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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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브 블룸(Yoav Blum)’의 ‘우연 제작자들(The Coincidence Makers)’는 우연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우리는 보통 현실이란 생각보다 인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많은 것들이 우연으로 이뤄진다고 보는거다. 자연의 변화는 물론, 남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그렇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역시 다분히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느낀다. 차마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비 효과’로 유명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통해 설사 그것을 추적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서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게 한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여전히 ‘우연’으로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고, 한가지 행동이 불러올 일들을 훨씬 더 명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을 겹쳐 의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은 그걸 꽤 잘 담아냈다. 그런데에는 적당히 디테일을 챙기면서도 또한 과감하게 생략한 것이 주요했다. 저자는 우연을 다루는 이론들은 마치 정리된 학문처럼 보여주는 반면, 그것들을 이용한 공작은 어떻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는 생략하고 대부분 어떤 우연들의 겹칩이 벌어졌는지만을 그렸다. 그럼으로써 우연 제작이라는 게 실제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자칫 드러나기 쉬운 미묘한 어긋남들은 모두 생략한 저 편으로 감춰지도록 했다.

그 덕에 현실에서는 벗어난 판타지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기는 한다만, 대신 이 조심스러운 설정과 캐릭터들이 김세지 않고 다음에는 또 어떤 우연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야기 자체도 꽤 괜찮았다. 현실의 사건들을 우연 제작자들의 공작으로 그린 것도 재미있었고,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드라마도 볼만했다.

편집은 조금 아쉬웠는데, 이상한 오타도 있고 어색해서 번역을 의심케 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을 다룬 것인만큼 더욱 거기서 튀어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연결되나’싶은 감탄을 자아내어야 하는데, 전혀 연결이 안되서 ‘대체 뭔소린가’ 싶게 만드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은 ‘아이라 모스코비츠(Ira Moskowitz)’의 영어 번역본을 이용한 중역본인데, 아무래도 그러면서 원래 문장이 갖고있던 말장난스러운 부분 같은 게 날아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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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전학생 IQ 탐정 뮤 3 수상한 전학생 IQ 탐정 뮤 3
후카자와 미시오 지음, 야마다 제이타 그림, 이은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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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자와 미시오(深沢 美潮)’가 쓰고 ‘야마다 제이타(山田 J太)’가 삽화를 그린 ‘수상한 전학생 IQ 탐정 뮤 3: 알리바이를 찾아라!(IQ探偵ムー 3: アリバイを探せ!)’는 알리바이와 소매치기 범인 찾기를 담은 추리 동화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만큼 꽤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는 추리 입문서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벼운 사건을 다루고 트릭도 간단한 것만 사용하며, 용어나 수사 방식 등도 그게 무언인지 처음부터 알려주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작은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나 범인의 실수를 유도해 체포하는 방식 역시 전통적이면서도 전형적인 것이라 신선함이나 기발함은 없는데, 대신 그만큼 추리물의 기본은 잘 보여주기 때문에 따라가기도 좋고 무겁지 않은 추리극에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이 뛰어난 머리를 갖고있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그저 안락의자 탐정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직접 조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도 좋다. 덕분에 이야기가 일종의 수사극이자 모험처럼 보여 더 흥미를 끌기 때문이다. 조사를 하는 과정이나 그를 통해 모은 단서를 조합해 사실을 추려나가는 것도 잘 담았다. 단지 그런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결과를 모두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캐릭터성이 좋다. 조금은 과장된 인물들은 대부분 만화처럼 개성이 강하고, 그래서 인물간의 시너지도 꽤 쉽게 일어나는 편이다. 사건의 주요 인물인 ‘이마다 카네’ 할머니와 ‘아이자와 쇼’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만한 것이라 이후 이야기도 기대하게 한다.

아이들이 가볍게 읽기 좋은 추리물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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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클럽 13 - 좀비의 저주 암호 클럽 13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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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워너(Penny Warner)’의 ‘암호 클럽 13: 좀비의 저주(The Code Busters Club #14: Night of the Zombies)’는, 저주와 좀비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13번째 책이다.

이야기는 루크네 할머니가 암호 클럽 아이들을 뉴올리언스의 유명 축제인 ‘마르디 그라(Mardi gras)’에 초대하면서 시작한다. 축제도 축제지만 1박 기차 여행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들뜨고 기쁘기만 한 여행이어야 하는데, 루크네 할머니에게 동생이 보낸 편지나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조금은 불안함도 함께 안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에서 암호클럽은 동시에 여러가지 것들을 맞이 한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암호는 물론이고, 자신들을 따라오는 수수께끼의 인물도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루크네 할머니에게 닥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위해 여러가지 암호들을 풀고 단서를 찾으며 꾀를 내는데, 그 과정과 결말이 꽤 유쾌하게 그려졌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는가 하면 이제는 지겨울법도 한 인연을 다시 만나기도 하는데 솔직히 이제는 안나오면 섭할 수준이라 또 얘겠거니 하고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는 했다. 그는 일부러 자기만의 특징적인 면모를 암호 클럽에게 흘리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걸 통해 자기를 알아봐주길 원하는 마음도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권에는 루크네 할머니 자매가 주요하게 나오는만큼 그들이 애용하는 애너그램 암호도 꽤 많이 나오는데,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 한 글자를 이루기 때문에 글자 순서가 조금 얽히더라도 생각보다 잘 읽히는 특징(아마도 한국인들에게서만 발휘되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이 있다보니 애너그램 암호는 좀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어 알파벳 모양을 거의 그대로 표현한 이모티콘 암호나 뼈 암호, 좀비 암호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의 모험은 여전히 볼만하며 부두술과 저주, 그리고 좀비 역시 재미있게 이용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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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강
이인휘 지음 / 목선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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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강’은 상처입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이야기는 느닷없는 만남에서 시작한다. 딱히 전담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맡겨진 전기기사로서의 일, 그 때문에 들렀던 주점에 기묘한 인연이 생겨 잠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그곳 사람들과도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고 보듬어주기도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는 것은 전형전인 로맨스 소설로 읽힌다.

그들의 상처가 사회나 인간적인 면으로 인한 것이다 보니 조금은 사회 소설같은 느낌도 들기도 한다. 여기엔 작가의 경험이나 이제까지의 목소리가 조금은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자체보다는 아픔의 치유 쪽에 더 중점을 두어 로맨스로 연결짓는다.

부론을 담자는 제안을 하고 거기에 응하며 각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 소설은 또한 조금은 관광 소설같은 느낌도 있다. 두 사람이 인연이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돈독해진다는 시놉은 영화 연풍연가를 떠올리게도 했다. 저자가 자신이 애정을 갖고있는 부론 지역을 꽤나 열심히 담아서 보다보면 실제론 어떤 모습일지 한번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는 무난한 편이고, 문장 등은 꽤 좋게 꼽을만한 점도 있다. 그러나 몇몇 지점에서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있어 매끄럽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예술가로서의 이유로 움직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감성이나 이유가 잘 와닿지 않다보니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좀 예스러운 느낌도 있는데, 그것도 좀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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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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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 아야코(宮木 あや子)’의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婚外恋愛に似たもの)’은 일본 여성들의 팬덤 문화를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소위 ‘아줌마’다. 거기엔 회사를 경영하는 상위 1%에서부터, 부르주아라고 불릴 정도로 부유한 전업주부, 흔한 동네 아줌마는 물론,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렇게 가까이 하고싶지 않을만한 첫인상을 지닌 바닥 인생까지 있다.

이렇게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서로 다른 계층과 환경의 여인들은 그럼에도 한가지 ‘디셈버스’의 유닛 ‘스노우화이트’의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게 쉽게 스치고 지나갔을 법한 이들의 작은만남을 인연으로 만들고 함께 모여 팬심을 공유하는 사이로 만든다.

작가는 그걸 개별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5편과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1편, 총 6편을 옴니버스로 담아냈다. 각각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전 에피소드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어떻게 그들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지 얘기하면서 볼륨을 키워가는데, 이 과정을 꽤나 잘 그렸다. 그래서 대부분 우연에 의존하는데도 불구하고 별 황당함이나 어색함이 없다.

더 좋은 것은 이런 관계를 억지로 보여주기 위해 얄팍한 연결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번째’처럼 묘한 곳에서 공통점이 있을음 계속 드러내는데다, 적어도 다른 1명에게는 큰 관심이 있음고 그게 서로 물리는 식으로 관계를 짜서 생각보다 이들 모임이 꽤 자연스럽고 탄탄해 보인다. 이는 자연히 소설이 하나의 큰 줄기로 잘 짜여져있다 느끼게 한다.

팬심도 그리는 방식도 좋다. 각자가 서로 다른 인물을 최애하는데다 그 방식마저 달라서, 그 자체로도 보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중에 하나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법 하게 짰다는 얘기다.


물론 소설에서 보여주는 팬덤 문화는 한국과는 꽤 다른게 사실이다. 당장 소설 속 연예인들의 모티브로 보이는 자니스와 그 팬덤 자니오타부터가 한국인에겐 썩 익숙하지 않으니, 진짜로 ‘내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게, 과장된 인물설정 등과 함께, 이 소설을 좀 판타지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팬심 자체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공통된 면모가 있어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팬심과 개인 이야기의 배분도 잘해서 팬심을 잘 보여주는 것은 물론 드라마도 자연스럽다. 다소 과장된 인물 설정도 있으나 이야기를 해치지는 않으며, 생각보다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구성과 이야기 모두 잘 만든 소설이다.

일본 dTV에서 동명의 드라마(2018-06-22 ~ 08-10)로도 만들었는데, 과연 소설 속 인물들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다. 기회를 봐서 정주행을 해봐야 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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