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이스탄불
부르한 쇤메즈 지음, 고현석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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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한 쇤메즈(Burhan Sönmez)’의 ‘이스탄불 이스탄불(İstanbul İstanbul)’은 이스탄불 지하 감방을 배경으로 네 남자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아름다운 표지와 극심하게 대비되는 어두칙칙한 분위기에 먼저 놀라게 된다. 남자들이 견뎌내야만 하는 고문들은, 그 상세를 전혀 힘주어 묘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듯 생생해서 마치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있으며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게한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이들이 만나서 하는 얘기는 전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억울함 호소 또는 고통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는 환상적인 이야기, 때론 웃기는 이야기들도 하며 감방 생활을 견딘다. 혹시라도 자기들이 내뱉은 말들이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몰라서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얘기다.

이는 또한 이야기를 통해 마치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버텨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너무 크게 보였다. 그래서,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여럿 하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걸 순수하게 문학으로서만 즐길 수는 없었다.

소설에 담긴 이스탄불의 여러 모습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더 그렇다. 마치 언젠가의 과거를 보는 듯한 모습들은 이스탄불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고 현실과 경험, 허구와 환상이 뒤섞인 듯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도 느껴진다. 어디까지가 이들의 진짜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허구로 만들어 냈거나 또는 바램 등을 담은 상상인 것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러 독자의 해석 여지를 남겨둔 것도 그렇다. 똑떨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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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강석기의 과학카페 9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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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과학 에세이를 엮은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은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의 9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생각보다 현 코로나19 사태를 많이 의식한 듯하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모든 상황에서 얘기할 수 있을법한 것이기도 하지만, 워낙에 지금이 과학적 해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라 더 그렇다. 그래서 책의 첫 이슈도 바이러스와 질병이며, 그 주요 대상도 코로나바이러스다.

이번 사태로 ‘코로나’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생각보다 여러번 등장했던 바이러스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에 한국을 시끄럽게 했던 메르스(MERS)는 물론, 사스(SARS) 역시 이 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종이 쉽게 생겨나고 아직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책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시작부터 최근의 연구까지를 간략하게 담았는데, 주요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이해를 더해준다. 그러고나면 자연히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더 크게 실감하게 되는데, 아직 마땅한 해결책도 없을 뿐 아니라 방향마저 미정이라 더 그렇다. 설사 지금의 사태가 끝나더라도 해마다 돌아오는 유행성 감기처럼 또 발병하고 락다운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던 누군가의 우려가 더 현실감있게 나가와 조금 무섭기도 하다.

첫장이 현 세태때문에 좀 무겁게 느껴졌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실제 이야기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주제도 대부분 일반일들 역시 쉽게 흥미를 가지고 ‘오! 정말 왜 그렇지?’라며 주목할만한 것들이라 거의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잡지 연재물이라서 그런지 좀 딱딱하다는 거다. 요즘엔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컨텐츠가 많아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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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조앤 바우어 지음, 정지혜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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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바우어(Joan Bauer)’의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Hope was Here)’는 어느 날 작은 도시로 이사오게 된 한 십대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사실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생각했던 거하곤 다르네’였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정치 얘기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그게 전혀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놀랐던 것처럼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정치 이야기는 생각보다 놀랍도록 원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자체가 확장된 모양새를 보인다.

그건 그만큼 정치 이야기를 잘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 활동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럽고 복잡한 일면이 있다. 그래서 깔끔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고, 굳이 만들어도 뜬구름같은 이야기가 되기 쉽다. 심지어 경험이라곤 없는 사람이 처음 정치를 시작해 작으나마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어렵지않게 단순화하면서도 나름 현실감도 있도록 수위 조절을 잘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 배경을 주민들이 서로 다 알정도로 작은 마을로 설정한게 적절했다. 그게 소설 속 정치 활동이나 변화를 좀 더 있음직한 일로 보이게 해준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을 정치의 주요 활동 인물들로 부각시킨 것이나 이들이 활동하면서 겪는 일이나 생각을 보여준 것은 소설을 볼 청소년들에게 좀 더 공감할 점을 만든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왜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한 지도 나름 잘 보여준다.

때로는 마치 시대가 뒤섞인 듯 과장된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만, 의외로 인간들이 언제든 보일 수 있는 일면을 담은 것이라서 부정적으로 비치지는 않았다.

소녀가 늘 품고 있던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나 자기를 찾아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담은 것도 괜찮았으며, 이야기의 마무리도 적절했다.

번역은 좀 아쉬웠는데, 영어 원문일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었을 것들이 의외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소설 내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Hope was Here’라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이런 중의적인 문장들은 번역하면서 단순해져버려 본래의 느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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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
클레망틴 에르피쿰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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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망틴 에르피쿰(Clémentine Erpicum)’이 쓰고 ‘카앗(CÄäT)’의 삽화를 담은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Le chien tête en bas: 45 histoires d’asanas)’는 신기한 요가 동작들을 신화를 통해 풀어내는 책이다.

이 책은 요가 책은 아니다. 그래서 요가의 자세가 어떻다던가,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여 잡는지나, 각 자세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집어주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또한 인도 신화 책도 아니다. 각 장을 신화 이야기로 시작하고, 요가의 자세를 설명하기 위해 그를 인용하기는 한다만 창세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나 신이나 영웅의 일대기와 같은 신화 특유의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1

이 책을 이루고있는 가장 큰 두가지 요소가 모두 이 책을 얘기하는데 부정적이라면, 이 책은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일종의 철학서라 할 수 있다. 요가의 다양한 자세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이며, 그것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도 신화를 인용했는데, 저자는 개인적인 견해 중 하나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만 애초에 각 자세의 이름이 신화의 것을 연상케하는 이름이기도 하고 저자가 신화에서 그런 자세를 만들게 된 것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풀어냈기 때문에 꽤 설득력도 있다. 그래서 한국인에겐 의외로 낯선 신화에 진지한 고찰을 담은 것인데도 생각보다 술술 익힌다.

책을 보다보면 요가가 단지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고 뒤틀면서 유연함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얼마나 선인들의 고찰과 사상이 눅진하게 담겨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구성도 좋은 편이다. 연결성이 없어 이미 인도 신화를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나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한다만, 신화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매 장을 넘겨볼 때마다 새롭게 흥미를 돋구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서 자세와 철학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요가와 신화를 잘 녹여낸 삽화도 매력적이다.

아쉬운 것은 요가 자세를 두고 얘기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자세 그림을 제대로 싣지 않았다는 거다. 글로 일부 설명을 하긴 한다만, 아무리 그런데도 그림으로 한번 보는만 할까. 신화 이야기가 끝나고 요가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자세 그림이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매 장마다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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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세계사 이야기 재미있게 읽는 쿨 시리즈 1
스티브 버뎃 지음, 글렌 싱글레톤 그림, 오광일 옮김, 최승규 감수 / 유아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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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버뎃(Steve Burdett )’이 쓰고 ‘글렌 싱글레톤(Glen Singleton)’이 그린 ‘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세계사 이야기(101 Cool Hilarious Histories)’는 세계사의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을 간단하고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늘 비슷한 것을 욕망하며, 덕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유사한 끝을 맞이한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역사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역사 수업이 암기를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년도와 시대, 그 당시의 풍습, 그 때 살았던 사람과, 그것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사건까지 쏟아지는 많고 복잡한 정보들이 대부분 암기만이 답인 것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를 시험 과목의 하나로 접하기 때문이다.

중요하다고 해서 가르치고 확인을 하지만 그게 오히려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는 모순에 처한 분야다.

그만큼 기존의 교육과는 동떨어진 컨셉의 책이 많이 나오는 분야기도 하다. 특정한 테마만을 꼽아서 얘기한다던가, 자세한 것들은 쳐내고 굵직한 것만 남긴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주요한 인물이나 사건들을 꼽고 얘기를 하지만, 자세한 것들은 모두 생략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흥미롭게 볼만한 것들만을 추려서 간략하게 정리했다. 거기에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을 곁들여 더욱 가볍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부담감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역사 정보가 부실하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굵직한 것들만 다뤘다는 것은 다룬다는 것은 조금 다르게 말하면 중요한 것은 집었다는 얘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시대나 흐름에 맞게 정렬된 것은 아니라서 세계사를 살펴 본다기보다는 인류사의 이모저모를 잡담하듯이 늘어놓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은 이 책이 가진 한계라 하겠다.

그래도 어려운 세계사를 재미있게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가치있다. 이 책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혹시 아나, 여기에서 관심이 생겨 역사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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