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 짧아도 괜찮아 5
박생강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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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은 톡톡튀는 짧은 이야기 16편을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5번째 책인 이 소설집은, 솔직히 말하면 기대와는 좀 다른 책이었다. 제목이 워낙 소재나 내용이 가볍고 유쾌해 보였는데, 전혀 그렇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는 커녕 현실의 암울한 이야기나 인간과 사회를 풍자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들도 꽤 많았다. 그걸 치킨이라느니 귀신이라느니, 좀비 같은 것들로 풀어냈기 때문에 대놓고 그런 내용을 담은 이야기나 반대로 그런 소재를 살려 재미있게 만든 이야기에 비해 더 튀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게 이 소설집은 참 독특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현실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흔히 ‘기담’하면 떠올리는 초자연적이고 호러적인 분위기도 좀 적은 편이다. 이것 역시 이 소설을 처음 접하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여러모로 뒤통수를 많이 때리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이 소설집의 내용이 나쁘다거나 했다는 것은 아니다. 소재를 다루는 독특한 면은 독특한 면대로 재미도 있었고, 그렇게 풀어낸 이야기 속에 담은 것들도 의외로 여러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조금은 긴밀하게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그걸 특별히 설명하거나 그럴듯해 보이게 하려고 짜맞추지 않는기 때문에 현대 소설보다는 옛날 이야기와 스타일이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해서 어릴 때 읽었던 옛이야기 모음집(이라지만 실제로는 구전을 조사해 모은 것인지 작가가 순수 창작한 건지 알 수 없던 소설집)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이 현대적이면서도 옛스런 기담집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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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4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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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는 한국의 다양한 술에 대해서 담은 요리책이다.


이 책의 원저는 풍속 서유구가 남긴 ‘정조지’ 권7 ‘온배지류’로 거기에 나오는 이류, 주류, 시양류, 향양류, 과라양류, 이양류, 순내양류, 앙료류, 예류, 소로류 중에서 총 33가지 전통 술을 복원하여 술의 기원과 각 술을 빚는 방법 등과 함께 수록하였다. 좁게 보면 정조지에 나온 술 관련 내용을 번역해서 현대적으로 재편집해 낸 일종의 번역서인 셈이다.

과거의 책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보니 장단점도 꽤 명확한 편이다. 장점은 예전의 술 자체를 가급적 원형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록 재료 등이 지금과 다르고 만드는 법 역시 세세하게 기록된 것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기록으로는 남기지 않았던 경험적인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만, 현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걸 잘 복원하고 정리해 담은게 보인다.

여러가지 술을 소개하지만 쌀과 누룩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보니 대체로 다 과정이나 결과가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자잘해보이는 약간씩의 차이만으로 서로 다른 빛깔을 보인다는 게 꽤 신기하기도 하다. 술을 좋아하고, 전통 소주나 청주 종류도 몇몇 맛봐보았다 보니 어떤 질감과 맛일지 조금 상상이 가면서도, 실제로는 어떠할지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에선 되게 간단한 것처럼, ‘누구나 집에서 이런 것 쯤은 할 수 있잖아?’라고 하는 듯이 써놓았지만 쉽게 만들어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단점은 옛 책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용어 등이 낯선게 많다는 거다. 당장 술의 종류만해도 몇개를 제외하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전통 술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이 술들을 낯설게 느끼게 한다. 맛과 향 등을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술은 그 특성상 재료의 형태 등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요리책으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책 편집은 꽤 잘 된 편이다. 문장도 현대인이 보기에 무리가 없도록 잘 썼고,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서 낯선 과정이나 모습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한자로 된 원문을 함께 수록한 것도 깨알같다.

단지 정조지 속 술을 재현하고 그 내용을 담기만 한 게 아니라, 그걸 익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새로운 술들을 수록한 것도 좋다. 이것들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느낌은 좀 덜하긴 하지만, 당장 마신다고 하면 훨씬 부담없고 맛과 향도 친숙해 일반에서 팔아도 좋아 보였다.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를 소개한 것도 재밌다. 전통술이라고 해서 딱히 전통적인 먹거리에 집착하지는 않았으나 술지게미를 이용해 만든 쿠키 등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을 소개한 것도 나름 책과 잘 어울린다.

외국에는 맥주만해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술과 맛이 있다고 할만큼 다양한 술이 있다. 과거에는 한국도 그러했다고 하지만, 근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죽어버린게 늘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이게 단지 문화 연구 그 자체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대중에까지 널리 퍼지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래본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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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덕후 사전 2 : 덕후력 강화 - 인류 달 착륙 50주년 특별 기획 우주 덕후 사전 2
이광식 지음 / 들메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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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덕후 사전 2: 덕후력 강화’는 별, 성운, 성단, 음하, 은하수, 블랙홀, 화이트볼, 빅뱅, 우주론, 우주여행, 외계인에 대한 100가지 질의 응답을 담은 책이다.


이 책 시리즈는 총 2권으로 나뉘어 구성되어있다. 1권은 ‘기초 편’이라고 해서 친숙하고 그래서 비교적 쉬운 우리 은하계와 관련된 내용들을 담았는데, 2권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먼 우주와 밝혀진 것보다 베일에 쌓여있는 게 더 많은 비밀스러운 것들에 대해서 다룬다. 그래서 부제도 ‘덕후력 강화 편’이라고 붙었다.

확실히 강화 편에 걸맞게 과학적으로는 어려운 내용들이 다수 등장한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나 복잡한 수식 계산이 필요한 것들도 있어서다.

그래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무난히 따라갈 수 있도록 쉽게 잘 풀어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화편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거기엔 누구나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할만한 질문을 잘 꼽은 것도 한 몫 한다. 나 자신이 흥미가 있으면 설사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덮어놓지 않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책을 계속 읽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아직 미지로 남아있는 것들은 SF적인 상상력을 부추겨 이렇다면 어떨까 저렇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는데, 반대로 알면 알수록 ‘이럴리는 없겠지’ 싶은 점이 많아지기도 했다. 단지 흥미 위주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내용을 실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 만든 문학적인 설정과 실제 과학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느낀다.

나름 깊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런만큼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 뿐 아니라 이제 막 흥미를 가진 사람이 보기에도 꽤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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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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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허수아비: 사막의 망자들(The Scarecrow)’은 ‘시인(The Poet)’의 뒤를 잊는 ‘잭 매커보이 시리즈(Jack McEvoy Series)’의 두번째 작품이다.

새롭게 출간 된 것이기는 하나, 소설 자체는 작가의 최신작은 아니다. 오히려 그를 대표하는 오래된 구작 중 하나다. 무려 10년 전인 2009년에 발매했던 것을 이번에 그 기념으로 리커버로 재발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옛 소설이라고는 딱히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잘 짜여져 있으며 또한 재미있다. 그래서 보다보면 왜 작가의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지 새삼 알게한다.

이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유독 10주년이라고 리커버판을 발행할만 하다는 얘기다.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상복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다.

소설은 스릴러인만큼 범죄를 제대로 다루는데다 기자로서의 활약이라던가, 동료와의 로맨스 등도 어색함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범죄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그만큼 설득력도 있어서 사실감을 살려준다. 저자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범죄 담당 기자 출신이어서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을 더 잘 살려 담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분위기도 좋다. 때론 지나치게 건조해 보이는 면도 있으나, 카타르시스를 위해 과장하거나 자극적인 장면과 감정 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스타일만의 맛이 있으며 좀 더 현실적인 드라마라는 느낌도 부각한다.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시작하는 만큼 미스터리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야기도 꽉 차있는 편이다. 이는 주인공과 범인 양 쪽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동시에 썼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미스터리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장점이기도 하다.

번역은 무난한 편인데, 좀 너무 무난하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외국어를 그대로 직역한 것 같은 문장이 더러 눈에 띄어서다. 특히 대사가 그러해서, 말투나 존댓말 등은 종종 참을 수 없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욕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이 소설에서는 나름 특별한 장면인데, 어색한 외국인 말투에 그만 실소가 나와버리니 분위기가 영 그렇다. 기껏 10주년을 기념해 재발행하는 건데, 한번 다시 살펴보고 다듬어 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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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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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외른 잉발젠(Bjørn Ingvaldsen)’의 ‘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Far din)’는 도둑 아빠를 둔 가족이 겪게되는 이야기를 사실감있게 담아낸 소설이다.

소설은 별 것 없이 평범한 레오네 아빠가 매우 평범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온 경찰들에게 잡혀가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경찰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레오네 아빠를 두고 나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그게 워낙에 갑작스러워서 혹시 잘못 안 것 일 수도 있겠다고, 뭔가 오해가 있어서 잠깐 확인이 필요한 것 뿐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바램과는 상관없이 점점 주위에서 떠들던 소문들이 하나씩 사실로 밝혀지고 그런 아빠의 자식, 부인이라는 이유로 레오네 남은 가족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아이인 레오의 시점에서 쓴 이 이야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아이가 알 수 있는 사실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만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인데,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던 만큼 딱히 반전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대신 은근히 비난하고 차별하는 시선들에 이어 점차 수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까지 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쾌한 따돌림이 어떤식으로 벌어지는지를 하나씩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그걸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저자는 처음 서문에서 밝히고 들어간다.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과하게 노골적이어 보이는 면이 있는데,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면 어쩌면 그 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못받아 두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하나 하나가 모두 한숨과 화딱지를 불러일으키는데, 그건 이 이야기의 결말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로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인간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여러번 경험해본 나로서는 그저 또 다른 속터지는 상황이 시작되는 것 같아서 찝찝함이 남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일종의 편견이며 선입견이다. 애초 레오 가족이 겪었던 일들도 그로 인한 것이었는데, 그것에 분노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니 새삼 이런 것들이 얼마나 인간의 뿌리 깊숙이 있는지, 그래서 또 얼마나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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