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특공대 1 - 뱀파이어의 첫사랑 상상 고래 7
차율이 지음, 양은봉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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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1: 뱀파이어의 첫사랑’은 괴담을 해쳐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판타지 소설이다.

힘을 가진 인물이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요괴들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일종의 ‘요괴물’ 또는 ‘퇴마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정도는 전형적인 형태를 띄고있다. 현재와 동떨어진 가상의 존재를 다루는 요괴물의 특성상 요괴를 먼저 보여주고 나서 퇴치하는 수순을 밟지 않으면 마치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이야기가 어지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괴의 존재 자체를 비밀스러운 요소로 사용하며 심리나 인간군상 등에 집중하는 호러 스릴러 같은게 아니라면 모두 엇비슷한 전개를 보일 수밖에 없다.

대신 작가는 기존의 다른 장르에서 보이던 특징들을 가져와 이 시리즈만의 개성을 더했다. 전대물을 연상케하는 장착 장비와 변신이 대표적이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이러한 요소 자체가 신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그걸 소설속에 녹여낸 방식이 기존의 것과는 꽤 달랐기 때문에 이 시리즈만의 독특함으로 느껴졌다.

아이들로 시작해서 아이들로 끝나는 이야기도 그리 흔치않은 특징이다. 보통은 그 사이에 어른들의 활약이나 도움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걸 굳이 애써 배저한 점은 이 시리즈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지 더 분명히 나타내는 것 같다.

물론 그 덕에 조금은 ‘아이들만의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어색함도 있었는데, 애초에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딱히 단점으로 꼽을만한 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지도 않고 전체 분량도 짧은데, 그런데도 굉장히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서 작가의 욕심이 좀 엿보인다.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각각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열고 다는 건 나름 잘 한 편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갖다붙였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겪을만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괴담 이야기도 꽤 괜찮았다. 요괴물은 이미 장르를 이뤘을 정도로 많이 이야기되었다보니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도 보이기는 한데, 그것들을 조금씩 섞고 변형한데다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 낸 듯한 이야기도 있어 어느정도는 ‘새로운 괴담’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정도면 준수하게 잘 나온게 아닌가 싶다. 다음권에선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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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모자란 키스 바일라 8
주원규 지음 / 서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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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모자란 키스’는 조금 당황스러운 청춘 소설이다.

시작은 무난하다. 딱 ‘보이 미츠 걸(boy-meets-girl)’이라 할만한 모양새를 띄기 때문이다. ‘한 개 모자란 키스’란 무엇인가로 물꼬를 틀고 회상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나, 주인공이 둘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전형적이다.

마루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이야기는 청춘 로맨스 같아서 조금 뻔해 보이면서도 나름 응원하며 보게 만든다. 마루가 여러가지 부족한 점을 안고 있는, 어떻게 보면 뒤떨어진 아이라서 더 그렇다.

한편으로는 신미의 정체가 대체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매번 하나씩 비밀스러운 면을 보이고는 하는데, 마루가 적극적으로 물어보지도 않고 신미가 스스로 자기 얘기를 떠벌리거나 하지도 않아서 더 그렇다.

신미는 어쩌면 재벌집 딸로 많은 조건이나 관계에 묶여 갑갑한 상황인 걸까? 아니면 병세가 짙어 잠시 외출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그의 하얀 얼굴은 창백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많은 사람중에 대체 왜 마루를 선택한 것인지 의문이다. 둘이 예전에 어떤 접점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흥미로 접근했다가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된 걸까?

작가가 그에 대해 던져주는 이야기는 상상 밖의 것이었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다.

문제는 그 후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선 단지 시선을 돌리려는 듯 다른 문제를 풀어낼 뿐, 본 이야기에 대해서는 마땅한 설명이나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는 것 처럼 보인다.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부분 부분은 알겠으나, 그게 한 문장, 한 내용으로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판타지, 로맨스, 학원, 청춘, 사회 등 여러가지를 적어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완성은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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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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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은 김도언의 함축적인 이야기와 하재욱의 매력적인 그림이 곁들여진 일종의 동화책이다.

동화라지만 어린이를 위한 것도 아니며, 또한 그 내용이 마냥 따수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성인들만을 위한 것이며, 현실의 어둠과 더러움을 보이다못해 마치 그러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라는 부제가 왜 붙었는지 알 것 같다.

수록 작품들이 모두 마음을 심하게 흐트러 놓는 것들이라 책고 읽고난 후에는 묘하게 술렁이는 기분에 휩쌓인다. 관습처럼 굳어진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을 더 그렇다.

인간과 사회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에는 작가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는데, 나는 작가의 이야기들을 딱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는 입장이었다. 그건 저자의 이야기가 나름 그럴듯하기도 한 동시에 내가 평소 갖고있던 생각과 충돌하는 면도 조금씩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그렇긴 하지’ 다음에는 ‘그런데…‘가 따라 붙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그런식으로 보게 된 것은 애초에 작가가 처음부터 특정한 주제를 이야기 하려고 쓴 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메시지의 강도가 꽤 센 편인데, 그거에 집중하고 강조하기 위해 곁가지로 뻗어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조금 강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야기의 현실성을 더 살리기 위해서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것들을 그저 가져다 쓴게 아니라 작품에 맞게 잘 변형했다. 그래서 실제 사건과 작품은 의외로 많이 다른데, 오히려 작품을 시작할 때 사건을 언급한 것 때문에 엉뚱한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언급하더라도 좀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매 장을 넘길때마다 서로 다른 장면이 그려지도록 글을 나누고 거기에 그림을 붙인 구성은 꽤 좋았는데, 그게 이 작품을 훨씬 시각적으로 보이게 하며 각 문장이 지닌 의미도 곱씹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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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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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올리리(Beth O’Leary)’의 ‘셰어하우스(The Flatshare)’는 집 공유를 소재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과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먼저 소재가 좀 독특하다. 소설 속 동거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태라서다. (다른 픽션이나 해외 소식 따위에서도 꽤 들어봤단 걸 생각하면, 외국에서는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심지어 ‘서로 보지 않는다’를 제1 규칙으로 하는 동거라니. 과연 이 동거가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했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저자가 그걸 굉장히 잘 풀어냈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울만한 조금은 과한 설정도 인물간의 관계나 개인의 성향 등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일들도 조금은 느린 호흡을 통해 서서히 진행해 나갔기에 꽤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라 할만큼 다른데, 그게 의외로 합도 잘 맞았다. 그건 그들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때론 진지해졌다가,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같이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긴 내용을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어, 각자의 시선에서 1인층으로 그린 것도 좋았다. 그게 두 사람의 이야기와 심정을 이해하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기술한 형태를 다르게 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묘하게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야기도 좋았다. 어찌보면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이고, 세부적인 것들도 딱히 그 자체로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굴곡을 잘 짠데다 그 가운데서 각각의 캐릭터도 꽤 잘 살렸기 때문에 보는 맛이 좋았다.

서로 다른 몇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하기에 때때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하나 그렇다고 유별나게 튀어 어색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톡톡 튀는 발언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장면 역시 ‘어우~’하면서 귀엽게 봐줄만 했다.


연인관계에 있어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이슈를 다루는 것도 좋았는데 단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어거지로 넣은 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녹여서 잘 풀어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패미니즘적인 언급들은 좀 거슬리기도 한다. 분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알만한데도 구태여 한마디를 더 덧붙인 모양새인데다, 심지어 그게 지나치게 노골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해’라며 불편하게 밀어붙인다는 말이다.

그에 반해서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 그들의 관계나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뿌연 회색지대를 느끼게도 한다. 당연히 따라야 할 이해와 공감 저 너머에 희미한 의문과 변명거리도 함께 남긴다는 말이다.

주요 이슈인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그렇다. 그로인한 결과를 분명하게 규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게 어떤식으로 행해졌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데, 그게 이걸 조금 뜬구름 속 애기처럼 느끼게도 만든다.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게 먹히겠어?’ 싶게 한다는 얘기다.

가스라이팅이 어떤 것이며 왜 잘못된 것인지를 보이고, 그러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도를 담으려 했던 것이라면 살짝 실패한 셈이다.

문제의 인물을 단편적으로만 묘사한 것은, 그의 태도가 후반에 갑작스레 바뀐 것처럼 보이게도 하는데, 전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모습은 캐릭터가 붕괴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된 것은 새로운 만남과 그를 통해 이뤄가는 것들이 더 중요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 외 것들은 충분히 생략될 법 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미 용어가 붙었을 정도로 유명한 것에 관한 거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이 소설은 그것 자체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회 비판 소설이 아니라, 로맨스가 아니던가.

다만, 그로인해 생긴 점들 때문에 마음껏 분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공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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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에마 퀴글리 지음, 김선아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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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퀴글리(Emma Quigley)’의 ‘머니게임(Bank)’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은행을 운영한다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꽤 멋지게 그려낸 소설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그것도 학교 내에서만 운영하는 은행을 세운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조금 장난같다. 왜냐하면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잘 운영되고 있는 은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누가 굳이 개인 은행에서 빌리려고 하겠느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환수나 수익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생각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툭 던진 한마디로 시작된 이 은행이 그렇게 잘 될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보다보면 이게 꽤나 재밌게 흘러간다. 생각보다 잘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엄청.

물론 그건 어쩌다가 시기좋게 빌리려는 쪽과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허술한 관리가 그렇게까지 잘 될리가. 하지만, 거기엔 또한 작은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떡잎이 보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얘기를 꺼낸다던가, 때론 위험해보이는 일에도 발을 들이민다던가 하는 과감함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들이 다음엔 무슨 일을 벌일지, 그게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한다.

반쯤은 ‘놀이’이겠거니 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이야기는 꽤나 진지하게 은행의 여러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치 현실의 은행을 압축해서 그려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은행이 어떻게 발전하고 돌아가는가, 또 그 뒷면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들을 조금은 맛볼 수 있는데 그런 점도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에 과정을 생략한다던가 하는 면이 있어서 공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학교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나름 잘 살렸다.

번역은 좀 아쉬워서 때때로 이해못할 문장들이 눈에 띈다. 영어를 이용한 말장난 같은 것이 그렇다. 언어 차이가 있으니 한국어로야 마땅한 번역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주석이라도 달아뒀으면 좋았으련만 꼼꼼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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