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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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읽는 순간’은 묵묵히 아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영서’는 부모는 물론 가까운 친척도 없는 중학생 소녀다. 오죽하면 외삼촌이라고는 입때 들어본 적도 없었던 연아네로 오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연아로서는 나름 편하게 대하려고 해보지만, 영서의 마음 속에는 왠지 모르게 부담이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연아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작스레 인사도 없이 영서는 이모네로 간다며 연아네를 떠나고 만다.

영서 이모는 그나마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다. 그러니 거기서라도 서로 위해주며 잘 지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영서는 혹시 모를 엄마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 소설은 구성이 꽤나 좋다. 제목도 그렇고, 시점도 그렇다. 주인공인 영서가 아니라 거기서 한발 떨어진 그녀가 만난 사람의 입장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그렸는데, 덕분에 마치 절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듯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강도를 크게 줄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는 정도에서만 묘사하는데다, 영서가 혼자서 꾹 참는 아이여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아서 더 그렇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하면서도 거기에 너무 깊게 빠지지는 않게 한다.

그렇다고 영서가 처한 현실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닥쳐올 때마다 그녀가 느껴야만 했을 아픔과 외로움도 쉽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영서의 이야기를 그린 것은 또한, 영서와 그렇게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별 다른 힘이 되지 못하거나 때로는 오히려 아픔을 더해주기도 하는 주변 사람들의 변명이기도 하다. 급작스러운 일이어서, 자기 사는데에도 버거워서, 딱히 별다른 사이인 것은 아니어서, 실상이 어떤지 알지 못해서, 자신의 마음 챙김이 더 중요해서, 단지 그래서 였을 뿐, 특별히 악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이다. 이는 또한 다시 영서에게 돌아와, 그러니 그들에게 딱히 실망하거나 그들 때문에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도 얘기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다른 방식의 위로인 셈이다.

참고 또 참는 영서는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네의 모습이라 더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다소 충격적이고, 조금은 과한 몰아가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또한 적절한 마무리이기도 했다.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되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에게도 여러가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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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이삭줍기 환상문학 2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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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벡퍼드(William Thomas Beckford)’의 ‘바텍(Vathek)’은 인간의 탐욕과 그 끝을 그린 고딕 판타지 소설이다.

중세 고딕 양식으로부터 유래된 고딕 소설은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내어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를 다룬 소설’을 일컫는다. 이야기의 특성상 공포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고딕 호러라고도 한다.

장르문학으로서 ‘판타지’를 그린 작품인 경우에는 ‘고딕 판타지’라고도 하는데, 특성상 어두운 분위기와 이야기가 많기에 ‘다크 판타지’라고 하기도 한다.

바텍이 바로 그런 고딕 판타지에 속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장르 이름의 유례가 그렇듯 대게 중세 유럽적인 물건이 많은데, 이 소설은 동양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만 낯선 것에 더 신비한 매력을 느끼는 법이기 때문이다. 동양 사람이 서양 판타지에 매력을 느끼듯, 서양 사람도 동양 판타지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한때 동양풍의 이야기를 유행처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이 소설도 그런식으로 쓰여진 것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나 완성도가 높다는 거다. 소설에서 차용하는 아랍의 문화나 신화 등이 꽤나 깊이가 있어서, 저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본다면 충분히 유럽인의 순수 창작물이 아닌 동양의 신화를 정리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엄밀히 말해 이는 정확한(사실적인) 감상은 아니다. ‘동양’이라고 퉁쳐서 이야기하긴 한다만 정확하게는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라 딱히 유럽인들보다 더 익숙할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신화와 문화들 중 무엇이 진짜 아라비아의 오랜 것이고 무엇이 저자가 만들어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는 그정도로 저자가 아라비아 판타지를 잘 그려냈기 때문만 아니라, 아라비아가 한국사람에게 그만큼 낯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은 생각보다 그리 쉽게 읽히진 않는다. 거기엔 낯선 내용 뿐 아니라 문장 기호나 문단 나눔 등에 인색한 형태의 글도 한몫한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서인 듯 다닥다닥 붙여놓은 형태는 은근히 옛날 신화인 성경이나 경전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야기도 신화적인 것들이라 묘하게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의외로 간략하게 요약이 되는데, 그걸 여러가지 사건으로 늘여놓음으로써 점차 되돌릴 수 없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점은 조금 ‘크툴루 신화’와도 비슷해 보인다. 중간에는 아직 희망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게 이들의 결말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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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 -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7
이재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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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은 청소년의 고민과 도전, 그리고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리코더를 사랑하는 ‘강대한’은 고2가 되면서 크나큰 시련을 맞게 된다. 같이 리코더부를 만들고 함께 연주하던 친구들이 모두 떠난데다, 철인스포츠부에게 부실까지 빼앗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말로는 부원이 없으니 자연히 폐부되는 것 아니느냐나.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부끄럽다며 리코더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대한은 부원이 줄었다고 폐부가 된다는 학칙도 없으며 부원 역시 새로 모집할 것이라며 퇴실 요청을 강하게 거부한다. 그렇게 리코더부 대신 부실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철인스포츠부와 대립하다가 대한은 졸지에 생각지도 않았던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게 된다.


그렇게 소설은 학기초인 3월부터 철인3종경기가 벌어지는 6월까지 대한이가 리코더부로서 활동하고 철인3종경기를 준비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걸 빠르지만 급하지는 않게 전개하며,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도 번잡하거나 중심이 흩어지지 않게 담아냈다.

주요 아이템으로 리코더를 설정한 것도 꽤 좋았다. 리코더는 대게 초등학교때만 해보고 그 후엔 안하기에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런 인식이 ‘고2씩이나 되서 리코더를 분다’며 부끄러워 하게 만들고, 그게 주인공이 부원들을 잃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끈다.

리코더에 대한 인식이 낳은 ‘고작 리코더’라는 편견은, 대한이가 혼자서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하는 것을 더욱 애처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대한이의 모습은 소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한편, 남들에겐 사소한 것일지라도 충분히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같다.

대한이가 그렇게 소중히하는 게 왜 하필 리코더였나 하는 것도 잘 풀어냈다. 이건 대한이가 방황하게 되는 이유와도 직결되는데, 그게 방황을 끝내고 가족과 화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해서 리코더로 시작한 이야기를 리코더로 끝내는 꽤 괜찮은 구성이 됐다.

대한이가 변화해 가는 것도 잘 그렸다.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게 아니라, 처음엔 아니꼬운 마음도 있던 것이 점차 눈에 익고 도움이 되는 걸 새삼 실감하며 익숙해지고, 그런 과정을 함께하면서 전에는 못봤던 것을 보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응어리진 것이 풀어지거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공감이 가도록 했다.

리코더부를 지키려고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그를 통해 그가 얻은 건 그보다 훨씬 크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변화나 반전 같은 걸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유쾌하면서도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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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녹여주오 - 냉동인간 해동 로맨스
백미경 원작, 배정진 구성 / 그린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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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 녹여주오’는 냉동인간 실험으로 20년을 건너뛰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야심찬 TV 기획에서 시작한다. 성공이 문턱까지 온 냉동수면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겠다는 거다. 나름 과학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이 기획은 어디까지나 기술을 선보이는 의미에서 24시간만 냉동수면을 하기로 했으나, 실험을 총괄하던 황갑수 박사가 불연 실종되면서 무기한 연기되어 버린다.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흐른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과거를 배경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라면, 이 이야기는 과거에서 건너온 사람이 현대에 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그린다. 그래서 지금은 당연한 스마트폰에 놀라기도 하고 그러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적응하기 때문에 이게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건 냉동수면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애초에 이 소설은 냉동수면을 전혀 그럴듯하게 그리지 않는다. 냉동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나,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어떻게하면 냉동했던 때에 가까운 상태로 깨어날 수 있는가 등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사람이 왜 저체온 상태를 유지하는지나 그게 왜 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그렇다. 꼭 현실구현이 가능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럴듯하게는 묘사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한다.

애초에 이 소설에서 SF적인 요소는 별로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냉동수면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SF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우며, 이야기에 갈등요소를 부여하는 장치 정도로만 쉽게쉽게 갖다 붙인 것이다. 어쨌든 중점은 ‘로맨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로맨스조차도 전혀 제대로된 면이 없다는 거다. 과거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급작스럽게 정리하지 않나, 새로운 여자를 만드는 것도 갑작스러워 도통 왜 호감을 갖게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뒤의 로맨스에 공감할 껀덕지가 있겠나.

사실 생각해보면 꽤 그럴듯한 이야기가 됐을만한 요소는 많이 있었다. 주인공들 입장에서보면 그저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모두 바뀌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여자친구가 훌쩍 나이를 먹었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모두 바뀌었으니, 그들이 알던 것과 실제와의 간극차가 충분히 갈등을 가져올 만하다. 20년동안 살아오며 여자친구의 감정은 무뎌졌을 것임에 반해, 체감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열정적일 남자의 감정 차이가 미묘한 어긋남을 가져올 수도 있고, 그게 서로 다시 마주치면서 점차 역전되는 것을 그릴 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같은 상황에 처해 자주보고 서로를 걱정해주는 두사람이 자연히 정들게 되는 것도 가능하고. 그러나, 이런 기껏 만들어진 상황을 전혀 이용하질 못한다.

소설의 완성도도 낫다. 당초 TV드라마였던 것을 소설로 옮기면서 소설로서 다시 쓴 것이 아니라, 그저 원작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데에만 급급한 것 같다. 소설엔 화면이 없다는 것도 생각하셔야지. 애초에 TV드라마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소설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나름 감초처럼 넣었을 막장 요소도 그야말로 TV드라마에서나 먹힐만한 것이라 소설에서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오히려 좀 황당함을 느끼게도 한다.

소설이 되면서 나아진 점을 굳이 꼽자면, 발연기 문제가 없는 것 정도 뿐인 것 같다.

옮긴이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기왕 원작이 썩 좋은평은 듣지 못한 거 차라리 리메이크라고 생각하고 새로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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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퍼즐 추론게임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은경 옮김,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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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존스(Graham Jones)’의 ‘멘사퍼즐 추론게임(Mensa: Brain Teasers)’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문제들을 담은 퍼즐집이다.


이 책을 대표하는 퍼즐 중 하나는 소위 ‘아인슈타인 퍼즐‘이다. 아인슈타인 퍼즐은 전 세계 인구의 2% 밖에 못 풀거라던가, 아인슈타인이 만들었다던가 하는 풍문을 갖고있는 퍼즐로, 별 상관없어 보이는 정보들의 나열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일종의 데이타 마이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를 잘 파악하고 그걸 분류해야 하며, 그걸들이 감추고 있는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냄으로써 정보를 늘려야 한다.

책에 수록된 퍼즐들은 때론 문장으로, 때론 색이나 숫자로 그러한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들을 조합해서 움직이지 않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밝혀내고, 이를 이용해 다시 또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나가는 작업은 얼핏보면 노가다같지만 막상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퍼즐 자체도 노가다와는 거리가 있다. 마구 대입해봐서 풀 수 있는게 아니라, 어째서 그러한 답이 나오는가하는 논리가 있어야 하고 그 논리가 다른 조건과의 관계에서도 어긋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도 많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논리를 통해 답에 도달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마주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논리를 찾았을 때의 성취감이나, 정답을 맞췄을 때의 달성감도 더 크다.

생각해보면 한국어 제목으로 ‘추론게임’이라 붙인 것은 꽤나 적절하다. 퍼즐 게임이 대체로 그런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속의 퍼즐들은 특히 그러한 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추론퍼즐은 추리게임과도 조금 다른데, 답이 똑부러지는 완성도 높은 퍼즐로서 추론퍼즐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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