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히 살아있네
장 도르메송 지음, 정미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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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도르메송(Jean d’ Ormesson)’의 ‘나는 영원히 살아있네(Et moi, je vis toujours)’는 인류의 역사를 1인칭으로 소설처럼 풀어낸 책이다.

책은 인류의 기원이라 할만한 시점부터 근현대에 이를때까지를 계속해서 이어지는 1인칭 시점의 경험담처럼 담아 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보면 다분히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를 연상케 하는데, 그게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책이었다. 역사를 재미있게 담아낸 소설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역사를 ‘살짝’ 소설처럼 풀어낸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나’는 인류 그 자체이며 또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일개 인간으로서 역사의 한 순간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통의 인간에게서는 조금 벗어난 곳에서 인류 역사가 흘러가는 모습을 관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선사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역사를 훑는 한편 ‘나’를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며 그 존재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그게 그렇게 흥미를 동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단지 모습을 바꾼 것처럼, 때로는 다른 문화에 적응한 것처럼, 또 어떤때는 마치 환생한 것처럼 그려내는 ‘나’의 설정이 딱히 일관되거나 썩 매력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단 소설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그보다는 사실 역사 에세이에 더 가깝다. 역사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깊지는 않게 살짝 훑고 지나가는데, 때때로 저자만의 상상을 살짝 곁들인 것이 눈에 띄어 일단은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사건이나 흐름을 깊게 다루지는 않기에 의외로 인물 등에 대한 주석도 많이 달았는데, 내용 자체가 많다보니 주석까지 꼼꼼히 챙겨봐도 모두 따라가기는 그리 쉽지 않다. 피부에 맞닿는 역사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세계사를 알고나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나’와 ‘인류’, ‘시간’과 ‘역사’ 등을 두고 난해한 이야기도 꽤 여러번 하는데, 묘하게 철학적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저자 자신의 사상도 담겨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작가이자 언론인이며 또한 철학가이기도 한 그의 유언장과도 같은 책이라고 하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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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단칸방 - 오늘도 외로웠던 당신을 안아줄 이야기
BORAme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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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단칸방’는 동명의 Android 게임을 원작으로 한 그림책 에세이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나오게 된 책인만큼 기본적으로 이 책은 원작 게임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러면서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칸방 외톨이의 심정들을 꽤 세밀하게 묘사했는데, 그게 의외로 꽤나 볼만하다.

애초에 게임을 원작으로 한 책이라서 관심을 가진 것이면서도 볼만한 게 의외라고 하는 것은, 솔직히 냉정하게 따지자면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게임 원작이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에 원작인 게임이 RPG나 비주얼 노벨처럼 잘 짜여진 이야기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모아서 클리어 조건을 채워나가는 방치형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속 아이는 왜 외톨이인지, 그 외톨이의 방에 나는 어떻게 들어가 함께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건지, 방을 꾸미고 하는 등의 여러가지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등등을 딱히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그것들을 알아내는 것 자체도 게임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오면 사정이 좀 다르다.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외톨이의 독백은 ‘그래서?’라든가 ‘왜?’란 의문을 꽤 진하게 남긴다. 특히 외톨이 친구의 변화가 그렇다. 점차 변화되는 방의 모습도 무슨 의미이며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보는 내내 뭔가 빠져있다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마치 게임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해, 게임에서 부족했던 이야기나 경험을 좀 더 채워주기 위한 책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게임을 떼고 보면 당연히 부족한게 있을 수밖에. 책 자체로서의 완결성은 좀 낮다는 얘기다.

그래도 볼만했던 건 의외로 공감할만한 속마음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우울한 친구의 이야기들인데 왜 그렇게 공감점이 많은건지.

우울한 이야기를 하지만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좋다. 오히려 점차 우울해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라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도 꽤 괜찮다. 게임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 뿐 아니라, 단순한 케릭터가 더 감정이입을 하기 쉽게 하기도 한다. 쪽수 옆에 조금씩 바껴가는 얼굴 그림이 그려진 것도 깨알같다.

책만을 보기 보다는, 게임을 먼저 해보고 그 후 책을 접하는 걸 추천한다. 그 다음엔, 후속작으로 '비 내리는 다락방'도 나왔으니, 그걸로 이어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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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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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게오르게(Nina George)’의 ‘꿈의 책(Das Traumbuch)’은 코마(coma)를 소재로 삶과 죽음, 사랑과 화해 등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코마(coma)에 빠진 남자 헨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총 46일간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저자는 그걸 각 인물의 시선으로 옮겨가며 기술했는데, 그를 통해 각자의 사연과 생각 등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참 기구하다. 이들에겐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같은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샘은 이제껏 한번도 아빠와 함께하지 못했으며, 에디는 연인에게 기껏 사랑을 고백하고나서 오히려 거부당해 헤어져 괴로운 날을 보내야 했다. 헨리에게 매인 게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게 이제는 좀 잦아질때 쯤 이런 일이 찾아온 게 에디에게 마뜩잖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애증이 남았는지 아빠라며 찾아오는 샘이 눈에 밟혀 챙기고, 그에게 예전 자신이 알던 헨리의 얘기를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매였던 것들도 풀어나가게 된다.

현실 외에도 꿈속의 이야기를 함께 하는 이 소설은 의외로 현실적과 판타지의 격차가 꽤 큰 편이다. 현실의 모습을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데, 꿈 속은 대체 어떤 세계인지를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몽환적이어서다. 그래서 이 둘이 썩 잘 섞이지 않는 느낌이다.

과연 꿈을 통해 보고 겪는 것들을 현실로까지 가져올 수 있을까. 나라면 꿈을 꾸었다고 하고 그칠 것 같아서 쉽게 공감은 안된다. 차라리 사변소설 대신 대놓고 판타지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 특별한 능력을 지닌 샘도 좀 붕 뜬 느낌을 준다. 안그래도 현실의 다양한 것들을 색으로 느끼는 공감각자라 그 표현이 잘 와닿지 않는데,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듯한 이야기도 뭔가 싶고, 매디를 대하는 것도 좀 뜬금없었다.

문장도 썩 잘 익히진 않는다. 당장 ‘감각 백치’가 대체 뭐냐; 꿈속 이야기들도 문화가 달라서인지 쉽게 와닿지 않고 몇몇은 난해하기까지 하다. 앞서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거기엔 이런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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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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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나타난 현상들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석하고 생각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과 더 나은 대처를 위한 조언들을 담은 이 책은, 단지 꾸준히 연구된 방법이나 그런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생각’이라거나 ‘에세이’ 따위로 얘기하는 것일 뿐, 사실상 철학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생각을 담은 이런 소소한 철학의 장점은 인간의 본질까지 파고 들어가는 본격적인 철학과 달리 좀 더 경험적이고 현실과 밀접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고 흥미로워 보기 좋다는 거다.

그 뿐이랴. ‘그래서 어따 쓰는데’라는 물음이 항상 따라다니는 고고한 철학들과는 달리 이런 생활 철학들은 실제로 유익하기까지 하다. 당장에 친구나 연인, 사회 생활을 하면서 쓸만한, 피부에 와닿는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볍다’고는 했지만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루는 것인만큼 나름의 깊이도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도 누구나 한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이다. 이미 생각해 보았다면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유튜브 ‘오마르의 삶‘을 하면서 다뤘던 것을 정리해서 엮은 것이라 그런지 주제 하나하나가 알찬 편이다.

얘기도 참 잘 했다. 같은 내용도 웃으며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잘 풀어냈으며, 그를 통해 이야기하는 내용도 논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대부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과연 ‘인생 2회차’라는 별명도 붙을 만 하달까.

돌직구같은 화법도 좋다. 책의 전체적인 테마와도 잘 맞기도 한데다, 결코 정도를 넘지 않는 진짜 돌직구라서 보면 유쾌할 뿐 아니라 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개인적인 경험이 있는 것들은 더욱 그러해서, 뼈 때리는 얘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해소감이 있었다.

이런 류의 책은 나름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다. 생각이 다르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잘 맞아서 개인적으로는 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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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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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은 청소년기에 대한 흔하다면 흔하지만 소중한 메시지를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린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참 문제작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을 핑계로 삼으며 그 여파를 제대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저지르는 일들을 주요 소재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 한 쪽, 머리 한 쪽에 불편한 기색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아이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그들이 겪고, 또 부딫치면서 생기는 일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깨닫게 될지 기대도 하게 된다.

소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딱 ‘청소년’이라 할만한 애들이 있는가 하면,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거기서 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인물들도 있다. 그들에겐 모두 대놓고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소중한 생각들도 있다.

작가는 그것들을 살짝 감춰두고 조금씩 풀어가며 이야기를 꽤 잘 전개했다. 그게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한다. 또 그렇게 그들의 입장을 여러 상황과 각도에서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각자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그런 길 밖에 없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푸념으로 말하는 것마따나 겉 보기엔 생각도 행동도 느리고, 심지어 자기 의견조차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 들게도 만드는 서일이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기, 6만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울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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