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
김호수 지음 / 리한컴퍼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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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관 구해령’은 ‘여사(女史)’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담아낸 가상역사물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소소한 사건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중종 14년 4월 22일에 동지사 김안국이 여사(女史) 얘기를 꺼내는데, 결국 여러 이유를 대며 임금이 그 청을 거절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이 굉장히 남녀유별 사회였다고 알고있는 우리에게 이런 얘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떄문에 그를 이용할 작정으로) 여사를 허락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고, 거기에 당시로서는 다소 발칙했을 ‘혜령’이라던가 연애소설 나부랭이를 쓰는 왕자라던가 하는 인물들을 집어넣어 궁중물 특유의 무거움과 함께 유쾌하면서도 가볍고 발랄함을 가진 사극을 만들어냈다.

사실 굳이 따지고 들면 좀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되는 설정도 좀 있다. 멀리서 볼 것도 없이 당장 두 주인공부터가 그렇다. 이야기 안에는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이는 과감한 언행을 하는 인물들이 꽤 나오긴 한다만, 이들은 특히 더해서 마치 전혀 다른 시대의 인물들이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한 행태를 보이곤 한다. 왕과 세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궁중에서의 이야기들이 무겁고 정통 사극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나 사관들의 이야기는 살짝 사극풍 현대물같은 느낌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그게 단점처럼 부각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애초부터 ‘만약 이랬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역사를 조금 다르게 써낸 가상역사물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점들이 이 이야기를 가볍게 만들어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조선 라이트노벨? 그런 느낌이랄까.

이 책이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드라마 대본 집필 형식을 최대한 따른 말 그대로 ‘대본집’이라 읽기에 과연 어떨까 싶던 걱정도 괜한 우려에 불과했다. 영상물과는 달리 글은 읽을 때 더욱 상상력을 요구하는데, 그를 위한 지침들이 꽤 충실하고 장면 묘사 등도 잘해서 머릿속으로 장면이 쉽게 그려진다. 대본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나 표기같은 것도 흥미로웠다.

내용 면에서는 이야기를 크게 두 줄기로 나눠 다룬 것이 좋았는데, 두 이야기가 서로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에 각각을 즐기는 맛도 있었고, 둘이 서로 꼬이는 지점이나 사건들도 자연스러웠다. 배경을 모두 까발리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미스터리한 면모도 있는데, 그것들도 과연 다음에 어떤식으로 무엇이 밝혀질지 흥미롭게 만들었다.

드라마도 있는데 굳이 대본집을 읽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이건 영화와 원작 소설의 관계처럼 내용이 크게 각색되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더 그렇다. 하지만, 글로 읽는 것은 영상물과는 다른 그만의 맛이 있다. 구성도 이 정도면 그냥 온전한 소설이라 봐도 문제 없을 정도라, 나름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19년 7월 17일부터 2019년 9월 26일까지 MBC에서 40부작으로 방영했던 동명 TV드라마의 최종 대본집 무삭제판, 말하자면 원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반영된 TV드라마와는 용어라던가 장면 묘사 등에서 좀 다른 부분도 있다. 이미 TV드라마를 봤던 사람이라면 그런 점들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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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탐정 김악마 - 채티 호러 픽션북
남상욱 지음, 차차 그림, 김바닥 원작 / 서울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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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탐정 김악마’는 미스터리한 호러 사건들과 그를 해결하는 김악마의 활약을 담은 소설이다.

원작이 연재된 ‘채티’는 채팅형 웹소설을 표방하는 서비스다. 마치 메신저 대화 기록을 보는 것처럼 화면과 내용이 구성되어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야기 구성이나 표현에 일종의 한계 같은게 있기도 한데, 대신에 가볍고 쉽게 읽힌다는 게 장점이다.

‘채티 호러 픽션북’은 그런 채티에서 연재되었던 동명의 작품을 소설 형태로 다시 써낸 것이다. 말하자면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꽤 정성들인 일러스트까지 더해 원작을 읽었던 사람도 다시 보는데 손색이 없게 했다.

다만, 김악마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과 이야기와 썩 어울리지 않는 일러스트는 썩 좋지 않다.

채티가 워낙에 짧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라서 그런지, 리메이크하면서 소설 분량을 늘릴 목적으로 동 작가의 다른 단편 에피소드들도 소설에 편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덕분에 이 책의 정체성이 좀 흐려졌다.

각 단편의 주요 줄거리와 아이디어만 가져와서 김악마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든 게 아니라 어설프게 끼워넣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주인공인 김악마는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잠깐 얼굴만 비치는 정도에 그치기도 한다. 그 덕에 김악마라는 정체불명의 탐정이 호러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닌, 그냥 단순한 호러 모음집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일러스트도 그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으나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초등학생 정도의 외견이어야 할 김악마를 너무 크게 그린 것부터가 그렇다. 그래놓고 또 어떤 컷에서는 (나이를 의식했는지) 키만 작게 그려놓기도 하는 등 대중없다. 그래서 대체 이야기를 읽어는 보고 일러스트를 그린건가 싶기도 하다.

호러 단편 자체는, 이미 채티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만큼, 꽤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더욱 그걸 ‘미스터리 탐정 김악마’라는 세계관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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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앤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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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앤’은 여자로서 살아내야하는 청소년기를 그린 6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페미니즘’이 대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소리를 뱉어낸다. 그 중에는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개선해야 할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개중엔 소위 ‘관종’으로서의 필요에 의해 말 그대로 싸놓는 똥같은 얘기들도 많다. 오죽하면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이런 시류는 소설에서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작가들이 여성으로서의 삶이나 페미니즘의 필요성, 남성우월주의로 점철된 사회의 더러운 모습 등을 그려내고 그를 통해 때론 숭배를 받거나 반대로 비판에 휩쌓이기도 한다.

그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성인 여성이다. 그래야만 할 얘기가 많아서다. 나이가 있어야 그만큼 쌓인 울분이나 분노도 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정작 그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일지도 모른다. 아직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는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겪고 알고 그래서 때론 욕지기를 토해낼 줄도 아는 성인과는 달리, 고스란히 사회가 품은 편견의 제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런 것들이 지지 않을 마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 수록된 몇몇 단편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름 잘 담아냈다. 길이가 짧은 단편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다 보니 그런지 몇몇에서 상황이나 묘사 등을 조금 비약한 면이 있는 것은 아쉬우나, 그저 (편하게) 시류에 휩쓸려서 남성이 잘못했네, 여성이 억울하네 편가르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것으로 돌아가는 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꼽은 것은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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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패밀리 3 - 여름휴가 456 Book 클럽
줄리언 클레어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손성화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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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클레어리(Julian Clary)’가 쓰고 ‘데이비드 로버츠(David Roberts)’가 그린 ‘하이에나 패밀리 3: 여름휴가(The Bolds on Holiday)’는 하이에나 패밀리(The Bolds)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유쾌함이다. ‘웃음마왕 하이에나’라는 이 가족의 설정부터가 그렇다. 이들은 두발로 서고 모자를 이용해 귀를 가림으로써 동물이라는 것을 감추고 인간들 사이에 몰래 섞여들어 생활하는데, 그 때문에 시시각각 인간같으면서도 인간같지 않은 행동들이 튀어나와 묘한 웃음을 준다. 그들이 평범하고자 하는 것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서 오는 간극 때문이다. 개성적이다못해 유별나기까지한 그들의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인간들과 어우러지며 발생하는 케미도 좋아서, 미처 하이에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벌인 일이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묘하게 웃기다. 거기에 덧붙인, 마치 마음 속에서부터 웃는듯한 일러스트는 아주 화룡점정이다. 이건 언제나 유쾌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마치 인간을 미웃는 것 같아서 묘하게 더 웃음을 준다.


이야기도 좋다. 가볍게 시작한 일에 어떻게 ‘하나 더’가 끼어들어 일이 커지는지도 잘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작은 여행이 엄청난 모험처럼 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그 과정에서 오랜 인간생활로 잊고있던 본래의 자기 자신을 떠올리는가 하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동물 유기나 학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한편, 여러 동물들과 같이 역경을 해쳐나가는 것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도 보여준다.

이것들이 모두 이야기 속에 은근히 들어 있는 것도 좋다. 너무 억지스럽게 그런 의미를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그런것들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달까.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아재개그나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만한 해피엔딩도 좋다. 읽을 때는 재미있고, 읽고나서는 기분이 좋은 책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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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과학 100가지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100가지
알렉스 프리스 외 지음, 조지 마틴 외 그림, 최새미 옮김, 로저 트렌드 외 5명 감수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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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리스(Alex Frith)”, “미나 레이시(Minna Lacey)”, “제롬 마틴(Jerome Martin)”, “조너선 멜모스(Jonathan Melmoth)”가 쓰고 “조지 마틴(Jorge Martin)”, “페데리코 마리아니(Federico Mariani)”가 그린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과학 100가지(100 things to know about science)’는 100가지 과학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책이다.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100가지(100 things to know)’ 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물리에서부터 화학, 생물학, 기계공학은 물론 우주론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각 이야기는 하나의 정리된 문장으로 시작되며, 그와 연관된 상세한 정보들을 그림과 글로 덧붙이는 형태로 담겨있다. 그 중에는 학교 등에서 배우는 상식같은 것들도 있고, 일부는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잘 모를만한 것들도 있으며, 그 중에는 잘못알고 있던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악어의 눈물에 대한 얘기가 그렇다. 나는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씹을 때 강한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그 주위에 있는 눈물샘이 자극을 받고 그 반응으로 눈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들었고 그럴듯한 이야기이게 그렇겠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악어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과학자들도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구성은 상당히 잘 한 편이다. 여러가지 사실들을 나열한 것이기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것을 인포그래픽이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그림의 비중이 꽤 높고, 수록된 내용도 그만큼 적어졌지만 그 덕에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좀 더 내용이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 책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적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과 글의 비중이나, 배치, 내용도 적절하고, 책에 수록한 100가지 주제 역시 흥미로워서 어느 하나 버릴만한 게 없다.

굳이 단점은 꼽자면 제책방식으로, 좌우로 완전히 펴지지 않게 만들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하드커버나 튼튼한 제본방식을 사용한 것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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