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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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 모왓(Farley Mowat)’의 ‘개가 되기 싫은 개(The Dog Who Wouldn’t Be)’는 특별했던 개 ‘머트’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소설이다.


누가 버리고 간 못생기고 몸도 틀어져 균형이 맞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잡종인 머트는, 처음에는 마치 정말로 그러한 것처럼 마뜩잖은 존재였다. 비누를 먹지를 않나, 사냥터에 가서는 사냥감들을 쫒아내기도 한다.

그러던 머트가 어느 순간 깨우침을 받은 것처럼 활약을 하고, 순식간에 새사냥개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머트의 활약은 사냥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어렸을 때 부족해 보였던 게 마치 연기이기라도 했다는 듯 그 후 다양한 곳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때론 이 녀석이 사실은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다른 개들은 하지 않는 짓을 정말로 많이, 그것도 굉장히 잘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나’는 그런 머트를 지켜보며 감탄을 하는가 하면, 함께 다니며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장난 중엔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과하다’ 싶은 것들도 있는데, 그걸 저자는 한결같이 신기하고 유쾌하게 써내서 별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소년과 개의 추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머트의 다양한 활약들을 그린 것이라서 어떻게 보면 ‘대단한 머트’를 기리는 찬사같기도 하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시의 모습이나 그때 사람들을 담고있어 꽤나 추억을 자극하는데, 현대 한국인에겐 시대는 물론 지역과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공감할만한 점이 좀 적긴 하다.

그래도 이야기 자체가 볼만하고, 개와 교감하고 함께 하면서 쌓은 추억 이야기는 어린시절 키우던 개와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해서 괜시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작가가 실제 함께했던 개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무려 1957년에 나온, 20세기 초반의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공감점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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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 - JM북스
사쿠라 이이요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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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이이요(櫻 いいよ)’의 ‘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世界は「 」で満ちている)’는 10대들의 오해와 외로움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이야기를 참 잘 썼다.

따지자면 사실 거창한 건 없는 이야기다. 전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뭔가 있어보이게 그려놓은 것도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만, 막상 그게 드러나면 정말로 별게 없어서 ‘뭐야, 그거였어?’ 하고 조금은 김이 셀지도 모른다.

그래서 극적인 맛은 없는 대신,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사소하지만 누구든 겪어볼만한 이야기, 해봤을법한 실수들을 그려서 자연히 그 일들로 인해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다섯개 장으로 나누고, 각각을 모두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채웠다. 분위기로 바뀌는 시점에서 장을 전환하고 제목의 빈칸을 채운 소제목을 붙였는데 그게 참 적절하다. 그에 맞게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바껴가는 생각, 주변 이야기 등도 잘 담았다.

장이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는 마치 계절이 다른 것처럼 명확한 편인데, 그 흐름 역시 계절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주인공들이 겪고있는 문제나 그에 대한 해결도 나름 납득할만하게 제시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에 여전히 현실에 남아있는 문제들이 보여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마냥 산뜻해지는 것만은 아니다만, 이들이 이룬 성장과 도달한 답이 남아있는 것들도 충분히 잘 헤쳐나가게 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마음의 상처와 그 해소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지나치게 사건의 해소에만 집중하고, 그래서 정작 당사자들의 마음은 무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그렇게해서는 비록 관계 자체는 회복해도 묵혀버린 감정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 감정은 끝끝내 남아 계속 그 때를 생각나게 하므로 언젠가는 결국 더 안좋은 방식으로 터져버리기도 한다. 그 때가 되면 이미 화해했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다그칠건가. 소설에서는 그러는 대신 당장은 골이 남더라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게 시간을 두고 보기로 하는데, 이게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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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손지상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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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는 분리수거를 소재로 한 발랄한 소설이다.

장르는 뭐라고 해야할까.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니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동군과 지은이라는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버디물처럼도 보이며, 상처나 고민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치유물, 그런 일들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성장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특징들이 모두 조금씩 들어있기 때문에 딱 그런 소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굳이 정의를하자면 ‘라이트노벨’이랄까.

한국인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실제로 굉장히 일본 라이트노벨같다. 현실에 붙이면 조금 어색할 수도 있는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라던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나 그들이 말하는 방식, 호칭같은 것들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일본 픽션을 번역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불만이냐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마치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나 대사도 나름 매력있고,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듯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거기에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섞여있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밝고 가벼워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장면 묘사도 꽤 잘해서, 비록 많지는 않지만 마동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액션신도 애니메이션을 보듯 시각적이고 좋았다.

아쉬운 건 미스터리 부분인데, ‘명탐정’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사건 해결의 모양새를 띈 것 치고는 사건도 너무 단순하고 그 해결 과정 역시 별게 없다. 논리도 그렇게 잘 짜여져있지 않다.

예를들어, ‘구권 5천 원권 지폐’ 사건에서는 왜 일련번호가 그렇게 만들어져야만 했던건지, 또 그런 일련번호가 어째서 확실하게 위조지폐임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인 것이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 두 위폐의 일련번호가 똑같은 오류도 있고, 범인의 행동에도 별 당위성이 없어 황당하기도 하다. 그냥 잡힐려고 등장한 것 같달까. 그래서 미스터리 부분은 썩 좋은 평을 하긴 어렵다.

책의 거의 절반에 걸쳐서 인물 소개를 하다보니, 정작 본편이라 할 수 있는 명탐정 콤비의 활약은 분량이 적은데, 그게 뒤가 더 있어야 하는데 끝난 것 같은 허전함도 남긴다. 기왕 캐릭터도 나쁘지 않은데, 좀만 더 분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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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펜 드로잉 - 기초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나 혼자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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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펜 드로잉’은 혼자서 익히고 즐길 수 있는 펜 드로잉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실습을 강조했다는 거다. 물론 이 책처럼 뭔가 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책 치고 안그런 게 있겠느냐만은,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가 책 내에 연습거리와 연습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그래서 간략한 소개를 듣고 난 후에는 바로 직선, 곡선,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있는 간략한 그림들을 따라 그려보면서 펜 드로잉에 대한 감을 키울 수 있다.

그 후에도 여러가지 펜들이 가진 특징이나, 그것들이 가진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선과 그림은 무엇인지, 또 그러한 그림들은 어떤 점을 주의하며 그려야 하는지를 차례로 잘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 알아두어야 하는 기초 지식, 예를 들면 선을 긋는 방향이나 명암, 질감 표현 같은 것도 중요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이 내용은 꼭 펜 드로잉이 아니더라도 미술에서는 모두 공통적인 것이라 전에 본 적 없는 내용이라면 꼭 숙지해 두는 게 좋고 이미 봤던 것이라면 한번 더 보고 익혀두면 좋다.

책의 구성은 나름 기본적인 것부터 순서대로 익힐 수 있게 짠 것 같기는 한데, 그런 내용들을 얘기하면서 연습해볼 거리로 나오는 그림들이 별로 단순한게 아니라서 순서대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은 좀 약하다. 이건 그만큼 그림이란 게 어느 한가지만 알아서 완성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말 같기도 하다.

기본과 응용에 대해서 얘기한 다음에는 색칠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는데, 어떻게하면 펜화와 색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다루는게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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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와인 1 - 영어로 배우는 호텔리어의 일상 및 와인 스토리 호텔리어 & 와인 1
최양수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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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와인(Hotelier & Wine) 1’은 호텔리어로서의 업무와 관련 영어 표현, 그리고 와인 지식을 이야기가 담긴 만화로 담아낸 책이다.

‘바른영어사’에서 나온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영어책’이다. 그렇다고 영어 문법 같은 것을 따로 보이면서 설명하거나 하진 않고, 다만 한국어 외에도 영어로 번역된 대사를 함께 실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 호텔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말들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예시로서 보여준다. 일종의 ‘한영대역본’인 셈이다.

이야기는 새롭게 호텔리어에 도전하는 새내기가 다양한 호텔 업무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있다. 거기에는 접객 서비스 뿐 아니라 호텔리어에겐 어떤 지식들이 필요한지도 얘기하며, 특히 그 중에서 와인은 일부 세부내용도 좀 더 수록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런 것들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야기도 바닥부터 점차 성장하는 흐름을 담아서 꼭 영어책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호텔리어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보기에도 괜찮게 만들었다. 다만, 호텔이라는 곳이 나름 격식을 갖춘 공간이라서 그런지 대사가 전체적으로 좀 딱딱하게 들리는 감이 있다.

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애노선을 넣은 것은 장단이 모두 있다. 장점은 그게 묘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주인공에게도 적당히 알기쉬운 시련이 생기도록 만들어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진 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직업적인 이야기라, 사실상 이야기는 이것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단점은 좀 뻔하고 작위적인 면이 있다는 거다. 특히 그 사이에 있는 남자의 태도가 그렇다. 단둘이 만나 술도 먹고 그렇고 그런 얘기까지 하면서, 정작 중요할 때만 모르는 척 한다?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어 즐기려는 게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마치 아침드라마 같은 여자들의 행동도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들은 장면에 따라 서로 상충하는 듯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중간에 그걸 매꿔주는 요소가 없고, 시간의 경과도 빨라서 태도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갈 틈이 적기 때문에 더 어색하게 두드러져 보이는 듯하다. 연애요소가 비록 이야기에서는 비중이 높지만 책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 양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화는 내용을 전달하는데는 무리없는 정도 수준이다. 다만, 컷 순서가 갑자기(따로 화살표나 이어지는 순서 표기 등도 없이)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는 등, 편집이 썩 좋진 않다.

영어책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대사 전체를 영어로도 표기해서 일상적인 대화의 영어 표현을 알 수 있고, 영어도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서 익히기도 좋은 편이다. 호텔에서 오가는 대사들은 업무 영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호텔업 종사자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영어 대사와 한국어 대사는 대조해보면 서로 말이 조금 다른데, 이건 영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같았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한국어를 영어로 변환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어렵고 때론 불가능하기도 하다. 100% 같은 어감이나 표현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러려고 하니 더 영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반면에 이 책의 영어 대사들은 한국어 대사의 세세한 것은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그러한 뜻이 담기게만 만들어졌는데, 그렇게 하는게 오히려 쉽고 뜻도 잘 통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굳이 한국어를 ‘완역’해서 영어 문장을 만들려 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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