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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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은 동명의 웹툰을 책으로 역어 낸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단행본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양장본으로 나온 것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연재된 것은 아니다. 대신 책 뒤쪽에 작가인 쳐돌았군맨의 그림일기와 일종의 후기만화인 ‘혈관고 비기닝’, 그리고 미공개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기존 책과의 차이를 꾀했다. (4권 세트를 사면 틴케이스도 주므로 구매에 참고하시라.)

책의 마감을 달리해서 재판한 것이라서 그 외에는 기존과 같다. 혈액형을 단순하게 의인화시킨 캐릭터들은 지금봐도 성격이 확실해서 재미있으며, 그래서 때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도 있기는 하나 무려 4권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보다보면 의외로 공감가는 내용들도 꽤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면 ‘점술’과 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누적된 데이타를 광범위하게 늘어뜨려 놓고 듣는 사람이 그 내용을 취사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맞는 부분에 대한 신뢰를 더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강하다는 말이다. 따지자면 과학적이지 않은 쪽에 가깝다고 하는데도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가고 맞춰보며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래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흥미로 보는 내용인데도 단지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의 책을 참고해서 가능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개인 생각을 적을 때는 그렇다는 걸 명확히 밝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한 것도 좋다.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건 그만큼 캐릭터 성을 잘 살려서기도 하다. 혈액형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행동은 조금 과장되게 그려서 그들이 벌이는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다. 다시봐도 그런 걸 보니, 왜 한참 인기가 있었는지도 새삼 알만하다.

아쉬운 것은 재판인데도 불구하고 오류가 수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많지는 않지만 몇몇 부분에서 그림과 맞지않는 글이 달려있다거나 한데, 해당 내용은 그 장면에서만 언급하는지라 그 중요성이 높다는 걸 생각하면 꽤 큰 단점이다.

책이 오염방지를 위해 비닐포장되어있는 것과 달리 내지에 붉은 선이 찍혀있었던 것도 아쉽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저자의 그림일기를 더한것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그 자체로야 나름 볼만하기는 하나, 책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그려 추가할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그냥 거기까지만 하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님 별책으로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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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의 왕자들
김대웅 옮김,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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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후스로 델라비(Amīr Khusrow Dehlavī)’ 원작의 ‘세렌디피티의 왕자들(Travels and Adventures of Three Princes of Serendip)’은 기대했던 딱 그런 옛스런 이야기 책이다.

중동이라는 지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아라비안 나이트 느낌이 물씬 난다. 옛날 스타일의 이야기는 현대의 소설과 비교하면 비록 기교나 긴장감, 그리고 현실성 등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기도 해 나름의 매력을 갖고있기도 하다.

세밀한 묘사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에 빈 곳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그 때문에 딱히 이야기가 모자라 보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 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어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데, 세밀하게 묘사한 현대의 소설들이 오히려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 걸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이런 특징들이 소설을 꾸준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게 만들며, 기상천외하게 튀는 이야기도 다음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소위 ‘선인들의 지혜’라는 것을 담고 있는 것도 옛 이야기 답다. 다만 왕자들의 모험과 이야기꾼들의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지혜들은 옛 이야기라서 그런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말장난 같은 면이 있다.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하거나 그 기발함에 감탄할만한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시대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문화차이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앞서 이 책을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고 했는데, 그건 단지 분위기만 그런 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다. 이야기의 일부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왕에 의해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시작 된 것이라던가, 그 안에 묘하게 왕을 꼬집는 내용이 있는 것도 그렇고, 그를 통해 종국엔 갈등이 원활하게 해소된다는 내용 역시 꽤나 닮아있다.

다만 그 끝이 썩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는데, 이야기가 단지 그 뿐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기껏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도 왕에게 교훈적이라 할만 했는데, (비록 뻔한 전개지만) 좀 더 현실에 영향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있다. 게다가 내가 기대했던 딱 그런 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감도 높았다.

다만, 소설 외적으로는 썩 그렇지 않았는데, 너무 뻔한 속셈들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BTS를 언급하는 게 그렇다. 굳이 소설과 별 상관도 없는데 굳이 그러는 건 어떻게든 유명세를 업어보겠다는 질낮은 짓 아닌가.

제목을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이라고 해논 것도 그렇다. 원저대로 페르시아식 지명인 ‘세린딥(Serendip)’이나 그 원래 의미인 ‘실론(Seylon)’을 쓰던가, 좀 무리여도 현재 국명인 ‘스리랑카(Sri Lanka)’까지는 그래도 좀 봐줄만 했겠다. 이것들은 그래도 모두 같은 지역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모두 버리고 뜻은 물론 형태도 많이 변질된 ‘세렌디피티’를 쓴 건 대체 왠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이 세렌디피티의 어원인걸 절로 알게 할만한 이야기인 것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막말로 왕자들은 부왕이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외국에 보낸 것 아니던가. 그들이 그곳에서 보인 지혜들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하게 발견’한 게 아니라, 놓치기 쉬운 것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분석해서 얻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세렌디티피란 말은 그들의 지혜와 성취를 우연한 것으로 곡해하고 낮잡아 봐서 생긴 차별적인 용어인 셈이다.

그러니 딱히 이렇게까지 대단하게 부각할 가치가 있었는지 더 모르겠다. 하더래도 소설이 끝난 뒤에 저자의 말을 넣으면서 간단하게 언급 정도만 하고 넘어가면 족하지 않았을까. 그걸 지나치게 밀어대니 좀 눈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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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조종 교과서 - 카모프.벨.로빈슨.수리온 마니아가 알아야 할 헬기의 구조와 조종 메커니즘 해설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스즈키 히데오 지음, 김정환 옮김 / 보누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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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히데오(鈴木 英夫)’의 ‘헬리콥터 조종 교과서(図解 ヘリコプター: メカニズムと操縦法)’는 헬리콥터의 원리와 조종방법을 담은 교본이다.


헬리콥터는 참 매력적인 기기다. 호버링(공중에 떠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펠러를 이용한 비행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으로 공중을 날아오르는 기존의 비행기에 비해 더 복잡한 움직임도 가능하기 때문에 좁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운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책은 그런 헬리콥터가 어떤 원리를 통해 나는 것인지를 설명하고, 각 부분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그 구조와 그것들을 이용해 비행하는 방법 등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물리학적인 이론과 기계공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쉽지만은 않은 책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비행의 기본이 되는 양력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헬리콥터에는 그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달고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지를 나름 쉽게 잘 설명했다. 그래서 헬리콥터를 조종하거나 정비를 하는 사람도 아니며, 심지어 관련 전공을 공부했던 적이 없는데도 꽤 읽을 만했다.


반대로 실제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가벼운 책이라는 얘기기도 하다. 그건 이 책이 애초에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해 쓴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걸 서문에서 확실하게 밝혔는데, 안그래도 그저 순수하게 헬리콥터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이라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기도 했던지라 나의 욕구에 딱 적합한 책이라는 점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헬리콥터는 일반인들로선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기기라 비밀스러운 면이 있는데,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수 있어서 좋은 좋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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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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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은 미처리 시신들의 이야기를 그린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에 해당하는 것은 그들이 왜 죽게 되었는가나 그들이 세상에 남겨놓은 미련은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익주와 그가 형님처럼 알고 지냈던 헌책방 주인 김 사장의 사연이 특히 그러한데, 김사장은 말을 앉고 익주는 기억이 흐릿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씩 감춰졌던 것들을 드러내는 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나 그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는 사실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데, 저자가 치다꺼리와 편집자, 책과 공간으로 구성된 이 기묘한 세계를 꽤나 정성들여 구축했기에 더 그렇다. 그렇다고 너무 자잘한 것까지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는데, 그 덕에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조금 두루뭉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오컬트 판타지로서는 나름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미스터리로서는 그렇게 좋지 않다. 그리고 이건 오컬트 판타지에 할애한 분량이 많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총 3장에 걸쳐 펼쳐낸 이야기가 딱히 긴밀하게 연결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각각의 이야기 역시 감춰진 진실이 비밀스럽거나 놀랄만한 것은 아니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보니 은근히 ‘이게 미스터리?’라는 생각도 든다.

남들 모르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은근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은 것처럼도 보이는데 그것도 딱히 제대로 담아내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미처리 시신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우연히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인 게 아닌가 싶다.

미묘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3장은 특히 아쉬웠는데, 3장의 이야기와 그런 결말이 딱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더 그렇다. 차라리 3장을 빼고 1장, 2장의 이야기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미스터리를 빼고 아예 오컬트로 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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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배민경 그림 / 멘토프레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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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은 지난 3월 출간되었던 텍스트 에디션에 아름다운 삽화를 더한 버전이다.

출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을 이렇게 다시 낸 것은, 그만큼 작가가 동화와 같은 그림이 책에 함께하길 열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이면서도 동화처럼 다수의 삽화를 넣은 지금의 일러스트 에디션이 나오게 되었는데, 둘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불안한 삶의 편린을 그린 이 소설은 솔직히 생각과는 꽤 달랐다. 제목도 그렇고 고양이도 보통 힐링의 느낌이 있는데, 그와는 달리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고양이의 존재는 약간의 위로같은 의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크진 않고 오히려 현실의 부정적인 면과 대비되면서 더욱 암울함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와의 교감을 그린 아름다운 동화같은 소설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심하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하는 남자를 선택한 것은 굉장히 적절했는데, 그 자체로 이런 이야기와 잘 어울리기도 할 뿐더러 그가 왜 그런 삶속에 빠지게 되었는가에도 설득력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과거와 현재, 현실과 정신세계를 오가는 듯한 몽환적인 이야기 전개도 그의 불안정한 정신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이야기 조각들의 경계가 그렇게 선명하지만은 않아서 더 그런데, 그러면서도 각각이 흩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잘 풀어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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