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색 색연필로 완성하는 Real 풍경화
하야시 료타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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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료타(林 亮太)’의 ‘5색 색연필로 완성하는 REAL 풍경화(林亮太の色鉛筆で描く)’는 기본색 색연필만으로 멋진 풍경화 그리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서 기본색이란 ‘색의 3원색’을 말하는 것이다. ‘색의 3원색’은 섞을수록 명도가 낮아지는 감산혼합 방식의 원색으로 시안(Cyan), 마젠타(Magenta), 옐로(Yellow)로 구성되어있다. 보통 여기에 검은색을 더해 CMYK로 묶어 부르며 컬러 인쇄에서 주로 활용한다.

적은 컬러만을 이용해 혼합해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것이 저자만의 특별한 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반대로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을 저자가 풍경화를 그리는 것에 적용한 것에 가깝다.

3원색을 혼합하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아주 어두운 색이나 밝은 색 등은 제대로 표현이 안되기도 한다. 그래서 3원색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검은색과 흰색을 더해 총 5가지 색연필을 사용하고, 거기에 겹쳐서 쌓은 색들을 섞어주기 위한 블렌더와 하이라이트를 주기 위한 디자인나이프를 추가로 사용한다.

좋은 것은 그것들을 이용해 풍경화를 그리는 방법과 과정, 그리고 그 실례를 정말로 잘 정리해서 담았다는 거다. 마치 샐로판지를 덧대며 색을 만들어 내듯이 시안으로 시작해, 마젠타, 옐로, 블랙 순으로 색을 어떻게 쌓아야 하며, 흰색과 블렌더를 이용해 색을 다듬고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디자인나이프로 빛을 표현하는 것까지 하나 하나를 정말 잘 보여준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도 수준이 높아 보다보면 절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다만, 3원색 색연필을 이용해 색을 조합하는 방식의 한계 때문에 색이 깔끔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좀 부연 파스텔톤을 띈다. 이런 특징이 하늘 등을 표현한 것에선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즐겨 쓰는 색을 추가로 더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적은 색을 사용하다보니 조금은 색을 어떻게 낼 것이가 하는 점이 강조되는 면도 있지만, 작품의 전체 구조를 잡는 방법이나 명암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같은 풍경화를 그릴때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도 꽤 잘 담고있다. 그래서 꼭 미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을 듯하다.

저자의 색연필을 이용한 풍경화 작법은 기존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조금은 ‘밥 로스(Bob Ross)’를 떠올리게도 한다. 저자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즐거운 풍경화 그리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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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어다 이마주 창작동화
리사 룬드마르크 지음, 샬롯 라멜 그림, 이유진 옮김 / 이마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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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룬드마르크(Lisa Lundmark)’가 쓰고 ‘샬롯 라멜(Charlotte Ramel)’이 그린 ‘나는 상어다(Haj-Jenny)’는 다름과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홉 살 옌니(Jenny)는 반에서 가장 말이 없는 아이다. 선생님은 그런 옌니에게 여러번 말을 걸면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야기하고 하기를 원하지만, 옌니는 손을 들고 나서 큰 소리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는다. 그 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

하지만 어른들은 옌니에게 늘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것을 바란다. 정말로 그렇게 하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유유히 바다를 헤엄치는 상어처럼 조용하지만 용감하고, 남들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을만큼 강하며, 크게 말하는 대신 크게 생각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어떻게하면 문어처럼 높이 손들고 크게 말하면서 자신을 강조하지 않아도 나는 나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바다의 상어와 문어로 비유하고, 상어와 공감하는 소녀 옌니의 이야기는 조금 판타지적인 면이 있지만,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얘기다. 당장 우리도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지 않던가.

이건 심지어 커서도 계속된다.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느니, 도전정신을 갖고 열정적으로 하라던가, 소위 아침형 인간이 어쩌니 하는 것들도 그렇다. 물론 세세하게 따진다면 조금씩 상황이 다르기야 하겠지만, 제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굴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정도에서 벗어나고 잘못된 것처럼 만들다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런 기조는 때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소극적인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은 것은 어쩌면 소극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것이 잘못된 것처럼 구는 어른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연 모든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서 똑같이 되길 요구하는 게 정말 옳은 것일까. 한가지 정답을 정하는 것이 아이들의 다양성을 해치고 차별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해준다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더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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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박삼중 스님이 쓰는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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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는 큰 꿈을 꾸었던 안중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안중근 전기냐고 하면 그건 또 애매하다. 안중근 자신이 쓴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기타 자료등을 참고로 소설 형식으로 쓴 2장이 그런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외 절반 가까이는 그런 안중근을 쫓고 기리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저자가 어떻게 안중근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인 스님인 그가 가톨릭 신자인 안중근에게 매료되게 만든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안중근과 별로 상관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저자는 그걸 꽤 꼼꼼하게 적어냈는데, 그건 거기에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안중근은 일본의 전쟁 범죄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쓰러뜨린 한국의 애국지사로서의 모습이다. 당연히 그가 이토를 저격한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서 찾고, 자연히 그의 짦은 인생도 그와 연관하여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남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일본인에게는 더 그렇다. 어떻게 보면 그는 그저 침략국의 수많은 저항인물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중을 받은 것은 그만큼 그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했고 그의 대한민국 독립을 넘어선 동양 평화라는 꿈이 모두의 마음에 와닿는 얘기여서가 아닐까 싶다. 당장 ‘나도 때리지 않을테니 너도 때리지 마라’는 말 부터가 그렇지 않나.

그래서 그의 사상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를 정리해 담으려던 동양평화론 역시 완성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남긴 발언 등으로 보았을 때 시대를 앞섰다고 할만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었을 것을 짐작케 한다니 더 그렇다.

지금은 더 이상 힘(군사력)으로 타국을 침범하고 빼앗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라도 비슷한 일들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국가대 국가간에는 물론이거니와, 작게는 회사와 개인, 개인과 개인간에도 일어난다. 전(전쟁)보다 오히려 교묘해진 것 모습들은 답답한 한숨을 쉬게 만든다.

만약 지금의 시대에 와 평화를 꿈꾼다면, 그는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새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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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이야기 - 그녀의 일기
나나로 지음 / 처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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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키스방에서의 일을 담은 에세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되겠다. 그만큼 실제로 그 일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름 잘 담았다.

그렇다고, 엄청 특이하거나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아직 한국 사회가 성 문화에 대해서 보수적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저자가 건전한 키스방을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전한 키스방이라는 것은 비교적 원칙에 충실한 곳이라는 얘기다. 키스방이란 약간의 터치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키스만을 서비스하는 곳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불법 업소와는 다르다. 애초에 성매매 특별법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소였던 만큼 성행위는 물론 유사성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키스방’이라고 내걸었을 뿐 실제로는 유사성행위, 더 나아가 성행위까지 하는 곳도 꽤 있는가본데, 저자가 일했던 곳은 단지 ‘매니저’에 따라 달랐을 뿐 업소에서 그런 걸 권장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유흥업소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일단 일해보게 만들려는 속셈으로 자세히 얘기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은 속는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다던가, 돈 때문에 오게 되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얘기 같은 것들이 그저 잠시 영화에서 보았던 어두운 면들을 떠올리게 할 뿐 납치 감금과는 거리가 멀어 그렇게 심각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직업이나 업소 자체에서 특별한 게 없다보니 자연히 책의 대부분은 여러 매니저와 손님들이 보여주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힘겨운 인생살이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젊음의 무책임한 가벼움을 그린 것도 같다. 어떨땐 마치 혐오극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세상은 넓고 변태와 또라이는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실소나 어이없음을 머금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마치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현대인들의 심리적 갈증도 꽤 잘 보여준다. 막말로 오죽하면 저런 곳까지 찾아갔겠는가.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키스방의 일화를 그린 이 책은, 시선을 약간 바꾸면 유흥업이라는 유혹에 대항하는 저자의 싸움을 그린 것처럼도 보인다. 애초에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게된 것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어느새 키스방을 선택한 이유(수위가 낮다)는 잊고 성매매 종사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왜 소위 ‘기왕 배린 몸’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실제로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유혹에 진 일화도 풀어놓는데, 그런 게 키스방이 왜 ‘들어가는 문’으로 일컬어지는지를 알게 해 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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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 박지웅 옮김 / 하이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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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알바라도(Sebastian Alvarado)’의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The Science of Marvel)’은 마블 영화의 여러 설정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먼저 알아둘 건, 이 책이 마블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거다. 즉, 여기서 얘기하는 과학적인 내용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공식 설정인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하면 영화에서의 설정이 설명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따져본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MCU의 설정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과학과 판타지의 경계가 살짝 흐려지기도 한다. 특히 영화를 볼 때 ‘이건 명백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만났을 때가 그렇다. (애초에 MCU의 세계관이 마법과 과학을 동일시한다는 걸 생각하면 묘하게 쿵짝이 맞기는 하다.)

이런 이유는 저자가 가능한 것 위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능한 부분은 살짝 제쳐두기도 하는데, 이게 얼핏보면 마치 그것도 가능하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칫 오해를 살 여지도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고찰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는 ‘공상비과학대전’같은 책이 더 잘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주로 쪼개서 특정 부분만 살펴보는 식으로 가능성을 따졌다. 예를들어, 스파이디 센스를 자연에서 거미가 털을 이용해 민감하게 주변을 인지하는 것에 비유하는 식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정말로 스파이디 센스가 있을 수 있는 능력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그런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 거미와는 몸의 구조나 비례, 털이나 피부, 그와 연결된 신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헐크나 캡틴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실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작은 요소들을 분석한 것은 그 자체로도 꽤 볼만하며, 영화 내에서 사용된 사소한(놓치기 쉬운) 설정들이 무엇 때문에 나왔는지도 짐작케 한다. 캡틴에게 사용된 비타레이 같은 게 대표적이다. 단지 그럴듯 해이려고 넣은 게 아니라 실제로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아이디어라는 걸 알게되면 마블의 꼼꼼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저자가 독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해 때때로 전문 용어가 흘러넘쳐 골을 아프게도 하지만 MCU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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