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
정병모.전희정 지음, 조에스더 그림 / 스푼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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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는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 중 하나인 민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민화는 어떻게 보면 좀 애매한 명칭이다. 그림 자체가 가진 특징이나 내용, 시대가 아니라 화가의 계급에 따라 분류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그린 그림’인 민화는 사용한 소재도 많고 그림 양식이나 주제도 각각마다 다르다 할정도로 다양하다. 같은 주제를 그려도 화가에 따라 표현 방식 등 세부가 달라서 더 그렇다.

이런 다양성이 민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민화는 서민들이 그린 그림인만큼 서민들의 문화를 담고있기도 하다. 그 중에는 그들의 생활상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신화나 전설에서 온 것도 있다. 이제는 대부분 잊혀져버린 신화나 전설을 민화를 통해서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좋다.

그것들은 모두 민화로 다시 그려지면서 민화에 맞게 변형되었는데, 함부로 그릴 수 없는 왕을 표현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보면 예전부터 참 패러디에 재능이 있는 민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또 다른 변형 특징 중 하나가 해학과 풍자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무해하고 바보같은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절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민화는 각박하게 살아가던 당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개중에는 은근히 권력층을 까는 듯한 표현이 담긴 것들도 있어서 서민들이 그저 권력에 복종하며 살아가던 것은 아니었음도 짐작채 한다. 서민들에 의해 일어난 혁명과 그를 통해 정권이 바뀐 역사가 없고 그런 대부분이 군사 쿠테타였다는 걸 들면서 국민의 자주성이나 독립성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는데, 민화를 비롯한 각종 서민 문화에서 드러나는 비판적인 시선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책은 여러 민화들을 소개하고 왜 그런 민화를 그렸으며 어떤 마음을 담은 것인지를 얘기한다. 민화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도 잘 설명했는데, 어용화가의 것처럼 원작이 있는 경우엔 그에 대한 설명과 사진도 함께 실어 민화와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짧은 책이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실려있지는 않지만 민화가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데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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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탐정 프랭크 - 신비한 마법 가면과 문서 도난 사건 꿈꾸는 10대를 위한
제러미 쿠비카 지음, 이가영 옮김 / 프리렉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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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쿠비카(Jeremy Kubica)’의 ‘알고리즘 탐정 프랭크: 신비한 마법 가면과 문서 도난 사건(The CS Detective: An Algorithmic Tale of Crime, Conspiracy, and Computation)’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대표적인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의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다.

지식을 교과서처럼 순서대로 나열하고 설명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보려고 하는 시도는 꽤 많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으로, 우리가 저학년용 교과서에서 많이 보는 ‘~를 몇개 먹었다면” 이라던가 ‘~ 샀다면, 얼마나 남았을까?’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문장 이해력을 추가로 요구할 뿐, 지식 자체를 알기쉽게 풀어내거나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사실상 지식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한계는 전하려는 내용은 그대로 둔 체 그 위에 이야기만 덧붙인 형태라서 생기는 것이다.

반면에 이 책은 처음부터 소설을 기본으로 했다. 그러면서 소설의 세부에 지식 요소를 추가하는 식으로 이야기속에서 지식을 접하고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좀 더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높다는 거다. 즉, 흥미를 끌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점은 자칫 잘못하면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이 어색하게 튀거나 전개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엉성한 이야기가 되기 쉽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 이 책은 꽤 완성도가 높다. 거기엔 애초에 알고리즘을 마법처럼 사용하는 세계를 설정하고 그러한 능력(또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는 전직 경찰 탐정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주요하다. 덕분에 현실세계에서 논리 세계의 것인 알고리즘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것이나 그걸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이야기와 알고리즘을 잘 섞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보면 ‘굳이?’ 싶은 부분도 있기는 하다만 그건 문제를 초를 위한 책에 실을 정도로 간소화 했기 때문이기도 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의 이야기는 단지 흥미와 재미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각 알고리즘의 실 사용 예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서적에서 알고리즘만을 봤을 때는 이걸 과연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하고 막막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먼저 현실문제가 나오고 그걸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알고리즘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런 성격의 문제에는 해당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적당하다는 걸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야기도 괜찮았다. 컴퓨터 과학을 접한 경험이 있다면 꽤 웃으며 볼만한 언어유희 소위 공대 유머가 있는데 그게 꽤나 적절해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아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유희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않던가. 이름을 이용한 것들도 한국어판에선 원어를 병기하지 않은게 많아 좀 애매하다.

책 속 비유나 유머는 물론 몰라도 읽는데 전혀 지장은 없다. 하지만, 모르면 그만큼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책 뒤에 일부 해설을 달기도 했다만, 역시 좀 부족한 느낌이다. 주석이라도 달아어야 했으려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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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 김강 소설집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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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은 여러 사회 이야기들을 짧고 꿁은 이야기들로 담아낸 소설집이다.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살짝 미래의 이야기들을 담은 이 소설집이 아마도 SF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그렇게 SF적인 상상력이 흥미롭게 춤을 추지도 않고, 주제도 다가올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에 있는 것들을 담아낸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사회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저자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으로, 각 소설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이슈나 주제의식도 굉장히 또렷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노골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그게 전혀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건 수록작들이 단지 그것들만을 보여주려고 쥐어짜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그 나름대로 흥미를 끌만한 사건이나 인물, 상황설정같은 것들이 있고 이야기는 그것들을 너무 소모적이지 않게 적당한 호흡으로 잘 풀어냈다. 주제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맛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수록작 하나 하나를 꽤나 감탄하면서 보게 된다.

한 가족을 통해 관계의 일면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그 가족사이에 오가는 일에 집중하고, 특별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꼬집으려고 하면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는 식으로 구성도 잘 했다. 장황한 것은 쳐내고 압축하면서도 ‘너무 생략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범위 설정도 잘 해서 단편이라는 것의 장점을 정말 잘 살린게 아닌가 싶다.

이게 마흔 여덟에 내과의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낸 소설집이라니. 새삼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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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유니티 교과서 - 유니티 게임 개발 탑티어 강의!, 2021 세종도서 학술 부문 우수 도서 선정
이영호 외 지음 / 성안당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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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유니티 교과서’는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게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유니티(Unity)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임 엔진 중 하나다. PC 뿐 아니라 모바일, 콘솔 게임기 등 지원 플랫폼이 많고,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며, 개인은 퍼스널 판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유니티로 게임 만드는 방법을 바닥에서부터 알려주는 일종의 입문서다.

게임을 만들려면 알아야 하는 게 많다. 게임이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나 그것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니티에서 어떤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게임에 걸맞는 세세한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코딩도 할 줄 알아야 하며, 유니티에 맞는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SDK의 API도 알아야만 한다.

작은 것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이렇게 알아야 할 정보량이 엄청나다보니 그것들을 책에서 하나하나 다 알려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개념들만 집어준 다음에 실제로 간단한 게임을 제작해보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것들만 알려주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책에서 만들어보는 게임은 슈팅게임과 FPS게임이다. FPS 게임은 사실상 게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큼 고려해야할 게 많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FPS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게임도 다 만들 수 있을 정도랄까. 그런 점에서 최종 개발 목표를 FPS로 잡은 것은 꽤나 적절한 것 같다.

그에 비하면 2D 스크롤 슈팅게임은 가장 간단한 게임 중 하나다. 그래서 이를 만들어보는 것이 유니티에 익숙해지고 기본기를 닦는데 좋은 연습이 된다.

작은 것을 일단 하나 만들어보고 좀 더 큰 것을 만드는 식으로 만든 것이 좋다. 게다가 본문도 하나 하나씩 보고 따라하는 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니티는 물론 게임 제작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편이다.

책에서 만들어보는 게임은 크게보면 둘 다 ‘슈팅’이라는 장르에 속한 것인데, 그래서 2D 스크롤 슈팅게임을 만들면서 익혔던 총알 발사나 충돌, 객체 관리 같은 개념이나 지식을 FPS 게임을 만들때도 그대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구성을 꽤 잘한 셈이다.

세부 설명도 나쁘지 않다. 기술적인 것에 개념 설명도 적당히 섞고 그림과 코드도 많이 사용해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아쉬운 것은 잘못된 코드도 눈에 띈다는 거다. 이 책은 쉬운 설명을 위해 코드를 조금씩 증가시켜가며 여러번 실었기 때문에 중복해서 나오는 것도 많은데, 틀린 코드가 그렇게 중복된 곳에 모두 나와서 ‘대체 뭐지?’하고 한참을 보기도 했다. 예제 소스를 인터넷으로 공개해 받을 수 있게도 해놨으므로 나름 보완이 되긴 하겠다만, 책에도 좀 꼼꼼하게 동작검증된 코드를 실었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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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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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교타로(西村 京太郎)’의 ‘살인의 쌍곡선(殺しの双曲線)’은 쌍둥이를 이용한 기발한 사회적 트릭을 선보이는 본격 추리 소설이다.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Ten Little Niggers)’는 정말 걸작이다. 연락이 끊긴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개성 강한 캐릭터, 살인예고 또는 알림장치를 이용한 긴장감 조성, 슬그머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냉정하게 뜯어보면 사실 그렇게 기발한 트릭도 아니고, 그래서 실제로는 그처럼 자연스럽게 사건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어째서 그렇게 행동하고 또 그러한 결말에 이르르는지를 정말로 잘 풀어냈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은 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완성도가 높다보니, 그 후 고립지 살인 사건을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를 따라하거나 모방하기도 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본문에서도 대놓고 언급할 정도로 원작의 느낌을 잘 가져왔는데, 거기에 자기만의 색깔도 상당히 잘 끼워넣었기 때문에 별로 질낮은 아류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가져온 고립된 호텔에서의 살인사건을, 다른 하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담무쌍하고 절묘한 범죄사건을 다룬다. 이 둘은 후반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접점이 없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연결해 하나로 엮어낼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두개의 이야기가 각자 개별적인 이야기로도 상당한 완성도가 있어 더 그렇다.

물론, 막상 보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교하게 하는 고립된 호텔에서의 사건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다.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데다, 지금에와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형태의 고립상황이라 그리 이입이 되지 않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보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는 설명없이 대충 넘어가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각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나름대로 이해할만하게 그렸으며, 여기서 나오는 요소들이 후에 쌍둥이 사건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미도 있다. 이야기 자체도 볼만하다.

그렇게 볼만한 두 이야기를 마치 별개인 것처럼 이어가다가, 작은 접점을 드러내며 하나의 큰 이야기로 그러모으는 것도 잘했다. 특히 쌍둥이 트릭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건 어느 정도는 시대에 따르는 점이 있어서 5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서도 과연 통하는 트릭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쌍둥이 트릭도 그렇지만 소설에는 그 밖에도 사회적인 면이 많이 담겨있는데, 그게 이 소설을 어느 정도는 사회파처럼 보이게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본격 추리의 기본을 잘 갖추고있기 때문에 보다 순수한(논리적인) 추리문학으로서의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다.

엔딩도 좋아서 이보다 더 나은 마무리가 과연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단지 본격 추리가 아니라 사회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에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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