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요정 그리고 공주 -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조제프 베르노 지음, 이정주 옮김 / 아르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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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제프 베르노(Joseph Vernot)’의 ‘마녀, 요정 그리고 공주(Sorcières, Fées & Princesses)’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일러스트를 덧붙인 고전 동화 모음집이다.

남성 주인공을 테마로 한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Héros, Princes & Chevaliers)’와 세트인 이 책은, 반대로 여성 주인공을 테마로 한 것이다.

당연히 여성 주인공인 동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것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바실리사’나 ‘그라시외즈와 페르시네’처럼 처음보는 동화도 수록했는데, 지역색이 있는 지명 등이 독특해서 조금 신선하기는 하나 내용면에서는 다른 동화를 연상케 하는 점이 많아서 묘하게 낯익고 일종의 데자뷰를 느끼게도 한다.

서로 다른 지역의 신화를 비교해보면 의외로 유사한 점이 많은데 동화도 그런 점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인간이란 제 아무리 다양해봤자 거기서 거기인 존재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 시리즈에는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래서 소위 ‘잔혹 동화’같은 것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대상이나 널리 알려진 동화의 이면에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실감나게 그려낸다던가 한 건가 싶기도 한데, 아쉽게도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반대로 그런 것들과는 달리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동화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딱히 잘 모르던 걸 더 잘 알게된다는 느낌은 없다.

동화라는 게 대게 짧고 굵게 큰 줄거리만 이야기하는 게 많아서 더 그렇다. 애초에 세부 내용이라는 게 별로 없다보니 장편소설의 ‘요약본’을 봤을 때 놓치게되는 감정 묘사나 상황 흐름 같은게 딱히 없다는 얘기다.

이런 요약본스러움은 수록된 동화 뿐 아니라 신화나 전설을 다룬 ‘짧막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여서 해당 인물들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하기보다는 이런 인물도 있다는 소개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애초에 이 책의 강점이 그런 것에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동화와 잘 어울리는 멋진 일러스트가 장점이다. 검은색을 이용해 실루엣처럼 그린 그림은 마치 고전적인 판화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옷감이나 머리카락 등을 세밀하게 그려내서 현대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푸른색, 붉은색, 금색 등으로 세밀하게 포인트를 준게 굉장히 고급스럽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보니 분량 때문인지 내용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으나, 일러스트 하나만큼은 어른들이 봐도 감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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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김풍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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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문화사’는 과거 선조들이 주고받았던 선물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사람살이 등을 살펴보는 책이다.

나는 사실 선물과 별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딱히 기념일을 중시하거나 챙기는 가풍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나 개인적으로 그러한 것에서 큰 의미를 느끼거나 경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물을 다룬 이 책은 나에게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신, 이 낯설음은 반대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심지어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는 과거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라서 더 그렇다.

지금과는 다른 선물의 위치 등을 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 너무 흔해져서 받아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물건이 당시에는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으며 그래서 선물로서의 가치가 높았는지를 보면 참 선물이란 얼마나 시대에 따르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새삼 든다.

저자가 정리한 선물과 관련한 문화는 꽤 매력적인데, 받으면 답례를 한다는 것을 넘어서 받은 선물을 나누어 쓴다는 것이라던가, 이를 통해 나라 경제가 돌아가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물건을 전체적으로 공급한다는 사회적인 면도 있었다는 건 쉽게 선물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흥미로웠다.

오늘날에는 ‘선물’하면 자연히 ‘뇌물’도 함께 떠올리게 되는데, 과거에도 그러한 면이 있었다는 것은 좀 씁쓸하기도 했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나아지거나 없어진게 아니라 시대를 넘어서 되풀이되는 것 같아서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이란 마음이고 정성이라는 선물의 본질을 중요시 한 이야기가 더 가슴이 와닿았는데, 그런 마음만은 ‘물질만능주의 시대’라고도 하는 현재에 와서도 잃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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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소녀의 여행
멜라니 크라우더 지음, 최지원 옮김 / 숲의전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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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크라우더(Melanie Crowder)’의 ‘투명 소녀의 여행(Three Pennies)’은 한 소녀의 엄마찾기와 입양을 그린 소설이다.

무려 71개의 작은 이야기로 쪼갠 이 이야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일명 ‘투명 소녀’ 마린부터, 그녀의 입양을 희망하는 루시, 그들을 연결해주는 아동보호국의 길다 블랙본에,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부엉이까지 나온다. 저자는 이들을 왔다갔다 하면서 큰 한 줄기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다.

시점을 오가며 자잘하게 쪼개서 이야리를 하는 것은 얼핏 산만하게 보이게도 하는데, 대신 그게 각자의 입장이나 생각, 그리고 시점 등을 보여주기도 해서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더불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 할 수 있기도 하다. 해당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는 마치 1인칭 시점같은 느낌이 있어서다. 자연히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린이나, 그런 마린과 함께 살고 싶어하면서도 또한 조심스러워하게되는 루시의 심정도 쉽게 공감이 간다.

이야기도 나름 잘 썼다. 엄마를 그리는 마음이나 어떻게 찾아내는지도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도 꽤 잘 그렸다. 그 과정에는 물론 소설에서나 볼법한 극적인 장치도 쓰이기는 했다만, 그것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하지 않게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입양에 대해서 좀 더 알게 하는 한편,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동양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는 거다. 마린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사용하는 ‘주역’도 그렇고, 루시를 중국계(성이 ‘챙’이다)로 설정한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아마 작가가 그와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그랬나 본데, 이야기적으로도 가족이란 혈육 뿐 아니라 인종과도 무관한 관계라는 것을 넌지시 담아낸 것 같아 의미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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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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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 리쓰코(井波 律子)’의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中国の五大小説 〈下〉 水滸伝・金瓶梅・紅楼夢)’는 가장 유명한 중국 5대 소설 중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얼핏보면 중국 5대 소설 중에서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 대해서 다룬 독립된 책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5대 소설’이라는 2권짜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물론 삼국지연의와 서유기를 다룬 전권과는 다른 소설에대해 이야기하는만큼 따로 보아도 나름 볼만하기는 하다. 그러나, 책 내에서 이전 권에서 얘기했던 것을 말하고 앞서 얘기했던 소설과의 연관성을 따지거나 비교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만 따로 보거나 흥미로운 소설에 대한 것부터 먼저 보기보다는, 두권을 하나로 보고 수록 순서대로 죽 이어서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하나는 각 소설의 개략적인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 속 장면에 설명을 덧붙이거나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주로 후자에 더 힘이 실려있다.

때문에, 이야기를 요약해서 얘기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소개의 목적으로 이 책을 권하기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그걸 짧게 줄인다는 것 자체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큰 흐름’을 알려주는 정도밖에는 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책은 이미 중국 5대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 그것들의 관계나 차이점, 그 안에 담긴 시대상과 각 장면에 담긴 의미와 장점, 또 소설로서의 의의는 무엇인가 등을 더 깊게 아는데에 더 적합하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중국 5대 소설의 스포일러 리뷰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뒤떨어지는 점이나 아쉬운 것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소설 그 자체로서는 설화에 기반한 장회소설(章回小說)의 한계를 뼈저리게 드러내는데도, 그러한 소설 형식상의 특징 때문인 것이지 결코 구멍이나 허술함이 있는 건 아닌 것처럼 감싸주기도 한다. 이건 때론 합리화처럼 보이기도 하나, 소설이란 시대적 배경과 시대상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마땅해 보이기도 한다.

소설에 대한 해설은 조금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면모를 보이는 점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때론 그냥 지나칠만한 면들을 집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소설을 즐기는 데도 나름 유익하다.

오타가 조금 있는데, 중국 소설을 다루는 것이라 워낙에 생소한 명사가 많아서 오타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것들에는 한국에서(또는 한국인으로서)는 어떠하다는 주석을 덧붙였다면 좋았으려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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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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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은 다음웹툰에서 연재했던 작품 1~11화를 단행본으로 엮어 낸 것이다.

시동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주요한 내용들이 대부분 후반에 몰려있는데, 그 덕에 초반부를 담은 1권은 조금 재미가 없는 편이다.

작가가 일부러라 할만큼 캐릭터나 배경 설명을 아낀데다, 심지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상황에 대한 공감대도 딱히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더욱 그렇다. 느닷없이 싸다구를 때린다던가 하는 게 그렇다. 그래서, 언뜻 보았을 때는 좀 불편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참고 보다보면 나중에 가서는 단지 싸다구를 후리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코미디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계속 봐보길 권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의 답없고 설명없는 이야기에는 모종의 답답함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작가의 불친절함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으나, 뒤에 이어질 것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보면 볼수록 볼만해지고, 끝에 가서는 작은 울림을 남기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흔해빠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만, 지극히 만화적이면서도 또 반대로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한 이야기와 표현들이 그걸 잘 살려낸 게 아닌가 싶다.

만화는 연재할 때 스크롤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컷 분할 등이 출판 만화와는 많이 다른데, 그걸 단행본으로 만들면서 배치를 조금 손봐 너무 어색하지 않게 만지기는 했다. 그러나, 애초에 출판까지 생각하고 그린 게 아니고,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편집에 힘을 준 것도 아니라서 여전히 웹툰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쉬운 것은, 그 덕에 그림의 질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거다. 낮은 해상도로 그린 그림을 늘려서 찍다보니 때론 뭉개져 버린 컷들도 꽤 눈에 띈다. 그래도 기왕 단행본인데, 보정 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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