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하늘 도토리숲 시그림책 1
전병호 지음, 김주경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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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하늘’은 시를 그림과 함께 그려낸 시그림책이다.

시의 배경은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동네 저 위에 있다. 얼마나 서로의 집이 빽빽하게 붙어있는지, 마치 집 지붕이 하늘을 덮은 것처럼 감싸고 있어 집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은 반 평 남짓의 작은 사각형 뿐이다.

그래서 해도 순식간에 비쳤다가 사라지고, 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산동네 꼭대기에서 작은 창을 통해서 보는 하늘은 얼핏 좁은 듯 하지만 눈에 다 담지 못할만큼 넓은 우주를 비춘다.

아무도 가져갈 수 없는 저 넓은 우주와 거기에 떠있는 별들, 그것을 우리 집 하늘이라고 생각하면 좁은 집도 우주만큼 넓게 느껴진다.

참 희망에 가득찬 시다. 같은 것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백미는 그걸 표현한 그림이다. 산동네의 좁은 곳에 마치 갇혀있는 듯 보이는 소년은 얼핏 암울해 보이지만, 소년은 마치 그 작은 세계가 실은 미처 다 가보지 못할만큼 많은 신비로 가득차있다는 듯 깊은 물웅덩이와 풍성한 숲, 잔잔한 노을, 그리고 환한 별과 달을 즐긴다.

집 곳곳에 있는 작은 것들이 마치 그러한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처럼 그려낸게 환상적이다. 시 사이 사이에 그림을 채우면서 흐름을 늦추어 그림 속 세계에 빠지게 한다. 덕분에 시만으론 담백하게 읽힐 수도 있었을 것이 더 풍성해진다.

시와 그림,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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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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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는 일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과학들을 얘기하는 과학 에세이다.


과학 서적을 많지는 않더라도 좀 읽어보긴 했는데, 그런 것들과 비교해도 이 책은 좀 낯설다. 과학 지식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일반대중의 눈높이로 전해주는 그런 책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먼저 현상을 소개한 다음 그것을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재미를 위해서 과학사를 곁들이기도 한다. 관련 과학자의 생애나 발견 또는 발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그 예다.

그런데 이 책은 문학적으로 시작해서 문학적으로 끝을 내며, 결론 역시 다분히 인문학적이다. 일반적인 과학 서적의 양식을 따르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보다보면 이게 과학서적이었다는 것을 깜빡 할 것 같기도 하다. 철학적인 고찰이라던가 시같은 인문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더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학 지식을 다루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주를 중심으로 별에서부터 원자,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까지 상당히 광범위하고 다양한 물리학 이야기들을 화두로 꺼내며 이야기 중에 자연스럽게 관련 내용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때에도 살짝 훑어주는 정도로만 얘기해서 일반 대중을 위한 에세이라는 것을 끝까지 지킨다. 제목을 참 정확하게 잘 지은 셈이다. 덕분에 우주라는 어려운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대신 과학적인 지식이 많이 담긴 것은 아니라서 살짝은 더 깊은 내용을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좀 아쉬울 만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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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전윤호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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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글리프’는 SF작가 지망생 교육프로그램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 1기 수강생의 작품 중 우수작 8편을 선정해 묶은 SF 단편집이다.


실제 활동할 SF 작가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그런지, 책 속에 담긴 소설들은 소러 개성이 강한 편이다. SF라는 장르의 베이스만이 정해져있을 뿐 딱히 다른 장르는 배제해야한다거나 특정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 같은 제한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이 한권으로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 취향이 맞는 것부터 살짝은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신 그런만큼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된 느낌 같은 건 없다. 각 소설의 넘버링을 역으로 맥이고 마치 뭔가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카운트다운을 해나가지만, 소설간에 공통점이나 이어지는 흐름 같은게 없기 떄문에 이것 역시 전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점점 무거워진다거나, 난해해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은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대신 개별 소설들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전통적인 SF라 할만한 근미래를 그린 작품이 그렇다. 설정에 의문점이 없는 건 아니나 이야기로 그걸 적당히 비벼주어서 나름 볼만했다.


개중엔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는 듯 배려없이 난해하게 써낸 것도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단순한 편인데다 기시감도 많이 드는 것이어서 꼭 그럴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글로 만들어낸 카오스같은 부분이 꼭 필요해 보인다거나 전반과 후반을 그럴듯하게 이어주는 게 아니라서 더 그렇다.

SF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이건 심지어 예전에 인기있었던 작품에서 진하게 영향을 받은게 보여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SF라고 할 수 있을법한 범주 안에서 소화하려고 한 노력은 칭찬한다.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톡톡튀는 아이디어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의 클리셰나 작품들을 연상케하는 것들이 많아 신섬함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작가로서 완성해낸 것을 묶은 것이 아니라 아직 배우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일종의 습작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안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끝까지 읽고 싶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반절은 성공한 게 아닐까. 앞으로 더 나은 작품을 만나보기 기대한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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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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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은 육영수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육영수 저격 사건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사실상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이다. 그래서 그 후 다양한 예상이나 음모론도 만들어냈다.

애초에 공식적인 국가 행사 중에 벌어진 사건이라 방송으로 기록도 남아있고, 범인을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기까지 했는데도 어째서 이 사건은 미스터리가 되었을까. 그건 사건의 경과나 관련 인물들에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 전모를 파헤쳐 담으려한 책이다.

당초 계획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조사를 해 7년만에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결국 영화화는 실패하게 되고, 이제서야 이렇게 책으로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논픽션물인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설로써 쓰인 것이기 때문에 책 안에는 상상력으로 채워진 것도 많고 작가가 임의로 재구성한 것들도 있다.

덕분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당시의 시대나 인물관계를 통해 어떻게 일이 그렇게 진행됐는지를 보이기도 하고, 변호사와 형사를 통해 사건을 헤쳐나가는 것도 꽤 흥미롭다.

이런 구성은 한편으로는 단점이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말로 조사와 인터뷰로 얻어낸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력이 들어간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그렇다. 온전히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따로 개별 언급들에 대해 증거나 참고자료를 주석으로 달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책에서 얘기하는 것도 그간 여러차례 있어왔던 음모론이나 가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소설로서 구성과 서사가 완벽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캐릭터가 그렇다. 오히려 온전한 픽션처럼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다보니, 주요 인물이 어째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과정도 그렇게까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면도 있다.

주요 장면 뿐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에서도 그러해서 대체 얘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착한 앤지 아닌지 제대로 보여주지를 못한다. 이상과 현실에서 고민하는 듯한 연출도 오히려 언제든 쉽게 이상을 포기하고 저버릴 수 있는 것처럼 그려져서 오히려 캐릭터 구축에는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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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2021-01-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사람은 책을 이해하지를 못하는 사람이군요. 다시 눈 뜨고 보길!
 
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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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다다시(太田 忠司)’, ‘기타노 유사쿠(北野 勇作)’, ‘고기쓰네 유스케(小狐 裕介)’, ‘다마루 마사토모(田丸 雅智)’, ‘마쓰자키 유리(松崎 有理)’가 참여한 ‘미래제작소(未来製作所)’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상을 그린 SF 단편 소설집이다.

근미래 이동과 모빌리티를 테마로 한 이 SF 앤솔로지는 크게 두가지를 전제하고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실현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 상업성이 있는가 하는 식으로 따지고 든다면 태클 걸 구석도 있겠지만, 시장성을 떠나서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는 가능한 일정 선을 지키려고 한 듯하다.

즉, 충분히 현재 개발중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 듯 하거나 또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좀 더 심화발전시킨다면 구현할 수 있을, 현재의 기술을 통해 상상 가능한 것을 그렸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가까운 근미래를 다룬 이야기가 되었고, 덕분에 생각보다 피부에 잘 와닿는 SF가 되었다. 그 중에는 당연히 평소 희망하던 것도 있었는데, 이야기로 보니 새삼 더욱 갖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효과다. 결코 기술발전이 암울한 효과나 미래를 가져오는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마냥 꽃밭에 있는 것같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진행 과정중에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은 결국 해피엔딩인데, 애초에 이 소설집이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부터 나온 것이란 걸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인지 이 엔솔로지에는 SF와는 잘 안붙는 ‘장인정신’이 들어있기도 한데, 오히려 이게 삭막한 기술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고 발전시킨 기술이라는 면모를 엿보이게도 해서 의외로 소설집과 잘 어울리는 요소였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밝고 가볍다. 이는 이 소설이 보통의 단편보다 훨씬 더 짧은 ‘쇼트 쇼트’로 쓰여져서 더 그렇다.

독서 경험도 그러해서, 마치 지인들끼리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 미래를 얘기하는 것처럼 가볍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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