도 짐작 했겠지만, 굉장히 짧은 편이다. 가장 짧은 것은 달랑 1장(“나의 기수”)에 쓰인 것도 있다. 이렇게 짧다보니 이야기도 좀 함축적이고, 뭔가 알 것 같다 싶으면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보는 내내 상당히 난해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는 그녀의 단편들이 모두 특정 장소에서 벌어진, 특별한 경험을 얘기한 것이라 그렇다. 거기엔 성별적인 요소도 있고, 지역적이거나, 민족(또는 국가)적인 것도 있다. 그래서 만약 그런 것들을 미리 알고 있지 않다면, ‘이게 뭔 소리야’하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픽션으로서 잘 짜여진 이야기라기 보다 누군가의 고백이나 경험을 일부 떼어다가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다시 써낸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실제로 작가는 단편의 상당수를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결혼, 이혼, 알코올중독이나 임신, 낙태까지. 어떻게 보면 그녀의 단편들은 그녀 자신의 인생을 나누어 담은 일종의 조각 같은 것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안그래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더욱 묵직하게 들린다. 당연히 그런듯히 담담하게 그려낸 사회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심지어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데도, 묘하게 소름돋게 하는 현실의 암울함이 느껴진다. 이런 삶을 살았다니, 참. 재미를 위한 픽션이라기 보다는 어느정도 논픽션으로 생각하고 보는 게 좋다.

번역은 썩 좋지 않다. 문장이 잘 읽히지 않을 뿐더러, 오역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원문을 보지 않아도 오역이 보일 정도라면, 과연 다른데는 얼마나 제대로 번역된 것일지. 앞서 작품이 난해하다고 했는데, 거기엔 번역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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