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
까마중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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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은 동명의 네이버웹툰 연재본 1~30화를 묶은 단행본이다.


이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보통의 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들이 그러는 것처럼 반짝이고 그래서 찬란한 젊음을 만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아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자아내는 이야기도 보통의 청춘물과는 좀 다른다. 그들에게선 딱히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지도 않으며, 뻑적지근한 목적의식이나 그를 추구하는 넘실대는 의지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숨을 절로 쉬게 만드는 잉여들이냐 하면, 그런 것과는 또 거리가 멀다. 옆에서 보기에는 비록 심심해보일지언정 그들의 하루하루는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고 그들이 나아가는 목표 역시 이루고 나서는 충분히 뿌듯해 할만한 것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좀 심심하다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가 어떤 이야기나 장면에도 별 힘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심지어 각각의 개인사를 다룰때도 마찬가지여서, 모두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평범한 것인냥 조용히 흘려 읽게 만든다.

이런 일부러 가라앉힌 듯한 면모는 작화도 마찬가지다. 쨍한면을 모두 죽이고 부연 색감으로 일관한 것이 묘하게 칙칙한 현실을 연상케한다.

컷 분할이나 말풍선 처리 등 작화 능력에서 아쉬운 부분도 꽤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애초에 의도한 연출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와 주제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망해가는 연극부의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시놉도 괜찮으며, 연극에 경험이 없는 주인공을 끌어들이면서 연극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꽤 괜찮게 그렸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의외로 설렁한 면이 보이기도 하나 전체적으로 큰 굴곡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이기에 그런 면도 딱히 부정적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쉬운 건 단행본 편집이 별로라는 거다. 웹툰을 거의 그대로 잘라붙여 넣은 형태로 만든데다가, 각 컷의 크기도 작아서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아마도 연재를 할 때 웹툰 연재에만 맞게 낮은 해상도로 그렸기 때문에 따로 편집하거나 크기를 키워 싣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시 그리는 것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리마스터링 정도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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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리커버 아트에디션)
조진국 지음, 유대영 그림 / 포춘쿠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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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는 연애와 이별, 사랑, 그리고 소울메이트에 관한 에세이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많고, 그런데도 계속해서 꾸준히 나온다. 그건 이 주제야말로 정답이란 게 딱히 없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과 형태가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나 그에 관한 조언들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각자마다 다른 부분이 있는 것만큼이나 비슷한 부분 역시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걸 연애하다 이별하고,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스토리 텔링과 함께 풀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연극같은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분리해서 먼저 읽어볼 수 있게 한 것은 에세이에서 어떤 상황과 주제에 관해 말하려는 것인지 한정짓고 전제를 까는 역할도 한다. 얼핏 보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름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이야기 뒤에 그에 관한 에세이가 붙는 구성은 둘의 비중이 어느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을 조금은 코멘터리가 붙은 로맨스물처럼 보이게도 한다. 다만, 극 부분은 어디까지나 특정 상황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묘사했기 때문에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모두 개별 장면을 보여줄 뿐 부드럽게 하나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랑에 대한 에세이는 대체로 무난하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번 얘기됐던 내용이 당연한 듯 나오며, 어떤 건 그런 얘기와 반대되게 말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얘기가 많은데, 개인에 따라서는 공감가지 않을 얘기들도 있어서 새삼 사람은 각자가 서로 다르구나 하는걸 실감하게도 한다.

이 책은 당초 2007년에 출간해던 것을 리커버해서 다시 내놓은 것인데, 당시의 느낌과 내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본문을 건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기존의 내용 뒤에 추가로 2년 후 남자와 여자가 각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너스로 덧붙였다.

문제는 이게 잘 붙지 않는다는 거다. 편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직전 내용이 이별로 끝나는 것이어야 할텐데, 실제로는 다시 사랑을 하고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으로 끝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예전일을 새삼스레 들춰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새롭게 찾은 연인과의 충실한 현재를 나누는 내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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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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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홉편의 미스터리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시작이 꽤나 좋았다. 나름 논리적인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을거라 기대할 수 있는 수학선생과 그가 재직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할만한 캐릭터성도 있었다. 앞서 얘기한 수학 선생은 물론 그와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경찰은 이 둘을 중심으로 한 버디물을 기대할만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쉬운, 이미 여러차례 만들어진바 있어 왕도라 할만한, 이야기 전개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W여자고등학교라는 배경만을 유지한채 때론 그곳에 재직중인 교직원을, 때론 그곳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써냈으며, 가끔은 학교와 연관이 있지만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까지로 범위를 넓히며 단지 유사한 배경하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그렇게 써낸 이야기들이 모두 추리 미스터리인 것도 아니다. 모두 미스터리라는 범주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일종의 트릭을 이용한 두뇌게임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다분히 사회적인 면모를 비추는 게 많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한꺼풀 벗겨내고 보면, 사실상 사회소설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마냥 재미있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일단은 미스터리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랄까 트릭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만 그보다는 사회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범죄와 그것에 손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인간군상을 그린 것이 더 크다.

짧은 이야기속에 그것들을 담아내려 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손쉽게 급발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그렇게 현실성이 뛰어난 느낌은 아니다만 한편으론 그게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소한 계기만으로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꽤 볼만한 미스터리 소설집이었다. 하지만, 기껏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리즈물로서의 왕도를 걷어차버린 것은 좀 아까웠고, 미스터리물로서 트릭이나 묘사, 그리고 그걸 마땅하게 받아들일만한 전개가 부족했던 것도 좀 아쉬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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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레나의 비밀 편지 - 꼭 알고 싶은 나의 몸 이야기
안명옥.황미나 지음 / 책과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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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레나의 비밀편지’는 자라나는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을 담은 책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솔직히 만화가였다. 순정만화 쪽에서 워낙에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이 책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화 ‘레드문’의 캐릭터 ‘루나레나’를 등장시켜 만화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이용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만화와는 달리 아직 채 성장하지 않은 소녀로서 등장하기는 한다만, 자기가 누구고 왜 메일을 보냈는지와 같은 기본 설정은 원작 만화의 것을 따르기 때문에 나름 만화의 뒷 얘기같은 뉘앙스를 풍겨 재미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단지 유명 만화가와 그의 캐릭터를 이용하는 얄팍한 책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책 자체를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만든만큼, 여자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궁금해할만한 점과 자라면서 겪게될 변화, 그리고 여성을 위한 기본적인 성 지식들을 꽤나 제대로 담고있다.

그걸 같은 나이대의 여자아이가 메일을 통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같은 고민과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구어체와 만화를 이용해 같은 내용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게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여성기는 어떻고,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를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으로써 전달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뒷물이나 생리대 사용법처럼 실제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다루는 것도 좋다.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조심하면서도 정확한 성 지식들을 담은 것도 칭찬할 만한다. 나만해도 성교육을 어설프게밖에 받지 못했기에 정작 중요한 내용은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할만큼 알지 못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미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세대를 지난 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알아둬야 할 것들을 가능한 담으려고 한게 눈에 띈다.

단지 흥미로서가 아니라 진짜 교육적으로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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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2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2
크리스 프리스틀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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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프리스틀리(Chris Priestley)’가 쓰고 ‘데이비드 로버츠(David Roberts)’가 그림을 더한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2(Uncle Montague’s Tales of Terror)’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Tales of Terror Series) 첫번째 책의 완결권이다.

책에는 다양한 무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그를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몬터규 아저씨’라는 화자를 통해 들려줌으로써 공통된 틀을 유지한다. 이런 액자식 구성은 ‘아라비안 나이트’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주인공과 책 속 화자인 몬터규 아저씨 역시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런 구성이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생길 수 있는 공포심이 느슨해지는 것을 잡아주며 이 이야기들과 그 사연들이 담겨있는 물건이 후에(또는 이미)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실제하는 물건들과 사연을 연결하는 방식은 이야기를 넘어 현실로 공포심이 이어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해당 물건을 보면 책에서 봤던 사연이 절로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이 같은 이야기도 좀 더 흥미롭게 보도록 만든다.

전통적이면서도 적절한 구성을 참 잘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개별 이야기 역시 양호하다. 극히 짧은 단편임을 살려 속도감이 빠르며 적당한 반전도 좋아서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게 한다.

결말은 상당히 이상한 모양샌데, 그건 이야기가 다음 책 ‘검은 배의 무서운 이야기(Tales of Terror from the Black Ship)’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간과 장소를 배경으로 한 이번 책과는 달리 다음 책은 검은 배로 장소가 특정된 만큼 더욱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책이 1, 2권으로 나뉜 것 치고는 끊김이 자연스럽지 않고 목차도 이어져 있는게 의아할 수 있는데, 이는 본디 한권짜리였던 책을 한국어판에선 둘로 나누어 출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량이 그리 많은 게 아니라 굳이 나눌 필요가 있었나 모르겠다. 한권으로 내어 죽 읽을 수 있는 게 독서 경험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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