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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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Luis Alberto Urrea)’의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The House of Broken Angels)’은 한 맥시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름도 엔젤(천사), 그것도 ‘빅 엔젤’이니 마냥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이 망가진 천사(Broken Angels)의 가족들은 속된말로 좀 막장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이 하는 행동도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문화 차이를 좀 이해하고 봐야할 것 같다. 당장 이들이 내뱉은 저속한 욕설들도 우리가 흔히 보는 ‘한국어 욕설’같은 그런 느낌이나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퇴폐적이어 보이는 이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선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쎄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야기는 암 선고를 받은 빅 엔젤의 생일과 어머니의 장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를 위해 가족이 모이면서 데 라 크루스 집장을 하나씩 소개하고, 서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힘겹게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아버지라고도 할 수 없었던 빅 엔젤과 가족들의 마지막도 시끌벅적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은 가장과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감동적으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결코 즐겁지만 않았던 과거를 얘기하기도 한다고 해서 묵직하게만 이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런것들마저도 마치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가볍게 쓰였으며, 실제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장면들도 꽤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편하게 볼 수 있다.

맥시코 대가족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적기는 하나,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간의 모습이나 감정의 오감 등은 문화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가슴에 와닿는 게 있다. 어쩌면 저자 자신이 멕시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멕시코 출신으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기에 그것들이 녹아들어 더 생생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국인이라 더욱) 딱히 접점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읽고 나서는 나 자신의 가족을 다시금 떠올려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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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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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는 고전적인 호랑이 설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는 희현과 모현 자매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호환(虎患)이 닥치게 되고, 이를 수습하려 나섰던 고을 수령이 행방불명되면서 기세를 탄 무당 천이의 주도아래 ‘인신공양’이라는 집단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안그래도 힘겹게 살던 이들은 ‘범의 신부’라는 허울좋은 말의 희생양으로 지목받게 된다.

보통의 옛날 이야기라면 이 쯤에서 영웅이 등장해 사악한 호랑이를 처치한다던가, 또는 덕을 쌓아오던 호랑이가 결국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해소하면서 오해의 혼란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던 이들에게 일종의 벌을 내리다던가 하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옛날 이야기와 그 궤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의 소설가가 현대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여 다시 쓴 고전 설화라는 느낌도 있다.


당연히 현대의 소설인만큼 현대적인 이슈들도 꽤 넣었다. 비판없는 대중들이 손쉽게 휩쓸려 왔다갔다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가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약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자들의 욕망이나 여자라서 격어야 하는 치욕같은 것들도 담았다. 그런 것들은 은근히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들을 보이는 인물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는다.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할법하다기 보다는 단지 그러한 역할을 위해 등장한 것으로만 비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름의 복잡성을 가진 인물들의 행동도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당장 주인공들부터가 그렇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나름 이야기를 하기는 하나 좀 변명이나 자기합리화처럼 보인다.

나름 모현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성장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쉽게 보기 어려운 한국의 민담을 소재로 한 것은 꽤 좋았으며, 판타지 소설로서도 나름 볼만하다. 한가지 장르에 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의 특징을 섞은 것도 어느 하나가 어색하게 튀지 않아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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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12-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 그림으로 보는 세계 신화 보물전
최희성 엮음 / 아이템비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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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는 전세계의 신화 중 100선을 꼽아 실은 책이다.

이 책의 기본 컨셉은 전 세계의 신화를 한곳에 모아 간략하게 훑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전세계 동서양의 신화 중 유명한 것들 100개 모았다. 그래서 이 책만 봐도 여러 신화들에 대해 ‘아는 척’ 정도는 할 수 있을만큼 기본적인 것들은 알 수 있다.

또 다른 컨셉은 다양한 그림과 보물(유물) 등을 통해 신화를 시각적으로 접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덕에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신화적 모습은 어떠했는지 그 편린을 구경할 수 있어 장면들을 그려보는데 꽤 도움이 된다. 각종 보물들은 그 자체로도 보는 맛이 있는데, 과연 이것들이 그렇게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가 혀를 내두를만큼 조형미나 완성도가 높아 감탄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제목에도 있듯이, 신화를 ‘역사’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신화가 역사시대를 거치면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강조하고 숭배하는데 이용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신화를 통해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도 꽤 의미가 있다. 신화가 역사를 담은 한 예가 현대에 가장 널리 퍼진 종교인 ‘기독교’다. 그를 주교로 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면서 침략국을 이단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신’을 ‘악마’로 변질시키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가나안 민족이 믿던 신 ‘바알’을 더러운 파리들의 왕인 ‘바알제불’로 격하시킨게 대표적이다. 이후에 이 바알제불은 ‘사탄’과도 동격시 되기도 하는데, 이건 그만큼 오랫동안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쟁을 이어나가며 혐오를 쌓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책은 이러한 컨셉들을 모두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신화를 간추려 모은 것은 잘 했다. 비록 간추린 것이라 많은 것들을 담지는 못했으나 전세계의 다양한 신화의 주요하다 할만한 창세신화나 주요 영웅들의 이야기는 꽤 잘 실은 편이다.

그러나, ‘그림으로 보는 보물전’이라는 부제를 붙일만큼 그림이나 보물 사진을 만족스럽게 싣진 않았다. 너무 저질 사진을 써서 뭉개지거나 도트가 드러나 보이는 것도 있는데다, 너무 현대의 그림을 가져온 것도 있는데, 결코 그게 최선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를 역사와 엮어 살펴보겠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부 그런 내용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그저 신화를 싣는 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제목까지 ‘역사가 보인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보면, 신화 자체만 다루더라도 이미 내용이 차고 넘쳐서 뭘 쳐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거기서 너무 더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그 시간에 더 질좋은 사진이나 찾았다면 더 만족스러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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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 이성의 목소리 위쳐
안제이 사프콥스키 지음, 함미라 옮김 / 제우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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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제이 사프콥스키(Andrzej Sapkowski)’의 ‘위쳐: 이성의 목소리(Ostatnie życzenie / The Last Wish)’는 독특한 괴물 헌터 위쳐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이 책은 정확히 말하자면 위쳐 소설 시리즈로는 두번째로 나온 책이다. ‘운명의 검’이 더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1권으로 간주하는 것은, 내용적으로 ‘운명의 검’이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책이 파일럿에 가까운 소설 ‘더 위쳐(Wiedźmin / The Witcher)’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시리즈 전체로 보면 이 1권 이전에도 단편이집이 몇개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1권인데도 불구하고 배경이나 캐릭터 설명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도 든다.


책에는 총 7편의 에피소가 수록되어있는데, 가장 긴 에피소드 ‘이성의 목소리’를 쪼개고 그 사이 사이에 다른 에피소드들을 배치했다. 그런데, 그게 이야기 흐름상 서순이 맞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에피소드가 딱히 ‘이성의 목소리’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왜 이런 배치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에피소드가 중간 중간에 끊기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썩 마뜩지 않았다.

소설은 신화나 동화처럼 이미 익숙할법한 이야기들을 많이 차용했는데,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쓴게 아니라 소설 속 세계관에 맞게 비틀어서 원래 알던 것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마법과 돌연변이들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던가, 사람들에게 썩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위쳐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괴물들이나 인간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다.

때때로 농담으로 느껴질만한 내용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잔인하고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들도 나오고, 음모나 배신 같은 인간의 구린 뒷면 같은 것들도 다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느 꽤 어두운 편이다. 인간과 괴물을 은근히 비교하기도 하기에 때로는 과연 누가 더 인간적인지 생각해보게도 한다.

아쉬운 것은 액션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는 거다. 눈에 그릴 듯 선명하지는 않아서 때때로 어쨌다는 건지 생각하느라 멈칫 하게 된다.


인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뒷 쪽의 인쇄가 그대로 묻어 나온 페이지가 꽤 있는 것도 아쉽다.

주석도 일부에만 단편적으로 달린 편이라 유럽 신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건 인터넷도 뒤져보고 시리즈 보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소설 자체의 인기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것도 이런 것에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동유럽권에서 인기였던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된데는 역시 (공식은 아니나)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 시리즈의 성공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화까지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드라마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니, 원작 소설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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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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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은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이룩하게 될 미래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무려 87년 전인 1932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로부터 약 600여년 후의 미래인 A. F. 632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A. F. 즉 포드 기원(After Ford)은 헨리 포드의 T형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1908년)를 원년으로 삼은 역법을 말하는 것으로, 배경인 A. F. 632년을 서력(AD)으로 바꾸면 2540년이 된다. 지금을 기준으로 봐도 아직 먼 미래를 그린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런만큼 책 속 과학 문명은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약학과 생물학 부분에서 그렇다. 작품 속 세계에서는 이 두가지를 가지고 전 세계를 제어하고 있는지라 꽤 여러번 자세한 묘사가 나오는데, 생물학이 많이 발전한 지금 봐도 상당히 흥미롭다. 당연히 가상의 기술을 그린 것이겠다만, 정말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흥미로운건 작가가 그려낸 사회의 모습이다. 처음 펼쳤을 때는 전달하려는 주제를 담기위해 조금은 무리한 사회상을 설정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으나, 보면 볼수록 이게 얼마나 말이 되고 가능성이 높은지가 실감이 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물론 냉전도 지나고, 그 사이 정보화 사회 등을 거치면서 얻고 또 잃은 것들이 결국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지를 정말 실감나게 잘 담았다. 향후에 다시 읽게 되더라도 또 다시 감탄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

출간 시기를 생각하면, 현대인들에겐 꽤나 와닿을 내용들이 많아서, 과연 예언서처럼 느껴질만도 해 보인다. 오히려 출간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과연 작품이 현실에 영향을 주어 이러한 사회로 흘러온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회로 흘러올만 했기 때문이 이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새삼 픽션과 현실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과연 현대사회는 작품 속에서와 같은 사회로 별질되어갈지도 그렇다.

꽤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도 꽤 괜찮다. 뒤가 어떻게 될지 흥미를 잘 끌고, 매끈한 세상속에서 조금씩 삐져나온 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재미있으며, 현대인에게 공감점이 많아서 흡입력도 좋다.

오래 전에 쓴 소설이다보니 미래의 모습은 조금 어색한데, 특정 기술은 유독 발달한데 반해 어떤 것은 과거의 지점에 머물러있기도 해서다. 그렇다고 그게 단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 세련된 SF들과는 다른 이런 스팀펑크같은 면모가 조금은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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