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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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는 총을 소재로 한 특이한 소설이다.

한국사람에게 총은 그리 익숙치 않다. 총이라는 걸 전쟁의 도구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지 않기에, 군대라는 특수한 지역과 경찰이라는 한정된 집단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총기의 소지와 사용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길을 가다가 한순간의 빡침으로 난사한 총에 느닷없이 죽는 경우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런 한국의 도시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총기사고가 발생한다면? 대체 그 총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그 총을 발사한 사람은 누구고, 그에 희생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그걸 참 엉뚱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엉뚱하다고 하는 것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 뿐 아니라 이야기는 물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역시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전혀 총기와 그를 얻은 인간들이 벌이는 드라마를 그린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은 말장난에 더 가깝다. 작가는 심지어 이걸 어떻게든 억지 개연성이라도 만들어 붙이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대신 유쾌하고 뻔뻔하게 늘어놓음으로써 그냥 그런 이야기라고 넘어가게 만든다.

그렇다고 소설이 전부 그렇게만 짜여있는 건 아니다. 바닥을 살펴보면 의외로 잘 만든 현실성도 찾아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게 있었기 때문에 저런 것들도 황당함이 아니라 엉뚱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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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밥 - ‘한국인의 밥상’에서 찾은 단짠단짠 인생의 맛
김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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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밥’은 각팍한 인생과 그 속에 함께하는 한국인의 밥상을 소개하는 음식 에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한국인의 밥상’이 KBS에서 방영하여 꽤 인기도 끌었던 동명의 TV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정말로 그걸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프로그램 제작에 4년여 동안 참여했던 프리랜서 방송작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동안 직접 여러곳을 취재도하고 출연 섭외도 했던 모양인데, 그러면서 겪었던 경험과 그를 통해 얻은 레시피가 남아있어 이렇게 그를 추억하는 책이 나오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거기에만 기댄 책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을 살아가기위해 버둥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일들을 더 주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그럴때에 절로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이고 왜 그 음식이 생각났는지, 소위 ‘한국인의 밥상’이 어떻게 우리들을 위로해주는지를 얘기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은 딱히 특출난 면이 있는 대단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지금에와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두루 즐겨 먹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접해보지 못한 음식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 정겹고 위로받는 느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감성은 왠지 알 것 같다.

모두 비슷한 어려움과 괴로움을 겪으며 살아가기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네 음식들이 엇비슷한 정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설사 같은 경험이 없더라도 엇비슷한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삶과 문화, 음식을 잘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넋두리와 한국인의 밥상에 참여하며 겪었던 경험, 그리고 그를통해 알게된 음식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가 썩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때로는 선명하게 경계가 나눠진 듯 이야기가 바뀌기도 해서,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진행되는 것 같다.

인간의 생각이란 게 원래 그런식으로 튀어다니는 것은 사실이다만, 그래도 글로 쓸때는 좀 더 그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완충재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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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맨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2
박서영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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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마트맨’은 스마트폰 파손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만화다.

어느 날 소년은 길을 가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린다. 뒤집어져 떨어진 스마트폰을 보며 액정파손을 걱정하던 소년.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고 조심스럽게 집어들어보는데, 뜻밖에도 액정은 사소한 티 하나 남지않고 깨끗하다.

하지만, 그래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잠시일 뿐, 잠깐 들른 화장실 거울에서 소년은 믿지 못할 광경을 보게 된다.

대부분이 대사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이 책은 아이디어가 꽤나 돋보이는 만화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액정파손을 얼굴파손으로 연결한 아이디어가 그렇다. 깨진 액정에 비친 얼굴은 어떻게 보면 마치 얼굴이 깨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걸 참 재미있게 변형해서 악몽으로 그려낸 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가지고있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누구든 한번은 경험했을법한 ‘액정파손’을 다뤘기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소년이 어떤 심정일지도 쉽게 공감이 가며, 액정이 무사했을 때의 안도감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아끼고 혹여나 액정이 깨졌을 까봐 노심초사하던 소년의 모습은 다분히 우리네의 그것을 연상케도 하는데, 이게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묶여있는 현대인들을 비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스마트폰이지만 정작 얼굴이 깨진 걸 알게되자 전혀 신경도 쓰지 않게 되는데, 이는 악몽에서 깨어난 후 정말로 스마트폰이 깨졌을 때도 꿈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년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 것 같다.

스마트폰은 유용하고 재미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물건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게 자기 자신이나 내 주변의 진짜들보다 더 소중하다 할 수 있을까.

정말로 소중한 것을 새삼 실감하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소년같은 악몽도 한번쯤 꾸어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촌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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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지음 / FIKA(피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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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확률’은 불현듯 어른이 되어버린 20대 청춘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갓 성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20대 초반, 그 때까지 사랑은 커녕 연애라는 것도 못해본 한 남자가 처음 사랑을 해보고 실수하며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소설은 사실 꽤 익숙한 시놉을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란 무엇이라는 걸 얘기하는데 있어 연애경험이란 게 전무한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지라, 이건 일종의 틀처럼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주인공의 속성으로 ‘수학자’라는 걸 추가했는데, 이걸 생각보다 잘 녹여내서 극을 흥미롭게 만든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주인공이 점차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렇고, 중간 중간 사랑을 공식처럼 상수와 변수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다.

주인공이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도 꽤 잘 그렸다. 몇년에 걸쳐 극적이라 할만큼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데, 애초에 연애초짜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별로 어색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의 전개도 꽤 자연스럽게 끌어간 편이었다.

주인공의 경험들은 단지 그의 시행착오를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독자에게 사랑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고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에세이처럼 사랑에 관한 말들도 꽤 많이 하는데, 그것들도 대체로 공감이 갔다. 개중에는 (겪어보지 않았다면 선뜻 와닿지는 않겠지만) 한참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언 같은 것도 있어서 그런 쪽으로도 나름 좋은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완성도나 결말도 괜찮은 편이다. 생각보다 짧아서 조금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느낌도 있고, 몇몇 부분은 이상해서 핍진성이 떨어지기는 면을 보이기도 한다만, 시각적인 미(美)라던가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서 그랬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 넘어가 줄만 하기도 했다.

내용 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교정이 제대로 안되있다는 거다. 오타 뿐 아니라 개행이나 문장부호 등을 엉뚱하게 해논 곳도 꽤 많아서 꼼꼼히 신경써서 만든 것 같지는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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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성형수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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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는 웹툰 기기괴괴 연재본 중 성형수 외 총 여섯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세번째 단행본이다.

가짜로 만들어낸 이야기일수록 더욱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전개에 공감을 할 수 있으며, 공감을 해야만 이야기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꼭 그렇지는 않은 장르가 있다면 심령/공포 분야다. 애초에 자연적이지도 않고 인과에서도 벗어난 것들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에서는 애초에 이야기에 현실성은 없는만큼 그럴듯함보다는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깜짝 놀래키거나 은근한 소름을 돋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 잘 만들어진 편이다. 먼저 아이디어가 꽤 재밌다. 단순한 상상력을 구체화도 잘했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것도 흥미롭다.

오롯이 비현실적인 존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거기에 휩쓸린 인간들이 이야기의 주체이다 보니 은근히 공감점도 높다. 종종 나오는 혐오스러운 장면들도 의외로 현실감을 준다.

책 인간들은 특별한 현상이나 아이템을 만났을 때 결코 정도를 지키는 법 없이 벗어나는데, 그것이 중간에 충분히 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들이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초자연적인 기묘한 일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의외로 사회 비판적인 면모도 있다.

설정이나 구성이 좋았던 만큼 이야기도 꽤 재미있었다. 이 책의 주요 에피소드인 ‘성형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는데, 확시히 그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나 싶다.

웹툰을 거의 편집없이 그대로 옮겨 단행본을 만들었다만 컷 분할이나 크기가 나쁘지 않아서 읽는데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다만, 여백이 많은만큼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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