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류싱 지음, 이지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류싱(刘星)’의 ‘세계 괴물 백과(惊奇与怪异: 域外世界怪物志)’는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전적으로 ‘괴상하게 생긴 것’을 의미하는 ‘괴물(怪物)’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자연에서 벗어나 보이는 생김새와 생태가 끊임없이 의문과 호기심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그러한 목적만으로 괴물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있었던 괴물들은 모두 그래야만 했던 사정이란 게 있다. 바로 역사와 문화다.

인간은 예전부터 현상을 맞딱뜨리면 굳이 마주하고 또 해명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발전 수준 등의 이유로 당시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럴때 인간은 신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말하자면 ‘이것은 신(인간을 넘어선 자)의 영역’이라며 도망친 셈이다. 하지만 그 덕에 신화가 발전하게 됐다.

인간의 정복과 해설 욕구로부터 만들어진 신화(종교)는 인간 사회가 변화하고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면서 바뀌어 간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는 것이 신들의 세대교체와 남신들의 대두로 나타나고, 다른 민족을 침략하고 정복했던 것이 고대신들이 신격을 잃고 일개 몬스터나 악마로 전락하는 것으로 바영되는 식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대표적인 신화와 전설 속 괴물들을 소개하면서 함께 다룬다. 특히 신화들끼리 영향 받은 것을 많이 언급하는데, 영락없이 어디 신화 속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어느 신화로부터 왔는지 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당시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관념을 갖고 있어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거나, 타 민족을 융합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은 아쉽게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전파가 된 것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그게 거기서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지나 왜 그런 변조가 이뤄진 것인지 자세히 싣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작가가 괴물들 사이의 유사성만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나 유물 전파 등의 학술적인 연구의 결론을 적은 것인지 좀 헷갈린다.

괴물들의 모습은 대부분 유물이나 과거 작품(또는 삽화)를 통해 보여주는데,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꽤 괜찮다. 그러나 개중엔 형태가 잘 안보이는 것도 있고, 사진을 한점씩만 실어 다양한 모습을 볼 수도 없다. 괴물이 시대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언급했으니 기왕 그것들을 비교해서 실었으면 어땠을까.

여러 괴물들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나 개별 신화를 넘나드는 시각은 나쁘지 않으나, 개별 괴물에 대한 내용(분량)이나 시각적인 만족감은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파이어 시스터 13 - 슈퍼스타는 괴로워 벽장 속의 도서관 18
시에나 머서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에나 머서(Sienna Mercer)’의 ‘뱀파이어 시스터 13: 슈퍼스타는 괴로워(My Sister the Vampire: Fangs for the Memories)’는 사랑과 인기 때문에 고민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뱀파이어 시스터 시리즈(My Sister the Vampire Series)의 13번째 책이다.

이번 권에서도 두 자매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다. 올리비아는 영화 촬영을 위해 런던으로 가고, 아이비는 왈라키아 아카데미 대신 프랭클린 그로브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둘은 서로 다른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둘이 맞딱뜨리는 문제는 서로 다르고 개별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많이 떠올리게 한다. 그럴만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도 하고, 서로 성격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른만큼 같이있었다면 미처 놓치고 있던 것을 집어줄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 쌍둥이 자매라면…‘하고 생각해 보는 것은 상황을 추스리고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둘이 비록 떨어져 있으더라도 밀접하게 이어져있고, 서로에게 계속해서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알게도 한다. 이걸 갑자기 깨닫는 식으로 억지스럽게 보여주는대신 비슷한 상황을 반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새로운 곳에 감으로써 달라진 환경이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것도 나름 괜찮지만, 다르지만 같은 사랑이야기를 진행해서 이야기가 통일되어 보이게 한 것도 좋았다. 첫사랑의 모습을 주변인(관찰자)으로서 담은 것이나, 서로의 입장 차 또는 오해, 편견 등으로 쉽게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그린 것도 그 특유의 알싸함이나 안타까움을 잘 느끼게 한다.

감성적인 부분이 많지만 격정적이지않고 은근히 드러나는 행동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는데, 이게 비록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을 좀 소심해 보이게 하기도 하나, 그만큼 진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도 하며 이야기 역시 더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주기에 시리즈와 잘 어울렸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토르 펠레빈(Виктор Пелевин)’의 ‘아이퍽10(iPhuck 10)’은 예술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책이다. 현대 미술을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걸 상당히 깊게 다루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어째서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는지, 그것들이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꽤나 제대로 다루고 있는데다가 그걸 묘사할 때도 전문 용어나 인물, 표현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도대체 뭐라는 건가 싶은 생각도 절로 들곤 한다.

그런데도 의외로 다음엔 어떻게 될지를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경찰 문학가와 미술품 컨선턴트 인간과 인공지능이라는 어색한 조합으로 뭔가 감춰진 부분이 있음을 암시하여 그 뒤의 진실과 이들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대의 것을 변형한 듯한 미래의 문물이나 사회상이 의외로 재미있는 것도 있다. 물론 대부분이 일종의 비꼼을 담고 있기어 씁쓸함도 함께 느끼게 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워서 순수한 재미와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하다만, 그래도 이게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여러 부분들을 그나마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낮게 깔린 풍자와 냉소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작품 전체의 분위기나 이야기와도 잘 어울렸다.

예술쪽에 비하면 좀 빈약해보이기도 하지만 SF적인 설정도 꽤 괜찮다. 어떻게 보면 편리하게 갖다 붙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지금도 어느정도는 사용중인 기술의 특징을 단편적으로 얘기한 것이라서 크게 이상하진 않았고,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간 듯 한 부분도 꽤 그럴듯한 가설이라 흥미로웠다.

이야기도 잘 보면 의외로 복선을 깔고 그게 뒤에서 이어지게 하는 등 신경쓴게 보인다.

문제는 너무 어렵게 썼다는 거다. 용어, 인물, 장소, 역사적 사건까지 어려운데다 생소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주석을 꼼꼼하게 단 것도 아니고.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다리를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됐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가 어려워서인지 번역도 이상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오타도 있고, 앞에서 안쓴 단어를 언급하며 헷갈리게 하는 등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개중에는 인공지능인 ‘포르피리’가 합성한 문장이라며 보여주기에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

나쁘진 않다. 독특하다면 독특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 읽어볼 만도 하다. 하지만, 역시 과하게 어렵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묘니(猫腻)’의 ‘경여년 상1: 시간을 넘어온 손님(庆余年 1)’은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첫권이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판타지 무협 소설, 그 중에서도 이세계 환생물이다.

‘또세계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하까지 섞어 칭하는 이 장르물은, 워낙에 많이 나와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작가가 대부분 멍청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시대배경하며, 말도 안되는 소위 치트 능력을 이용해 깽판을 치는 이야기도 그러해서 그래도 참고 봐줄만한 상식 선에서의 전개나 개연성은 찾기 어려울 뿐더러 어이없는 캐릭터 구축 역시 절로 실소를 나오게 만든다. 단순한 설정과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만큼 표절 문제도 심하고. 말 그대로 ‘킬링타임용’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이 소설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낫다. 장르 문학의 특성상 크게 보면 설정과 흐름에서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찌보면 사소해보이는 차이들이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 이야기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며 그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의 질을 크게 높여준다.

읽다보면 저자가 일부러 그런 또세계물에서의 흔한 전개를 배제하기위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볼 수 있는데, 뒷 얘기를 위한 일종의 복선으로 쓰면서도 은근히 또세계물을 돌려까는 것처럼도 보여 좀 재미있었다. 이것은 또한 저자가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소설은 오로지 주인공의 활약상만을 위해 만들어낸 억지스런 세계와 인간들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어있는 세계관과 인물들이 있는 곳에 주인공이 떨어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것을 어린 주인공이 커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그 한복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게 이 소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복잡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히말라야
남일현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히말라야’는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SF 소설이다.

인간은 참 어찌 그렇게 어리석은지. 이미 유사한 사례를 여러번 겪어왔기 때문에 그 향방이 어찌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건 마치 남들에게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저지르곤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인간성은 여지없이 발휘되며 그 결과 세상이 대충 망하고 일부 고지대만이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만들어진 고지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설은 군상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2180년은 좀 애매한 년도다. 먼 미래가 아니라는 점은 과연 그때까지 소설에서와 같은 기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까 싶게 하고, 엄청 먼 미래도 아니라는 점은 또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사회가 그렇게 급격히 생겨날 수 있을까 싶게 한다.

이렇게 어중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아마 저자가 과학적인 것이나 미래상을 그리기보다는 현재의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으로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그걸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버리면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국가 문제나 인종차별, 언론 플레이, 권력의 사유화 같은 것들은, 미래의 특정 상황에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피부로 맞딱뜨리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걸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금으로부터 죽 이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그 덕에 흡입력도 있는 편이다.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현대의 주요 이슈들을 한번 다 다뤄보겠다는 양 꽤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는데도 그것들이 어색하게 따로놀지않고 서로 잘 물려있다. 다분히 현실적인 내용들을 넣었다보니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물리는 느낌도 좀 있는데, 그래도 인간들의 욕망과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그것을 좀 희석해준다. 특별한 상황을 맞은 미래를 그린만큼 현실을 조금 비꼬아서 그린 것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민주주의를 모순적으로 그려낸게 재미있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SF적인 설정과 사회 배경을 끼워넣은 것도 적당했다. 이런 식의 구성은 자칫 잘못하면 중간 중간 계속 치고들어오는 곁가지들이 정작 주요 이야기 흐름의 맥을 끊어버리게 되기 쉬운데, 그럴까 말까 하는 지점에서 잘 조정한 것 같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야기가 엄청 짜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것도 있고, 맥거핀을 쓰려고 한 것 같으나 끝까지 존재감이 남아있어 미회수 떡밥이 되버린 것도 있으며, 끝에서 아직 크게 남아있는 것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나 그럴듯한 SF 설정에 충분히 있을법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뒷목이 뻐근한 억지 없이 잘 그려냈기 때문에 상당히 볼 만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