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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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월리스(Edgar Wallace)’의 ‘공포의 천사(The Angel of Terror)’는 천사같은 소악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그의 미스터리 작품 중 하나로 소개된다만, 엄밀히 말해 ‘미스터리’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다. 딱히 소설 내에 어떤 대단한 비밀이나 범죄의 흑막 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의 처음부터 대놓고 범인을 드러내고, 그들의 은밀한 대화나 행동까지 모두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들이 그런 뒷내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주인공 뿐이다. 그래서 이야기도 자연히 주인공이 우연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통해 그러한 위기들을 극복하고 조금씩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그걸 보면서 독자들도 왜 그걸 모르냐면서 살짝 똥줄이 타며 지켜보게 된다. 말하자면 서스펜스 범죄 드라마인 셈이다.

무려 1922년에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꽤나 많다. 당장 범인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 부터가 그렇다. 작품 내에서는 그 방면에서 대단히 치밀하고 대담한 것처럼 그려지나, 우연에 기댄것도 많을 뿐더러 자신의 활동 범위 안에서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면모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좋고 순진하기만 한 주인공은 그렇게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오래 전에 쓰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가져야 할 매력 점들을 꽤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천사같은 겉 모습과는 달리 악마와 같은 심성을 가진 범인 부터가 그렇다. 범죄를 종용할 때 그럴듯한 ‘좋은 의도’로 꾸며 직접적이지 않게 얘기하는 점이나 범죄에 대한 사상같은 것들도 소악마처럼 묘사해 그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며, 그에 맞서는 인물도 전형적이지만 마치 정의의 사도 같아서 관심을 끄는 건 물로 쉽게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꽤나 읽는 재미가 있다.

후반으로 가면 조금 흉계들이 패턴화 되는 모습도 보이는데, 마침 딱 그럴 즈음에 마무리도 잘 지었다. 다만 그 끝이 조금은 모호하게 뭉개는 느낌도 있어서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제목 역시 소설을 다 보고 나서도 왜 저런지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이게 단지 한국어판에서만 그런게 아닌지 ‘The Destroying Angel(죽음의 천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더라. 소악마같은 ‘진’의 케릭터를 생각하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쪽이 훨씬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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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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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는 청년 탐정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청년인 탐정, 그것도 한국 청년을 다룬 것이다보니 자연히 직업 문제가 등장하리라는 것이 쉬 예상된다. 당장, 제목부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단지 그런 것만 담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시작도 청년 탐정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추락해 버려 시청률에만 목을 매는 한물 간 프로파일러와 전문 지식은 물론 열정까지 살아있는 젊은 추리 동호회 회원간의 대결이라는 꽤 재미있는 구도로, 미제로 남은 실종사건을 파헤친다는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탐정 이야기는 그에 대단한 기대는 하지 않는 실종자의 가족이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의뢰하면서 생겨난 조금은 곁가지같은 에피소드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TV쇼를 계기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 두 그룹의 대결이라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조금 느린감이 있다. 무려 2년이나 지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라 단서도 적고, 제대로 된 수사권이 없는 민간인들이 하는 것인지라 그나마도 제한적인데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집어가며 보여주기까지 해야해서다. 거기에 탐정 이야기까지 해야하니 오죽하겠나.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우려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인데, 사건이 꼬여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치고는 너무 진상이 단순한데다 그걸 밝혀내는 과정이나 놓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좀 허무한 감이 있어서다.

미스터리를 탐정과 프로파일러,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이 추리를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입장에서 밝혀 버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건, 이전에 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읽었을 때도 얘기했었지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으로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그 부분은 범인과 독자들만 아는 비밀로 떼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기왕 진상을 모두 설명해줄 케릭터가 있었는데, 그를 이용해 풀어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너무 주요 인물을 여럿 내세워서인지 각각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소설을 보고 남는 인물이 감건호 뿐이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만큼 나머지는 별 개성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끝에 가서는 붕 뜨는 인물도 있었다.

인물 묘사 부족은 특히 실종 사건 관계자들이 심했는데, 그게 이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기에 사건을 만들려고 작가가 좀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느낌도 남았다.

그런 면은 마지막 장에서도 좀 보였는데,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듯한 대사와 상황 등은 너무 작위적이서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좀 낮뜨거웠다. 멋진듯이 하는 얘기도 의외로 뜬금 없었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진 알겠다만, 전혀 적절한 예가 아니니 좀 뻥찔 수밖에.

청년 탐정 이야기도 소설 전제척으로 보면 사족같았다. 굳이 필요했나 싶었다는 말이다. 이들이 처음 조사하던 여고생 의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제목에 넣을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차라리 탐정을 빼고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의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다지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 탐정이 고군부투 끝에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 거다.

그래도, 비록 여러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 벌린 일들을 팽개치지 않고 그러모아 마무리한 것은 나름 괜찮았다. 한국 미스터리에서는 썩 잘 하지 못하는 지역과 지형 등의 소개를 이야기에 어우르는 것도 나름 잘했다. 이전에 고한 추리마을을 소재로 한 소설집을 봤을 때는 막상 지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게 아쉬웠었는데 이 소설이 그때의 아쉬움을 좀 채워줬다. 고한읍이 추리체험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란 걸 생각하면 더 의미있는 것 같다.

딱 부러지지 않는 엔딩은 별로 취향이 아닌데, 더 나아진 후속편으로 돌아와 아쉬웠던 것들을 날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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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규의 끄덕끄덕 드로잉
덕규 지음 / 북센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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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규의 끄덕끄덕 드로잉’은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로잉집이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14년부터 꾸준히 SNS를 통해 글과 그림 등을 공유해 왔는데, 그것들은 모두 간단하면서도 귀엽고, 함께 쓰인 글도 일상적이라 쉽게 공감할만하며, 묘하게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보게 만든다.

이 책은 그렇게 공유했던 것들 중 150여 컷을 선별하고, 거기에 책을 위해 새로 그린 것을 추가하여 담아낸 것이다.

애초에 간단한 그림에 짧은 글을 담았던 것을 책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는데, 그게 이 책을 가볍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각각의 그림들은 모두 서로 별개라 어디든 원하는 곳을 펴서 읽어도 좋다.

내용은 대체로 일상의 자잘한 것들을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말장난으로 꾸민게 많다. 그래서 아재개그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데 그게 묘하게 볼 만하다. 단순화해서 그린 케릭터들이 다들 귀여워서 더 그런 듯하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을 새롭게 해석한 것들도 아이디어가 재미있었고, 묘하게 공감이 가서 여러번 되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도 꽤 괜찮았다.

‘아주 쉬운 그림 강좌’라는 것도 넣어서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같은 간단한 도형 그리기만으로 책에서와 같은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면 정말로 그림 그리기란 그리 어려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2장밖에 할애되어있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당초에 SNS에 올렸던 그림들을 담아서 그런지 화질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은 티다. 책 크기도 작고, 거기에 그림도 작게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저화질 이미지였는지 도트 뭉개짐이나 깨짐이 꽤 많은 편이다. 아마 당초 그릴 때 출판을 고려하지 않고 작게 그렸거나, 원본 이미지가 없어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출판을 위한다면 리터칭을 하거나 (그림이 간단하니) 다시 그리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냥 필터 정도만 적용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편집은 나쁘지 않아서 보기 좋은 편이다. 표지 안쪽에 소소한 이야기를 추가로 담은것도 깨알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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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브르가 알려주는 파충류 체험 백과 - 도마뱀, 카멜레온, 뱀, 거북이를 잘 키우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생태도감 체험하는 바이킹 시리즈
정브르 지음 / 바이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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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브르가 알려주는 파충류 체험 백과’는 4종류의 파충류와 그들을 키우는 방법 등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미 유튜브에서 희귀동물을 키우고 소개하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닉네임인 ‘정브르’도 그의 성과 곤충학자로 유명한 ‘파브르’에서 딴 것인데,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컨텐츠 제작에 성을 다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그 동안의 성과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마뱀, 카멜레온, 뱀, 거북이라는 우리가 비교적 쉽게 접하고 키울 수 있는 대중적인 파충류 총 30여종을 소개하고 각각의 특징이나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알려준다.

같은 종은 아무래도 비슷한 특징도 많기 때문에 보다보면 비슷한 내용도 꽤 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컨텐츠를 지향하기 때문에 엄청 깊게 살펴보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만, 각각의 특징이나 매력 포인트도 나름 잘 짚었고 직접 키워보지 않으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도 담았기 때문에 하나씩 따라가는 게 의외로 재미도 있다.

사진을 글 못지않을 정도로 아끼지 않고 풍부하게 실었는데, 기왕에 제작한 컨텐츠에서 캡쳐해 사용한 것 뿐 아니라 새롭게 찍은 사진을 더한 것도 좋다. 기존 컨텐츠의 것들을 잘 활용하기는 했다만 아무래도 영상으로 찍은 것이라 화질 등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추가로 근접촬영한 사진을 더해서 파충류의 모습을 좀 더 확실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인만큼 기왕의 동영상도 적극 활용했다. 곳곳에 QR코드로 관련 동영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링크도 달아두었는데, 사진만으로는 채 다 담을 수 없는 파충류의 움직이는 모습이라던가 사육에 유용한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는 그 밖에도 곤충 등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많으므로 한번쯤 훑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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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제국
최영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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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제국’은 노예에서 왕이 된 소년 ‘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족장시대에서 왕권국가로 넘어가는 고대 시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부족간 다툼에 치여 노예로 전락했다가 거지로 전전긍긍하던 시기를 거쳐 결국엔 한 나라의 강대한 왕으로까지 올라간 소년의 이야기를 일대기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게 살짝 무협지 같은 느낌도 주며, 실제 역사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나라 이름이나 제국이 형성되어 가는 모습 등은 꽤나 대하드라마같은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한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이야기나 그 과정에서 소위 ‘인간성’이라 할만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결국 큰 실수까지 하게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것도 나름대로 흥미를 끌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걸 담아낸 이야기와 문장이 너무 저질이다. 오타가 지나치게 잦다는 건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이게 한국어가 맞나 싶은 이상한 문장이 나오기도 하는데다, 뜬금없이 이름없던 인물의 이름을 불쑥 들이밀어 ‘얘는 누구야’싶게 만들기도 하고, 전혀 예고나 복선없던 이야기를 갑자기 중요한 듯 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생각거리라는 것도 좀 직접적이고 강제적으로 들이민다. 그를 위해 주인공도 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어 도통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게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 해친다.

전체적으로, 한마디로 초고를 보는 것 같았다. 전혀 퇴고 없이 생각나는대로 막 쓴 글 같았다는 얘기다. 출판 전에 저자도 자신의 글을 다시 한번 다듬고, 출판사에서도 최소한의 맞춤법 정도는 손봤으면 더 나았을텐데, 쓸데없이 마이너스 요소를 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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