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줄까? - JM북스
유키 슌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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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슌(悠木 シュン)’의 ‘밀어줄까?(背中、押してやろうか?)’는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를 피해자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묵직한 프롤로그(또는 엔딩)에 비하면 처음엔 꽤 가볍게 시작한다. 부모의 사정으로 오랫만에 고향으로 전학오게 된 주인공은 예전 같은 초등학교 시절에 알고지내던 친구를 만나 별 거 없지만 무난하고 여유로운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등교거부중이던 ‘쿠자이 마유코’가 다시 나오기 하고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되면서 평온했던 생활이 점점 뒤틀리게 된다.

집단따돌림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집단따돌림이 일어나는 과정이나, 거기에 참여하게 된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는 물론, 대체 가정과 학교는 왜 기왕 일어난 일에 대한 억지책이 되지 못하는가를 잘 그리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설명이 부족해서 대충 넘어가는 듯 보이는 것도 있긴 하다만, 의외로 이런것마저 집단따돌림을 둘러싼 현상을 그대로 담은 것이어서 전혀 억지스럽거나 대충 뭉개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를 통해서 풀어가는 미스터리도 꽤 볼만했다. 그럭저럭 납득 할만한 답이 준비되어있는 사건들이 주인공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편협한 시각이 되게 해 결정된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꽤나 적절하고 괜찮았다.

다만 그렇게 풀어내는 진실에 비밀스러운 맛은 없었다.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기도 해서 그렇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차례로 주어지는 단서만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독자와 동일한 시점에서 복선 같은 것을 접하고 그게 끝이 어떻게 될지를 강하게 풍기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면은 좀 적은 편이다. 대신 소재가 소재다보니 사회 소설 느낌을 강하게 비친다.



* 소설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여려면에서 주인공 설정도 좀 아쉽다. 소설이 1인칭이고, 그래서 주인공이 독자가 감정이입하며 볼 캐릭터라서 그런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모호한 입장에 놓아두었는데, 이걸 끝까지 뒤집거나 바꾸지 않아서 결국 범인의 입장을 썩 납득할 수 없게 한다. 동조자의 발언 역시 어이없이 들리게 만든다.

이건 또한 집단따돌림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어지럽게 흐트러뜨리기도 한다. 피해자로서 복수를 하는 입장에 있는 범인이 정작 하는 짓이과 심리는 집단따돌림 가해자의 것을 그대로 빼박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정당성이나 이유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린치를 가하는 점이 그렇다.

이런 점이 이 소설의 뒷맛을 찝찝하게 만든다. 그래서 혹시 단권 완결이 아니라 후속작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소설은 소재나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점도 괜찮고 이야기도 볼만하다. 또 이야기의 구성도 썩 나쁘지 않게 잘 짜여진 편이다. 그러나 인물 설정이나 복수극이 마땅히 주어야 할 카타르시스 등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 등 세세한 면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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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타의 너무 수상한 비밀 일기
수산나 마티안젤리 지음, 리타 페트루치올리 그림, 김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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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나 마티안젤리(Susanna Mattiangeli)’가 쓰고 ‘리타 페트루치올리(Rita Petruccioli)’가 그린 ‘마티타의 너무 수상한 비밀 일기(Appunti, cose private, storie vere e inventate di Matita HB)’는 제목처럼 정말 톡톡 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다.

노벨문학상을 노리는 열 살 소녀 마티타는 정말이지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다. 집에서의 어찌보면 지루하기 짝이없는 일상도,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도, 심지어는 그저 유유히 흘러가는 하늘마저도 이 애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이 얼마나 뼛 속 깊이까지 박혀있는지, 일어나는 것부터가 남다르다.

그렇다고 단지 자잘한 현상들을 엉뚱하게 해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에 의미를 붙이고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도 대단하며, 때때론 굳은 상식을 벗어난 진행을 보여 신선하고 또 묘하게 웃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들이 죽 이어지지도 않으며 괴상하고 때론 난해한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한 이 일기를 꽤나 괜찮아 보이게 만든다.

그림도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마티타의 상상에 적절하게 과장을 섞어 두드러지게 하며, 때로는 일종의 리액션 역할을 하기도 해서 이야기가 가진 엉뚱함과 해학을 더 살려주기도 한다.

책속의 책인 ‘파워캣’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설정이 꽤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기도 했다.

팬인 작가에게 연락한다는 것은 꽤나 다른 소설을 떠올리게도 했는데, 이것도 결국엔 마티타의 이야기답게 마무리한 것 같다.

어떤 일, 어떤 사건을 만나도 거기에 더 한 상상을 덧붙이는 마티타의 개성이 끝까지 살아있는 것이나,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로 끝맺는 것도 나름 통일성이 있어 좋았다.

아쉬운 것은 번역이 썩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작품에 언어 유희가 많아서다. 당장 마티타를 칭하는 여러 별칭 부터가 그렇다. ‘마티타 HB’이니 ‘연필’이라고 하는 것 부터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얘다.

앞으로도 어색하고 뒤로도 이상한 ‘뒤집어 놓은 시’도 그렇다. 과하게 ‘초월번역’을 욕심내다 ‘발번역’이 된 경우도 많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번역하는 것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가끔 어색해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번역한 것 같기는 하나, 그 덕에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좀 바래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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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크래프트 캠핑 교과서 - 숲과 들판에서 칼과 로프로 가장 멋진 하루를 즐기는 와일드 캠핑 스타일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가와구치 타쿠 지음, 신찬 옮김 / 보누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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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 타쿠(川口 拓)’의 ‘부시크래프트 캠핑 교과서(Bushcraft Manual ブッシュクラフト-大人の野遊びマニュアル: サバイバル技術で楽しむ新しいキャンプスタイル)’는 안전하게 자연 속에서 노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부시크래프트’는 정의가 쉽지 않은 용어다. 특정 활동만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대가 지나면서 용어의 활용도 조금씩 변해왔다.

180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이 용어는, 간단하게는 숲이나 들판 등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캠핑’이나 ‘서바이벌’과 같은 선상에 있는데, 이제까지는 인지도가 다른 둘에 비해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자연에 가까운 활동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시크래프트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서바이벌’은 너무 많은 위험성을 갖고있어 쉽게 접하기 어렵고, ‘캠핑’은 사실상 펜션을 이용하는 것과 별 다를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중간쯤에 위치한 부시크래프트는 위험은 적절히 관리하면서도 보다 자연에 가까운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는 그런 부시크래프트를 위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활동에 필요한 장비들 소개와 다루고 관리하는 법도 잘 담았고, 그 후 기본 활동인 셸터 구축, 물 확보, 불 피우기, 조리하기 등도 잘 설명했다.

책 구성도 잘했다. 초보자도 볼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데다, 관련 사진과 그림도 풍부하게 실었다. 일부 주요 내용은 각 과정을 순서대로 나누어 상세하게 싣기도 했는데, 해당 과정을 알 수 있게 사진을 잘 찍은데다 사진 위에 적절히 설명을 달아놓기도 해서 동영상으로 보는 것 못지않게 실감나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기본 활동을 설명한 것과도 이어져서 부시크래프트 활동의 맛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미 유사 서적을 많이 봤던 사람이라면,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부시크래프트 기술도 결국 캠핑이나 서바이벌 기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쉽게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한데다, 부시크래프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활동들도 잘 담아서 보다보면 그간 잊고있었던 자연에서의 야생 생활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현대의 펜션식 캠핑을 보면서 ‘그렇게 할거면 캠핑을 왜 가?’하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언제고 자연을 느끼며 지내는 삶을 한번쯤 동경해봤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런 마음을 풀어줄 작은 시작점이 되줄지도 모른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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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패밀리 특서 청소년문학 9
양호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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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패밀리’는 참 가족과 참 우정을 주제로 풀어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은’이는 엄청나게 민감한 상태에 놓여있다. 아빠가 하던 일은 망해서 작은 집에서 쪼들리며 살아야 하게 된데다, 신경적으로 변한 엄마와 귀찮은 동생에게 부대끼고, 학교에서마저 ‘사라’라는 불편한 친구와 자꾸만 마주치기 때문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거기에 바퀴벌레까지 나타나 온 정신을 뒤흔든다. 때려 잡으려고도 해보고 약도 숨막힐 정도로 뿌려보지만 도통 사라지지 않는 이놈의 검은 불청객.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불청객이 등장하면서부터 막혀만 있는 것 같던 관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꽤나 현실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 때론 짜증이 치밀어오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외로 큰 사건이나 굴곡은 없으며, 마무리 역시 나름 해피엔딩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귀여운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점은 꼭 장점이지만은 않아서 이야기가 너무 무난하고 평이하다는 생각도 들게한다. 딱히 갈등이라 할만한 게 없어서다. 소식 없는 아빠, 엄마나 동생과의 부대낌, 문제아 같은 사라, 심지어 님비 문제까지 여러가질 다루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다. 그나마 꼭 필요한 가족 사이의 일들도 갈등이 얕다보니 그걸 풀어내는 계기나 과정 역시 가볍고 단순해졌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주려고 했던 메시지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느끼기는 어렵다. 분명 그런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맞으나, 다른 이야기에 비해 딱히 두드러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마치 일상을 그린듯한 온도를 지닌 이야기는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실망하거나 감동하는가 하면, 별거 아닌 일로도 소원해졌다 돈독해지기도 하고, 때론 화내고 싫다고 하면서도 가족이 계속 함께하기를 원하는 마음 같은 것은 누구든 한번 쯤 해봤거나 하고있는 것들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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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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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은 직지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1권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려는 되지만 2권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나름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던 2권은 막상 열어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실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야기 전개는 물론 내용까지 영 마뜩잖아서다.



* 소설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당장 한글 창제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직지 이야기를 하다가 한글 창제로 넘어간 것도 좀 뜬금 없었는데, 심지어 신미대사 한글 창제설이라니. 단지 불교계만이 내세우는 잘못된 설이라는게 중론인데, 그걸 여기서까지 보게 될 줄 몰랐다.

소설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한글 모양(말하자면 폰트)을 만든자로 가상의 인물인 ‘은수’를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아무리 금속활자가 전례된 과정을 그려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무리했던 것 아닌가.

2권의 거의 대부분을 꽉 채우고 있는 은수의 이야기가 과거를 ‘상상’해서 그려낸 일종의 판타지라는 것도 좀 그렇다. 꼭, 이세계물 중 현대의 지식을 이용해 과거 수준의 인간들을 가르친다는, 일종의 ‘계몽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건 이 소설이 현실과 역사를 근거로 한 이야기라는 것에도 큰 타격을 준다.

게다가 작가는 실제 사실 뿐 아니라 책 속에서 얘기했던 것들과도 모순이 있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금속활자의 전래 순서 등이 그렇다. 그런데도 자기 상상에 만족했는지 ‘기연’이 그걸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구는데는 실소가 나온다.

거기에 2권에서는 1권에서 그나마 깔아뒀던 미스터리마저 그대로 뭉개버린다. 마치 베일에 쌓여있는 듯 했던 비밀들이 허무하게 풀려버리는데다, 사건의 배경 역시 황당하게 뱉어내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단체는 둘째쳐도, 대체 그 황당한 이유로 그런 사건을 저지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반도체 등과 엮는데서는 거의 이야기를 포기했다.

직지 뿐 아니라 가톨릭과 금속활자에 얽힌 이야기 등은 분명 흥미로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국뽕으로 해석될만한 소재 때문에라도 더 역사 기록과 실제 인정된 연구에 기반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충분히 그럴듯하다 할만한 픽션을 덧붙였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저자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결국, 책을 보고 남는 건 직지와 한글(그리고 어쩌면 반도체)에 대한 저자의 다분히 국뽕적이고 정치적인 주장 뿐이다. 그러한 판타지물을 보고싶은 게 아니라면 썩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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