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
사이토 테츠야 지음, 김선숙 옮김, 정용휴 감수 / 성안당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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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테츠야’의 ‘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은 서양철학의 흐름과 그 핵심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담은 책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한국으로 치면 수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대학 입시 센터시험’ 윤리 과목에 출제된 문제를 두고 그에 관련된 철학사를 이야기한다는 거다.

각 철학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철학 문제를 보여 그것을 한번 풀어볼 수 있게 하고, 그 후 철학 이야기를 하며, 철학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처음에 보였던 문제의 답과 그 풀이를 실어 중간에 이야기했던 철학 이야기와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을 이렇게 했기 때문에 자연히 센터시험에 나오는 철학 사상과 철학자에 대해 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전체 철학사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는 주요하지만 빠진 인물이나 사상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이 단지 ‘센터시험을 위한 참고서’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라는 걸 생각하면 좀 아쉬운 점이다. 구성과 컨셉에서 좀 벗어나기는 하겠지만, 기출문제가 없다면 센터시험과 유사한 문제를 만들어 그런 철학자들도 함께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철학 입문서’를 목표로 한만큼, 책은 전체적으로 읽기 쉽게 쓰였다. 물론 때로는 철학자들의 말을 이용하기도 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도 앞뒤에 설명을 잘 했기 때문에 따라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어렵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쉽지만도 않게 나름 선을 잘 지킨 셈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르는 철학을 대부분 담았다보니 각각에 대한 내용은 좀 짧긴 하다만, 핵심적인 내용도 잘 담은 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유익하고, 그것들이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철학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를 위해 뒷부분에서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꽤 괜찮다. 다만, 일본출판을 기준으로 한 걸 그냥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 해당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출판된 한국어 제목을 기준으로 하고, 없다면 일본어 원서 제목을 병기해서 출판사, 저자와 함께 표기했으면 도움이 되었으련만 꼼꼼함이 아쉽다.

주석도 별로인데, 추가 설명이 있었으면 싶은 것엔 안달린 반면 익숙하게 사용하기도 하는 한자어에는 그 뜻이 주석으로 달리기도 해서다. 그냥 원서를 번역만 해서 이렇게 된걸까. 좀 더 신경써서 편집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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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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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 모왓(Farley Mowat)’의 ‘개가 되기 싫은 개(The Dog Who Wouldn’t Be)’는 특별했던 개 ‘머트’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소설이다.


누가 버리고 간 못생기고 몸도 틀어져 균형이 맞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잡종인 머트는, 처음에는 마치 정말로 그러한 것처럼 마뜩잖은 존재였다. 비누를 먹지를 않나, 사냥터에 가서는 사냥감들을 쫒아내기도 한다.

그러던 머트가 어느 순간 깨우침을 받은 것처럼 활약을 하고, 순식간에 새사냥개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머트의 활약은 사냥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어렸을 때 부족해 보였던 게 마치 연기이기라도 했다는 듯 그 후 다양한 곳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때론 이 녀석이 사실은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다른 개들은 하지 않는 짓을 정말로 많이, 그것도 굉장히 잘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나’는 그런 머트를 지켜보며 감탄을 하는가 하면, 함께 다니며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장난 중엔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과하다’ 싶은 것들도 있는데, 그걸 저자는 한결같이 신기하고 유쾌하게 써내서 별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소년과 개의 추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머트의 다양한 활약들을 그린 것이라서 어떻게 보면 ‘대단한 머트’를 기리는 찬사같기도 하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시의 모습이나 그때 사람들을 담고있어 꽤나 추억을 자극하는데, 현대 한국인에겐 시대는 물론 지역과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공감할만한 점이 좀 적긴 하다.

그래도 이야기 자체가 볼만하고, 개와 교감하고 함께 하면서 쌓은 추억 이야기는 어린시절 키우던 개와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해서 괜시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작가가 실제 함께했던 개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무려 1957년에 나온, 20세기 초반의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공감점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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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 - JM북스
사쿠라 이이요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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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이이요(櫻 いいよ)’의 ‘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世界は「 」で満ちている)’는 10대들의 오해와 외로움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이야기를 참 잘 썼다.

따지자면 사실 거창한 건 없는 이야기다. 전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뭔가 있어보이게 그려놓은 것도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만, 막상 그게 드러나면 정말로 별게 없어서 ‘뭐야, 그거였어?’ 하고 조금은 김이 셀지도 모른다.

그래서 극적인 맛은 없는 대신,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사소하지만 누구든 겪어볼만한 이야기, 해봤을법한 실수들을 그려서 자연히 그 일들로 인해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다섯개 장으로 나누고, 각각을 모두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채웠다. 분위기로 바뀌는 시점에서 장을 전환하고 제목의 빈칸을 채운 소제목을 붙였는데 그게 참 적절하다. 그에 맞게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바껴가는 생각, 주변 이야기 등도 잘 담았다.

장이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는 마치 계절이 다른 것처럼 명확한 편인데, 그 흐름 역시 계절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주인공들이 겪고있는 문제나 그에 대한 해결도 나름 납득할만하게 제시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에 여전히 현실에 남아있는 문제들이 보여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마냥 산뜻해지는 것만은 아니다만, 이들이 이룬 성장과 도달한 답이 남아있는 것들도 충분히 잘 헤쳐나가게 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마음의 상처와 그 해소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지나치게 사건의 해소에만 집중하고, 그래서 정작 당사자들의 마음은 무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그렇게해서는 비록 관계 자체는 회복해도 묵혀버린 감정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 감정은 끝끝내 남아 계속 그 때를 생각나게 하므로 언젠가는 결국 더 안좋은 방식으로 터져버리기도 한다. 그 때가 되면 이미 화해했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다그칠건가. 소설에서는 그러는 대신 당장은 골이 남더라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게 시간을 두고 보기로 하는데, 이게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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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손지상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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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는 분리수거를 소재로 한 발랄한 소설이다.

장르는 뭐라고 해야할까.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니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동군과 지은이라는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버디물처럼도 보이며, 상처나 고민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치유물, 그런 일들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성장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특징들이 모두 조금씩 들어있기 때문에 딱 그런 소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굳이 정의를하자면 ‘라이트노벨’이랄까.

한국인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실제로 굉장히 일본 라이트노벨같다. 현실에 붙이면 조금 어색할 수도 있는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라던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나 그들이 말하는 방식, 호칭같은 것들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일본 픽션을 번역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불만이냐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마치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나 대사도 나름 매력있고,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듯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거기에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섞여있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밝고 가벼워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장면 묘사도 꽤 잘해서, 비록 많지는 않지만 마동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액션신도 애니메이션을 보듯 시각적이고 좋았다.

아쉬운 건 미스터리 부분인데, ‘명탐정’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사건 해결의 모양새를 띈 것 치고는 사건도 너무 단순하고 그 해결 과정 역시 별게 없다. 논리도 그렇게 잘 짜여져있지 않다.

예를들어, ‘구권 5천 원권 지폐’ 사건에서는 왜 일련번호가 그렇게 만들어져야만 했던건지, 또 그런 일련번호가 어째서 확실하게 위조지폐임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인 것이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 두 위폐의 일련번호가 똑같은 오류도 있고, 범인의 행동에도 별 당위성이 없어 황당하기도 하다. 그냥 잡힐려고 등장한 것 같달까. 그래서 미스터리 부분은 썩 좋은 평을 하긴 어렵다.

책의 거의 절반에 걸쳐서 인물 소개를 하다보니, 정작 본편이라 할 수 있는 명탐정 콤비의 활약은 분량이 적은데, 그게 뒤가 더 있어야 하는데 끝난 것 같은 허전함도 남긴다. 기왕 캐릭터도 나쁘지 않은데, 좀만 더 분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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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펜 드로잉 - 기초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나 혼자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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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펜 드로잉’은 혼자서 익히고 즐길 수 있는 펜 드로잉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실습을 강조했다는 거다. 물론 이 책처럼 뭔가 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책 치고 안그런 게 있겠느냐만은,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가 책 내에 연습거리와 연습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그래서 간략한 소개를 듣고 난 후에는 바로 직선, 곡선,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있는 간략한 그림들을 따라 그려보면서 펜 드로잉에 대한 감을 키울 수 있다.

그 후에도 여러가지 펜들이 가진 특징이나, 그것들이 가진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선과 그림은 무엇인지, 또 그러한 그림들은 어떤 점을 주의하며 그려야 하는지를 차례로 잘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 알아두어야 하는 기초 지식, 예를 들면 선을 긋는 방향이나 명암, 질감 표현 같은 것도 중요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이 내용은 꼭 펜 드로잉이 아니더라도 미술에서는 모두 공통적인 것이라 전에 본 적 없는 내용이라면 꼭 숙지해 두는 게 좋고 이미 봤던 것이라면 한번 더 보고 익혀두면 좋다.

책의 구성은 나름 기본적인 것부터 순서대로 익힐 수 있게 짠 것 같기는 한데, 그런 내용들을 얘기하면서 연습해볼 거리로 나오는 그림들이 별로 단순한게 아니라서 순서대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은 좀 약하다. 이건 그만큼 그림이란 게 어느 한가지만 알아서 완성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말 같기도 하다.

기본과 응용에 대해서 얘기한 다음에는 색칠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는데, 어떻게하면 펜화와 색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다루는게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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