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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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은 시베리아 늑대의 눈물겨운 겨울나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시베리아 바이칼호 근처에서 살고있는 늑대에겐 몇가지 불문율이 있다. 하나는 눈 없이 다가오는 마르고 추운 다섯번째 겨울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는 결코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둘이 무엇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할 때가 있다. 맞서지 않아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때다. 그럴 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죽음을 무릎쓰고 행동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상황에 처한 푸른 늑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늑대의 입장에서 그렸기에 조금은 판타지같은 느낌도 드는데, 내용 자체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심지어 작가가 늑대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특별히 감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냉정하고 날씨만큼이나 건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이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자연의 흐름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포기’가 아닌 ‘희망’도 담겨있으며 또한 가족과 무리를 위한 ‘희생’도 엿볼 수 있어 묘하게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자세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짧은 동화같기도 한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림과 함께 꽤 보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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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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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는 영어의 다양한 표현들의 유래와 뜻을 살펴보는 책이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그리스/로마 신화 등으로부터 유례한 단어들이고 다른 하나는 성서에서 온 표현들이다.

첫번째에서는 주로 단어의 기원을 다룬다. 신화적인 인물이나 이름 등에서 기원한 단어나 접두어, 그리고 그것들이 사용된 단어를 얘기하고 그 뜻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의 단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어 좀 흥미로운데, 이는 애초에 신화가 세상을 비유적으로 풀어내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란 걸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이나 역할, 지명 등이 애초부터 그런 의미를 지닌 것이었으니 그게 이후의 단어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란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몇몇은 현대에도 쓰이는 단어에 그대로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또 상당수는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에만 영향을 줘서다. 같은 뜻이지만 말은 다른 그 단어들은 어찌보면 ‘고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현재도 쓰는 단어들은 또 어디에서 유례한 것인지 좀 궁금해진다.

라틴어로 기술되던 성서가 번역되면서 새로운 단어가 많이 생겼다고 하면서 두번째 파트를 시작하지만, 책에서는 그것들 자체에 대해서는 하나씩 다루지는 않는다. 워낙 그 수가 많고 기존의 단어들을 변형하거나 한게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대신 관용적인 표현들이 성서의 어느 부분에서 유례한 것인지를 다루었는데, 이게 약간 한국어로 치면 속담 풀이같은 느낌이어서 재미있기도 했다. 다만, 성서에서의 구절을 들고 그게 관용적 표현으로 굳어졌다는 식으로 표현할 뿐, 왜 성서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인지 까지는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서 애초에 왜 그게 그런 뜻이 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편집은 무난한 편인데, 사진 캡션과 본문이 겹치게 잘못 편집된 부분이 있는 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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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의 미녀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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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의 미녀’는 동명의 미라를 소재로 한 독특한 역사 소설이다.

소재인 ‘누란의 미녀’는 1980년 사막에서 발견된 여성 미라로, 마치 웃는 것 같은 표정 때문에 ‘죽음의 모나리자’ 등으로도 불린다.

이 미라는 단지 잘 보존된 고대의 미라라는 것 그 자체로서 외에도 몇가지 의미가 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대 역사에 관한 것이다. 당시 누란의 미녀와 같은 사람이 그 지역에 살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위구르 지역을 탄압하며 자신의 일부로 다루고 싶어하는 중국의 마음과 달리 이 지역이 오래 전부터 별개의 독립구역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은 그러한 배경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이 소설은 어느정도는 위구르족이 중국인들에 맞서 힘겹게 독립운동을 해나가는 민족적인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욕심을 내서 그런 위구르족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깊게 파해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련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러 이슈들을 온몸에 걸치도 있는 한국인들을 등장시켜 한국인의 이야기와 위구르족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간다.

이게 생각보다 좋은 선택이었던 건, 많은 사람들이 위구르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뜸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선뜻 공감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신 그들의 역사와 삶에서 우리네의 모습을 찾고 유사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좀 더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게 했다.

마치 한국의 과거를 보는 것 같은 신장에서의 이야기들은 때때로 소설의 배경이 언제인지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꼭 한참 한국이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할 때, 그 때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시대를 오가는 느낌도 들게 한다.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 원주민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진표가 위구르족과 함께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그들을 돕고 그들에게 동화되어가는 그의 이야기는 익숙한 클리셰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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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 박민형 소설집
박민형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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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은 9편의 단편을 묶은 박민형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수록된 단편들은 조금씩 자기만의 특색이 있다. 어떤 건 은유적인 표현들이 오가는가 하면, 어떤 건 뻔뻔할 정도로 역설적인 모습과 발언 등을 통해 진한 비꼼을 보여주기도 하며, 개중엔 현실에서 벌어지는 더럽고 기분나쁜 일들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이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모두 한번씩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갖고 있기도 해서 읽어볼만한데, 딱히 연작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설집이 전체적으로 꽤 어둡고 무거운 편이다보니 읽고나면 묘하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1996년 등단 이후 발표한 이 소설집은 말하자면 저자의 역사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간 어떤 시도를 했고, 얼마나 다양한 글을 썼는지가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각각은 모두 각자만의 의미가 있고 소중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부끄러워도 추가로 수정 보완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이해하는 하지만 그게 썩 읽기 좋지 않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저자의 글은 장면 전환이나 시점이 조금 모호하게 쓰여 썩 편하지 않은데, 문장도 그리 읽기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예를 하나 들자면, ‘?’ 대신 ‘.’를 많이 쓴 것도 그 하나다. 부호로 딱 들어오지 않으니 작중 인물의 의도나 말투가 순간 헷갈린다.

거기에 오타도 많다. 이게 문제인 건 한눈에 봐서는 일부러 의도해서 그렇게 쓴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오타가 나서 잘못 쓰인 것인지 선뜻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물은’이라고 쓰인게 ‘문을’의 오타인가 하는 게 그렇다. 그렇다보니 중간 중간 과연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여러번 확인하게 된다.

기왕 썼던 소설을 존중해서 지금에 와서 고치지 않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오타 정도는 좀 다시 확인해 수정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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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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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북스에서 내놓는 SF 시리즈 ‘그래비피 픽션’의 아홉번째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는 정체성에 대해 묻는 유명한 철학 문제다. 짧게 요약하자면 “배의 모든 부분을 교체했더라도 그 배는 여전히 ‘바로 그 배’인가?”하는 거다.

이 정체성 문제는 단순히 특정 사물에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로까지 넓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거기엔 인간 역시 포함된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의 테세우스의 배 문제는 현재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가 아파서 떼우거나 임플란트로 교체하는 게 그 흔한 예다. 장기이식이나 인공장기, 성형도 그런 일종이고, 더 나아가 그런 인위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짧게는 몇일, 길게는 십수년 단위로 끊임없이 세포 교체도 일어나고 있다. 완벽하게 동일성을 유지하는 인간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체를 모두 바꾸거나 그 변화가 급작스럽지는 않기에 아직까지는 어떤 부위나 방식의 교체가 있더라도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경우는 없다. 그건 한 인간을 다름아닌 바로 그라고 하게 하는 자아, 즉 기억와 감정, 그리고 지성 등을 담고있는 뇌를 현재로서는 대체할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그게 가능한 기술수준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생체를 잃어버린 나는 여전히 나일까. 나와 같은 기억과 지성을 갖고있다면, 그것은 나와 완벽히 동일한 개체인 걸까. 나라 할만한 존재가 여럿이 생긴다면, 과연 원래의 나라 할만한 존재는 누구일까.

‘인체의 교체’라는 가정과 기술적인 요소 때문에 테세우스의 배 문제는 자연히 SF에서 애용되는 소재였다. 여러 작품들에서 핵심 주제로 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심층적인 주제로 이 문제를 다루었으며, 그를 통해 인간의 미래상을 그려보거나 인간의 정체성(Identity)과 인간성(Humanity)에 대해 풀어내기도 했다. 이 소설은 그런 작품들의 후계자인 셈이다.


그런만큼 기존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꽤 많다. 소설에서 풀어내는 철학적인 이야기들은 물론 SF적인 상상력도 그렇다. 애초에 그걸 피해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보니 일부는 일부러 대놓고 인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소설의 완성도는 꽤 좋다. ‘테세우스의 배’ 문제를 얘기할 때 나오는 여러 정체성에 대한 이론들도 잘 담았고, 그것을 단순히 구겨넣어 담은게 아니라 소설에 잘 어울리게도 했으며, 총 셋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야기도 꽤 짜임새가 있다. 거기에 이야기를 액션물로 만들어 재미까지 더했다. 그래서 소설이 담고있는 깊고 무거운 주제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훨씬 부담없고 가볍게 즐길 수가 있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꽤 적당하다. 물론 긴장감이 부족해 뒷심이 좀 아쉬운 감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무리해서 엇나가거나 펼쳐논 것을 제대로 그러모으지도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어느 정도는 상상할 여지도 남겨두어 읽고 나서는 기분좋은 여운에 빠질 수도 있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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