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는 길 1 친정 가는 길 1
정용연 지음 / 비아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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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가는 길 1’은 조선시대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주인공인 두 여성은 올케와 시누이 관계다. 시집 살이에서 만나게 된 관계라는 점에서 자칫 껄끄러워질 수 있으나 둘은 묘하게 마음이 잘 맞아 서로 의견을 나누고 글자를 배우면서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곧 문제가 생기면서 깨어지게 되고, 마치 운명처럼 새로운 바람에 올라타게 된다.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성을 주인공을 삼고 시잡살이를 주요 이야기의 하나로 사용한만큼 이 만화는 시작하면서부터 꽤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적인 내용들을 내비친다. 당시 여성들이 받아야만 했던 차별과 소외를 꽤 사실적으로 담았는데, 거기에 신부제로 인한 문제까지 얹어 이를 더 강화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일부 인물은 다소 과장된 면도 있어 보이는데, 다행히 허용할만한 수준이라 아직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이들의 모습은 조선시대의 것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낯이 익기도 하다.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흔하게 행해지던 것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현대에도 아직 남아있을 남존여비라는 사회풍토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일종의 일탈로 야설을 갖고 노는 것이 꽤 흥미로웠는데, 그 자체가 다분히 비밀스러운 것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그게 어떤 이야기나 사건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서기도 하다. 과연 이들의 일탈이 어떤 큰 사건으로 발전할지 기대도 됐다. 이것만으로 꽤 볼만할 것 같아서다.


그렇기에 거기에 ‘홍경래의 난’을 추가하여 이야기를 확장한 것은 좀 의외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자칫하면 이야기의 초점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신분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페미니즘을 강화하는데 썼던 것처럼, 민중봉기 역시 불평등이라는 코드로서 페미니즘의 연장으로 다루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역사적 사건을 사용하는 것은 좀 더 극의 현실감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또한 끝이 정해져 있기에 긴장감이 떨어지며 자칫하면 한쪽 이야기가 가볍게 소비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그걸 얼마나 잘 극복하면서 양쪽 모두의 조화를 맞출지, 또 그 안에서 페미니즘을 어떻게 그려낼지 지켜봐야 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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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캠핑 물건 - 야외 생활이 충만해지는 30가지 캠핑 물건 이야기 나의 캠핑 생활 1
강성구 지음, 렐리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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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캠핑 물건’은 30가지 캠핑 물품들을 살펴보며 거기에 얽힌 애정과 추억, 캠핑 이야기를 적어낸 책이다.


캠핑에 낭만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설사 캠핑을 하기위해 치러야만하는 여러 시간과 고생, 비용 때문에 ‘안가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오롯이 느끼며 안전하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캠핑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캠핑을 떠나고, 각자에게 맞는 여러 방식으로 그를 즐긴다. 그저 텐트를 이용한 외박 정도로도 만족하는 사람이나 야외에서만 가능한 숯불고기 등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은 물론 좀 더 거친 산과 계곡에서 정말로 자연과 함께 지내길 기꺼워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캠핑이던 캠핑 물품은 빠질 수가 없는데, 이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자연에서의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그런 경험들을 함께했던 캠핑 물품들에 애정과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 중 하나인 저자는 자신이 캠핑을 하면서 사용해봤던 물품과 그것들에 얽힌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물품 얘기를 하므로 자연히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고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캠핑 물품 구매를 위한 가이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것들과 함께 하면서 쌓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에세이에 가깝다. 책 제목이 ‘캠핑 물건 가이드’가 아니라 ‘나의 캠핑 물건’인 이유다.




이정도면 되겠지하고 허투루 봤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이라던가, 뜻밖의 행운 뒤에 숨은 아픔, 작은 물품 하나가 주는 만족감같은 캠핑을 하면 의례 느낄법한 감성을 잘 담았다. 그러면서 캠핑에서는 조금 떨어진 사는 얘기도 함께 섞어서 하는데, 이런 점들이 이 책을 굳이 캠핑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책 속에는 저자의 캠핑 물건들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캠피에 대한 사랑도 듬뿍 담겨있다. 그래서 보다보면 점점 나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오르게 만든다. 같은 공감점이 있다면 더 그렇다.

한 겨울 찬 공기를 따땃하게 뎁혀주는 화로 옆에서 맛난 것으로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불멍’은 차가운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할 여유와 감성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힘들어도 다시 찾게 되고, 일종의 낭만으로써 느끼는 것이 아닐까.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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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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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리콕(Stephen Leacock)’의 ‘난센스 노벨(Nonsense Novels)’은 기이한 이야기 8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북미식 유머의 진수’라고 책을 소개하기 때문에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자연스럽게 과연 북미식 유머란 무엇이고 그걸 얼마나 잘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담았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보고서는 가장 먼저 의아함이 떠오르기도 했다. 뭐가 북미식 유머인지 잘 모르겠어서다.

인터넷 등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북미식 유머는 대게 2종류다. 말(영어)를 살짝 바구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함으로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말장난 종류가 그 하나고, 이야기나 상황을 살짝 비틀어서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웃음을 주는 게 다른 하나다. 이것은 소설에는 일부 담겨있으나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날아가서 더욱 두드러지지는 않는 듯하다. 그래서 이런 유머들과는 좀 결이 달라 보인다.

그냥 제목처럼 난센스인 소설들을 모은 것이 가장 적합한 설명인 것 같다. 보다보면 ‘이게 뭐야’ 싶은 상황이나 전개도 자주 나오는데, 그게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것이 나름 반전을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에 의외로 기묘한 이야기를 보는 것같아 흥미롭기도 하다.

수록 소설 중에는 또한 풍자 문학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도 있다. 사회상이나 인간들을 대놓고 비꼬는 블랙 코미디같은 면은 이 소설집이, 한국사람들이 유머라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마냥 가볍게 읽고 즐기도록 쓰인 소설은 아니라는 걸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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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 - 물 고르는 법부터 안주 고르는 법까지, 장 전문의가 말하는 음주의 지혜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정지영 옮김 / 책밥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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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고이치로(藤田 紘一郞)’의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腸」が喜ぶお酒の飲み方)’은 장 전문의가 의학에 근거해서 알려주는 올바른 음주법을 담은 책이다.


음주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을 통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만, 이건 사실 조금만 맞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저자는 기본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량의 술을 마실 것’을 모든 이야기의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적당량은 쉽게말해 주종에 따른 컵을 이용한 1~2잔 정도를 말한다. 소위 ‘맛만 본다’고 하는 정도인 셈이다.

전제가 이렇다보니 나머지 이야기들도 좀 필요가 없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든 독이 되려면 일정량 이상을 넘어야 하는 것, 술을 적게 마신다면 그 외의 주의사항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서다.


이쯤에서 조금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서 술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의 전문 분야인 장(대장, 소장)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건강에 관학 지식과 건강 유지를 위한 방법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에 가깝다. 널리 알려진 관련 속설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지와 반대로 잘못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얘기해주기도 한다.

책의 컨셉을 살려 그것들을 다양한 술 정보와 함께 담아내면서 술을 먹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원인(성분)은 무엇이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떤 안주를 먹으면 좋을까 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점이 일반적인 건강서보다는 좀 더 가볍고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아쉬운 것은 한국어판의 번역과 구성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문장 자체를 읽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잘 안읽히게 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나 유효한 제품, 통계 등을 그대로 사용해서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을류 소주’나 ‘본격 소주’ 같은 일본 업계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보다는 어차피 같은 의미라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약주’ 등으로 바꾸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이볼이나 사케, 일본인 통계, 일본의 특징 등을 다룬 부분도 그대로는 큰 의미가 없는 바, 한국의 것으로 바꾸거나 한국의 경우는 어떤지 첨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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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살의 - JM북스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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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요시 리카코(秋吉 理香子)’의 ‘유리의 살의(ガラスの殺意)’는 기억 장애를 가진 살인 자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 ‘메멘토(Memento, 2000)’다. 주인공이 앍고 있는 장애가 영화에서의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 아니라, 실제하는 질환을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기억과 관련해 주인공이 보이는 모습도 어느정도 그와 비슷하다.

자연히 그의 말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범행에 대한 전체 과정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거나 부정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소재에서부터 예상됐듯 이 과정에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게 꽤 재미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신선하거나 상상도 못할 것이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반전에 앞서서 그러한 가능성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충분하게 깔아두기 때문에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더 먼저 나온다. 그래서 반전물로서의 확 깨는 맛이랄까, 그런 것은 그리 없는 편이다.

그래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기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꽤 잘 그렸기 때문이다. 짧은 주기마다 새롭게 되새김질해야하는 주인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계속해서 반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언제든 필요할 때에 갈등을 유발하고 고조시키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쉽게 해소시켜버리기도 한다. 이게 이야기를 더욱 널뛰는 듯 느끼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몰아가기위한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기도 한데, 거기에 작은 장치를 더해 어색함을 덜고 흐름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 했다.

개중엔 좀 불필요하거나 과해서 어색한 것도 있기는 하다만, 등장인물들이 가진 사연 역시 사건과 그 주변 배경에 조금씩이라도 물려있도록 잘 구성했다.

이야기 마무리도, 좀 급진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나, 적절하게 잘 지었다. 만약 더 했다면 사족같거나 늘어져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번역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는 딱히 이상한 것도 없고 잘 읽히기도 하나, 몇개 문장과 대사에서 전에 없던 단어를 들먹여 어색하게 튀고 수월히 이어지지 않는 게 있기 때문이다. 원문 자체가 문제인 것인지 번역 실수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쪽이든 오점은 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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