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오딧세이 1’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대하소설이다.

솔직히 어떻게 평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막 읽기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 7권으로 예전된 소설 오딧세이는 전형적인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묘사함으로써 세밀하게 그려내려 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다.

이제 막 등장인물들이 나와 그들이 일에 뛰어든 동기나 뒷 배경을 슬쩍 내비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려고 하는 데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권을 본 것 만으로는 이 소설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차마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려고 그러는지 꽤 기대가 된다는 것만을 말할 수 있겠다.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런 감상이 나오는 것은 ‘전주곡(Prelude)’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 도마의 이야기를 담은 전주곡은 거기에 앞서 길게 적어낸 서문과 이어지면서 우리가 몰랐던 도마의 삶과 그 이후는 물론 현재로는 또 어떻게 이어질지를 기대하게 한다. 단지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발견된 기록을 근거로 했다는 뉘양스를 풍겨 더 그렇다.

현재의 이야기에서도 저자는 역사와 종교, 방송미술, 그리고 건축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나름 자랑하는데, 그것들을 단지 나열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하나로 아우르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기에 과연 그렇게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이들이 진행하는 테마파크를 통해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그 연결은 또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궁금하다.

이후 이야기에 따라 1권에 대한 평고 크게 갈리게 되겠다만, 일단 흥미를 끌고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첫권으로는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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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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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와조에 아이(川添 愛)’의 ‘수의 여왕(数の女王)’은 수론(數論)을 주제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학문을 문학으로 쓰려고 하는 시도는 의외로 많다. 어렵고 그래서 꺼려지기도 하는 학문일수록 그러하다. 문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고 가깝게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수학이 특히 그런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현실세계와의 접점보다는 논리세계의 이론을 중심으로 집약된 학문이라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쪽을 모두 만족하기가 어려워서다.

자칫하면 소설로서의 이야기와 수학적인 내용이 부족하기도 쉽고, 비유적으로 얘기한다는 게 그만 수학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되버리는가 하면, 거의 교과서를 그대로 담아낸 수준이라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아서 어떻게 보든 어중간한 물건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애초에 접근을 참 현명하게 했다. ‘기본적으로는 소설’이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신기해서 흥미로운 현상이나 정리, 추측 중에서 이야기와 어울리는 것만을 선택한 점이 그렇다. 교과과정이나 목표 독자의 교육수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난이도에 상관없이 골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수학적인 내용이 꽤 많을 뿐더러 심지어 그걸 거의 원래 그대로 노골적으로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흥미를 돋우기까지 한다.

이건 그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수와 수식을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으로 잘 비볐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세계관에서부터 수가 중심인 세계를 정말 잘 구축한데다, 운명수같은 것도 절묘해서 보다보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작품 속 수는 ‘정해진 운명’이나 ‘영혼’처럼 이미 익숙한 것들을 짙게 연상시키는데, 이것이 수를 계산하거나 변형하는 것을 자연스레 운명을 주무르거나 개척하는 것으로 생각케 하며, 수식 역시 마법이나 주술적인 의식을 연상케 한다. 마치 종교와 신화를 수를 이용해 다시 해석한 느낌인데,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비유와 표현이 적절하고 재미도 있다. 이렇게 현실과 책 속 세계간에 유사점이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론 집착까지 하는지를 더 잘 와닿게 만든다.

이건 이야기가 전형적인 선악구조와 메시지, 거기에 익숙한 동화적 프레임을 사용해서 더 그렇다. 특히 중심인물인 왕비가 그러하다. 이런 점은 이야기의 전체 구성과 흐름을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익숙한 구성인데도 지루하긴커녕 흥미롭고 이 작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수를 이용한 세계관 등 설정이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물 구성과 묘사도 잘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극 중에서의 역할 역시 분명하다. 그런 각자의 성향과 역할이 맞물려 자연스레 그런 흐름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잘했다. ‘왜 거기서 꼭 그래야 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앞에서 미리 던져놓는데, 그냥 적당히 나올만한 이야기 정도였던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하면 소설 역시 마치 수식처럼 잘 짰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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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2 - 사라진 발명품 탐정 클럽 2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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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워너(Penny Warner)’의 ‘탐정 클럽 2: 사라진 발명품(Magic & Mystery 2: The Phantom Files Of Phineas Farnsworth)’은 쌍둥이 마술사 & 탐정 콤비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마술과 탐정, 그리고 유령. 어떻게 보면 참 조합이 기묘하다. 마술이야 추리물이 미스디렉션과 트릭, 즉 일종의 마술을 사용한 악행을 파헤치는 장르라는 걸 생각하면, 또 탐정이 때론 역으로 범인들을 속이는데 트릭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름 자연스러운 조합이다만, 오컬트는 좀 아닌 것 같아서다.

유령은 그 존재 자체가 과학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있을 뿐더러, 자유롭게 벽을 넘어다니며 (미흡하나마) 안보이는 상태에서 물리적인 영향도 줄 수 있는 존재는 자칫하면 과학이라는 마술과 추리의 기반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도 그걸 의식했는지 유령은 어디까지나 코미디 역의 감초로써, 또 일종의 조언자로서 뒷켠에 서 있을 뿐 거의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다. 차마 그럴 수 없도록 여러가지 제약을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온전히 쌍둥이들에 의해서 진행되며 조사와 해결 역시 이들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의심하고, 단서를 찾은 후, 그것들을 통해 범인을 찾는 것도 잘 담았다. 나름 추리물로서의 형태는 갖춘 셈이다.

캐릭터도 흥미롭게 구성했다. 당장, 쌍둥이부터가 그렇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에 특별한 흥미와 재능을 보이기에 이야기거리가 쉽게 나온다. 거기에 왈도와 쌍둥이들의 언니인 바이올렛도 개성이 강해서 이들이 벌이는 소동과 모험만으로도 나름 볼만하다.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추리의 비중이 낮다는 거다. 한국어 제목 때문에 좀 기대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보더라도 트릭과 그 해소가 너무 단순하다.

시리즈의 주요 측면 중 하나인 마술은 비중에 비해 이야기와 크게 연관이 없다. 그래서 좀 따로노는 느낌도 든다.

전체적으로 여러 인물들이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소동을 그린 와중에 약간의 추리가 더한 느낌이다. 더 본격적인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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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6
이시형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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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은 갑자기 닥친 미지의 재난을 헤쳐나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생각보다 낯익은 소설이다. 나름 대중적인 장르인 전형적인 아포칼립스물이기도하고 갑작스럽게 전지구적으로 변화가 불어닥친다는 것이나 군인(또는 그에 준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도 꽤 익숙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식상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게도 했는데 생각보다 볼만했다. 전문적인 밀리터리물은 아니지만 군인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으며, 둘로 나뉘었던 진영이 공존해야하는 상황을 통해 미묘한 긴장감을 지속하는 것도 좋았다. 어쩌면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정전중인 분단국가라는 것을 그대로 투영한것이 의외로 잘 와닿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퇴장하기 때문에 조금 어지러운 점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나라면 어떨까 하며 생각해보게 하는 흥미로움도 있고 그들이 벌이는 드라마에도 나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있었는데, 작가가 한 이야기를 진득하니 풀어낸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하다보니 개별 이야기만 놓고 봤을때는 서사가 부족한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행동을 공감할 수 없을 때도 많다.


문제는 이런 점이 전체 구성에서도 보인다는 거다. 소설은 크게 두번 널뛰기를 한다. 한번은 세계관 설정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갈 때이고, 다른 한번은 이야기에서 마무리와 메시지로 넘어갈 때다. 이 사이의 간극은 상당히 큰데 책에는 이를 마땅하게 받아들일만한 설명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일이 너무 급작스럽게 또는 말도안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이전과 안맞는 부분도 있는데다 개연성이나 핍진성도 없어서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대체 뭐였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당연히 저자가 본디 하고 싶어했던 소통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와닿지를 않는다. 애초에 그런 상황 자체가 공감이 가지 않는데, 그 와중에 쌓이는 의견이나 이야기가 유의미해 보이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비록 의문을 남기는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연결되는 이야기는 나름 볼만했는데, 그 끝이 다소 황당하고 허한 것이어서 아쉽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날아간 것 같아서 더 그렇다. 한쪽만이라도 살려보는 건 어땠을까.

내용 외적으로, 이상한 문장이 많은 것도 안좋았는데, 단순히 오타라고 치기에는 좀처럼 한국어 같지 않은 것들도 있었기에 분명히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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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3
조나단 가르니에 지음, 로니 호틴 그림, 문소산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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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가르니에(Jonathan Garnier)’가 쓰고 ‘로니 호틴(Rony Hotin)’이 그린 ‘모모 2(Momo - Tome 2)’는 마을 변두리의 꼬마소녀 모모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할머니가 떠나고 모모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다. 시시 때때로 할머니의 흔적과 그 빈자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모모의 외로움은 전보다 더욱 아빠를 향한 그리움을 크게 느끼게 하고, 결국 모모는 어떻게든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아빠찾기에 나서게 된다.

할머니와의 이별은 모모를 크게 방황하게 한다. 유일하게 같이 살던 가족이 없어져서 그렇기도 하고, 처음 접하는 죽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모모는 죽음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며 어른들도 쉽사리 죽음에 대해서 모모에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자칫 상처를 남길까봐서 조심스러워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모가 할머니를 찾아다니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또한 여러가지 방식으로 할머니의 부재를 느끼고 이별을 실감함으로서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갖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얼핏보면 별 것 아닌 일상들이 이어지는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흐름이 잘 느껴지도록 구성과 표현을 잘했다. 덕분에 모모가 그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모습도 두드러져 보였다.

아빠를 찾아간다는 다소 동화같은 발상도 현실적인 전개로 잘 담아냈다. 특히 마무리가 그랬기 때문에 중간에 좀 과장되어보였던 부분도 어린아이다운 치기나 갈등을 보여주는 연출로써 썩 나쁘지 않게 수습이 되었다.

전권에서부터 감탄이 나왔던 아이 묘사는 이번 권에서도 훌륭해서, 마치 작은 아이가 정말로 눈 앞에서 그러고 있는 걸 보는 듯 생생하다. 이런 점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많이 떠올리게도 한다. 어쩌면 일본 문화를 여럿 언급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인데도 일본 문화를 많이 언급하는 점은 좀 특이한데, 작가가 이 책을 쓰려고 했던 계기도 그렇고 이야기의 첫 구상을 일본 배경으로 했었다는 걸 보면 아마 그 영향이 남은 것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촌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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