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행성 1
Daniel Lee 지음 / 처음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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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행성 1’은 익숙하고도 낯선 SF 소설이다.

이 소설이 익숙한 것은 우리가 기존에 익히 접해왔던 모티브 또는 클리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배경이라든지 대규모 멸망 후에 다시 일어선 인류 집단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덕에 현대적인 과학 기술이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었다던가, 그런 경험 때문에 강압적인 체계가 잡힌 것, 그에 대항하는 반군의 존재, 다분히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 공용어라던가 ‘Boy Meets Girl’ 같은 상황 등이 모두 그렇다.

다행인 것은 그래서 식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이들의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찾아내게 될 것이며, 그것을 마주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고싶게 한다.

소설이 종교적인 색채를 띄는 것도 의외로 좋았다. 꽤나 독실한 신자인 듯, 작가는 소설 속 시온 행성을 다분히 가톨릭적인 세계로 만들었다. 자연히 시온의 행성민들은 종교적인 말이나 이야기를 꽤 많이 하는데, 이것들은 보통의 종교들이 그러하듯 묘하게 비유적이다. 그래서 마치 일종의 복선같은 그 말들이 어떤 사실로 부터 왔으며,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게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데, 이 책이 아직 배경이 다 드러나지 않은 시리즈 1권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특정 이슈를 과장해서 그리는 SF인만큼, 과연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도 궁금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주제를 나쁘지 않게 담은 것 같다.

작가는 어떤 부분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벌어질 일이나 미지의 가능성 보다는 과거에 마주쳤고 또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 보여주는 비판점도 꽤 직접적이다.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는 묘한 비꼼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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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데생과 크로키 : 기초 인물 드로잉
히로타 미노루 지음, 이유민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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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타 미노루(広田 稔)’의 ‘인체 데생과 크로키: 기초 인물 드로잉(人体の描き方実践トレーニング: デッサンの基礎から、人物クロッキーまで)’은 인체를 그리는 방법의 기본을 담은 교육서다.

책은 데생이란 무엇인가부터 연필과 떡지우개의 간략한 사용법, 인체의 구조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방법 등을 담고 있다.

기본적인 내용부터 소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딱히 장황하게 말할만한 것도 아니긴 하다만, 이 책이 어느정도는 그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본 주제인 인체를 그리는 법에 좀 더 지면을 할애했다. 기본 도형인 직사각형이나 원통을 이용해 구성해본다던가 하는 실제로도 유용한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인체의 뼈나 근육의 구성을 통해 사람이 어떤 자세나 움직임이 가능한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도 나름 잘 집어준다.

미술 경험이 없다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림 그리기 특히 인체 그리기에 매력을 느낀다면 배울만한 것이 많다.


이 책은 단지 인체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포즈와 구도를 소개하는 것도 특징이다. 누드와 옷을 입은 모습, 서있는/앉아있는/누운 자세, 그리고 앞/뒷/옆모습 등을 조합해 각각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여주는데, 그를 통해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나 각각의 경우에 대한 예시는 물론 알아두면 좋을 점 같은 것을 집어주기도 한다.

포즈집은 또한 실제 모델을 두고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상의 모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림을 보고 하게되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따라하는 게 되기는 한다만, 그것만으로도 여러가지 연습이 되므로 나쁠 것 없다.

인체의 미묘한 구조나 모양 같은 것에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것을 살려서 그린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는 것 자체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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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공중 생물 배틀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7
시바타 요시히데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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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시리즈 17번째 책인 ‘시바타 요시히데(柴田 佳秀)’의 ‘최강왕 공중 생물 배틀’은 다양한 새들의 모습과 특징을 담은 동물 도감이다.

새들은 그 종류가 다양할 뿐더러 서로가 각자에게 존재하는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독특한 특징이기는 하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몸체의 크기에 비해 훨씬 적은 몸무게를 지녀야 하며, 날개같은 특별한 기관의 비중이 높은 형태를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새들은 거기에 하나씩 더 자기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건 때론 그들만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런 새들의 외형은 물론 그들이 가진 주요 특징들도 잘 정리되어있다. 많은 것을 상세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히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것들만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각각이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들이 그걸 어떻게 활용하며 생활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중에는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되는 사실도 있어서 꽤 신기해 하며 볼 수도 있었다. 이름만 보면 전혀 다른 것 같은데도 같은 종이라던가 하는 것이 그렇다.

‘배틀’이란 이름에 맞게 책 속에 생물들을 1종:1종으로 붙였을 때 어떻게 될지를 다루는 코너도 있는데, 이것도 꽤 흥미로웠다. 단순히 누가 이길까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긴 하지만, 그걸 통해 자연스럽게 각자의 특징이나 강점과 단점을 보여주는 역할도 해서 꽤 유익하기까지 했다.

아쉬운 것은 때때로 이상한 내용이 보인다는 거다. 검은색이 빛을 반사해 눈부심을 막아준다던가, 꿩의 하나로 ‘샤모’를 소개하는 것도 그렇다.

검은색은 빛을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색상 아닌가. 그래서 소위 벤타블랙 같은 것으로 칠하면 물건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빛을 반사하면 오히려 더 눈이 부실텐데, 왜 반사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샤모’도 타이의 ‘시암 꿩(Siamese Fireback)’과 같다면 그걸 소개해야지, 일본이 가져다 정착시켰다면서 그냥 일본식 이름에 일본 서식인 생물로만 소개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원종을 들여온 후 투계로 개량해서 많이 달라졌다면 그런 내용도 소개했어야 했으련만, 그런 내용은 생략해버리는 바람에 오해의 여지도 남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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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브라운
이인애 지음 / 좋은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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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브라운’은 보물찾기를 소재로 현대의 전쟁 이슈를 담아낸 소설이다.

보물찾기를 기본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재미보다는 메시지를 더 중시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여러 곳에서 노골적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데, 때로는 그게 소설로서의 흐름에 어색하게 두드러지기 때문에 좀 기분나쁘려고 할 정도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꽤 나쁘지 않게 짠 편이다. 주인공들의 설정도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측면이 있으며, 그렇게 벌어지는 일들이 나름 흥미를 갖고 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서는 ‘뭐?’라거나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면이 있기 때문에 전개가 어색하거나 무리하다는 느낌을 들게 하며, 그게 그 상황을 깊게 느끼고 주인공들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게 만든다. 당연히 (애초에 오락물도 아니지만) 순수하게 문학적으로 즐기기도 어렵다.

이건 저자가 이 이야기를 담을 매체로 소설을 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소설답지않게 배경 설명이나 흐름을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데, 그게 설명이 부족하단 느낌을 들게 한다. 그래서 보면서 만약 만화였다면 느낌이 달랐겠단 생각도 많이 들었다. 세세한 것을 일부 생략해도 어색하지 않은 매체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볼만하기도 했다. 어디서 본 듯 하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하려는 이야기도 꽤 확실하게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괜찮았다고 하기엔 설정이나 흐름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고 메시지도 너무 노골적이다보니 튀어서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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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의 생각하는 기계 - 인공지능(AI)의 아버지에게 배우는 컴퓨터 과학의 기초
Abe Ayame.Kasai Takumi 지음, 이아름 옮김 / 위즈플래닛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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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아야메(阿部 彩芽)’와 ‘카사이 타쿠미(笠井 琢美)’의 ‘튜링의 생각하는 기계(チューリングの考えるキカイ: 人工知能の父に学ぶコンピュータ・サイエンスの基礎)’는 컴퓨터 과학의 기초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제목도 ‘생각하는 기계’이고, 부제에서 ‘인공지능’도 언급하기 때문에 최근 핫한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 책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전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과학’에 대해 담은 책이다.

기계란 무엇인가부터, ‘튜링 머신’으로 대표되는 컴퓨터의 기본, 그걸 이루고 있는 논리들과 수학적인 개념 등을 교과서처럼 간단한 것에서부터 차례로 얘기해준다.

컴퓨터 과학은 그 뿌리에 수학이 있기 때문에 수학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래서 책에서도 꽤 많이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전공자들이 배울법한 본격적인 수학개념이나 공식을 깊게 다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많은 그림을 사용한 것도 책을 보다 가볍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잘 담았기 때문에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꽤 도움이 될 만하다.


아쉬운 것은 쉽게 쓴다고 쓴 책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읽어보면 별로 그렇게 쉬운 느낌이 안든다는 거다. 컴퓨터 용어나 ‘기하의 보조선’같은 수학 관련 용어가 많이 나와서 그렇기도 하지만, 거기에 번역도 썩 좋다고 하긴 어려워서 더 그렇다.

‘언명’이나 ‘절점’처럼 일상적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쓴데다, 컴퓨터 분야의 용어마저도 일반적으로 쓰는 게 아닌 다른 말로 번역해둬서 책 문장만으로는 뭘 말하는 건지 좀 막히게 만든다.

이게 컴퓨터 과학을 좀 아는 사람이 보더라도 물흐르듯 읽을 수가 없게 만들며, 기껏 쉬운 책을 만든 이유도 많이 퇴색시킨다. 컴퓨터 과학을 아는 사람이 번역한 것인지, 최소한 감수라도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쉬운 책이란 건 단지 내용의 수위 뿐 아니라 잘 읽히기도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썩 쉬운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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